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 O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중 선택 후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출발은 아쉬움 때문이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출입 기자로서 지난 2월에 치러진 신년 기자간담회에 참석했을 때였습니다. ‘나쁜 주거’는 인권위의 6가지 중점 사업 가운데 하나인 ‘취약계층 보호 제도 개선’의 하위 항목으로 소개됐습니다. 간접고용노동자, 빈곤 청년 등과 함께 말입니다. 인권위는 오는 6월 권고를 목표로 고시원, 쪽방, 비닐하우스 등 집이 아닌 곳에 사는 사람들, 이른바 비주택 거주민들을 위한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기자단의 질문 세례와 인권위의 설명은 또 다른 중점 사업인 ‘혐오‧차별대응기획단’ ‘스포츠인권 특별조사단’에 집중됐습니다. 여러 해 동안 사회적 문제였던 혐오와 차별,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폭로로 불거진 스포츠계 폭력‧성폭력 사안에 관심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대다수 보도도 여기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자연스럽게 비주택 거주에 대한 인권위의 청사진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났습니다.
하지만 ‘집 아닌 집’에 사는 사람들의 문제는 그렇게 쉽게 넘기고 말 사안이 아니었습니다. 간담회가 있던 2월 광주광역시에서는 폐요양병원에서 1인 방송을 하던 유튜버가 실제 노숙인의 시체를 발견했던 사건도 있었습니다. 노숙인의 몸은 이미 부패가 진행된 상태였습니다. 외로웠을 죽음을, 그보다 더 외로웠을 생전의 삶을 떠올려봤습니다.
마침 한국도시연구소 등에 문의한 결과 유엔 주거권특보가 우리나라의 이 같은 ‘비적정 주거’ 실태에 우려를 표한 보고서가 조만간 공개될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아쉬움에 그치지 말고 혼자서라도 한 걸음 더 나아가봐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집 없이 떠도는 사람들, 집 같지 않은 집에 사는 사람들…집을 가난이 아닌 주거권의 문제로 인식하고, 사람들의 주목을 환기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습니다.
‘주거권 박탈’ 당사자들을 만나보는 게 우선이었습니다. 10년 차 원룸 거주자인 제가 이따금 같은 층 어디선가 들었던 갓난아기의 울음소리, 엄마에게 뭔가를 물어보는 아이의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떠올랐습니다. 보통 1인 가구로 일컬어지는 원룸이지만, 어떤 상황에서는 가족 전체의 보금자리가 될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한국도시연구소에 문의해보니 실제로 원룸에서 살아가는 가족들이 심심찮게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특히 공단 근처인 경기도 시흥시 정왕본동 원룸촌엔 곳곳에서 그런 가정들을 볼 수 있다는 소식도 접했습니다.
그렇게 무작정 ‘원룸가족’을 찾아 나섰습니다. 대여섯평짜리 원룸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개조된 빌라로, 인적도 드문 놀이터로 온종일 쏘다녔습니다. 경계 어린 시선을 받으면서도, “여기라도 쫓겨날까 무섭다”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일부를 설득해 인터뷰에 성공했습니다.
어떤 가족은 그곳에서 3대가 머물고 있었습니다. 사업 실패로 빚을 떠안은 가장이 노모를 모시고, 딸‧아들 남매를 데리고 한 방에 살고 있었습니다. 원룸엔 딸의 스킨‧로션, 아들의 컴퓨터, 할머니의 텔레비전이 함께 있었습니다. 책상 놓을 공간도 없는 원룸에 사는 고등학생, 중학생 두 자녀에게 ‘집 공부’는 사치였습니다. 더운 여름도, 추운 겨울도 이들은 서로의 ‘기온 취향’과 싸웠습니다. 취침 시간도, 친구와의 통화도 서로가 배려하고 또 배려해야만 잠재울 수 있는 갈등의 불씨였습니다. 나 홀로 아들, 딸과 함께 사는 한부모들도 있었습니다. 대낮에도 형광등을 켜야만 하는, 환기가 안 돼 습한 원룸엔 어른과 아이의 사계절 옷이 담긴 박스와 장난감이 가득했습니다. ‘로또’라 불리는 공공임대주택에 당첨되고도 보증금 250만 원이 없어 원룸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소리 없는 비명을 담아 기사를 썼습니다.
- 3월 12일: "엄마, 우리집은 왜 이렇게 좁아?" 온가족의 원룸살이
지난해 11월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화재 현장에 직접 나가 기사를 써본 기억도 떠올랐습니다. 까맣게 그을린 외벽과 몇 시간 동안이나 동네를 떠돌던 매캐한 연기만이 그 사고의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화재 이후 고시원 주민들의 삶이, 집이 궁금했습니다. 이를 추측하게 할 만한 기사들은 종종 나왔지만, 보건복지부와 관할 구청의 보조금이 끊기는 3개월 이후, 지금의 모습도 ‘여전히 고시원’일까 궁금했습니다.
