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⑤ 기타( )
“제가 피해 글을 썼던 동물병원에서 2달간 또 아이들을 죽였습니다”
문제가 된 동물병원은 지역 사회와 온라인 카페 등에서 이름난 곳이었습니다. 동물병원 원장 부부가 내원한 동물들을 대상으로 입원과 수술을 종용하는데, 퇴원한 동물의 상태가 악화되고 병원 측은 책임지지 않는다는 비슷한 피해 사례들이 있었습니다. 피해자들은 인터넷에 피해 사실을 남겼지만 게시글은 병원 측의 요청으로 가려졌습니다. 피해자 10명이 모여 서로 자료를 공유했고, CBS노컷뉴스에 해당 내용을 제보했습니다.
제보 내용에는 경찰 고소장을 포함해 구체적인 증거 자료들이 있었습니다. 해당 지역에 개원한 지 2년밖에 안 된 병원에서 이토록 비슷한 피해 사례들이 속출하는 것이 수상했습니다. 게다가 피해자들은 해당 동물병원 원장이 2000년대 초반부터 각종 논란을 일으켜 지역을 옮겨 다니며 동물병원 개·폐업을 반복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실이라면 문제되는 동물병원을 막지 못하는 제도적 구멍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객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슬개골 탈구 수술을 했지만 수술 흔적이 없다’, ‘중성화 수술 후 술부가 개복돼 괴사됐다’, ‘조직 검사 결과 암이라고 했지만 지방종이었다’
끔찍한 사진과 함께 제각기 다른 피해 사례들을 제보 받았지만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일단 병원에 방문하면 동물을 맡겨두고 가게 한 뒤 치료하고, 동물 상태가 안 좋으면 원장 자택에 데려가 돌봤다는 점이었습니다. 또 희귀암 등 심각한 병명을 댔지만 객관적 검사 결과나 사용한 약물이 쓰여 있는 ‘진료부’는 비공개로 일관했습니다.
피해자 총 12명을 심층 인터뷰하며 병원의 의도가 무엇일지 파악했습니다. 병원은 ‘무료 수술’을 권한 후 수술 과정에서 ‘암’이 발견됐다고 하는 등 기존 병을 핑계로 값비싼 치료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처음에는 호의적인 태도로 대하지만, 결국 돈을 목적으로 한 과잉진료 및 동물학대로 보였습니다.
무엇보다 취재 과정에서 병원에서 발급한 ‘병리 조직 진단 결과 보고서’가 조작된 정황을 포착하면서 과잉진료 및 동물학대 의혹에 한층 더 다가설 수 있었습니다. 동물병원 원장은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남편 수의사의 연구실에 조직 검사를 의뢰한다고 밝혔지만, 해당 보고서의 내용은 인터넷에 검색하면 나오는 사진들로 이뤄져 있었습니다. 무작정 인터넷에서 퍼온 이미지들로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피해자들을 기망하고 있던 셈입니다.
CBS노컷뉴스는 객관성 확보를 위해 지역의 다른 동물병원들을 직접 방문해 문제가 된 동물병원의 치료 방식에 대한 소견을 듣고, 병원장이 사용한다는 약물에 대해 수의대 교수에게 묻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모두 ‘통상적이지 않은 진료 행위’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동물법 전문 변호사 및 동물단체 활동가에게도 동물병원의 이 같은 행위가 어떻게 문제가 되는지 자문을 구했습니다.
예컨대 원장은 일반적으로 마취 전 혈압을 오르게 하는 약물인 ‘아트로핀’을 동물을 진정시키는 용도로 사용한다고 했습니다. 수의대 교수 및 타 병원 수의사들은 원장의 잘못된 약물 설명을 지적했습니다. 같은 지역 수의사는 “진료비용을 받는 것은 진료에 대한 책임을 지는 일인데, 무료로 해준다는 점이 의심스럽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동물병원이 지난 17년 동안 꾸준히 논란에 휩싸였다는 의혹도 검증해야 했습니다. 해당 원장은 2011년 동물병원에서 미용을 받다가 학대로 강아지가 사망한 이른바 ‘딸기 사건’의 당사자였습니다. 딸기 사건 피해자를 접촉해 사실을 확인하고, 당시 수사 결과도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알아냈습니다.
