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 끈질긴 취재로 폭행 피해자와 만나다.
2018년 12월 14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경찰의 민간인 집단폭행 및 버닝썬 집단폭행’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글쓴이 김상교 씨는 “2018년 11월 24일 토요일 새벽 클럽 버닝썬에서 보안요원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해 경찰에 신고했는데, 오히려 출동한 경찰이 클럽 측 말만 듣고 자신만 체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씨는 “순찰차와 역삼지구대에서 경찰에 폭행까지 당했다”는 믿기 어려운 내용도 적었습니다.
이 사건을 담당한 강남경찰서에 사실 여부를 물었지만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시민을 때리느냐. 문제없다. 인권침해도 없었고, 그 글 때문에 우리도 골치 아프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저희는 일단 “수십번 CCTV를 확인했고, 때린 적 없다”는 경찰의 말을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결국 보배드림 글은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긴 했지만 당시에는 기사화되지 못했습니다.
일단 경찰의 말을 믿기로 했지만, 그래도 의구심이 가시지 않아 12월 21일 김상교씨에게 보배드림 사이트를 통해 쪽지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쪽지를 보낸 지 7일 만인 12월 28일 김상교씨와 만날 수 있었습니다. 마침 김상교씨와 만나는 도중, 김씨가 법원에 청구했던 버닝썬 VIP출입구 CCTV와 순찰차 CCTV 등을 확보했고 현장에서 함께 CCTV 영상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없다”던 경찰의 해명을 믿기엔 석연치 않은 점들이 CCTV 영상에서 다수 발견됐고 저희는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한달 간의 추가 취재와 팩트체크 기간을 거쳐 1월 28일 ‘버닝썬 클럽 폭행사건’ 첫 보도를 냈습니다. 이후 2월 한 달간 버닝썬 내 마약 유통 의혹과 성범죄 피해, 경찰 유착 의혹 등 20여건을 연속으로 MBC가 단독 보도했습니다. 보도 이후 서울지방경찰청에 특별수사팀이 설치되고, 수사 과정에서 MBC의 연속 보도가 사실로 확인됐습니다. 파문이 커지자 결국 버닝썬은 문을 닫았습니다. 그리고 버닝썬 관련자 다수와 그들의 뒷배를 봐준 혐의를 받는 경찰관들이 현재 수사를 받고 있는 등 MBC가 연속 보도한 버닝썬 사건은 현재까지도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 폭행 피해에서 마약으로, 또 성범죄로, 그리고 경찰 유착과 탈세로.
새로운 의제를 설정하며 이어지는 연속 보도.
① 폭행
김상교씨 폭행 피해에 대한 첫 보도가 나간 이후, 각종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가 클럽 ‘버닝썬’과 관련한 단어들로 도배될 만큼 MBC 보도의 후폭풍은 거셌습니다. 그리고 경찰의 석연치 않은 해명과 MBC의 재반박 보도가 잇따르면서 MBC로 수많은 제보가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② 마약과 성범죄
그 중 저희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 바로 “버닝썬에 갔다가 마약에 당한 것 같다”는 피해 여성들의 증언이었습니다. 마약 관련 피해를 호소한 새로운 제보는 하루가 멀다하고 끊임없이 접수됐습니다. 결국 저희는 ‘클럽 버닝썬에서 마약이 유통됐을 수도 있겠다’는 합리적 추론을 하기 시작했고, 곧바로 관련 취재에 들어갔습니다.
MBC는 전직 버닝썬 관련자들의 증언과 목격자 증언, 그리고 그들이 나눈 SNS 등을 토대로 버닝썬 내 마약 유통책으로 의심되는 중국인 여성, 일명 ‘애나’의 존재를 단독 보도했습니다. 그리고 애나 외에도 버닝썬의 수많은 내부자들과 손님들이 마약을 하며 버닝썬을 찾은 여성들에게 성폭력을 가한다는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피해여성들의 절절한 호소가 전파를 탔습니다. MBC의 연속보도로 우리 사회에서 소문으로만 돌았던 약물 성범죄의 실체가 드러났고, 사회적 공론화를 이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힘없는 사람들의 인권이 서울 한복판에서 처참히 유린되고 있는 현장. 그곳은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602번지. 바로 ‘클럽 버닝썬’이었습니다.
