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 착수 및 보도제작 경위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 O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O ), ⑤ 기타( )
국내 20위권 기업집단인 효성 그룹이 총수 일가와 관련한 각종 비리사건의 변호사 비용을 회삿돈으로 지급해오고 있으며, 이는 또 다른 범죄라는 정보를 접한 뒤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특히 효성이 지급하는 변호사 비용은 일반적인 액수를 훨씬 초과했습니다. 검찰 고위직 출신의 이른바 ‘전관 변호사’를 집중적으로 선임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보도의 필요성이 더욱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취재팀은 효성 그룹의 내부 자료와 효성이 대형 로펌과 전관 변호사들과 맺은 계약서, 해당 사건의 판결문 등 관련 자료를 확보한 뒤 이를 분석했습니다. 또, 확보한 자료의 사실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계약 당사자인 전관 변호사들을 일일이 방문하거나, 연락해 사실 관계를 체크했습니다. 또, 효성 그룹의 반론을 3주에 걸쳐 충분히 청취하면서 제작을 진행했습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재벌들의 비리가 뉴스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게 되면, 보통 총수 일가는 대형 로펌이나 유명 변호사를 동원해 자신들의 혐의를 적극 방어하곤 합니다. 그 때마다 ‘천문학적 규모의 변호사 비용이 지출됐을 것’이라는 소문이 시중에 돌긴 하지만, 실제 변호사 비용이 얼마인지, 재벌 총수를 변호하는 인문들은 누구인지, 또 변호사 비용의 출처는 어디인지 그 이면의 사실들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이번 SBS 탐사보도는 효성 그룹의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이런 의혹을 어느 정도 해소했다고 생각합니다.
SBS 탐사보도팀은 국세청 세무조사와 공정위 조사 등으로 효성 총수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2013년부터 2018년까지 효성 그룹이 총수 일가의 횡령과 배임, 비자금 혐의를 방어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회삿돈을 변호사 비용으로 지출했는지 구체적인 사용 내역을 확인했습니다. 확인 결과, 검찰 수사 과정에서만 효성 그룹은 회삿돈 약 300억 원을 지출했고, 총수 일가 비리와 직접 관련이 없는 계열사로부터 100억 원의 변호사 비용을 지원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비용의 규모도 규모지만, 변호사 비용의 구체적인 지출 내역과 지출 시점을 보면 더 큰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검찰 총장, 지검장, 특수부 부장 출신 등 검찰의 고위직 출신의 전관 변호사들이 효성의 주로 영입한 인물들이었는데, 검찰의 주요 수사 시점, 특히 총수 일가의 소환 시점이나 영장심사를 전후해 전관 변호사들과의 계약이 집중적으로 몰렸습니다. 2017년 효성家 장남인 조현준 회장의 사건에 동원된 로펌은 17곳, 변호사는 전관 출신을 포함해 모두 11명이었습니다. 단 1년간 사용된 변호사 비용이 무려 84억 원 이었습니다. 효성 그룹은 회사의 경영과 관련한 변론이 포함됐기 때문이라고 반박했지만, 과연 다른 어떤 사건에 이렇게 많은 변호인이 동원된 적이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통상적인 변호사라기보다는 총수의 비리를 끝까지 막아내기 위해 두 겹, 세 겹, 네 겹으로 동원된 일종의 ‘호위무사’라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습니다.
효성이 변호사들과 맺은 수십 건의 계약서 문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더 큰 문제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효성은 검찰 출신의 전관 변호사들과 거액의 ‘법률 자문 계약’을 맺었는데, 이는 통상적인 자문 계약과는 크게 달랐습니다. 수억 원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에 이르는 전관 변호사들의 수임료를 채워주기 위해, 효성이 자문계약이라는 명목으로 맺은 일종의 ‘꼼수 계약’일 가능성이 큽니다. 또, 계약서 가운데는 ‘성공보수’가 명시된 것들도 있었습니다. 한 계약서에는 공정위 조사에서 법인의 고발이 면제되면 5천만 원인 반면, 총수 일가가 면제되면 1억 2천만 원을 성공보수로 지급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는데, 효성이 지출한 천문학적인 변호사 비용의 목적이 회사를 위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총수 일가를 위한 것이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구체적 사례라고 생각됩니다.
SBS 탐사보도팀은 효성의 내부 자료와 계약서를 분석하면서 효성이 전관 변호사뿐 아니라 학계와 정치권 인사들까지 총수 일가 방어를 위해 동원했다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이 역시 모두 회삿돈으로 지출했습니다. 총수 일가의 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재판부에 제출하기 위해 서울 관내 몇몇 로스쿨 교수들에게 의견서를 요청했는데, 의견서 1통에 1500만 원의 비용을 지급했습니다. 이런 비용 지출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는지, 효성은 이 비용을 강의료로 처리했습니다. 물론, 해당 교수들은 효성에서 강의를 한 사실이 없었습니다. 효성은 또 정치권 인사들에게 ‘고문’이라는 자리를 주고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억대의 연봉을 지급했습니다. 급여를 받고도 회사에 거의 출근하지 않았던 이들의 주된 업무는 총수 일가가 국회 증인으로 출석하는 것을 방어하는 것이었습니다.
