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② 단독기획( √ )
2018년 가을, <시사IN> 사회팀은 도시 통계 전문가로부터 “서울시에 내국인이 꾸준히 유출되는 지역이 있다”는 정보를 들었습니다. 서울시 영등포구 대림동 일대 인구 통계에서 이 같은 흐름을 확인하고 ‘대림동’이라는 지역을 자세하게 들여다보는 기획을 준비했습니다. 마침 대림2동에 위치한 서울 대동초등학교 신입생 전원이 다문화가정 자녀라는 기사(동아일보 2018년 10월2일자)가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해당 기사는 오보인 것이 확인됐습니다).
“책상에 앉아서 숫자 비교하지 말고 조선족 밀집지역에서 직접 몸으로 한번 겪어보든가. 기자 완장 이런 거 두르지 말고 일반인 취객처럼 한번 돌아다녀봐.“
“기자님이 대림동이나 신풍, 가리봉동 이런 조선족 동네서 살아보시죠. 일주일도 못 살고 도망 나올걸.”
대림동을 다루는 기사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반응입니다. 서울시 영등포구 대림동은 가장 널리 알려진 재한 조선족 집거지역입니다. 막연한 경계와 공포가 뒤엉킨 대표적인 이주민 집거지입니다. 이 지역을 다룬 기사 댓글에는 으레 ‘살아보지도 않고’라는 단서조항이 달립니다.
<시사IN>은 ‘그렇다면 직접 살아보면 어떨까’라는 질문을 떠올렸습니다. 한 달 정도 이 동네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내국인(원주민)과 재한 조선족(이주민)의 삶을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2018년 12월2일부터 2019년 1월2일까지 대림2동에 있는 고시원에 머물며 이곳에 사는 이들의 일상을 밀착 취재했습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 언론사 최초 지역 밀착 체험형 취재
언론사 최초로 취재기자가 한 달 동안 특정 지역 커뮤니티에 거주하며 지역 사람들의 일상을 파고들었습니다. 인류학적 방법론을 활용한 이 취재를 위해 사회팀 김동인 기자는 대림동 고시원에 살며 이 지역 취재원과 신뢰관계를 형성했습니다. ‘라포(rapport)’를 형성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특히 이 지역에 살고 있는 이주민들은 내국인인 기자에 대한 경계심이 상당했습니다. 그러나 “직접 이곳에서 살며 경험하고 있다”라고 설득하면 차츰 경계를 허물었습니다.
재한 조선족을 상대로 영업하는 동네 직업소개소를 돌아다니고, 새벽인력시장에 나갔으며, 지역 이주민 커뮤니티의 각종 송년회에 참석해 지역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일상을 체험했습니다. 무엇보다 당초 기획의 핵심이었던 “살아보니 이렇더라”라고 설명할만한 포인트를 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대림동에는 내국인과 이주민 사이의 갈등과 조화가 동시에 존재했습니다. 이를 가감없이 다루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특히 ‘국가가 설계한 법적 지위 체계가 동네의 풍경과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중점적으로 분석했습니다. 비자 체계에 따라 달라지는 학원 풍경, 주거 환경의 변화, 상가 지역의 변화를 지역민의 관점에서 살펴보았습니다. 한국에 정착한 재한 조선족이 경제적으로 어떻게 분화하며, 세대마다 어떤 갈등 요인을 품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기획이었습니다.