③ 경찰 유착
김상교씨 폭행사건부터 마약, 성범죄, 미성년자 출입 등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일관되게 들었던 의심이 있었습니다. 과연 112에 접수된 버닝썬 관련 신고들은 경찰에서 제대로 수사가 이뤄졌을까..
저희 취재팀은 지난해 2월 버닝썬 개업 이후 버닝썬과 관련한 모든 112 신고와 119 신고건을 분석했고, 결국 지난해 7월 7일 발생한 미성년자 출입 신고건에 대한 수사 무마 의혹을 찾아내, 이를 파헤치기 시작했습니다. 끈질긴 취재 내용을 종합한 끝에 강남경찰서 출신 전직 경찰관이 사건 무마에 브로커로 나섰고, 버닝썬에서 경찰로 돈이 흘러간 정황을 파악해 단독 보도했습니다.
MBC의 단독 보도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강남경찰서 전현직 경찰관들을 소환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실제 금품이 오간 정황을 포착해 버닝썬과 경찰 유착 관련 수사를 집중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④ 탈세 의혹
MBC는 경찰 유착만큼이나 클럽 버닝썬의 탈세 취재도 속도를 냈습니다. 그러던 중 클럽 버닝썬의 전직 재무팀 관계자들과 접촉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버닝썬이 문을 연 2018년 2월 23일 당일부터 3월 25일까지 5주치 매출 자료를 토대로 매출 누락시 얼마의 세금을 탈루할 수 있는지 시뮬레이션을 한 내부 자료를 입수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5주치를 넘는 더욱 방대한 추가 자료도 입수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버닝썬은 세무사들을 다수 고용해 조직적으로 이같은 작업을 진행했고, 버닝썬 임원들 또한 자신들의 소득세 탈루를 위해 인센티브를 서류상으로 축소 신고한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버닝썬이 세무서 신고용으로 가격이 낮은 별도의 메뉴판을 운영한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MBC는 오랜 설득 끝에 내부자들과 자료 작성자들을 인터뷰할 수 있었고, 3월 7일 뉴스데스크에 그들의 불법적 탈세 시도를 보도할 계획입니다. (공적서 작성시점은 3월 7일 오후이므로 탈세 관련 뉴스데스크 방송 이전임)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 MBC는 단순 폭행사건 보도에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MBC는 김상교씨가 보배드림에 올린 폭행사건 보도에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폭행에서 시작해 마약과 성범죄, 경찰 유착과 탈세까지. 버닝썬 관련 뉴스의 의제를 끊임없이 설정하기 위해 치열하게 취재했습니다.
그 결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매체들이 MBC의 버닝썬 기사를 받았습니다.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리고 대부분 매체들이 뒤늦게 버닝썬 취재에 뛰어들었습니다. 실제 일부 매체들은 MBC처럼 ‘버닝썬 특별취재팀’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MBC는 버닝썬 관련 선행 단독보도를 한 매체로서, 타 매체와의 차별화를 이루고 선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새로운 의제 설정에 매진했고 오늘까지 오게 됐습니다. MBC가 폭행사건 관련 첫 보도로 얻은 관심과 반향에 취해, 그 자리에 머물렀다면 지금같은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지는 못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 “경찰의 명운을 걸고 철저히 수사하라”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9회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버닝썬 사건을 직접 거론하며 한 말입니다. MBC의 버닝썬 관련 단독 보도가 한 달 넘게 이어지며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자 국무총리까지 나서게 된 겁니다.
이 총리는 “서울 강남구 유흥업소에서 발생한 폭행사건이 마약 유통과 성범죄, 업주와 경찰의 유착 등 여러 의혹을 드러내고 있다”면서 “경찰의 유착 의혹에 대해 경찰의 명운을 걸고 철저히 수사해 의법 처리하기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혹시라도 의혹이 말끔히 해소되지 못한다면, 어떤 사태가 닥쳐올지 비상하게 각오하고 수사에 임하라”고 강조했습니다.
