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O ), ⑤ 기타( )
2. 보도제작경위
철저하게 잊혀진 죽음
지난해 말, "상견례를 2주 앞둔 예비신랑이 머리에 불이 붙어 까맣게 타들어 간채 전신주에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병원에서 19일을 버티다 끝내 숨졌다"는 믿지 못할 이야기를 유족들로부터 들었습니다. 2만2천9백볼트 특고압에 감전돼 서른 여덟의 나이로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김다운 씨. 그런데, 이미 세상을 떠난지 한 달이나 흐른 뒤였습니다. 분명 이슈가 됐어야 할 죽음인데, 처음 듣는 소식이었습니다. 검색을 해봤지만, 착각이 아니었습니다. 다운 씨의 죽음은 신문 어느 한 귀퉁이에도 실리지 않았고 TV 뉴스에 두세 줄짜리 단신조차 나가지 않았습니다. 사고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도, 고용노동부의 담당 조사관도 언론 보도가 나오지 않아 의아하다고 말했을 정도였습니다. 유가족들은 단순히 개인의 부주의로 인한 사망이 아니고, 한국전력과 하청업체가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아 일어난 인재(人災)라며 억울함을 반드시 풀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김다운의 죽음을 지우려 했던 사람들
구체적인 경위를 취재하자 기가 막힌 일들이 이어졌습니다. 다운 씨가 근무하던 한국전력 하청업체는 처음에는 "안타까운 사고"라고 말하다가, 구체적으로 사고의 경위를 캐묻자,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라며 변명으로 일관했습니다. "이미 끝나가는 일"이라며 오히려 당당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유족들은 사고 이후 연락처를 직접 수소문하고서야 간신히 한전 관계자를 만날 수 있었지만, '하청업체가 자신들의 사전 승인 없이 작업을 했다'며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않고 피해가기만 했습니다.
무관심하고 무책임했던 한국전력, 거짓말까지
MBC 취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후에도 한전은 사고 책임을 좀처럼 인정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비교적 간단한 질문을 해도 항상 뉴스 시간이 닥쳐와서야 이메일로 답변을 보내왔습니다. 그나마도 전기 관련 업무를 하는 전문가들이나 알 법한 전문용어로 가득해, 이해할 수 없는 설명이었습니다. 결국 MBC 취재진이 한전 나주본사까지 찾아가고 나서야, '설명이 불친절했다'는 인정과 함께 답변의 풀이를 일부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석연치 않은 부분이 남았습니다. 하청업체 측이 작성을 도운 다운 씨의 산업재해 신청서에는, 한전 여주지사 직원이 '사고 목격자'로 적혀 있었습니다. MBC는 취재 초기부터 이 직원이 당시 왜 현장에 있었고,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 계속 물어봤습니다.
해당 직원은 사고 뒤 유족을 만났을 때, "'펑' 소리가 나는 걸 듣고 사고 지점으로 달려갔다"고 말했습니다. 한전도 "해당 직원이 사고 당시, 다른 지점에서 다운씨의 작업과는 별개의 작업을 하고 있었다"고 반복적으로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거짓말이었습니다. 알고보니 한전 직원은 사고 현장에서 다운씨를 만나 2~3분간 대화를 나눴고, '작업을 시작하겠다'는 보고를 받은 뒤, 전봇대 밑에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한전측은 취재진이 본사를 찾아갔을 때, 장시간 해명을 하면서도 말하지 않다가, 취재가 계속되자 뒤늦게 실토했습니다.
“13만 5천원짜리 단순 공사”..지켜지지 않은 규정들
다운씨 유족들은 망자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라고 허락하면서, 이 안타까운 죽음이 결코 개인의 책임이 아님을 밝혀 달라고 거듭 부탁했습니다. 한 노동자의 부주의로 인한 죽음으로 오해받지 않도록 해달라는 이야기였습니다.