수사나 재판을 받을 때, 누구나 변호인을 선임해 자신의 권리를 방어하는 것은 기본적인 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만, 이번에 드러난 효성의 사례를 보면 그 범위가 도를 벗어났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효성은 개인 회사가 아니라 일반 주주가 주인인 상장회사입니다. 총수 일가의 비리를 변호하는데 6년간 400억 원이라는 거액의 회삿돈을 사용한 것은 또 다른 범죄입니다. 쉽게 말하면, 총수 일가의 횡령, 배임 혐의를 방어하기 위해 또 다른 횡령을 저질렀다고도 볼 수 있는 심각한 사안입니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효성 그룹이 총수 일가의 변호사 비용을 회삿돈으로 처리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은 타 매체에서 앞서 보도한 바가 있습니다. MBN은 2018년 12월 27일자 <[단독]경찰, 조현준 효성 회장 수사..회삿돈으로 변호사비 지불 정황>이라는 제목의 단독기사를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도 2019년 4월 8일자 <회삿돈으로 오너家 변호사비 대준 혐의, 경찰 효성 前 비서실장 지난주 소환조사>라는 제목으로 경찰 수사 속보성 기사를 썼습니다. 두 매체의 주요 내용은 효성이 조석래 부자의 횡령, 탈세 사건 처리 과정에서 법률 자문료 수십억 원을 회삿돈으로 지출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SBS의 탐사보도는 위의 두 보도와 같은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내용적으로 보면 선행 보도와 큰 차별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찰의 수사 내용을 듣고 보도한 것이 아니라, 효성의 내부 자료와 효성이 전관 변호사와 맺은 구체적인 계약서를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사실 확인 취재를 통해 보다 구체적인 보도를 했습니다. 효성의 내부 ERP 자료를 통해 효성이 13년~18년까지 지출한 변호사 비용을 계산해 400억 원 이라는 구체적인 수치를 밝혀냈고, 효성이 총수 일가를 위해 선임한 검찰 고위직 출신의 전관 변호사들이 누구이고, 언제, 어떤 시점에 계약을 맺었는지를 확인했습니다. 또, 계약서의 문구를 분석해 효성과 전관 변호사들이 맺은 계약이 왜 문제이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함께 짚었습니다. 아울러, 효성이 총수 일가의 비리를 방어하기 위해 대형 로펌과 전관 변호사뿐 아니라 학계와 정치권까지 손을 뻗치면서 총력전에 나선 점까지 보도하면서, 이런 행태가 왜 문제인지를 보도했습니다. 또, 서울 서초동 일대에서 현직으로 일하는 다수의 변호사들을 직접 만나 기존의 사법시스템에 어떤 한계가 있는지 까지 종합적으로 보도했습니다.
SBS 탐사보도 이후 동아일보가 4월 24일자 사회면에서 <조석래 회장 父子 소송비, 회삿돈 유용 수사..경찰 “최대 400억”>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습니다. 또, 참여연대가 SBS 연속보도와 관련해 효성을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참여연대는 효성이 총수 일가의 변호사 비용 400억 원을 회삿돈으로 낸 것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이라고 밝혔습니다. 참여연대는 “대법원 판례는 업무상 횡령죄에 대해 변호사 비용은 법인 비용으로 지출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는데, 이에 대해 MBC, YTN등 주요 방송사와 연합뉴스, 뉴시스, 머니투데이 등 언론사들이 이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SBS 탐사보도팀의 <재벌과 전관> 연속보도는 재벌 오너들의 부도덕성과 함께 법조계의 뿌리 깊은 불신의 주요한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전관’의 문제도 중요하게 다뤘습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SBS 탐사보도로 드러난 전관들의 거액 계약을 거론하면서, 효성의 총수 일가가 수사 과정에서 형사상 특혜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경실련은 전관들이 수사 과정에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면서 효성 비리 사건의 재수사 필요성까지 거론했습니다. SBS 탐사보도는 효성의 전관 변호사 사례를 통해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전관 카르텔’이 작동하고 있으며, 이것이 가장 공정해야 할 사법 분야마저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만들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던졌다고 생각합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 확인여부
내부 윤리사항 등 특이 사항 없습니다.