검찰 수사 기록은 공소시효 만료로 폐기됐으나 사건이 무혐의(증거 불충분)로 종결됐으며, 미용을 맡았던 병원 관계자는 수사조차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는 여전히 동물병원에 상주하며 무면허 진료 행위를 한다는 의심을 받았습니다. 이밖에 다른 지역에서 문제가 된 사건들도 각종 인터뷰 과정에서 확인했습니다. 이 모든 내용을 종합해 첫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관련 기사: [단독]병원가면 죽어나온 강아지들…한 동물병원 수상한 '17년'
https://www.nocutnews.co.kr/news/5690942
취재 당시 동물병원장이 과거부터 논란된 사안은 19건, 동물이 죽은 사례는 8건에 달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피해자들이 포털 사이트에 쓴 방문 후기와 인터넷 카페 게시글은 계속해서 사라졌습니다. 동물병원 이용자들의 ‘알권리’가 침해당하고 있었습니다.
칭찬 글만 남아있는 방문 후기 사이트에 어떻게 된 상황인지 문의했습니다. 동물병원 측이 일부 리뷰를 게시 중단 요청했고, 그로 인해 블라인드 조치했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병원은 이러한 행위를 반복해 광고성 리뷰로 포털사의 제재를 받은 적도 있었습니다. 해당 내용을 바탕으로 두 번째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관련 기사: [단독]'학대 의심' 동물병원 피해 리뷰는 사라지고 칭찬만 남아
https://www.nocutnews.co.kr/news/5691712
포털사 방문 후기와 별개로, 피해자들은 동물병원에서 학대 의심 행위가 일어나고 있다며 꾸준히 경찰에 신고하고 시청에 민원을 넣었습니다. 그러나 경찰 수사는 지지부진했고, 시청 또한 권한을 활용해 제대로 점검에 나서지 않았습니다. 병원에서 2년간 피해 사례 10여 건이 나올 동안 경찰과 시청의 대응이 미흡했던 셈입니다.
변호사를 통해 고소장까지 접수했지만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와 시청이 현장 점검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배경을 꼼꼼히 짚었습니다. ‘동물 대상 범죄’이기 때문에 수사팀 배당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고, 시청 공무원들은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이 같은 내용을 지적하는 기사를 추가로 작성했습니다.
※관련 기사: [단독]'동물병원 학대신고' 경찰·시청 손놓은 사이 피해자 속출
https://www.nocutnews.co.kr/news/5692420
취재가 시작된 후에도 동물병원은 여전히 치료 내역이 담긴 진료부 공개를 거부했지만, 수수료를 받고 증상 등을 기재한 진단서는 발급해줬습니다. 그러나 해당 진단서에는 병원의 책임은 쏙 빠지고, ‘보호자의 책임’을 강조하는 문구들이 가득했습니다. 피해자들이 알고 싶어 했던 명확한 치료명, 검사 결과 기록 등은 전무했습니다.
현행법상 동물병원 진료부는 사람 대상 진료 기록과 달리 공개할 의무가 없습니다. 이는 병원 측이 “억울하면 소송하라”는 식으로 응대하는 데 빌미가 됐습니다. 국회에는 관련 수의사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었는데, 수의사협회는 ‘약물 오남용’ 등을 이유로 개정안에 반대했습니다. 반려동물 인구 1천만 시대에 동물병원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병원과 수의사협회 어느 곳도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기사에 담았습니다.
※관련 기사: [단독]'학대' 의혹 동물병원의 진단서엔 '모든 건 보호자 동의'
https://www.nocutnews.co.kr/news/5693249
피해자들이 처음부터 의문시했던 점은 동물병원 원장 부부의 학력이었습니다. 충남 아산이라는 지역의 작은 동물병원임에도 반려동물의 큰 수술을 맡겼던 이유는 원장 부부가 자신들의 ‘서울대’ 학력과 전문성을 강조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과거부터 원장 부부가 실제 서울대를 나오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다른 동물병원 탐문 과정에서도 같은 내용을 들었습니다.
학력을 허위로 부풀리고 소비자들을 기망했다면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복수의 수의사와 서울대 수의대 임상동문회를 통해 원장은 서울대를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또 원장의 남편인 진료 수의사는 사립대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동물병원 진료를 봤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소속 대학에서는 ‘겸직 금지’ 학칙을 위반해 징계절차를 밟고 있었습니다. 이 같은 사실을 정보공개청구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정의당 이은주 의원실 자료를 통해 확인했습니다.
※관련 기사: [단독]'학대 논란' 동물병원 '서울대 수의대' 학력도 부풀려
https://www.nocutnews.co.kr/news/5694589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기자가 직접 모든 현장 취재 과정을 맡았습니다. 피해자 12명, 동물병원 원장 부부, 동물병원 전 직원, 타 동물병원 수의사, 수의대 교수, 경찰, 검찰, 시청, 농림축산식품부를 취재하는 등 다수의 교차 사실 확인을 통해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마주친 모든 취재원, 제보자와 이해관계는 없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타 매체 선행보도는 없었습니다. 동물학대 범죄의 심각성이 나날이 커지는 상황에서 CBS노컷뉴스는 한 동물병원 수의사의 과잉진료 및 학대 의심 행위, 그리고 이를 둘러싼 제도적 미비점을 종합적으로 짚었습니다.
