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6편
윤석열 캠프 ‘건진법사’ 고문 활동 세계일보
윤석열 캠프 ‘건진법사’ 고문 활동
세계일보 김청윤 기자
“무속인인 ‘건진법사’ 전모씨가 윤석열 부부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본지가 복수의 사정기관 관계자들로부터 이 정보를 입수한 것이 벌써 수년 전이다. 이후 전씨가 운영하는 법당의 위치와 사진, 동영상 등을 수소문해 꾸준히 취재 자료를 축적해왔다. 운 좋게 실제 법당에서 윤 후보 부인 김건희씨를 마주친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전씨로부터 직접 윤 후보의 상담 내용을 들은 사람과도 연이 닿았다. 그때만 해도 윤 후보와 전씨의 관계가 사생활의 선을 넘지 않아 기사화할 일이 없기를 바랐다.
충격적인 소식은 윤 후보 캠프에서 들려왔다. 정체 모를 ‘비선실세’가 윤 후보의 일정과 메시지에 개입하고, 인재 영입을 위한 면접도 본다는 것이다. 그가 건진법사 전씨라는 것을 확인한 것은 그로부터 한 달쯤 뒤다. 윤 후보 부부와 친분이 있는 무속인이 공당의 대선후보 캠프에 들어와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은 사적 영역으로 치부할 일이 아니었다. 이미 국민들은 박근혜 정부를 통해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선출된 권력’에 기생할 때 벌어지는 참상을 절감한 바 있다. 하물며 일반인도 아닌 무속인이다. 사실을 알게 된 이상, 기자로서 마땅히 국민에게 알려야 했다.
전면에 나서지 않고 서류상 증거도 없는 전씨를 ‘입증해내기’는 쉽지 않았다. 공익을 위한 보도라고 공감해주신 많은 분의 도움이 있었다. 자극적인 보도로 소비되거나, 기사가 사실 이상으로 과장돼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고민을 거듭했다. 결과적으로 기사에는 취재한 것의 일부만 담았다. 이젠 국민들도 같이 두 눈을 뜨고 감시하고 있다. 아무리 친분이 깊고 멀리할 수 없는 사정이 있더라도, 정확하게 선을 그어야 할 것이다.
대선후보 검증 기사인 만큼 출고되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들이 있었다. 추운 날씨에 함께 고생한 박현준 법조반장과 이희진 기자 등 법조팀에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언제나 응원해주는 편집국 동기·선후배와 출입처 동료들에게도 감사를 드린다. 무엇보다 항상 기사의 첫 독자로서 중심을 잡아주는 내 아내 이하얀에게 영광을 돌린다.
이재명 후보 배우자 김혜경 씨의 공무원 사적 이용 의…
이재명 후보 배우자 김혜경 씨의 공무원 사적 이용 의혹
SBS 안희재 기자
출발점은 전직 공무원 A씨의 제보였습니다. 자신이 이재명 경기도지사 시절 5급 공무원 지시를 받아 김혜경씨를 비롯해 도지사 가족을 위한 사적 심부름에 동원된 당사자라는 겁니다. 이미 야당을 중심으로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시작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직접 공식 석상에서 이를 부인한 상황에서 A씨가 건넨 자료들은 매우 구체적이었습니다. 엄중하다는 대통령 선거 시국, 못 본 척 지나칠 수는 없었습니다. 국민의 선택을 구하는 후보자와 그 가족에 대한 검증은 언론의 책무라고 배웠기 때문입니다.
의혹을 확인해나가는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A씨가 제시한 자료들의 진위를 따지는 건 물론, A씨가 실제 경기도청 비서실에서 근무했는지, 또 제보 경위는 무엇인지 등을 꼼꼼히 파악했습니다. 관련 인물 등을 취재해 A씨 주장에 부합하는 진술도 확보했습니다. 흩어져 있던 팩트 조각은 탄탄하면서도 정제된 형태의 연속 보도로 이어졌습니다. SBS의 첫 보도 직후 “허위사실 유포”라던 배씨가 입장문을 통해 사과하고 이재명 후보는 물론 김혜경씨가 직접 나서 고개를 숙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팩트가 지닌 강한 힘을 새삼 느끼는 과정이자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제보자 A씨의 용기가 결정적이었습니다. 여당 대선 후보와 그 배우자를 둘러싼 의혹을 폭로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그럼에도 세상에 이를 알린 것은 우리 공직 사회의 위선과 그릇된 ‘관행 아닌 관행’이 더 반복돼선 안 된다는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A씨는 지금도 어려움을 겪으며 일상으로의 복귀를 바라고 있습니다. 취재진을 믿고 용기를 낸 A씨에게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A씨에게 더 이상의 불이익이 없길 바랍니다.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실체적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최선을 다해서 협조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것이라 믿습니다. 격려에 힘입어 묵묵히 감시견 역할을 이어나가겠습니다. 끝으로 부장과 팀장, 팀원 모두의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보도였습니다.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공공재개발 ‘도심복합사업’ 문제점 YTN
공공재개발 ‘도심복합사업’ 문제점
YTN 김우준 기자
정확하지 않은 정책은 왜곡을 초래합니다. 장관에게는 임기 내에 한 번 발표하고 안 되면 그만일 수 있는 정책일 수 있지만, 정책에 휘말리는 개인에게는 치명적일 수도 있는 문제입니다. 그게 하물며 부동산처럼 삶에 밀접한 영향을 주는 정책이라면, 더더욱 무게감을 갖고 신중해야 합니다.
