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O ),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O ), ⑤ 기타( )
‘200만 원짜리도 조달청을 거치면 550만 원에 팔린다?’
지난 1월 한 소방업계 관계자가 취재진을 찾아왔습니다.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해 물품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세금이 새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각 소방서에서 119구급차를 살 때 내부용 ‘공기살균기’도 함께 구매하는데, 시중에서 판매되는 가격보다 3배 비싸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소방청을 비롯한 공공기관은 반드시 조달청에 등록된 제품만을 구매해야 합니다. 가격 폭리를 막고 거래 투명성을 유지하기 위함입니다.
하지만 특수구급차를 제조하는 A업체는 오히려 시중보다 3배 비싼 가격으로 공기살균기를 판매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119구급차는 응급 상황에 처한 환자들이 이용하는 만큼 철저한 방역 조치가 요구됩니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방역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119구급차 내부에는 시중에서도 판매되는 공기살균기가 설치됩니다.
A업체는 아일랜드 기업 ‘노바이러스(Novaerus)’사가 제조한 공기살균기를 구매해 119구급차 출고 시 옵션 상품으로 함께 판매했습니다. A업체는 조달청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서 구급차를 판매하는 두 곳 중 한 곳이었습니다. 조달청 나라장터에 등록된 구급차 12종 중 9종이 A업체 제품일 만큼 사실상 독과점하는 구조였습니다.
거기에다 노바이러스 공식수입원 중 한 곳은 노바이러스 공기살균기가 국내 119구급차 1200대에 설치돼 있다고 홍보하고 있었습니다.
제보 내용이 사실이라면, 공정한 거래와 시장가격을 형성하고자 만들어진 조달시스템이 오히려 국민 세금으로 특정 업체의 배만 불려주고 있는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취재진은 현장을 찾아 문제의 공기살균기를 직접 확인했습니다. 경기도 남·북부 소방서를 돌아다니며 A업체가 판매한 공기살균기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온라인에서 약 200만 원에 판매되고 있는 바로 그 제품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 보급된 제품들은 이미 550만 원에 판매된 것들이었습니다. 매일 119구급차를 이용하는 소방대원들도 공기살균기의 문제점을 알지 못했습니다. ‘조달청에 올라와 있는 상품이니 믿고 샀다’는 반응이었습니다. 그러나 시중과 조달청의 공기살균기 가격 차이를 직접 확인한 뒤에는 불공정한 시스템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취재진은 문제의 공기살균기를 공식 수입하는 업체 2곳에도 문의했습니다. 550만 원에 판매되는 모델이 시중에서 165만 원, 200만 원에 판매되는 공기살균기보다 고사양 제품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두 업체 모두 성능 차이가 없는 동일한 제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최종적으로 A업체에 물었습니다. 시중가와 차이가 나는 이유에 대해 A업체는 살균기를 구급차에 설치하는 비용이 포함된 가격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취재 내용을 종합해 소방에 납품되는 공기살균기가 시중보다 3배 비싸게 판매되고 있다는 보도를 시작했습니다.
취재진은 의혹 제기에 그치지 않고 제도의 문제점도 들여다봤습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최근 2년간 조달가의 적정성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경기도는 현 조달시스템이 시중품과 조달물품의 규격을 이원화 해 가격비교가 어렵다는 문제를 제기한 바 있습니다. 취재진은 이번 공기살균기 사태에서도 같은 문제가 반복됐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관련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또 정성호 국회의원실의 자료를 참고해 조달청 문제가 시정되지 않고 있다는 내용도 담았습니다.
※영상 콘텐츠
조달가 폭리에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버럭! 200만원짜리가 550만원으로? https://youtu.be/ryCYOHZOu3g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본보 보도 이후 조달청은 즉각 개선책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취재진은 조달청의 대응보다 대책에 주목했습니다. 조달청이 발표한 대책은 이미 수년 전 내놨던 개선안을 답습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취재진은 조달청의 조달가 관리대책 강호방안 발표 이후, 과거 조달시스템의 문제가 불거졌던 2015년과 2017년 조달청이 발표한 보도자료를 찾아 내용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이번 공기살균기 논란으로 내놓은 개선책과 차이가 없었습니다. 곧바로 이를 지적하는 보도를 했습니다. 본보 보도가 조달청의 개선책을 이끌어냈다고 안주했다면 하지 못했을 보도입니다. 언론으로서 문제를 발굴하고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데 집중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이번 사건은 단 두 곳밖에 없는 119구급차 조달업체 중 한 곳이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중요성이 높아지는 공기살균기를 이용해 폭리까지 취한 문제였습니다. 취재진은 특정 업체가 조달시스템을 악용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심층적으로 다뤘습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본보 단독보도를 인용하며 조달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이재명 지사가 본보 보도를 거론한 이후, 주요 중앙지와 통신사, 인터넷언론을 비롯한 수십개 매체에서 이번 공기살균기 조달가 폭리 논란으로 비롯된 현행 조달시스템 문제점을 인용 보도한 바 있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조달청은 본보 보도 이후 하루 만에 A업체의 공기살균기 판매를 중지했습니다. 이어 가격조사에 착수했습니다. A업체 제품을 분석한 조달청은 시중보다 가격이 높게 책정됐다고 밝히며 조달시스템의 허점을 인정했습니다.
