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2명 스위스서 안락사’ 탐사보도
서울신문 신융아 기자
안락사를 주제로 기획안을 낸 건 지난해 9월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기획 기사가 나간 직후였습니다. 간병살인에 이어 또다시 죽음이라는 키워드를 꺼내 들기가 참으로 무겁고 막막해 솔직히 외면하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사실 안락사 문제는 간병살인 시리즈의 기획 단계에서 얘기가 나왔지만, 뒤로 미뤘던 주제였습니다. 그러나 기사가 나가고, 이제는 우리 사회에 안락사 논의가 필요하다는 많은 댓글을 보면서 더 이상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안락사에 대한 취재를 시작했고, 스위스에서 안락사를 선택한 2명의 한국인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오랫동안 기사를 쓰지 못했습니다. 이 사실이 화제성 뉴스에 그치지 않고 죽음에 대한 새로운 논의의 장을 여는 계기가 되려면 국내외 임종 실태를 심층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취재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5개월에 걸친 취재는 우리 사회가 어떻게 죽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해 매 순간 고민하고 토론하는 과정이었습니다.
기사가 나간 뒤 많은 독자로부터 공감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간병살인 기사가 내 가족의 문제를 다뤘다면, 존엄사는 나 자신의 문제를 다룬 것이어서 더욱 먹먹했다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안락사를 고민하는 분들로부터 전화와 메일도 받았습니다. 자식에게도 하지 못한 속 얘기를 기자에게 털어놓는 어르신도 있었습니다. 이번 보도가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해 터놓고 대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기사가 나오기까지 믿고 기다려준 회사와 동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음에도 사회적 메시지가 있을 거라며 친구의 안락사 동행 과정을 솔직하게 전해준 케빈에게 고맙습니다. 아픈 몸을 이끌고 스위스까지 가 안락사를 선택한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회차 심사평
제343회 전체 총평
제343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에는 현장 기자들의 땀과 노력, 우리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이 담긴 총 10개 부문 66편의 작품이 출품됐다. 엄정한 심사를 거쳐 6편이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번 달 심사에서는 취재보도2부문에서 JTBC, 한국일보, 서울신문 출품작 3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어, 취재보도2부문 신설 후 최다 작품이 수상작으로 선정되는 성과를 냈다.
JTBC의 ‘포항 지열발전소 지진 유발 가능성’은 지진을 유발한 원인을 최초로 보도했고, 2017년 11월15일 포항 지진 발생 이후 1년이 넘는 기간 꾸준히 여러 문제점을 짚었으며, 지난 3월 정부 조사연구단의 발표로 진실로 확인된 보도였다는 점에서 수상작 선정에 이견이 없었다. 지진 발생원인에 대한 초기 보도 이후 끈질기게 관련 내용을 보도하며 지진 발생원인과 지열발전소 사업 추진과정 전반의 문제점을 추적해 왔다는 점도 호평을 받았다. 지진 발생 직후 지열발전소 때문에 지진이 발생했을 수 있다고 지목한 관련 전문가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통해 문제를 본격 제기한 이후 후속 보도를 이어가며 관련 보도를 주도해왔다는 점에서 의제설정과 추적보도의 힘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왔다.
한국일보의 ‘인도네시아 임금체불 한인기업 파문’ 보도는 현지 특파원의 발품과 문제의식이 돋보인 작품이었다. 해당 보도를 계기로 이 문제가 불거졌고, 결국 체불임금 지급이 합의됐다. 자칫 방치했을 경우 한국의 이미지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 긍정적인 방향에서 해결되도록 이끈 계기가 됐다.
서울신문의 ‘한국인 2명 스위스서 안락사’ 관련 보도는 금기시 되어 왔던 ‘죽음’의 문제를 수면 위로, 공론화의 장에 끌어 올린 의미가 주목받았다. 현지 르포, 인터뷰, 설문조사, 전문가 의견 등으로 기획을 탄탄히 구성했고, 보도의 반향도 컸다.
취재보도1부문에선 한겨레신문의 ‘김성태 국회의원 딸 등 KT 특혜 채용 의혹’ 보도가 수상했다. 아직 최종 수사 결과가 나오진 않았지만, 관련 의혹에 대해 끈질기고 다차원적으로 취재함으로써 저널리즘 정신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가 나왔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선 자영업 현안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한겨레신문의 ‘자영업 약탈자들’ 보도가 선정됐다. 기자가 직접 위장취업해 자영업자에 기생해 번성해 가는 ‘창업컨설팅’의 실체를 파헤치는 등 현장 기자의 취재 노력이 특히 돋보였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에 출품된 부산MBC의 ‘‘1급 발암물질’ 소방관서…위기의 소방관’도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발암물질에 소방대원들이 심각하게 노출될 수 있는 소방관서의 문제를 파헤치고, 소방차 디젤 배출가스가 많이 차는 차고지와 소방관서의 구조적 문제를 이슈화함으로써, 소방관의 건강권을 위협할 우려가 높은 소방관서에 대한 실질적 개선책을 이끈 수작으로 평가됐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