“205만 호 아파트 물량을 확보했다.” 가늠할 수조차 없는 엄청난 물량대비 이를 지지하는 근거는 한없이 부실했습니다.
토지 강제 수용이라는 위헌 요소가 다분한 정책이었지만, 제대로 된 설명은 없었습니다.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정책이었기에 더더욱 정밀해야 했지만, 정부는 밀어붙였습니다.
정책 후보지로 지정된 현장은 더욱 심각했습니다. 정밀하지 않은 정책의 여파로 개인의 삶은 뒤틀려있었습니다. 남편의 병원비가 급해 집을 팔고 싶어도 팔지 못한 어르신의 사연을 듣다가 수차례 가슴이 무너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국토부 보도자료에서 찬양 일색이었던 정책이 일부 주민들에게는 삶을 집어삼키는 거대한 덫과 다름없었습니다. 주민들의 목소리를 조명하고, 드러내고 싶었습니다.
전수조사하자. 정면 돌파했습니다. ‘주민들은 주장했습니다.’ ‘일부 단체는 밝혔습니다.’ 식으로 우회하지 않았습니다.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사업지의 등기부 등본을 모두 조사했습니다. 1700여 가구, A4 용지 6000장 분량을 정리하고,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해 주는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발로 뛰며 ‘아이템’을 구했고, 손과 노동으로 기사를 뒷받침하는 ‘팩트’를 마련했습니다. ‘기자가 이렇게 고생했다’ 보다도 문제의 본질을 드러내고자 노력했습니다.
혼자 했다면 부담감에 외면했겠지만 함께 하는 선배들이 있었기에 지치지 않았고, 용기를 냈습니다. 진흙에 덮인 조개를 가져와도 진주로 만들어주시는 이종구 부장, 취재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 치열하게 고민한 강희경 선배, 복잡한 부동산 기사를 쉬운 영상으로 풀어준 김세호, 왕시온 영상취재부 선·후배들께 수상의 영광을 돌립니다.
2천만원짜리 욕망의 기획자들 한겨레신문
2천만원짜리 욕망의 기획자들
한겨레신문 장필수 기자
‘2천만원짜리 욕망의 기획자들’은 가난한 투기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가난과 투기. 함께 묶여서 사용되긴 어려운 두 단어지만, 부동산 시장에서만큼은 달랐습니다. 가난하거나 평범한 사람들마저 투기로 내모는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문제점을 심층적으로 파악하고자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한겨레가 1년여 만에 재신설한 탐사기획팀 ‘더 탐사’는 언론사 최초로 기획부동산에 취업했습니다. 수사기관에 의해 건조하게 전달되는 기존 언론 보도로는 ‘기획부동산은 왜 없어지지 않는지’에 대해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기획부동산 2곳에서 일하며 “믿을 건 땅뿐”이라는 욕망에 사로잡힌 어머니들을 만났습니다.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평생을 모은 돈을 들고 투기판에 뛰어들 만큼 이들이 마지막으로 기댈 곳은 부동산뿐이었습니다.
‘10살 집주인’으로 대표되는 아파트 갭투기의 실태를 포착하고자, 경기 파주시에 있는 아파트 3개 단지 900여 세대의 등기부 등본을 전수조사 했습니다. ‘수도권 아파트 집주인 중 10대는 00명’이라고 요약되는 갭투기 관련 보도는 틈날 때마다 기사화됩니다. 하지만 이들이 왜 자식들의 명의까지 이용해 투기에 나서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한겨레가 어렵게 만난 ‘10살 집주인’의 아버지는 “자녀들은 나처럼 집 걱정 없는 세상에서 살게 하고 싶었다”고 고백했습니다. 노동 소득만으로 집을 살 수 없는 세상. 코로나로 직장을 잃은 아버지가 자녀들을 위해 선택한 길은 아파트 갭투기였습니다.