다운 씨는 절연이 되는 '활선차'를 타지 못했습니다. 일반 트럭을 혼자서 직접 몰고 현장에 갔습니다. 안전줄을 몸에 걸고, 전봇대에 박힌 침을 하나하나 밞아가며 작업 위치까지 올라갔습니다. 2인 1조 작업이 원칙이지만 혼자였습니다. 애초에 사고가 난 작업구역이, 다운 씨 담당도 아니었습니다. 다른 하청업체가 했어야 할 일을 퇴근 직전, 소장의 지시로 혼자 떠맡았던 것이었습니다. 안전관리자도 물론 없었습니다. "13만 5천원짜리 단순 공사"라는 게 이유였습니다. 사람의 목숨을 지켜내기 위한 시스템에 빈틈이 있었고, 그나마 그 시스템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시스템을 따르는 사람들은 안일했습니다. 김다운 씨의 죽음은 그래서 일어난, 다시는 없어야 할 비극이었습니다.
한편, 한전은 아직도 자신들이 ‘원청’이 아닌 '발주처'라고 계속 강조하고 있습니다. 현행법상 하청업체를 직접 관리하는 원청업체는 사망 사고가 나면 처벌을 받습니다. 하지만 작업에 관여하지 않는 '발주처'는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법적 책임을 피하려는 걸로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앞으로 한전이 취할 자세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추적 관찰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 취재원 보호를 위해 신원을 노출하지 않았습니다.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 공적 업무로 만난 취재원으로 사적인 이해관계 일절 없습니다.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 취재진이 직접 사고 현장, 하청업체, 한국전력 본사를 방문해 취재했습니다.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 없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2021년 12월 27일, 인터넷 매체 <세이프타임즈>의 [단독] 한국전력 전기원 '감전사' … 노동부 공사중지명령 '발동' 이라는 선행보도가 있었습니다. 다만 실제 사고 장소가 경기 여주시가 아니라 ‘용인시’로 잘못 나갔고, 한국전력의 안전관리 부재와 관련해서는 구체적으로 보도된 내용이 없었습니다. (현재 인터넷 상에는 2021년 12월 27일 13:03이 기사 승인 날짜로 되어있지만, MBC 취재 이후 유족의 연락을 받고 올해 1월 초 기사 내용이 전반적으로 고쳐졌습니다.) 해당 기사 외에는 주요 방송과 신문사에서 보도된 기사는 없었습니다.
1월 3일 MBC <뉴스데스크> 방송 다음날, KBS가 곧바로 9시 메인뉴스에 추종 보도를 편성했습니다. 일간지의 경우 이튿날 주요 조간 신문에 추종 보도가 실렸습니다. 그리고 닷새간 한겨레(3건), 경향신문 (3건), 매일경제(1건), 한국경제(2건) 등에서 지면 기사가 꾸준히 나갔습니다.
한국전력 정승일 사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사과를 한 1월 9일 이후에는 더 많은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방송사 중에선 KBS와 MBN이 한전의 ‘늦장 사과’를 지적하는 메인 뉴스 리포트를 편성했습니다. 일간지에서는 한겨레(4건), 경향신문(3건), 동아일보(1건), 한국일보(1건), 매일경제(1건), 한국경제(1건) 등이 추가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중앙일보의 경우, 자사 탐사팀 기자의 칼럼에서 보도 내용의 출처를 MBC로 밝히면서 인용하기도 했습니다. ( [시선2035] 말하지 못하는 것 , 1월 17일 26면) 주간지인 시사IN 역시 752호에 특집 기사를 실었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1월 3일 최초로 보도한 기사 3개가 유튜브 조회수 250만회를 넘기면서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고, 보도 다음날 여야 대선후보들이 일제히 애도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페이스북에서 "하청노동자라서 위험에 노출이 없도록, 위험의 외주화가 죽음의 외주화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소규모 사업장과 하청 노동자의 안전대책은 더 강화하고 원청의 하청노동자 관리책임은 더 엄중하게 묻겠다"고 밝혔습니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는 페이스북에서 "매일 노동자들의 부고를 들으며 억장이 무너진다"면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부터 바로잡고 산재 사망 대폭 감축을 명운을 걸고 이뤄내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국민의힘 선대위 황규환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죽음의 외주화가 돼버린 위험의 외주화"라며 "윤석열 후보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원년을 맞아 더는 목숨을 담보로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1월 6일에는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이 "한전 사장과 통화에서 사고가 반복해서 발생하는 데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 한전 사장도 처벌 대상“이라고 경고했다는 사실을 신년 기자회견에서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1월 9일, 사고 발생 66일이자 MBC 최초 보도 6일 만에 한국전력 정승일 사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사과했습니다.