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V ),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V ), ⑤ 기타( )
“기자님은 알몸으로 사진을 찍는 회사가 정상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평범했던 36살 노동자의 죽음. 남은 가족들은 지쳐 보였습니다. 4년이 지난 일을 들고 가족들은 방송국을 찾아왔습니다. 직장 내 성추행과 괴롭힘으로 한 청년이 죽었다며,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했습니다. 결론부터 물어봤습니다. 경찰과 검찰의 수사는 어떻게 되었는지, 재판은 어떻게 끝났는지 물었습니다. 답변은 허무했습니다. “수사는 그냥 종결됐고요, 재판은 가지도 못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인터넷에 검색을 해 봤습니다. 노동자의 죽음은 지역 언론은 물론 인터넷에도 단신 한 줄 실리지 않았습니다. 변사사건은 흔히 있는 자살 사건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유족이 수사를 의뢰했지만, 직장에서의 성추행과 괴롭힘 모두 증거불충분이나 공소시효 도과를 이유로 불기소 처분된 상황이었습니다.
통상 이런 식의 제보는 일주일에도 수십 건씩 들어오기 마련이고, 수사기관에서도 증거가 없다며 종결한 사안을 언론사에서 뒤집기란 어렵습니다. 만일 이 상황을 정리해 보고한다면 당장이라도 ‘킬’ 될만한, 소위 말해 ‘얘기가 안 되는’ 제보였습니다. 그럼에도 취재를 착수하게 된 것은 고인의 유족이 건넨 사진 한 장 때문이었습니다. 사진에서 고인은 속옷까지 홀딱 벗은 채, 알몸 상태로, 애써 기괴한 포즈와 미소를 짓고 있었습니다. 다름아닌 세아베스틸 제강1팀 공용 컴퓨터에서 발견된, 회사 야유회 사진이었습니다.
다시, 유족이 물었습니다. “알몸으로 사진을 찍는 회사가 정상이라고 생각하십니까?”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세아베스틸 군산공장 노동자였던 36살 유 모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된 것은 지난 2018년 11월이었습니다. 계약직으로 시작해 정직원이 됐고, 가족을 위해 좋은 집을 지어 함께 살고 싶었던 평범한 청년이었습니다.
하지만 죽음이 이 노동자의 목숨을 가져가는 순간까지 남긴 목소리는 평범하지 않았습니다. 고인은 생을 마감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남겼습니다. 비록 동영상을 방송으로 보도하지는 못했지만, 고인은 회사 직속 상관, 선배, 인사담당 직원에게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다고 울부짖었습니다. 문신 검사를 이유로 옷을 벗게 하고, 나체 사진을 찍어 공용 게시판에 게시하거나, 강제로 뽀뽀 등 추행을 당하고, 성기를 만지는 피해를 당했다며 유서도 남겼습니다.
고인이 남긴 기억을 좇아 가족은 회사에 공식 사건 조사를 요청했습니다. 당시 외부 노무법인의 조사에서 고인이 주장한 사실은 모두 인정됐습니다.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었던 건 동료 직원들의 목격과 증언은 물론, 심지어 자신도 당했다는 동료들의 고백이 결정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수사기관은 증거가 부족하거나, 공소시효가 지났다면서 이들을 처벌하지 않았습니다. 외부 노무법인 조사에서는 사실을 모두 진술했던 동료들이 돌연 태도를 바꿔서 “기억나지 않는다”거나 “고인이 그런 피해를 당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폈기 때문입니다.
취재팀은 전북 군산 현지 취재와 서울 본사 취재, 경찰․검찰․법원은 물론 외부 노무법인과 근로복지공단까지, 고인의 죽음과 관련된 모든 기관을 접촉해 사실의 조각을 완성했습니다. 세아베스틸 내부 진상조사 보고서는 물론 업무상 질병판정서, 변사사건 보고서 등 489페이지에 달하는 기록을 입수해 분석했습니다.
해당 기록에 등장하는 회사 관계자들의 진술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추적했고, 이들을 비롯해 당시 제강팀에 근무했던 직원들을 모두 다시 접촉해, 그 중 취재에 응한 인물들에게 당시 상황을 자세히 캐물었습니다.
취재 결과 이들이 정직 2~3개월 또는 구두 경고 수준의 징계를 마치고 버젓이 회사를 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가해자 개인의 문제까지 미리 막을 수는 없었다”는 사측을 상대로도 조직적 문제와 은폐가 있었던 것이 아닌지 따져 물었습니다. 고인의 사망 당시 “남성 중심의 조직에서 관리자들의 성인지감수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묵살된 정황을 확인해 추가 보도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 유족 보호를 위해 신원을 노출하지 않았으며, 가해자들 녹취의 경우 피의자 인권보호 원칙에 따라 익명 처리했습니다.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 이번 사건으로 처음 만났으며, 사적인 이해관계 일절 없습니다.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 취재기자가 직접 전북 군산공장 등 사건 현장을 방문해 취재했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지난 2018년 벌어진 노동자의 극단 선택이었지만, 타 매체의 보도는 지난 4년간 없었습니다.