■ 비주얼 스토리텔링 기획 - 사진, 영상, 디지털스토리텔링과 연계한 기획
이번 대림동 기획은 취재 시작 시점부터 사진, 영상, 디지털스토리텔링을 염두에 두고 취재를 진행했습니다. 사진 취재를 전담한 사진팀 신선영 기자도 취재기간 내내 대림동 주민과 어울리며 그들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외부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이준용(한예종 다큐멘터리 전공)씨와 웹디자이너 유원선(스튜디오 벨크로)씨와도 협업해 대림동에 관한 이야기를 독자에게 다채롭게 전달하려 했습니다. 특히 영상과 사진, 글이 함께 어우러진 디지털스토리텔링 특별 페이지(http://daerim.sisain.co.kr)는 독자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 <시사IN> 설 특집 합본호 반통권 기획
이번 기획은 거주 기간(2018년 12월2일 ~ 2019년 1월2일)과 추가 취재기간을 포함해 총 9주를 투입한 장기탐사보도입니다. <시사IN>은 이번 기획을 연재물로 나누어 보도하기보다는 ‘독자를 위한 수준 높은 읽을거리’로 제작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시사IN> 594·595호 설 특집 합본호에 총 35페이지에 걸쳐 ‘우리가 몰랐던 세계, 대림동에서 보낸 서른 번의 밤’을 발간했습니다. 특별 영상과 디지털스토리텔링 특별 페이지도 종이 잡지 발행 시기에 맞추어 공개해 독자들이 다양한 채널을 통해 기사를 접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짧고 빠른 정보가 넘치는 한국 언론 환경에서 <시사IN>의 이 같은 시도는 시대를 정면으로 역행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나 제대로 된 탐사보도 결과물을 읽기 편리하도록 잘 가공해 지적으로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읽을거리를 제공하자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기획을 총괄한 장일호 사회팀장의 지휘 하에 기획팀 전원이 롱폼 저널리즘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 연구와 취재의 콜라보. 도시 빅데이터와 발로 뛰어 수집한 데이터의 조합
기사의 내용을 더욱 탄탄히 구성하기 위해 빅데이터 전문가와 도시사회학 전문가의 도움도 얻었습니다. 도시데이터 분석가 신수현씨의 분석을 빌려 대림동 상권의 특성(‘양꼬치 성지엔 프렌차이즈가 없다’ 기사)을 소개했고, 조선족 출신 현장 연구자인 박우 한성대 교수의 인터뷰를 통해 대림동 지역에서 발생한 경제적 분화 현상을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기획팀은 ‘현장과 통계를 적절하게 조화해 보여주는 방법’도 고민했습니다. 서울시 빅데이터와 각종 인구자료, 출입국 자료를 추출해 인포그래픽 페이지를 따로 구성했습니다. 사회팀 김영화 기자는 이 과정에서 대림2동 재한 조선족 상권 변화를 추적하기 위해 대림2동에 위치한 모든 상점을 직접 찾아가 데이터를 코딩했습니다. 상권 지도 한 페이지를 만들기 위해 수만 보 이상을 걸어야 했습니다. 미술팀 최예린 기자는 이 데이터를 가공해 가장 보기 좋게 구현하는 데 힘을 보탰습니다.
■ 취재 윤리 준수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 여하
- 실명을 언급할 수 있는 취재원은 최대한 실명을 표기하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법적 지위가 불안정한 재한 조선족의 특성 상 본인의 신분이 노출되기를 꺼리는 일부 취재원은 익명을 활용했습니다.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 특정 제보자가 있는 취재가 아닙니다.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 여하
- 지역에 거주하며 직접 취재원과 만나 현장 취재했습니다.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 없습니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단편적으로 대림동 주민을 인터뷰하거나 대림동의 풍경과 범죄율 등을 조망한 기사는 종종 등장했습니다. 그러나 직접 이곳에 1개월 이상 거주하며 재한 조선족 집거지의 일상을 톺아본 기사는 없습니다.
◆ 타 매체의 반향
미디어 관련 매체에서 이번 기획 보도를 자세히 소개했습니다.
<기자협회보> 2월21일 / 한국 속의 작은 중국 ‘빅포레스트’... 대림동 고시원서 한 달 살아보니
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45834
<미디어오늘> 2월6일 / 조선족이 양꼬치에 칭다오 맥주를 마신다고?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46706
4. 사회에 끼친 영향
정책적인 변화가 바로 뒤따르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기사를 읽은 독자들의 반응은 주목할 만합니다. 이번 기획기사를 읽은 독자들은 각자가 살았던, 알고 있던, 모른 척 하고 싶었던 ‘나의 동네이야기’를 기사 감상평과 함께 SNS에 남겼습니다. 일부 독자들은 <시사IN> 기사를 참고해 대림동에 직접 방문한 후기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당장 정책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보다 문화적·인식적 변화를 추동하는 발판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준수했습니다.
재한 조선족 사회를 다룬 언론 보도 가운데 가장 심도 깊고 폭넓게 취재·분석했다고 자부합니다. 도시사회학적인 접근을 통해 특정 지역이 이주민 집거지로 변모하는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한 기획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대림동과 재한 조선족 커뮤니티를 우리 사회가 얼마나 단편적으로 이해하고 있었는지 체감케 한 기획이라 자평합니다. 시사주간지 <시사IN>이라서 가능했던 취재를 <시사IN>이 가장 잘 하는 롱폼 저널리즘을 통해 구현한 대표적인 사례라 생각합니다.