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 안전대책도 함께 내놨습니다. 전류가 흐르는 전선을 직접 만지는 '직접활선' 작업을 즉시 퇴출하고, 전기를 끊고 작업하는 정전 후 작업 방식을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또 한전의 모든 전기 공사 현장에 안전담당자를 배치하고 불법하도급을 차단하며, 고 김다운씨처럼 노동자가 직접 전봇대에 올라가는 작업은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더 나아가, 한전의 패러다임을 ‘효율’에서 ‘안전’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전력 발표 3대 주요재해 근절대책>
① 감전:위해요인의 물리적 분리, 직접활선공법 즉시 퇴출, 정전 후 작업 확대 등
② 끼임:전기공사용 특수차량 밀림방지 장치 필수, 기계적 성능인증제도 도입
③ 추락:추락방지장치 설치, 고소작업차 탑승 원칙, 사람이 전주에 오르는 작업 원칙적 금지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취재 과정에서 한국전력과 하청업체 두 군데를 비롯한 이해관계자들과 지속적으로 접촉해 반론권을 보장했습니다. 실제로도 방문취재 또는 전화로 충분한 시간 동안 취재를 했으며, 확인된 내용만 기사에 반영하는 등 윤리강령을 준수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보도 과정, 그리고 보도 이후 한국전력과 하청업체인 화성전력 측의 반론신청 및 언론중재위 피신청은 없었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77회 전체 총평
제377회 이달의 기자상은 총 10개 부문에 52편이 출품돼 이 가운데 6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2022년 1월 출품작들 또한 취재 내용이나 방향 등에서 우수한 작품들이 대거 출품됐고 심사과정에서 경쟁이 치열해 수상작 선정에 어려움을 겪었다.
우선 11편이 출품된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3월9일 제20대 대선을 앞두고 여야 유력 대선후보들에 대한 검증 보도를 한 SBS의 <이재명 후보 배우자 김혜경씨의 공무원 사적 이용 의혹> 보도와 세계일보의 <윤석열 캠프 ‘건진법사’ 고문 활동> 보도 2편이 나란히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SBS 보도는 이재명 후보가 경기도지사 재직 당시 배우자가 공무원을 사적으로 동원했다는 의혹을 보도해 사실 여부를 확인함으로써 대선 정국에 큰 파급력을 불러온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세계일보의 보도는 윤석열 후보 캠프의 무속인 개입 의혹을 단순한 제보에 의존한 것이 아니라 자체적인 첩보를 바탕으로 동영상 발굴 등 적극적 취재를 통해 신빙성 있게 보도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경제보도부문 수상작인 YTN의 <공공재개발 ‘도심복합사업’ 문제점> 보도는 6000장 분량의 등기부 등본 분석 등 방대한 자료조사를 통해 외지인들의 투기 문제를 실증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정책의 허점을 잘 드러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아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8편이 출품된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한겨레신문의 <2천만원짜리 욕망의 기획자들> 보도와 동아일보의 <공존: 그들과 우리가 되려면> 보도 2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한겨레신문의 보도는 위장취업 취재 등을 바탕으로 기획부동산과 그 피해자들의 생생한 실태를 보여줘 저널리즘에 충실한 보도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동아일보의 보도는 안산의 한 초등학교 사례 등을 바탕으로 이주민 문제를 기존 보도와 달리 이주민 아이들의 시선으로 다루는 등 신선한 방식으로 사안에 접근했을 뿐만 아니라, 이주민 문제 자체도 심층적으로 잘 드러냈다는 점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된 전주MBC의 <“의원인가, 업자인가?” 전북지방의회 이해충돌 보고서> 보도는 광범위한 자료조사를 통해 전북지역 15개 광역·기초의회 소속 의원들의 이해충돌 문제를 잘 드러내고 고발한 보도였다. 특히 중앙 언론사들이 신경 쓰기 어려운 지역 정치권 문제에 대한 감시는 지역 언론사들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보도는 앞으로도 계속 격려해야 한다는 심사위원들의 공감대 속에서 수상작으로 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