수소문 끝에 화재 생존자들을 찾아냈습니다. 좁은 침대에 나란히 앉아 몇시간씩 푸념섞인 얘기를 나눴습니다. 예상대로였습니다. 이미 노년이거나 노년을 앞두고 있는 이들은 “새벽부터 밥벌이에 나서기 위해” “보증금을 낼 목돈이 없어서” 지독한 그 동네를, 상처가 있는 좁은 방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심심할 때 마시라고 챙겨들고 간 두유 몇 개에도 연신 고마워하던 고시원 화재 피해자들은 “국일고시원 같은 층에 살던 어떤 사람은 더 나쁜 조건의 고시원에 갔다더라”는 말도 심심찮게 들려줬습니다. 숨이 턱턱 막히는 곳에서 그곳에서 이들의 ‘도로 고시원살이’를 실감했습니다.
- 3월 13일: 목돈 없이 생계 잇고자…화재 후 도로 고시원살이
일부는 스프링클러도 없는 고시원으로 또 갔다는데, 이들을 위한 긴급예산은 긴 겨울잠에 들어있었습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업주가 1:1:1의 비율로 비용을 부담해 전국의 모든 고시원과 산후조리원에 간이 스프링클러를 의무 설치하자는 안이 지난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던 겁니다. 이를 취재 과정에서 전해 듣고 회의록을 찾아 당시 상황을 살폈습니다. 스프링클러 없는 고시원에 사는, 산후조리원에 머무는 국민 모두가 이 두려움에 떨지 않게 하기 위해 중앙정부가 부담할 몫은 1년에 48억여 원, 2년에 290억. 하지만 ‘실태 조사’ 등을 이유로 논의는 더 나아가지 못했고, 관련 개정안들은 국회에서 여전히 계류 중이었습니다.
- 3월 13일: "모든 노후 고시원에 스프링클러를"…법안은 아직 겨울잠
이렇게 원룸에서, 쪽방에서, 고시원에서, 여관에서 머물고 떠돌던 사람들은 삶의 마지막마저 순탄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앞서 언급한 광주 폐요양병원에서 머물던 남성이 그랬습니다. 경찰은 “이런 사례는 한둘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시 무연고 사망자들의 장례를 지원해주는 단체 ‘나눔과 나눔’에 연락해 “한둘이 아니라면, 당장 이들의 장례식도 볼 수 있는 거냐”고 물었습니다. 마침 무연고 사망자, 그것도 거주지가 불분명했던 3명의 장례가 며칠 뒤 나란히 열릴 것이란 말을 들었습니다.
장례식장에 달려갔습니다. 위패가 3개나 나란히 놓였지만, 참 조용한 장례식이었습니다. 세 명의 고인 중 한명과 생전 오랫동안 알고 지냈다던 단 한명의 조문객을 만나 사연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자신은 지인일 뿐이라며 한사코 취재를 거부하던 상대를 설득한 끝에 고인의 삶을 돌이켜볼 수 있었습니다. 가족과 연락도 거의 하지 않고, 뇌졸중 후유증으로 몸도 성치 않은 가운데서도 지인에게 “나만의 집을 갖고 싶다”고 종종 하소연했다던 유모 씨는 그렇게 정확히 언제부터 시작했는지도 모를 여관살이만을 전전하다가 홀로 숨을 거뒀습니다. 가족은 물론 지인도, 여관 주인도, 경찰도, 장례 지원 단체도 그 삶의 궤적을 정확히 알 수 없는 쓸쓸한 마지막이었습니다. 지인과 관계 기관으로부터 들은 단서들을 모아 유 씨의 마지막을 기사로 썼습니다. 또 유 씨와, 앞서 만났던 원룸가족들, 고시원 화재 생존 이후 도로 고시원살이를 하는 사람들, 이른바 ‘비적정 주거’ 중인 사람들에 대한 우리 사회 제도가 어떤 점이 부족한지도 짚어봤습니다.
- 3월 14일: "집 한 칸 그토록 바랐는데…" 떠돌이 끝에 고독死
때마침 레일라니 파르하 유엔 주거권 특별보고관이 우리나라 정부의 조치들이 주거 환경 개선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 보고서도 발표됐습니다. “비닐하우스나 움막 같은 비공식 거처와 고시원, 쪽방, 컨테이너 등 비적정 거주자까지 포함하면, 우리나라의 ‘홈리스’는 26만 2000여 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이 보고서는 3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40차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공식 문건으로 채택됐습니다.