‘공들인 기사를 어떻게 독자에게 전달할 것인가’라는 고민을 언론계에 안긴 것도 중요한 성과입니다. 디지털스토리텔링 프로젝트 페이지는 인터렉티브 요소(입력, 클릭 등)를 최소화 하고 독자가 사진과 기사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2만4000자(웹페이지 기준, 지면은 약 3만6000자)가 넘는 기사를 한 번에 읽을 수 있게 하려면 언론이 어떤 장치를 만들고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보여준 사례였습니다. 언론계에 ‘성공적인 디지털 협업’ 사례를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6.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 없이 <시사IN>이 자체적으로 기획·제작한 기사입니다.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이나 언론중재위원회 피신청사항은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42회 전체 총평
한국기자협회의 제342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 결과 7편의 작품이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날 심사에서 토론과 수상 경합이 가장 치열했던 작품은 ‘클럽 버닝썬’ 사건으로 국민들에게 잘 알려진, 강남 유흥업계 추적 내용을 다룬 두 기사였다. MBC 인권사회팀의 <‘클럽 버닝썬’ 폭행, 마약, 성범죄, 경찰유착 등>과 일요시사의 <강남 유흥업계 실체 추적…버닝썬-아레나 강남커넥션>이 모두 호평을 받았고, 두 작품 모두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전자는 자칫 흥미 위주로 흐를 수 있는 중요한 사회 현안을 선정적이지 않고, 안정감 있게 보도하면서 의제화하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영상을 확보함으로써 결정적 터닝포인트를 마련했다는 의견이 많았다. 1보에서 나아가 마약, 성매매, 몰카 파문 등으로 이어진 건 MBC의 공로였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반면 후자는 사건기사에서 1보의 중요성을 잘 보여줬고, MBC보다 한 달가량 먼저 보도하면서도 충실한 취재가 돋보였다는 반론도 만만찮았다. MBC가 지적한 내용들 일부는 이 보도에서 언급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버닝썬과 아레나가 결국 하나’라는 일요시사의 판단이 맞았다는 견해도 있었다.
SBS 시민사회부의 <‘환경부 블랙리스트’ 청와대 개입 의혹 등>은 살아있는 현 정권의 인사문제를 본격 거론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과거 정권의 블랙리스트와 환경부의 블랙리스트 차이점을 잘 분석했고, 일회성 보도가 아니라 단계별로 접근을 했으며, 청와대의 민정라인이 아닌 인사수석실까지 블랙리스트에 관여했다는 점을 부각시킨 것도 돋보였다. 그러나 박근혜 청와대가 비서실장을 중심으로 정권 차원의 리스트를 작성하고 관리하며 대상자를 차별했던 잘못된 관행 및 범법행위와 달리, 청와대의 공무원 임용 관행에 따른 체크리스트의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SBS 스포츠부와 사회부의 <사실로 드러난 ‘컬링 대부’ 김경두 일가 전횡>은 국민들의 깊은 사랑을 받았던 평창동계올림픽 컬링대표팀이 한 가족의 욕심에 의해 좌지우지 됐다는 단독보도를 통해서 국민들의 분노와 대표팀에 대한 높은 관심을 불러일으킨 작품으로 평가됐다. 소문만 전달한 것이 아니라 현장취재도 돋보였고, 처음부터 끝까지 깔끔한 보도를 함으로써 팀킴의 기자회견을 이끌어낸 점도 좋은 점수를 받은 요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SBS 뉴미디어제작부의 <2019 국회 예산회의록 전수분석>도 국회에서 예산 획득 과정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수작이었다는 심사위원들의 평가를 받았다. 연말 예산이 확정되면 그 과정에 대한 보도물이 쏟아지는 가운데, 예결위원들의 터무니없는 대화를 시각화하고, 회의록 분석을 통해 어떻게 회의가 진행되는지 잘 보여줬다는 의견이 많았다. 매년 다뤄온 주제이며, 그렇다고 매번 상을 줄 것이냐는 지적도 있었으나, 이를 언론이 외면한다면 국회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없다는 점이 더 부각됐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 출품한 MBC충북의 <장관님, 의원님의 수상한 연구용역 집중 추적> 보도는 뉴스타파의 보도에 착안해 지역 국회의원들의 연구용역을 더 세밀하게 분석하고, 이 과정에서 엄청난 공을 들였다는 점에서 지역언론의 사명을 충실히 이행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전문보도부문에서는 KBS의 <3.1운동 100주년 특집 ‘3.1운동 만세지도’>가 호평과 함께 높은 점수를 받았다. 독립만세운동 100년이 지나도록 집대성한 지도가 없던 상태에서 KBS만이 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