1월 17일 CBS노컷뉴스의 최초 단독 보도 이후 KBS, 메디컬투데이 등에서 방송·보도했습니다.
-죽어 나오는 개, 수상한 동물 병원(KBS 굿모닝 대한민국 라이브)
-아산 동물병원서 ‘과잉진료 및 학대’ 의혹 제기(메디컬투데이)
그밖에 SBS 모닝와이드, 궁금한 이야기 Y에서 CBS노컷뉴스 기사를 보고 취재 요청이 와 방송 제작진과 피해자들을 연결해줬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최초 보도 이후 경찰은 “사건을 신속하고 면밀하게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신고를 받고 조사하지 않거나, 고소장을 접수하고도 사건 배당에 소극적이었던 때와 다른 태도를 보였습니다. 시청 또한 이전에 업무가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하고 “면밀하게 사안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보도 이후 동물단체(동물권단체 케어)에서는 피해 사례들을 정리해 CBS노컷뉴스 기사와 함께 소셜미디어에 올렸습니다. 이외에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기사가 공유되며 ‘동물병원 과잉진료 및 동물학대’ 문제가 공론화됐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이번 CBS노컷뉴스 보도로 17년 넘게 문제됐던 동물병원 원장 부부의 만행이 드러났고 진상을 밝힐 수 있는 수사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반려동물 의료사고의 경우 동물단체들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가운데, 한 동물병원의 문제를 총체적으로 짚음으로써 다른 병원 등 곳곳에서 발생하는 과잉진료 및 동물학대 범죄의 심각성을 환기했습니다.
취재 및 기사 작성 과정에서 언론윤리강령 기준을 준수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은 받지 않았습니다. 보도 당사자인 동물병원 원장 부부가 반론 요청을 했지만 객관적 자료를 보내오지 않았고 언론중재위원회 중재 신청 사실도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77회 전체 총평
제377회 이달의 기자상은 총 10개 부문에 52편이 출품돼 이 가운데 6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2022년 1월 출품작들 또한 취재 내용이나 방향 등에서 우수한 작품들이 대거 출품됐고 심사과정에서 경쟁이 치열해 수상작 선정에 어려움을 겪었다.
우선 11편이 출품된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3월9일 제20대 대선을 앞두고 여야 유력 대선후보들에 대한 검증 보도를 한 SBS의 <이재명 후보 배우자 김혜경씨의 공무원 사적 이용 의혹> 보도와 세계일보의 <윤석열 캠프 ‘건진법사’ 고문 활동> 보도 2편이 나란히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SBS 보도는 이재명 후보가 경기도지사 재직 당시 배우자가 공무원을 사적으로 동원했다는 의혹을 보도해 사실 여부를 확인함으로써 대선 정국에 큰 파급력을 불러온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세계일보의 보도는 윤석열 후보 캠프의 무속인 개입 의혹을 단순한 제보에 의존한 것이 아니라 자체적인 첩보를 바탕으로 동영상 발굴 등 적극적 취재를 통해 신빙성 있게 보도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경제보도부문 수상작인 YTN의 <공공재개발 ‘도심복합사업’ 문제점> 보도는 6000장 분량의 등기부 등본 분석 등 방대한 자료조사를 통해 외지인들의 투기 문제를 실증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정책의 허점을 잘 드러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아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8편이 출품된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한겨레신문의 <2천만원짜리 욕망의 기획자들> 보도와 동아일보의 <공존: 그들과 우리가 되려면> 보도 2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한겨레신문의 보도는 위장취업 취재 등을 바탕으로 기획부동산과 그 피해자들의 생생한 실태를 보여줘 저널리즘에 충실한 보도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동아일보의 보도는 안산의 한 초등학교 사례 등을 바탕으로 이주민 문제를 기존 보도와 달리 이주민 아이들의 시선으로 다루는 등 신선한 방식으로 사안에 접근했을 뿐만 아니라, 이주민 문제 자체도 심층적으로 잘 드러냈다는 점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된 전주MBC의 <“의원인가, 업자인가?” 전북지방의회 이해충돌 보고서> 보도는 광범위한 자료조사를 통해 전북지역 15개 광역·기초의회 소속 의원들의 이해충돌 문제를 잘 드러내고 고발한 보도였다. 특히 중앙 언론사들이 신경 쓰기 어려운 지역 정치권 문제에 대한 감시는 지역 언론사들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보도는 앞으로도 계속 격려해야 한다는 심사위원들의 공감대 속에서 수상작으로 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