MBC의 초기 보도가 잇따르던 지난 1월 30일, 경찰 역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전담수사팀을 구성했습니다. MBC 단독 보도로 유착 의혹이 수면위로 드러나자 당초 강남경찰서가 수사하던 버닝썬 관련 사건들도 서울 광역수사대로 이관된 상태입니다.
클럽 내 마약 투약이 MBC의 버닝썬 보도로 인해 사실로 드러나면서, 지난 2월 24일 경찰청은 “앞으로 3개월간 전국 마약 수사관 1천여명 등 수사역량을 총동원해 마약류 이용 범죄를 집중단속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마약 단속 관련 경찰 조직 내 부서 간 유기적 협업체계를 구축하고, 범정부 차원의 공조 강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2일에는 여성들이 혜화역에 집결해 약물 이용 성범죄를 규탄하는 첫 집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 연예인 승리와 관련한 가십성 기사를 지양한다.
MBC 기자들이 버닝썬 관련 보도를 하면서 세운 원칙입니다. 버닝썬 사건의 본질은 유명 연예인을 끌어들인 관심몰이가 아닙니다. 본질은 인권에 대한 문제입니다.
폭행 피해자가 가해자로 둔갑되고, 사건이 터질 때마다 경찰이 클럽 측의 말만 듣는 이해하기 어려운 현실은 MBC의 단독 보도로 세상에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약물 성범죄 피해자는 있으나 가해자를 처벌하지 못하는 상황과 그 배후에 버닝썬과 경찰간 돈거래 정황이 있었다는 점, 우리나라의 약물 성범죄에 대한 수사기법이 수십년째 제자리 걸음이라는 점 등이 밝혀졌습니다. 이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후속 조치가 논의 중입니다.
이러한 본질이 유명 연예인과 관련한 가십성 내용으로 가려져선 안 될 것입니다. MBC는 지난 두 달간 이같은 원칙을 지키며 버닝썬 사건을 연속 보도했습니다. 그리고 MBC 보도로 드러난 이른바 ‘약물범죄 카르텔’과 ‘경찰 유착’ 등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취재를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6. 기타 고려사항
## “MBC뉴스가 드디어 돌아왔구나.”
두 달여에 걸친 MBC의 끈질긴 취재와 연속 보도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많은 분들이 응원과 감사의 댓글을 적어주셨고, 보도가 나올때마다 포털사이트 기사에는 수천건에서 많게는 1만건에 육박하는 엄청난 양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대부분 MBC 뉴스가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와줘, 기쁘고 반갑다는 응원의 글이었습니다. 더욱 열심히 하겠습니다.
버닝썬 관련 파문은 지금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습니다. MBC의 보도가 계속되자 지난달 버닝썬 이문호 대표는 "버닝썬 클럽에서의 마약은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제보자들을 고소하겠다”며 엄포를 놨고, 실제로 일부 제보자들을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유포로 형사 고소를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토록 자신만만해 하던 이문호 대표의 모발에서 마약 양성반응이 나오면서, 이 대표는 향후 수사과정에서 피의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처벌을 면하기 어려운 신세가 됐습니다.
