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제보( O )
“해도 너무하더라고. 그냥 복붙 수준이야!”
강원도청의 한 공무원이 제출한 해외연수보고서가 이른바 ‘복붙(복사해서 붙여넣기)’였다는 평가였습니다. 이런 얘기를 접한 건 신정이 막 지날 무렵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같은 민원에 대해 강원도가 이미 자체 조사를 벌여, 표절을 확인했다는 것까지 알아냈습니다. 하지만, 강원도의 조치는 딱 거기까지였습니다. 추가 조사는 없었습니다. 해당 공무원이 받은 불이익은 강원도에서 받은 연수비 7,000만 원 가운데 500만 원을 반납한 게 다였습니다. 그 사건은 그렇게 묻혀가고 있었습니다.
‘그럼, 우리가 해보자!’
강원도는 매년 10억 원씩 들여 20여 명씩 해외연수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코로나19로 국민들은 집 밖에 나가기도 힘든데, 공무원들은 끊임없이 해외연수를 떠나고 있었습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떠난 해외연수가 얼마나 성과가 있었는지, 보고서라도 제대로 썼는지, 검증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 결과, 해외연수는 자녀를 위한 어학연수로 변질돼 있었고, 보고서는 ‘복붙’이 일상화돼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우선, 강원도청 공무원들의 장기해외연수가 정확하게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아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저 10년은 넘지 않았겠느냐는 것이 담당 공무원들의 답변이었습니다. 연수보고서에 대한 검증은 고사하고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해외연수에 대해 제대로 된 기록조차 없었습니다. KBS의 취재를 계기로 과거 연수보고서를 점검하게 됐기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취재진이 확보할 수 있었던 건 강원도청 인터넷 홈페이지 한 구석에 남아 있던 최근 3년치 연수보고서 40개가 전부였습니다.
이 보고서를 살펴본 결과, 전체 40개 가운데 62%인 25개에서 표절률 15% 이상이 확인됐습니다. 최고 표절률은 80%가 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심지어, 각주 번호까지 잘못 베낀 사례도 발견됐습니다. 물론, 강원도는 이런 기본적인 검증조차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다음은 해외연수가 지역발전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이었는지 살펴봤습니다. 연수자들의 보고서 주제와 목적, 국가 등을 분류해 통계를 냈습니다. 이를 통해, 연수지역은 영어권 국가, 연수주제는 ‘관광’이었다는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해외연수의 목적이 정책 개발이 아니라 자녀 교육이었다는 연수자의 고백까지 받아냈습니다.
그리고, 이런 부실한 해외연수의 배경에는 중앙정부의 해외연수와는 달리, 지방자치단체의 해외연수에는 연수자 선발과정부터 사후보고까지 사실상 검증이 전혀 없다는 제도적 한계가 자리하고 있음을 밝혀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른 시도의 상황을 조사했습니다. 전국의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4개 시도만 해외연수보고서를 공개하고 있었습니다. 나머지 시도는 “연수보고서가 있는지 확인해 봐야한다”, “보고 싶으면 정보공개를 청구하라”라고 요구했습니다. 결국, 공개된 보고서를 우선 확인해 봤더니, 울산과 충남 등 다른 시도의 해외연수보고서에서도 표절률 80%에 달하는 보고서들이 어렵지 않게 발견됐습니다. 이러한 내용은 아래와 같은 9편의 기사에 담겼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보고서 한개당 보통 40~50쪽에 이르다 보니, 취재에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우선, 표절검사 시스템을 통해 1차로 표절률 15% 이상 나온 보고서를 추렸습니다. 이어, 문제의 보고서들에 대한 정밀 검증을 실시했습니다. 보고서 1개당 학술자료, 논문 등 최소 100쪽에서 200쪽씩 되는 자료들과 단어 하나하나까지 일일이 비교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자들끼리 확인한 보고서를 맞바꿔, 교차 검증했습니다. 전국 3개 시도의 보고서 60여 개를 검증하는데 꼬박 3주가 걸렸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지난해 11월 시민단체의 조사결과를 토대로 ‘서울시 공무원 국외훈련보고서’에 대한 선행 보도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본 보도처럼 취재진이 직접 보고서의 표절 여부를 조사한 사례는 없었고, 전국 17개 시도 전체를 대상으로 한 조사도 없었습니다. 또, 공무원 국외연수의 구조적 문제까지 지적한 보도도 없었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 본 보도 이후, 강원도는 남아 있는 해외 연수보고서 전체에 대한 표절 검사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연수비 환수 등 추가 조치를 약속했습니다. 강원도청 개청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 부산과 충남, 경남에서도 보고서 제출 전 표절률 검사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 행정안전부도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선, 광역시도 보고서 공개 여부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또, 지방공무원 교육훈련 지침도 개정해 표절을 막겠다고 약속해 내놨습니다.