- 3월 12일: 유엔 특보 "구걸‧역내 노숙 금지된 한국 홈리스들, 국가 전략 필요해"
시기적으로 맞물린 해당 발표 내용도 취재해 사람을 사람답게 살기 어렵게 하는, 우리 사회 총체적인 ‘주거 위기’에 주목해봤습니다. 원룸에서 고시원, 여관살이까지. 서러운 발버둥을 치기에도 비좁은 ‘나쁜 집’에 사는 사람들의 고단함을,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몫을 짚어보기 위해 노력한 보도였습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주거권 문제로 고통받는 당사자들은 사생활을 고려한 당사자들이나 주변 관계자들의 요청에 따라 익명으로 처리했습니다.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자신의 개인적인 사정에 대한 취재에 응해준 제보자들과 특별한 이해관계는 없었습니다.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모든 취재는 직접 현장에 나가 했습니다.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선행보도 또는 타 보도에 관한 표절여부도 체크해 주시기 바랍니다)
비적정 주거의 문제, 다시 열악한 주거 환경으로 돌아가는 화재 피해자들의 삶, 취약계층의 고독사 등은 이전에도 종종 뉴스에서 다뤄져왔지만, 이를 ‘원룸가족’ ‘홈리스 고독사’ 등의 개념으로 함께 묶어 연속보도를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자부합니다. 취재 관련 조언을 받았던 한국도시연구소, 시흥주거복지센터 등 관련 기관에서는 보도 이후 유사한 사례나 도움 요청을 묻는 연락이 쏟아졌다고 전해왔습니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후속적인 제도개선 등이 이루어진 사정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인권위는 보도 이후 주거권 향상을 위한 제도 개선 권고 방안을 계속해서 논의 중입니다. 노숙인과 쪽방, 고시원 등 비주택 거주자들을 위한 연대 조직인 ‘홈리스주거팀’이 서울시에 최저 주거기준 마련을 요구하는 등 당사자들의 움직임도 이어졌습니다. 제도 개선은 아직 뚜렷한 윤곽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계속되는 점에 이번 연속보도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의 준수여부까지 포함시켜 자체평가해주시기 바랍니다)
언론윤리강령, 인권보도준칙 등을 준수해 취재하고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6.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여부,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외부 지원이나 보도 당사자의 반론 신청, 언론중재위원회의 피신청 사항 등은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43회 전체 총평
제343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에는 현장 기자들의 땀과 노력, 우리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이 담긴 총 10개 부문 66편의 작품이 출품됐다. 엄정한 심사를 거쳐 6편이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번 달 심사에서는 취재보도2부문에서 JTBC, 한국일보, 서울신문 출품작 3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어, 취재보도2부문 신설 후 최다 작품이 수상작으로 선정되는 성과를 냈다.
JTBC의 ‘포항 지열발전소 지진 유발 가능성’은 지진을 유발한 원인을 최초로 보도했고, 2017년 11월15일 포항 지진 발생 이후 1년이 넘는 기간 꾸준히 여러 문제점을 짚었으며, 지난 3월 정부 조사연구단의 발표로 진실로 확인된 보도였다는 점에서 수상작 선정에 이견이 없었다. 지진 발생원인에 대한 초기 보도 이후 끈질기게 관련 내용을 보도하며 지진 발생원인과 지열발전소 사업 추진과정 전반의 문제점을 추적해 왔다는 점도 호평을 받았다. 지진 발생 직후 지열발전소 때문에 지진이 발생했을 수 있다고 지목한 관련 전문가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통해 문제를 본격 제기한 이후 후속 보도를 이어가며 관련 보도를 주도해왔다는 점에서 의제설정과 추적보도의 힘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왔다.
한국일보의 ‘인도네시아 임금체불 한인기업 파문’ 보도는 현지 특파원의 발품과 문제의식이 돋보인 작품이었다. 해당 보도를 계기로 이 문제가 불거졌고, 결국 체불임금 지급이 합의됐다. 자칫 방치했을 경우 한국의 이미지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 긍정적인 방향에서 해결되도록 이끈 계기가 됐다.
서울신문의 ‘한국인 2명 스위스서 안락사’ 관련 보도는 금기시 되어 왔던 ‘죽음’의 문제를 수면 위로, 공론화의 장에 끌어 올린 의미가 주목받았다. 현지 르포, 인터뷰, 설문조사, 전문가 의견 등으로 기획을 탄탄히 구성했고, 보도의 반향도 컸다.
취재보도1부문에선 한겨레신문의 ‘김성태 국회의원 딸 등 KT 특혜 채용 의혹’ 보도가 수상했다. 아직 최종 수사 결과가 나오진 않았지만, 관련 의혹에 대해 끈질기고 다차원적으로 취재함으로써 저널리즘 정신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가 나왔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선 자영업 현안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한겨레신문의 ‘자영업 약탈자들’ 보도가 선정됐다. 기자가 직접 위장취업해 자영업자에 기생해 번성해 가는 ‘창업컨설팅’의 실체를 파헤치는 등 현장 기자의 취재 노력이 특히 돋보였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에 출품된 부산MBC의 ‘‘1급 발암물질’ 소방관서…위기의 소방관’도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발암물질에 소방대원들이 심각하게 노출될 수 있는 소방관서의 문제를 파헤치고, 소방차 디젤 배출가스가 많이 차는 차고지와 소방관서의 구조적 문제를 이슈화함으로써, 소방관의 건강권을 위협할 우려가 높은 소방관서에 대한 실질적 개선책을 이끈 수작으로 평가됐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