6. 기타 고려사항
특이 사항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44회 전체 총평
한국기자협회의 제344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 결과 총 6편의 작품이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취재보도 1부문 심사에서 SBS의 <정준영 휴대전화로 드러난 ‘연예계-공권력’ 유착비리>, 조선일보의 <‘고위공직자 재산 추적’ 연속 보도>, SBS의 <인보사, 종양 유발 위험…허가 과정의혹> 등 세 작품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SBS의 <정준영 휴대전화로 드러난 ‘연예계-공권력’ 유착비리>는 휴대전화 속에서 독버섯처럼 퍼져나간 중대한 사회 현안을 선정적이지 않으면서도 집요하게 이슈화했고, 끈질긴 취재를 통한 후속 보도로 사건화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들 일행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국내외 피해 여성을 직접 만나 장시간에 걸쳐 인터뷰를 진행함으로써, 사건의 전모와 심각성을 대중에게 널리 알린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이들의 성폭행 규모와 유형이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판단, 후속 보도를 통해 경찰수사를 이끌어낸 데 대한 심사위원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조선일보의 <‘고위공직자 재산 추적’ 연속 보도>는 심사위원들이 조선일보의 단독보도인지 여부를 놓고 치열한 토론을 벌였고, 최종적으로 조선일보 보도가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재건축 건물에 대한 대출과정과 부동산 투기 축소 신고 등을 집요하게 취재해 고위공직자의 해이한 부동산 보유과정을 낱낱이 파헤쳤다는 점을 평가받아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 보도는 김 전 대변인이 정부가 수많은 부동산 규제를 통해 재건축·재개발 투자를 억제하는 와중에 재개발 건물을 샀다는 점, 부동산 투기 축소 신고와 그 과정에서의 대출 의혹에 관한 후속 기사를 3차례에 걸쳐 연속 보도함으로써 대변인 사퇴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한 점이 수상을 확정짓는 결정타가 됐다. 이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은 타 언론과의 최초 보도시간 등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고, 치열한 취재정신과 후속 보도에 따른 파급 효과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해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SBS의 <인보사, 종양 유발 위험…허가 과정의혹>은 전문성 부족 등에 따른 취약 분야인 제약부문에서 집중적인 추적보도를 펼친 결과, 국내의 취약한 신약 허가과정의 의혹을 파헤쳤다는 점이 인정돼 수상작 선정의 영예를 안았다. 특히 제약분야의 특성상 난해한 전문용어 해석과 신약 개발과정 분석에 따른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신약 검증과정의 허점과 관련 논문의 문제점을 낱낱이 분석하는 등 집요한 취재를 통한 보도가 돋보였다는 호평을 받았다. 특히 의학전문기자를 중심으로 인보사의 성분과 허가 과정에 대한 집중 취재를 시작해, 인보사의 핵심 성분인 ‘293세포’가 종양 유발 가능성 세포라는 사실을 파헤치는 등 끈질긴 후속보도를 한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서는 조현병 환자가 이웃, 주민과의 갈등 속에 벌인 폭력이 살인까지 이어진 사건을 집중적으로 취재보도한 중앙일보의 <‘안인득 어떻게 괴물됐나’…42년 안인득을 따라가 참사 전조 파악>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특히 범인이 이웃 주민 집에 찾아가 오물을 뿌리는 영상을 단독으로 입수해 보도하는 등 그의 평소 기행과 끔찍한 사건을 벌인 범행과정 전반을 집중적으로 파헤침으로써, 조현병 환자가 벌일 수 있는 심각한 범행에 대한 높은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작품으로 평가됐다. 또 매 단계마다 드러난 사회 제도의 미비점을 조목조목 짚는 방향으로 기획 내용의 범위를 넓힌 점도 좋은 평가를 받은 요인이 됐다.
한겨레신문의 <여의도 농부님, 사라진 농부들>은 국회의원의 농지매입 과정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수작이었다는 것이 심사위원들의 일치된 평가였다. 국회의원 재산 공개내역을 통해 파악한 국회의원 소유의 논과 밭을 제보자, 취재원, 조력자 없이 오직 노트북 한 대를 들고 홀로 전국을 돌아 발로 뛰는 현장 취재를 통해 파악해낸 결과라는 점도 호평을 받았다. 특히 중앙언론사의 기자가 전국 각지의 지역 취재현장을 누비며 심층취재를 통해 보도했다는 점이 높이 평가받았다.
지역 취재보도 부문에 출품한 부산일보의 <미군, 부산항 8부두 생화학 실험의혹> 보도는 미국 국방부가 부산항 8부두에서 올해 수백만 달러의 예산을 쏟아부어 생화학 실험이 포함된 이른바 ‘주피터 프로젝트’를 계속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을 미 국방부의 문건을 통해 확인했다는 점이 호평을 받았다. 이 보도는 문건에서 이 프로젝트가 ‘살아있는 매개체’ 실험이 포함돼 있다고 명시된 가운데 미국 내 사막 한가운데서 하는 실험을 부산항 8부두와 같은 인구밀집 지역에서 한다는 것은 매우 큰 문제라는 전문가의 우려도 제기했다. 다만, 이번 보도는 ‘생화학 실험’의 실행 여부를 실체적으로 규명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주한미군 관련 보도의 특수성과 함께 시민들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을 집요하게 취재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아 최종 수상작 결정이 나왔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