아울러 구급차 조달시장에서 문제가 돼왔던 옵션 상품에 대한 전면 재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고, 현재도 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조달청은 최초 보도 5일 만에 재발 방지를 위한 개선책을 내놨습니다. 조달청은 현행 시스템에선 수입 물품, 완제품이 아닌 구성품은 가격정보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조달청 나라장터 물품 가격이 시중과 같거나 낮도록 하는 ‘우대가격 유지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업체의 부당이득은 곧바로 환수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 도입했습니다. 또 가격 공정성이 훼손되는 문제를 근절하고자 ‘조달가격 신고센터’도 신설하기로 했습니다. 지난해 조달사업법이 개정되며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운영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아울러 시중가를 모니터링 하는 ‘민관합동 공공조달가격 모니터링단’도 운영합니다.
-경기도는 조달시스템의 대대적인 개혁을 예고했습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페이스북 등 SNS에서 본보 보도를 직접 인용하며 현 조달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이재명 지사는 ‘중부일보 보도대로 A업체가 부당이득을 취했다면 공공조달시장의 독점 구조가 낳은 폭리이자, 형사고발을 검토해야 할 중대 사안’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경기도는 본보 보도로 조달시장 개혁에 명분이 더해졌다며 조달시스템을 바꾸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해왔습니다.
실제로 본보 보도 이후 경기도는 도내 12개 경제단체를 만나 조달시스템 관련 문제점들을 취합해 개선방안을 도출하기도 했습니다.
-본보가 제기한 ‘조달가 폭리’ 논란은 정치권에도 불을 붙였습니다. 이재명 지사가 조달시스템 개혁을 예고하자,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이 지사를 저격하며 논쟁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윤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불공정한 조달단가는 심각한 문제지만, 조달청의 존속 문제는 중차대한 이슈임에도 이 지사가 정치인 개인의 인기를 위해 남용하고 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에 이 지사는 ‘중부일보가 특정 조달품목에 대한 과도한 폭리를 보도하므로 그 연장선상에서 다시 한번 조달행정 개혁을 주장한 것이며, 국민의 피같은 세금을 부정부패로 낭비하는 행위는 범죄를 넘어선 반국가행위’라고 반박했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소방 현장에서도 모르고 있던 문제를 들춰내 개선안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직접 현장을 다니며 논란의 공기살균기를 찾아내고, 반복돼 온 조달시스템의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려는 보도를 했다는 평입니다. 특히 조달청이 내놓은 개선안에 안주하지 않고 대책의 실효성을 분석하고 지적해 언론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이번 보도에 대해 외부 지원은 없었으며, 언론중재위원회 제소를 비롯한 어떠한 소송도 없었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66회 전체 총평
‘제366회 이달의 기자상’은 총 56편이 응모해 9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특히 취재보도 부문에는 우수한 응모작이 많아 총 4편이 수상작에 뽑혔다.
취재보도1부문에서 <쏘카 비협조 초등생 성폭행 사건>(채널A 사회부 김철중·구자준·박건영·김은지·남영주 기자), <육군 22사단 해안가 뚫렸다…신원 미상자 CCTV 포착>(채널A 외교안보국제부 강은아·황하람 기자), <신현수 靑 민정수석 두 달 만에 사의표명>(CBS 정치부 조은정 기자) 보도가 선정됐다. 채널A의 초등생 성폭행 사건 보도는 맘 카페에 올라온 사연을 흘려보내지 않고 적극적으로 취재한 기자의 노력이 돋보였다. 보도는 공유차량업체와 경찰이 조금 더 면밀하고 신속하게 판단했다면 막을 수 있는 범죄였다는 점과 용의자 검거가 늦어지는 과정에서 드러난 안이한 대응을 고발했다. 시민의 공분을 개인정보보호법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로 이끌어간 점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채널A는 북한 남성이 바다를 통해 이동한 뒤, 해안으로 올라와 배수로를 지나 월남한 문제를 단독 보도해 취재보도 부문에서 두 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되는 쾌거를 올렸다. 군 관련 보도는 정보 접근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자칫 묻힐 수 있는 군의 경계 실패 문제를 고발한 채널A의 보도는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CBS의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의 표명 보도 역시 취재가 어려운 권력의 심층부의 문제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돋보였다. 두 보도는 권력기관을 감시하고 내부의 문제점을 고발해 해당 기관의 발표를 끌어내고 개선을 촉구함으로써 언론 본연의 역할을 수행했다.
