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0 ),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한국 웹툰을 일본어로 번역해 권위 있는 상을 받은 일본인 수상자가 한국말을 못한다니 이상했습니다. 상을 주관한 한국문학번역원은 문화일보의 수상자 인터뷰 요청에 “일본어로 직접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당황했으나 외국어를 잘 읽어도 말이 서툰 경우는 종종 있기에 수상자의 실력을 의심하지는 않았습니다. 당초 취재의 목적 역시 AI 번역은 아니었습니다. 한국문학번역상이 웹툰 분야를 신설한 것에 주목했고, K-콘텐츠로서 웹툰의 가능성에 대해 쓰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수상자 마쓰스에 유키코 씨가 “한국어를 막 배우기 시작했다. 번역은 ‘파파고’를 사용했다”고 고백하면서 예상치 못한 새로운 문이 열렸습니다. 취재 방향이 완전히 바뀌는 순간이었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심사 과정에 실수가 있었던 걸까. AI로 번역한 응모자는 정당하지 못한 걸까. 지금 번역계는 AI를 어디까지 수용하고 있을까 등 많은 생각이 스쳤지만 일단 인터뷰 동안은, ‘어떻게’ 에 집중했습니다. 마쓰스에 씨는 자신이 한국어 초심자인 것과 번역기를 사용한 것을 신경쓰고 있었습니다. "규정 위반은 아닐까"라고도 했고, 인터뷰 전에 써 온 손편지도 주었습니다. 한국어로 쓴 편지는 파파고로 작문한 뒤 따라 쓴 것인데, 내용은 진솔했습니다. 자신은 오카야마현에 사는 평범한 40대 주부이고, 재일교포 친구의 권유로 번역에 도전했다, 한국어를 못하는 자신을 보고 다른 수상자들이 웃었다 등. 그렇지만 상을 받아 기쁘고,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해 보겠다는 의지도 보였습니다.
번역 과정을 상세히 물었습니다. 그는 우선 스마트폰으로 만화 전체를 읽습니다. 파파고의 이미지 번역 기능을 사용해 내용을 파악한 것입니다. 이때 자동 변환된 일본어를 컴퓨터에 입력한 후, 다시 개별 단어를 찾아가며 꼼꼼히 번역합니다. 그리고 가독성을 고려하며 리라이팅 합니다. 그는 한국 웹툰을 본 적이 거의 없지만 일본만화 ‘도라에몽’의 팬이라 만화적 문법에 익숙하다고 했습니다. 그림만 봐도 작품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고 ‘말맛’을 살린 일본어 리라이팅이 크게 어렵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전통적으로 번역은 해당 언어에 전문성을 지닌 사람의 일로 여겨졌기에, 마쓰스에 씨의 수상이 처음에는 놀라웠습니다. 그러나 번역 과정을 들으니 점점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AI 시대 번역이란 무엇일까. 번역가는 미래에 가장 먼저 없어질 직업으로 자주 거론되는데, 그게 이미 코 앞에 다가 온 것 같았습니다. AI 발달로 우리가 알던 상식이 변하고, 번역과 외국어에 대한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 현상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를 어떤 시선으로 어떻게 보도할 것인지는 고민이 됐습니다. 단독 취재였기에 사건화해 재빨리 보도할 수 있었으나, 보다 본질에 집중하고 싶었습니다. 이 사례는 AI 공동 창작물에 대한 규정, 저작권 등 윤리적 문제에 이르기까지 아직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수많은 질문들을 던지고 있었습니다. 업계에 대한 공부와 이해, 심층 취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AI를 활용해 자신의 부가가치를 높인 수상자의 입장도 고려해야 했습니다.