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② 단독기획(V)
지난해 5월 예멘 난민 사태가 불거지고 나서 쭉 관련 기사를 써왔습니다. 그러던 중 불법체류 외국인이 30만여명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무슬림 예멘인 500명 입국을 계기로 2만여명의 난민신청자에 대해 사회적 논란이 빚어졌는데, 그보다 열 배는 넘는 불법체류 외국인 30만여명의 존재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왜 이다지도 적은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취재팀은 외국인 체류 실태와 함께 관련 정책을 주목하기로 했습니다. 인권·호혜적인 차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제도적 관점에서 외국인 정책의 방향성을 따져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동안 많은 매체들이 국내에 불법으로 혹은 합법으로 체류하는 외국인의 삶을 보도해왔지만, 그 과정에서 생겨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 건 제도의 미비가 이유일 것 같았습니다.
취재를 시작한 후 서울중앙지방법원 2층 접수실 앞에서 12살의 방글라데시 소녀를 만났습니다. 안산에 거주하는 소녀의 가족은 흔히 이야기하는 ‘미등록체류자’ 입니다. 비자기간이 만료되자 난민 신청을 했다가 기각당한 상황이었지만 횟수에 제한이 없어 재신청하고 있었습니다. 순간 서울행정법원에서 다루는 사건 중 ‘난민불인정 결정 취소소송’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습니다.
작년 12월부터 3월까지 약 3개월에 걸쳐 법무부·고용노동부·여성가족부·행정안전부·교육부 등 정부 부처내 외국인 관련 정책을 조사하고 제주도와 경기도 안산·부천 등지를 돌며 우리 옆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을 찾아 나섰습니다. 외국인 관련 정책은 10년 전 수준에 머물러 있었고 총괄기구도 없이 제대로 된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 사이 늘어난 외국인들은 신원이나 주거도 파악되지 않은 채 떠돌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삶을 이어가는 상황이었습니다.
'제도적 미비로 외국인이 겪는 어려움이 뭐가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외국인 범죄피해자 편은 기획됐습니다. 외국인 범죄사건에 쏟아지는 과도한 관심과 달리 외국인 범죄피해자 사건은 기사 한 줄 나가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관련 연구와 통계를 찾아보니 현실은 처참했습니다. 외국인 범죄자 통계는 매년 집계하는 반면 외국인 범죄피해자 통계는 없었습니다. 연구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내국인 범죄피해자 연구와 통계는 30여년 가까이 축적됐지만 외국인은 예외였습니다. 전국 59개 범죄피해자센터에 일일이 연락해 사례와 통계를 얻으며 취재를 진척시켜나갔습니다.
취재팀은 불법체류 외국인을 포함해 국내 체류 외국인이 200만명을 넘어섰다는 점, 100여명 밖에 안 되는 불법체류 단속 인력 등 체류관리 인력·예산이 역부족이라는 점, 불법체류 고용으로 인해 한계기업의 존속 등 시장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 외국인 비전문인력이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일하는 방법은 사실상 고용허가제밖에 없다는 점, 국내 일자리를 잠식하지 않는 규모의 외국인 인력이 얼마인지 실태조사가 없다는 점 등에도 주목했습니다. 법무부 공무원들과 학계 전문가, 이주민지원단체, 이주노동자 및 노조 등을 차례로 만나면서 기획안을 구체화했고, 사내 보고 등을 거쳐 기사를 내보내기 시작했습니다. 법무부 단속반과 함께 움직이며 사증면제로 입국한 태국인들이 캐리어 짐도 다 풀지 않은 채 마사지 업소에서 일하고 있는 현장이나 미등록체류자들이 몰래 일하고 있는 건설 현장에도 찾아가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한국말이나 영어 할 줄 아세요?”
취재과정에서 가장 많이 던진 질문입니다. 워낙 다양한 국가에서 온 외국인들이 많다보니 모든 현장에서 일일이 통역사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손짓, 발짓으로 혹은 그림으로 때로는 통역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들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참 많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고용허가제(E-9) 비자로 들어와서 합법적으로 일하고 있으면서도 느끼는 여러 가지 정책상의 아쉬운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또 불법으로 체류하게 된 사연도 각양각색이었습니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느끼고 바라보는 입장에서 정책을 만들어야 실효성이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 이유입니다.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미등록체류자 신분이란 특성 상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막기 위해 익명을 사용했습니다. 다만 고용허가제(E-9)로 입국한 일부 외국인들은 실명을 사용했습니다.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없습니다.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모두 직접 현장 취재했습니다.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없습니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선행보도 또는 타 보도에 관한 표절여부도 체크해 주시기 바랍니다)
-타 매체가 선행보도한 것으로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 수 증가를 보도한 경향신문 ‘다시 쓰는 인구론’과 미등록체류의 문제점을 지적한 중앙일보 ‘몰려드는 불법체류’가 있습니다.