통계는 이미 말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부동산 자산의 축적 없이는 상위 20% 안에 들기란 불가능합니다. 기획부동산에 뛰어든 어머니, 아파트 갭투기에 나선 아버지가 ‘소득분위별 부동산 점유율’, ‘소득 분위별 부동산 자산 격차’ 등과 같은 통계를 봤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피부로 체감하지 않았을까요. 저 또한 취재 도중 “당신은 답이 있나?”라는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대선을 앞두고 여야 후보들이 부동산 정책을 내놓았습니다. 가난한 투기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후보들의 귀에 들어가 부동산 시장에 유의미한 변화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공존: 그들과 우리가 되려면 동아일보
공존: 그들과 우리가 되려면
동아일보 이새샘 기자
히어로콘텐츠팀은 동아일보가 창간 100주년을 맞아 2020년 5월 출범시킨 조직이다. 동아일보가 쌓아온 역량을 바탕으로 깊이 있는 취재, 참신한 전달방식 등을 통해 ‘이전에 보지 못했던 콘텐츠’를 독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목표다. 취재 기간, 주제, 형식, 무엇에도 제한이 없는, 완전한 자유가 기자들에게 주어진다.
지난해 8월 모인 4기 팀은 경기 안산시 이주민들을 통해 인구절벽 시대 과연 한국이 이주민과 공존할 준비가 돼 있는가를 질문했다. 인구문제는 한국의 미래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로 손꼽히고, 이주정책은 현 상황에서 내놓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다. 하지만 한국이 준비돼 있는가에 대해서는 ‘그렇다’고 답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답을 얻기 위해 5개월에 가까운 시간 동안 100명이 넘는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기자들이 이방인이었다. 마음을 얻고 솔직한 말을 듣기 위해 안산을 거의 매일 오갔다.
디지털 스토리텔링은 4기 팀의 또 다른 과제였다. 인구문제, 이주민, 모두 멀게 느껴질 수 있는 주제였기에 독자들이 몰입할 수 있는 전달방식을 찾는 것이 중요했다. 취재 내내 영상 촬영을 병행했다. 별도의 개발자를 두고 인터랙티브 인포그래픽을 만들고 디지털 페이지를 제작했다. 일러스트, 사진, 영상 등 거의 모든 전달방식이 동원됐다. 여러 요소들을 조화롭게 구현하기 위해 취재기자 외에도 수많은 동아미디어그룹 구성원의 노력이 투입됐다.
다행히 시리즈가 보도된 뒤 기사마다 수천 건의 댓글이 달리는 등 반응이 뜨거웠다. 외국에 사는 독자들은 “우리도 ‘그들’(이주민)이다”라며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개인사를 가감 없이 들려준 취재원들과 기사 하나가 보도되기 위해 수십 명의 손끝이 닿는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준 선후배, 동료들과 함께 받는 상이라고 생각한다. ‘공존’ 시리즈가 앞으로 한국의 인구문제와 이주정책에 작으나마 이정표가 되길 바란다. 앞으로도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은 독자들의 기억에 남는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의원인가, 업자인가?” 전북지방의회 이해충돌 보…
“의원인가, 업자인가?” 전북지방의회 이해충돌 보고서
전주MBC 조수영 기자
“오얏나무에선 갓끈도 고쳐 매지 말라.”
왕조를 상징하는 오얏(李) 아래에선 오해 살만한 행동은 무엇이든 피하라는 속담입니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에선 이 오얏나무가 곳곳에서 자라납니다. 전라북도를 취재권역으로 하는 저희는 전북 지방의원들이 느슨하기만 한 감시망을 틈타 오얏나무 아래에서 벌인 이해충돌 행태를 취재했습니다.
취재로 드러난 의원들의 이해충돌은 노골적이었고 동시에 은밀했습니다. 본인 또는 배우자 업체를 통해 지방자치단체의 공사를 수주하는가 하면, 수억원어치 주식을 들고 버젓이 관련된 의정활동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공무원에게 공사 발주를 서두르고 예산까지 늘리라고 주문한 뒤 가족 업체로 공사를 수주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적발 사례만큼이나 반응도 제각각이었습니다. 새해 벽두부터 이걸 왜 문제 삼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주류였지만, 여태껏 문제인 줄도 몰랐다며 “잘못을 일깨워줘 고맙다(?)”는 감사 인사를 뜻하지 않게 받기도 했습니다.
복잡한 심경을 드러낸 의원도 있었습니다. 자부심 있는 의정활동이 완전히 부정된 기분이었다고 했습니다. 인간적으로 공감해드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하나 고쳐 맨 걸 문제 삼는 보도는 충분히 가혹합니다. 다만 사람의 진의는 맥락에 따라 달리 해석되기 마련입니다.
지역사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 이번 기획의 의도는 ‘첫 단추에 대한 경계’에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불성실한 주의의무로 첫 단추를 잘못 끼웠을 때, 성실한 의정활동마저 이해관계가 뒤엉킨 이기적 행태로 해석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의미 부여를 해봅니다.
지방권력을 견제한다는 점에서 지방의원들과 지역 언론의 이해는 합치됩니다. 청렴한 지역사회를 가꾸는 업무 파트너로서 관계가 진전되길 희망해봅니다. 덧붙여 어느 때보다 장거리를 뛰며 좋은 장면을 신경 써준 베테랑 홍창용 국장, 그리고 기획의 명확한 방향성을 잡아준 선장 정태후 보도편성국장께 감사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