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고 AI 시대의 다양한 측면을 볼 수 있도록 단독 취재에 단독 기획까지 어우러진 기사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심사위원들과 학자들을 취재하면서 업계 실태를 파악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마쓰스에 씨의 번역이 최신 번역 트렌드인 MTPE(Machine Translation Post-Editing)의 하나로 볼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기계로 신속하게 초벌 번역을 한 후, 사람이 다시 편집하는 것입니다. 번역 학자들 사이에서 현재 가장 많이 연구되는 분야가 ‘MTPE’ 이고, 앞으로 번역가의 능력은 이 ‘PE’, 즉 ‘포스트 에디팅’에 특화된다는 전망입니다. 일반의 인식이나 실제 번역 현장보다 연구는 훨씬 앞서 있었고, ‘인간의 영역’이라 여겨지는 소설 등 문학 번역도 AI가 상당히 좇아왔다고 했습니다. 이미 일부 소설은 사람과 AI의 번역에 크게 차이가 없는 경우도 있다고 했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번역가들의 의견도 들었습니다. AI 번역기도 없고, 종이 사전 밖에 없던 시절부터 번역을 해온 베테랑 번역가들은 AI 사용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특히, 문학 번역은 창의성이 요구되기에 기계가 대체하기엔 아직 멀었다는 의견이 강했습니다. 일부 번역가들은 한국어 초심자가 큰 상을 받은 것에 대해 불편해했습니다. 이것은 일본인 번역가들 사이에서 더욱 그러했는데, 현지의 보수적인 취재 관행과 함께 이런 분위기가 취재를 길어지게 했습니다. 마쓰스에 씨는 한-일 번역을 한 경우라서, 일본인 한-일 번역가들의 생각이 중요했습니다. 과거 한국문학번역상을 받은 일본의 저명한 한국어 번역가들과 주로 인터뷰를 시도했는데, 이들은 생계를 위협하는 기계 번역의 부상을 충격적으로 바라봤고, 번역원과의 관계 때문인지 굉장히 조심스러워했습니다. 간신히 대답을 이끌어내도 기사화하지 말아 달라고 재차 요청이 오곤 했습니다.
번역원은 마쓰스에 씨의 한국어 수준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인터뷰 직후 번역원에 이 사실을 알렸을 때나, 추가 취재 때도 AI 번역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도, 심사 방식에 문제 인식도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챗 GPT가 촉발한 다양한 사회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고 전문가들은 AI의 발달 속도를 인간의 제도가 따라가지 못한다고 우려했습니다. AI 공동 창작물에 대한 논란, 사회적 혼란을 막기 위한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 핵심 아젠다로 연일 뉴스를 장식했고, 문화일보는 단독 보도(2월 8일 1면·6면)로 마쓰스에 씨의 AI 번역과 수상 사실을 알렸습니다. AI로 인한 변화가 전방위적으로 일어나고 있던 터라 보도의 파장은 컸습니다. AI 시대 과도기에 나온 상징적 사례로 각종 기사에 인용되기 시작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특이사항 없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선행 보도는 없었습니다. 문화일보 보도는 연합뉴스, 조선일보, 한국일보, SBS, YTN 등 신문과 통신, 방송 등에서 30여 건의 인용 보도 및 후속 보도(목록 별첨)를 이끌어 냈습니다. 타사의 인용 보도를 살펴보면, 초반에는 마쓰스에 씨의 수상을 논란이나 의혹으로 다루는 기사들이 많았습니다. 또, 한국문학번역원이 밝힌 심사 시스템을 개선 입장을 정리해 주는 차원의 보도 기사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문화일보가 취재 방향을 고민한 것처럼, 타사 보도에서도 점차 고민의 흔적이 나타났습니다. 이 사례가 인간과 AI 공존의 상징이며,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담기기 시작했습니다. 챗 GPT와 이 수상을 함께 예로 들며, 미흡한 사회, 정치 제도에 대한 지적도 거세졌습니다.