MBC의 첫날 보도 이후 3대 통신사는 물론 거의 모든 언론사에서 MBC 보도 내용을 추종 보도했습니다.
특히 첫 보도 다음날 세아베스틸 대표이사가 사퇴하고 공식 사과했다는 내용은 모든 언론사에서 주요 스트레이트 기사로 다뤘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첫 보도 18시간만인 다음날 오후 3시, 세아베스틸 대표이사와 제강담당 이사가 보도 내용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습니다.
세아베스틸은 대표이사 명의의 공식 사과문을 내고, 노동자 유 씨의 죽음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조직의 과오임을 인정하며, 철저한 반성과 쇄신을 통해 조직문화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또, 전 임직원을 화상회의 방식으로 소집하고 MBC의 보도 영상을 시청하도록 한 뒤, 향후 이와 같은 성추행과 괴롭힘이 벌어질 경우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해 즉각 퇴출할 것임을 공지했습니다.
사측은 현재 가해자들에 대한 인사위원회를 다시 소집해 진상규명 및 징계 수위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취재 과정에서 세아베스틸 공식 입장은 물론 가해자들에게도 전화와 문자를 남겨 반론권을 보장했으며, 이들의 반론 또는 해명을 충실히 반영했습니다. 녹취와 기록 등 물증으로 확인되는 사실만을 기사화하는 등 윤리강령을 준수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MBC의 취재 및 보도 내용에 대해 세아베스틸은 모든 사실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 및 재발 방지를 약속했습니다. 관련하여 언론중재위원회 반론․정정보도 요구 등 피신청사항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77회 전체 총평
제377회 이달의 기자상은 총 10개 부문에 52편이 출품돼 이 가운데 6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2022년 1월 출품작들 또한 취재 내용이나 방향 등에서 우수한 작품들이 대거 출품됐고 심사과정에서 경쟁이 치열해 수상작 선정에 어려움을 겪었다.
우선 11편이 출품된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3월9일 제20대 대선을 앞두고 여야 유력 대선후보들에 대한 검증 보도를 한 SBS의 <이재명 후보 배우자 김혜경씨의 공무원 사적 이용 의혹> 보도와 세계일보의 <윤석열 캠프 ‘건진법사’ 고문 활동> 보도 2편이 나란히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SBS 보도는 이재명 후보가 경기도지사 재직 당시 배우자가 공무원을 사적으로 동원했다는 의혹을 보도해 사실 여부를 확인함으로써 대선 정국에 큰 파급력을 불러온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세계일보의 보도는 윤석열 후보 캠프의 무속인 개입 의혹을 단순한 제보에 의존한 것이 아니라 자체적인 첩보를 바탕으로 동영상 발굴 등 적극적 취재를 통해 신빙성 있게 보도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경제보도부문 수상작인 YTN의 <공공재개발 ‘도심복합사업’ 문제점> 보도는 6000장 분량의 등기부 등본 분석 등 방대한 자료조사를 통해 외지인들의 투기 문제를 실증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정책의 허점을 잘 드러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아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8편이 출품된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한겨레신문의 <2천만원짜리 욕망의 기획자들> 보도와 동아일보의 <공존: 그들과 우리가 되려면> 보도 2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한겨레신문의 보도는 위장취업 취재 등을 바탕으로 기획부동산과 그 피해자들의 생생한 실태를 보여줘 저널리즘에 충실한 보도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동아일보의 보도는 안산의 한 초등학교 사례 등을 바탕으로 이주민 문제를 기존 보도와 달리 이주민 아이들의 시선으로 다루는 등 신선한 방식으로 사안에 접근했을 뿐만 아니라, 이주민 문제 자체도 심층적으로 잘 드러냈다는 점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된 전주MBC의 <“의원인가, 업자인가?” 전북지방의회 이해충돌 보고서> 보도는 광범위한 자료조사를 통해 전북지역 15개 광역·기초의회 소속 의원들의 이해충돌 문제를 잘 드러내고 고발한 보도였다. 특히 중앙 언론사들이 신경 쓰기 어려운 지역 정치권 문제에 대한 감시는 지역 언론사들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보도는 앞으로도 계속 격려해야 한다는 심사위원들의 공감대 속에서 수상작으로 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