- 본 보도의 인터넷판 기사에는 수백 개씩 댓글이 달렸습니다. 일반 시청자들은 시군 단위까지 조사를 확대해 달라며 후속 보도를, 현직 공무원들은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 확인여부
- 방송사 최초로 공무원들의 해외연수보고서 표절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그동안 숨겨져 있던 공직사회의 도덕적 불감증의 한 단면을 적나라하게 고발했습니다. 막대한 인력과 시간이 필요한 일이지만 담당기자들이 밤잠을 설쳐가며 노력한 결과물이었습니다.
- 언론 보도로서의 완성도도 갖췄습니다. 단순한 보고서 표절률 조사에 그치지 않고, 이런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던 공직사회의 부조리까지 진단해 냈습니다. 그리고, 각 지방자치단체와 행정안전부의 후속조치까지 이끌어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보도 당사자의 반론 신청이나 언론중재위원회의 피신청 사항은 없었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77회 전체 총평
제377회 이달의 기자상은 총 10개 부문에 52편이 출품돼 이 가운데 6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2022년 1월 출품작들 또한 취재 내용이나 방향 등에서 우수한 작품들이 대거 출품됐고 심사과정에서 경쟁이 치열해 수상작 선정에 어려움을 겪었다.
우선 11편이 출품된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3월9일 제20대 대선을 앞두고 여야 유력 대선후보들에 대한 검증 보도를 한 SBS의 <이재명 후보 배우자 김혜경씨의 공무원 사적 이용 의혹> 보도와 세계일보의 <윤석열 캠프 ‘건진법사’ 고문 활동> 보도 2편이 나란히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SBS 보도는 이재명 후보가 경기도지사 재직 당시 배우자가 공무원을 사적으로 동원했다는 의혹을 보도해 사실 여부를 확인함으로써 대선 정국에 큰 파급력을 불러온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세계일보의 보도는 윤석열 후보 캠프의 무속인 개입 의혹을 단순한 제보에 의존한 것이 아니라 자체적인 첩보를 바탕으로 동영상 발굴 등 적극적 취재를 통해 신빙성 있게 보도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경제보도부문 수상작인 YTN의 <공공재개발 ‘도심복합사업’ 문제점> 보도는 6000장 분량의 등기부 등본 분석 등 방대한 자료조사를 통해 외지인들의 투기 문제를 실증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정책의 허점을 잘 드러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아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8편이 출품된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한겨레신문의 <2천만원짜리 욕망의 기획자들> 보도와 동아일보의 <공존: 그들과 우리가 되려면> 보도 2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한겨레신문의 보도는 위장취업 취재 등을 바탕으로 기획부동산과 그 피해자들의 생생한 실태를 보여줘 저널리즘에 충실한 보도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동아일보의 보도는 안산의 한 초등학교 사례 등을 바탕으로 이주민 문제를 기존 보도와 달리 이주민 아이들의 시선으로 다루는 등 신선한 방식으로 사안에 접근했을 뿐만 아니라, 이주민 문제 자체도 심층적으로 잘 드러냈다는 점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된 전주MBC의 <“의원인가, 업자인가?” 전북지방의회 이해충돌 보고서> 보도는 광범위한 자료조사를 통해 전북지역 15개 광역·기초의회 소속 의원들의 이해충돌 문제를 잘 드러내고 고발한 보도였다. 특히 중앙 언론사들이 신경 쓰기 어려운 지역 정치권 문제에 대한 감시는 지역 언론사들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보도는 앞으로도 계속 격려해야 한다는 심사위원들의 공감대 속에서 수상작으로 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