문화일보는 2월 8일 보도 직후 마쓰스에 씨와 다시 접촉, 그의 수상이 화제가 된 것과 관련, 당시 심정까지 담은 인터뷰 기사를 2월 9일 자 2면(‘"내가 번역상 받은게 AI문제와 연결돼 화제된 것 놀라워"’)에 단독 보도했습니다. 본질을 흐린 인용 보도나 번역원의 안이함을 꼬집기 위해 2월 13일(AI와의 공존 숙제 던진 번역상)에 칼럼을 실었습니다. AI에 대한 부정적 시각에 반박하는 기사(2월 20일 자 30면 ‘환영합니다, AI 번역가님’)도 게재, 다양한 시사점을 최선을 다해 보도했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한국문학번역원은 문화일보 보도 직후, 번역상 공모와 심사 방식을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수상자가 "한국어를 전혀 못하는 것은 아니다"는 해명도 했으나, 본질을 벗어난 변명에 불과해 지지를 얻지 못했습니다. 미래학자들을 비롯해 과학기술 연구자들과 번역 전문가들은 앞으로 소설이나 시 번역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올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AI 시대 사람의 미래는 번역원의 행보에서 가늠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23년 번역상 공모를 지켜 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국립국어원 역시 문화일보 보도 직후 AI 기술을 활용한 글쓰기 채점·첨삭 체계인 ‘K-로봇’개발에 나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후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AI 창작물 저작권과 관련한 워킹 그룹을 신설했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준수해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AI가 바꾼 인간 사회 풍경 중 번역은 일부분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가장 빠르게 영향을 받고 있는 영역입니다. 특히, K-콘텐츠가 세계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다양한 언어로 한국 문화를 발신하는 번역원에서 나온 사례는 많은 시사점을 안깁니다. 번역 업계만의 일이 아니라, 한국 문화 산업 전반의 일이기 때문이며, 번역원이 마주한 존재의 딜레마는 사실 AI 시대 인류 모두가 직면한 딜레마인 것입니다. 문화일보 보도는 그동안 막연한 구호로 존재하던 ‘AI와의 공존’을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논의로 나아가게 했습니다. 무엇보다, 지금 당장 인간의 할 일이 무엇인지 단박에 일깨워 준 시의적절한 보도였다고 자평합니다. 또한, 기사는 챗GPT 이슈와 맞물려 보다 파급력을 지니게 됐습니다. 문화일보의 보도 시점 선택과 보도 방향 판단 역시 적절했다고 생각합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 없이 취재 전체 과정을 직접 일본어로 진행했습니다. 취재원 동의하에 인터뷰 전 과정을 녹음했습니다. 손 편지 내용의 기사화 동의를 얻었습니다.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의 피신청사항 등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90회 전체 총평
제390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총 9개 부문에 66편이 출품됐으며 이 중 6개 부문에서 7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특히 수상작 7편 중 4편이 기획보도 부문에서 나오는 등 전반적으로 기획보도가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취재보도1부문에는 지난달과 같은 11편의 작품이 출품됐다. 그중에서 KBS의 ‘정순신 변호사 자녀 학교폭력 소송전’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KBS는 정순신 변호사가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과거 자체 취재 보도 내용과 연결해 보강 취재하고 권력을 감시함으로써 정 변호사의 사임을 끌어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경제보도부문에서는 13편이 출품되었고 그 중 TBS의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 실태와 택시업계의 독점 행위 및 착취’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번 보도는 택시업계의 독점 행위 문제를 정확하게 지적하면서, 해당 사실을 실증적인 검증을 통해서 유의미한 결과로 도출해 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이번 기사는 취재원을 통한 기사 작성에 그치지 않고 현장실험을 통해서 문제점을 밝혀냈다는 점에서 신선했다는 공감을 이끌어냈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8편이 출품되어 2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국민일보의 ‘모두의 바다로 오염수가 온다’ 보도는 일본 정부가 오는 5월에 후쿠시마원전에서 발생한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한다고 발표해 한국에서도 이슈가 될 만한 쟁점을 다각도에서 전문적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금까지는 단순히 방류될 오염수가 바다를 통해서 한국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각이 일반적이었지만 선박의 평형수를 통해 오염의 가능성을 밝혀낸 역작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겨레신문의 ‘서울로 가는 지역 암 환자, 고난의 상경치료 리포트’ 보도는 지역 의료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깊이 있게 지속적으로 잘 다뤘다는 평이다. 지역과 서울의 의료진 능력 차이가 명확하게 검증되지도 않은 상황임에도 환자들이 서울로 집중되는 현상을 입체적으로 다룬 수작이라는 데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모였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13편이 출품되어 MBC의 ‘전국 지자체장 관용차 보고서’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전수조사를 통해서 기존에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지자체장 관용차를 둘러싼 문제의 전체 윤곽과 세부 실태를 확인해 내고 그 결과 여러 지자체의 제도 정비는 물론 관련 조례와 규칙 수정을 끌어낸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는 8편이 출품되어 KBS광주의 ‘요양병원 검은 돈벌이’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환자를 모으기 위해서 비용을 현금으로 페이백을 한다는 사실도 충격적이지만, 요양병원에 돈을 요구하는 환자로 인해서 양심적으로 운영하는 요양병원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내용을 잠입 취재를 통해서 밝혀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4편이 출품되어 전주MBC의 ‘일본 ‘고향납세’의 기적, 그리고 우리는?’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올해 1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고향사랑기부제는 부의 재분배라는 측면에서 지역을 활성화할 수 있는 주요한 정책이 되고 있지만, 시행 초기라서 활성화되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취재까지 진행하여 지방이 당면한 문제점을 자세하게 다룬 것은 지역 언론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