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O ),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취재는 우연찮게 본 사진 한 장에서 출발했습니다. 지게차가 1톤 마대를 뜨고 있는 사진. 마대를 확대해보니 내용물은 제설제였습니다. 공터에는 1톤 마대에 담긴 제설제가 산처럼 쌓여있었습니다. 의문은 명료했습니다. “저래도 되나?”
겨울이면 강원도는 설국입니다. 푹푹 내리는 눈만큼 도로에 수천 톤씩 뿌려지는 게 바로 제설제입니다. 제설제는 차량의 장비로 살포하고, 골고루 뿌려야하기 때문에 뭉치거나 굳어선 안 됩니다.
제설제 보관 유의사항도 간단합니다. 건조한 실내 보관. 습기에 취약한 제설제는 야외에 보관하면 보름 만에 굳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뿌려지는 제설제의 양만큼, 들어가는 예산도 푼돈이 아닐 게 분명했습니다.
주저할 틈도 없이 제설제 보관 현장을 돌아보고, 구매계약 전반을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 눈비에 젖고, 굳어서 버려지는 제설제
춘천과 홍천, 속초 등의 제설제 보관 창고를 찾아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수백 수천 톤의 제설제가 공터에 덩그러니 쌓여있었습니다. 포장 찢어져서 방치되고, 굳어서 버려지는 제설제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앞으로 버려질 제설제가 차고 넘친다는 것이었습니다. 폭설에 젖는 제설제 마대는 현장 카메라에 그대로 포착됐고, 제설제 쌓아두라고 지은 창고를 직원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실태도 그대로 방송으로 송출됐습니다.
■ 제설제 계약, 특정업체에 몰린다
행정의 무신경은 제설제 계약과정에서도 드러났습니다. 강원도 18개 시군의 계약정보공개 시스템과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자치단체의 5년치 제설제 구매내역을 살펴봤습니다. 해마다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이 투입되는 제설제 계약을 특정업체가 대부분 가져가는 구조였습니다. 지역 업체라는 이유로, 전임자가 계약해온 업체라는 변명으로, 계약은 한 업체에 몰리고 있었습니다.
■ 알고 보니 다른 업체 제설제로 납품?
어떤 업체길래 제설제 예산을 독식하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산더미처럼 쌓인 제설제의 상표를 살핀 것도 그 때문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치단체가 구매하지도 않은 제설제가 수백 톤 납품됐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포장재만 다른 업체 것을 썼다는 업체의 말을 철썩 같이 믿고 있는 자치단체도 있었고, 아예 어떤 제품이 납품됐는지 모르고 있는 자치단체도 있었습니다.
■ 계약서 없이 제설제 수백 톤 구매
심지어 속초시는 계약서도 안 쓰고 구두로 제설제 700톤을 납품받은 사실도 취재 과정에서 드러났습니다. 지방계약법 14조 위반입니다. 하지만 이럴 때면 단골 해명이 또 한 번 등장합니다. “급한 데 어떡합니까.” “다른 데도 똑같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지난해 성탄절 폭설이 내린 동해안 시군의 상황을 추가 취재했습니다. 폭설이라는 재난상황에 대비해 제설제를 미리 비축하고, 전부 기본적인 계약절차를 준수했습니다. 자치단체의 궁색한 변명은 보도 이후 지역사회의 공분을 일으켰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자치단체의 공식 입장은 제설 업무를 총괄하는 관리자를 통해 받았습니다. 취재 목적을 설명하고, 구체적인 답변을 요청했지만, 돌아온 건 ‘책임 회피’였습니다. 조달청의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을 통해 제설제를 구매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상은 수의계약 금액 제한이 없는 ‘우수조달물품’ 보유 업체를 찾아 계약을 몰아주고, 다른 업체 제품을 받고도 검수하지 않고, 창고를 놔두고도 공터에 방치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행정편의주의가 관리자 개인의 문제로 치부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기사에서 취재원은 익명 처리했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제설제 관리가 엉망이라는 일회성 보도는 종종 있었습니다. 하지만 자치단체가 해마다 수천 톤을 소비하는 제설제를 어떻게 구매하고, 검수하고, 관리하는지 총체적으로 다룬 보도는 여태 없었습니다. 제설제 계약과정 전반을 톺아본 연속보도였기 때문에 타 매체의 인용보도는 없었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보도 직후 가장 먼저 분노한 건 지역 주민이었습니다. SNS에서 기사를 공유하고 댓글로 의견을 개진했습니다. ‘행정의 직무유기’라는 비판이 주를 이뤘습니다. 