-다만 저희는 제도적 관점에서 종합적인 외국인 문제를 다뤄서 차이가 있습니다. 또 이미 지난해부터 저희도 취재에 착수한 상황이었습니다. 타 매체의 기사를 표절하지 않았습니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후속적인 제도개선 등이 이루어진 사정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① 한국피해자학회 춘계 학술대회 전체 주제 '외국인 범죄피해자'(4월 26일: 대검찰청 진행 예정)
② 검찰청 외국인 범죄피해자 수사 유의사항 및 신고 독려 관련 안내서 작성(4~5월 중)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취재과정에서 만난 외국인들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많이 담았는데, 이 과정에서 동의를 구하고 기자 신분을 밝혀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준수했습니다. 또 단속 현장을 찾아갈 때도 법무부 및 경찰 단속팀에 양해를 구하고 허락을 받은 후 취재를 진행했습니다.
-범죄 피해를 입은 외국인, 학교에 가지 못한 채 하루종일 방안에서 유투브 동영상을 보며 혼자 시간을 보내는 외국인 자녀들 등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정책적으로 수용할 수 없어 주목받지 못한 이들이었습니다. 잔혹한 외국인 범죄 사건을 보며 외국인에 대한 막연한 혐오를 키워갈 때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들은 불안정한 신분 속에 인권을 침해받고 있었습니다.
-예맨 난민 사태가 불거진 후 1년이 지난 제주도에서 불법체류자를 직접 만나 인터뷰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불법체류자들이 주로 어디 모여있는지를 수소문해 듣고 그곳을 직접 다니며 불법체류자들을 만나봐야 했습니다. 다니며 외국인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었지만 하나 같이 불법체류자냐는 질문에 대해선 답하지 않거나 아니라고 부인했습니다. 이들을 만나며 낸 결론은 제주도는 불법체류자로 제주도민과 외국인 간의 사회적 단절이 깊어졌지만 동시에 불법체류자가 없인 지역경기가 돌아가는 것마저 어려워졌다는 것이었습니다.
-3개월 간 취재팀이 발로 뛰어 현장의 문제와 제도적 실태를 파악하는데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외국인과 내국인 모두의 입장을 고려한 대안도 함께 제시한 기획보도라고 평가합니다.
6. 기타 고려사항
-외부의 지원이나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은 없었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43회 전체 총평
제343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에는 현장 기자들의 땀과 노력, 우리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이 담긴 총 10개 부문 66편의 작품이 출품됐다. 엄정한 심사를 거쳐 6편이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번 달 심사에서는 취재보도2부문에서 JTBC, 한국일보, 서울신문 출품작 3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어, 취재보도2부문 신설 후 최다 작품이 수상작으로 선정되는 성과를 냈다.
JTBC의 ‘포항 지열발전소 지진 유발 가능성’은 지진을 유발한 원인을 최초로 보도했고, 2017년 11월15일 포항 지진 발생 이후 1년이 넘는 기간 꾸준히 여러 문제점을 짚었으며, 지난 3월 정부 조사연구단의 발표로 진실로 확인된 보도였다는 점에서 수상작 선정에 이견이 없었다. 지진 발생원인에 대한 초기 보도 이후 끈질기게 관련 내용을 보도하며 지진 발생원인과 지열발전소 사업 추진과정 전반의 문제점을 추적해 왔다는 점도 호평을 받았다. 지진 발생 직후 지열발전소 때문에 지진이 발생했을 수 있다고 지목한 관련 전문가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통해 문제를 본격 제기한 이후 후속 보도를 이어가며 관련 보도를 주도해왔다는 점에서 의제설정과 추적보도의 힘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왔다.
한국일보의 ‘인도네시아 임금체불 한인기업 파문’ 보도는 현지 특파원의 발품과 문제의식이 돋보인 작품이었다. 해당 보도를 계기로 이 문제가 불거졌고, 결국 체불임금 지급이 합의됐다. 자칫 방치했을 경우 한국의 이미지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 긍정적인 방향에서 해결되도록 이끈 계기가 됐다.
서울신문의 ‘한국인 2명 스위스서 안락사’ 관련 보도는 금기시 되어 왔던 ‘죽음’의 문제를 수면 위로, 공론화의 장에 끌어 올린 의미가 주목받았다. 현지 르포, 인터뷰, 설문조사, 전문가 의견 등으로 기획을 탄탄히 구성했고, 보도의 반향도 컸다.
취재보도1부문에선 한겨레신문의 ‘김성태 국회의원 딸 등 KT 특혜 채용 의혹’ 보도가 수상했다. 아직 최종 수사 결과가 나오진 않았지만, 관련 의혹에 대해 끈질기고 다차원적으로 취재함으로써 저널리즘 정신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가 나왔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선 자영업 현안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한겨레신문의 ‘자영업 약탈자들’ 보도가 선정됐다. 기자가 직접 위장취업해 자영업자에 기생해 번성해 가는 ‘창업컨설팅’의 실체를 파헤치는 등 현장 기자의 취재 노력이 특히 돋보였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에 출품된 부산MBC의 ‘‘1급 발암물질’ 소방관서…위기의 소방관’도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발암물질에 소방대원들이 심각하게 노출될 수 있는 소방관서의 문제를 파헤치고, 소방차 디젤 배출가스가 많이 차는 차고지와 소방관서의 구조적 문제를 이슈화함으로써, 소방관의 건강권을 위협할 우려가 높은 소방관서에 대한 실질적 개선책을 이끈 수작으로 평가됐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