취재보도2부문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된 <아동성추행 실형 선고받은 동화작가의 책 출판, 대출 열람 관련>(한겨레신문 디지털콘텐츠부 최우리 기자) 보도는 성범죄를 저질러 실형을 선고받은 동화책 작가의 작품이 판매되고 도서관에 납품되어 대출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보도 이후 출판사가 책을 회수, 반품 조치하고, 서점의 판매 중단을 결정했다. 그동안 책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경우 도서관의 대응은 어느 정도 기준이 있지만, 저자에 대한 법적 판단의 경우 논의가 거의 없었던 상황이었다. 따라서 단발성 아동성추행 사건으로 보도하지 않고 가해자가 쓴 작품에 대한 출판과 유통, 활용에 대해 사회적 논의를 촉발한 한겨레의 문제 제기는 유용하다.
경제보도부문에서는 <월마트선 취급 않는 ‘새끼 오징어’ 이마트선 불법 아니라며 ‘세일 중’ 등 총 16편>(이데일리 소비자생활부 전재욱 기자)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이데일리는 ‘총알 오징어’로 판매되는 새끼 오징어 어획 유통에 초점을 맞춰 대형마트, 홈쇼핑, 이커머스 등의 판매 현황을 보도했다. 기존 새끼 오징어 어획과 유통관련 보도는 현실을 개선하지 못했으나 이데일리는 발로 뛰는 보도로 여러 업체의 판매 중단 약속과 해수부의 점검 강화, 실태조사라는 변화를 이끌어냈다. 심사위원회는 생활밀착형 아이템을 통해 환경을 보호함과 동시에 소비자 리터러시의 효과를 주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했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2년 전부터 기획 부동산을 둘러싼 문제를 꾸준하게 천착한 <기획부동산의 덫>(서울경제신문 사회부 조권형 기자, 정치부 박진용 기자) 보도가 선정됐다. 보도는 부동산 매수자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해서 기획부동산 사기 현실을 보여주는 등 많은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다양한 사기수법과 피해 상황을 다각도로 보여줘서 자신이 사기를 당했다는 것조차 모르는 시민의 구제를 이끌었고,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이 사안으로 국회 입법 추진, 정부 실태조사, 경찰 수사 등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21년간 형을 살고 나온 두 남자의 무죄 주장을 귀 기울여 듣고 꼼꼼하게 기록을 검토하여 해당 이슈를 처음으로 보도했던 일요신문에도 수상의 영광이 돌아갔다. 올해 2월4일 무죄선고를 받은 사건의 시작과 끝을 기록하고 보도한 <낙동강변 살인사건 재심>(일요신문 일요신문i팀 문상현 기자)보도는 재심 청구를 위한 증거수집과 재심 본안 재판 내용, 새 증거가 갖는 의미 등을 기록해 보도했고, 재심법원은 보도를 통해 공개한 새 증거들을 전부 인정했다. 심사위원회는 타사에서도 해당 사안을 다뤘으나, 국가권력으로부터 피해를 당한 피해자의 인권을 위해 첫 보도부터 꾸준하게 해당 사안에 집중한 일요신문의 노력에 높은 평가를 했다.
지역 취재보도부문 <접대 경찰과 청탁금지법, 6개월 추적기>(kbc광주방송 기동탐사부 이상환·고우리 기자, 보도영상부 김형수 기자) 보도는 6개월간의 취재로 경찰의 골프 접대 실체를 드러내고 전남경찰청의 봐주기식 감찰 문제를 바로잡았다. 여기에 또 다른 경찰이 포스코 광양제철소 간부와 술자리를 가졌고, 수십만원의 술값을 제철소 협력사 임원이 계산했음을 고발했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 <“부결 없는 도시계획위원회”..‘아파트 공화국’ 전락한 광주>(광주MBC 취재부 김철원·우종훈 기자, 영상취재부 이정현 기자) 보도는 인구 145만명 광주가 6대 광역시 중 아파트 비율이 가장 높아진 배경에는 도시계획위원회의 거수기 노릇이 있었음을 지적했다. 광주MBC는 시민단체의 문제 제기에 착안해서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20여 년간의 광주시 도시계획위원 명단을 확보, 분석했다. 지역 언론의 존재 이유는 지역의 권력을 철저히 감시하고 그들의 부적절한 유착을 견제하여 지역주민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두 지역 언론의 끈질긴 취재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