자치단체는 곧바로 제설제 구매관리 실태에 대한 자체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지방의회에선 집행부를 상대로 자료 제출과 관리자의 설명과 해명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중이 제 머리 못 깎듯, 외부 기관의 감사가 시급했습니다. 일부 시의회에서는 자치단체가 조달청 신고를 통해, 조달청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습니다. 최근 강원도 감사위원회는 사상 처음으로 도내 18개 시군의 제설제 구매관리 실태를 조사하기로 했습니다. G1에서도 후속보도를 이어나갈 계획입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의 준수여부까지 포함시켜 자체평가해주시기 바랍니다)
눈이 곧 재난인 강원도에서 제설제는 필수재에 가깝습니다. 수십 년간 제설제가 얼마나 도로에 뿌려지고 얼마나 버려졌는지 확인할 수 없지만, 앞으로는 공명정대하고 엄격하게 제설제가 관리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1월 24일부터 G1뉴스에서 한 주간 보도한 리포트 3개와 기자출연 1개, 속보 단신 1개는 비교적 짧은 호흡의 연속보도였지만, 자치단체가 예산을 집행하고 물품을 구매관리하는 데 있어서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일으키기엔 충분했다고 자평합니다. 취재과정에서 언론윤리강령 역시 준수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여부,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77회 전체 총평
제377회 이달의 기자상은 총 10개 부문에 52편이 출품돼 이 가운데 6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2022년 1월 출품작들 또한 취재 내용이나 방향 등에서 우수한 작품들이 대거 출품됐고 심사과정에서 경쟁이 치열해 수상작 선정에 어려움을 겪었다.
우선 11편이 출품된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3월9일 제20대 대선을 앞두고 여야 유력 대선후보들에 대한 검증 보도를 한 SBS의 <이재명 후보 배우자 김혜경씨의 공무원 사적 이용 의혹> 보도와 세계일보의 <윤석열 캠프 ‘건진법사’ 고문 활동> 보도 2편이 나란히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SBS 보도는 이재명 후보가 경기도지사 재직 당시 배우자가 공무원을 사적으로 동원했다는 의혹을 보도해 사실 여부를 확인함으로써 대선 정국에 큰 파급력을 불러온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세계일보의 보도는 윤석열 후보 캠프의 무속인 개입 의혹을 단순한 제보에 의존한 것이 아니라 자체적인 첩보를 바탕으로 동영상 발굴 등 적극적 취재를 통해 신빙성 있게 보도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경제보도부문 수상작인 YTN의 <공공재개발 ‘도심복합사업’ 문제점> 보도는 6000장 분량의 등기부 등본 분석 등 방대한 자료조사를 통해 외지인들의 투기 문제를 실증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정책의 허점을 잘 드러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아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8편이 출품된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한겨레신문의 <2천만원짜리 욕망의 기획자들> 보도와 동아일보의 <공존: 그들과 우리가 되려면> 보도 2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한겨레신문의 보도는 위장취업 취재 등을 바탕으로 기획부동산과 그 피해자들의 생생한 실태를 보여줘 저널리즘에 충실한 보도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동아일보의 보도는 안산의 한 초등학교 사례 등을 바탕으로 이주민 문제를 기존 보도와 달리 이주민 아이들의 시선으로 다루는 등 신선한 방식으로 사안에 접근했을 뿐만 아니라, 이주민 문제 자체도 심층적으로 잘 드러냈다는 점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된 전주MBC의 <“의원인가, 업자인가?” 전북지방의회 이해충돌 보고서> 보도는 광범위한 자료조사를 통해 전북지역 15개 광역·기초의회 소속 의원들의 이해충돌 문제를 잘 드러내고 고발한 보도였다. 특히 중앙 언론사들이 신경 쓰기 어려운 지역 정치권 문제에 대한 감시는 지역 언론사들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보도는 앞으로도 계속 격려해야 한다는 심사위원들의 공감대 속에서 수상작으로 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