버닝썬 취재를 하면서 MBC 기자들은 기자의 본분과 언론의 역할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됐습니다. 경찰과 버닝썬 측이 본질을 흐리기 위해 언론플레이를 일삼을 때마다 안타까움과 분노를 금할 수 없었습니다. 피해자들의 억울함은 외면한 채 수사 대상 인물들의 일방적 주장을 담은 일부 기사들을 보면서 언론의 역할에 대해 더욱 성찰하고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MBC는 앞으로도 버닝썬을 포함한 강남일대 클럽들이 서울 한복판에서 버젓이 자행한 각종 불법, 탈법, 위법 행위들을 끝까지 추적해 보도하겠습니다. 인권이 유린당하고, 법과 질서가 무시되는 현장을 계속 고발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회차 심사평
제342회 전체 총평
한국기자협회의 제342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 결과 7편의 작품이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날 심사에서 토론과 수상 경합이 가장 치열했던 작품은 ‘클럽 버닝썬’ 사건으로 국민들에게 잘 알려진, 강남 유흥업계 추적 내용을 다룬 두 기사였다. MBC 인권사회팀의 <‘클럽 버닝썬’ 폭행, 마약, 성범죄, 경찰유착 등>과 일요시사의 <강남 유흥업계 실체 추적…버닝썬-아레나 강남커넥션>이 모두 호평을 받았고, 두 작품 모두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전자는 자칫 흥미 위주로 흐를 수 있는 중요한 사회 현안을 선정적이지 않고, 안정감 있게 보도하면서 의제화하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영상을 확보함으로써 결정적 터닝포인트를 마련했다는 의견이 많았다. 1보에서 나아가 마약, 성매매, 몰카 파문 등으로 이어진 건 MBC의 공로였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반면 후자는 사건기사에서 1보의 중요성을 잘 보여줬고, MBC보다 한 달가량 먼저 보도하면서도 충실한 취재가 돋보였다는 반론도 만만찮았다. MBC가 지적한 내용들 일부는 이 보도에서 언급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버닝썬과 아레나가 결국 하나’라는 일요시사의 판단이 맞았다는 견해도 있었다.
SBS 시민사회부의 <‘환경부 블랙리스트’ 청와대 개입 의혹 등>은 살아있는 현 정권의 인사문제를 본격 거론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과거 정권의 블랙리스트와 환경부의 블랙리스트 차이점을 잘 분석했고, 일회성 보도가 아니라 단계별로 접근을 했으며, 청와대의 민정라인이 아닌 인사수석실까지 블랙리스트에 관여했다는 점을 부각시킨 것도 돋보였다. 그러나 박근혜 청와대가 비서실장을 중심으로 정권 차원의 리스트를 작성하고 관리하며 대상자를 차별했던 잘못된 관행 및 범법행위와 달리, 청와대의 공무원 임용 관행에 따른 체크리스트의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SBS 스포츠부와 사회부의 <사실로 드러난 ‘컬링 대부’ 김경두 일가 전횡>은 국민들의 깊은 사랑을 받았던 평창동계올림픽 컬링대표팀이 한 가족의 욕심에 의해 좌지우지 됐다는 단독보도를 통해서 국민들의 분노와 대표팀에 대한 높은 관심을 불러일으킨 작품으로 평가됐다. 소문만 전달한 것이 아니라 현장취재도 돋보였고, 처음부터 끝까지 깔끔한 보도를 함으로써 팀킴의 기자회견을 이끌어낸 점도 좋은 점수를 받은 요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SBS 뉴미디어제작부의 <2019 국회 예산회의록 전수분석>도 국회에서 예산 획득 과정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수작이었다는 심사위원들의 평가를 받았다. 연말 예산이 확정되면 그 과정에 대한 보도물이 쏟아지는 가운데, 예결위원들의 터무니없는 대화를 시각화하고, 회의록 분석을 통해 어떻게 회의가 진행되는지 잘 보여줬다는 의견이 많았다. 매년 다뤄온 주제이며, 그렇다고 매번 상을 줄 것이냐는 지적도 있었으나, 이를 언론이 외면한다면 국회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없다는 점이 더 부각됐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 출품한 MBC충북의 <장관님, 의원님의 수상한 연구용역 집중 추적> 보도는 뉴스타파의 보도에 착안해 지역 국회의원들의 연구용역을 더 세밀하게 분석하고, 이 과정에서 엄청난 공을 들였다는 점에서 지역언론의 사명을 충실히 이행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전문보도부문에서는 KBS의 <3.1운동 100주년 특집 ‘3.1운동 만세지도’>가 호평과 함께 높은 점수를 받았다. 독립만세운동 100년이 지나도록 집대성한 지도가 없던 상태에서 KBS만이 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