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8편
정순신 변호사 자녀 학교폭력 소송전 KBS
정순신 변호사 자녀 학교폭력 소송전
KBS 최유경 기자
“이 사람 그 사람이잖아.” 2018년, KBS가 단독 보도했던 민사고 학교폭력 사건의 가해자 아버지 이름이 다시 언론에 등장했습니다. 2대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됐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이미 5년 전 언론 보도까지 됐던 사안인 만큼, 정 변호사에 대한 인사검증을 맡았던 경찰청,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대통령실의 인사검증 실패를 지적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도 학교폭력 피해자를 또 한 번 고통으로 내몰았던 잔인한 ‘소송전’ 문제를 충실하게 짚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판결문에는 ‘검사 아버지’가 자신의 영향력과 법 기술을 동원해 자녀의 학교폭력 문제에 개입한 정황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습니다. 실제로 피해자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행정소송, 행정심판 등에서 가해자 측이 가진 권력을 무겁게 받아들였습니다. 잇단 법적 대응이 피해자의 일상을 무너뜨렸단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의 흥행 이후, 학교폭력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뜨겁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드라마보다도 더 드라마 같았습니다. 정부가 재발 방지 대책을 약속했지만, 제도 변화로 채우지 못한 빈틈을 메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번 보도는 2018년 최초 보도를 했던 훌륭한 선배들, 그리고 정치부와 사회부 동료들의 빛나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이병도 부장, 황현택 팀장, 최형원 반장을 비롯한 선·후배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 실태와 택시업계…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 실태와 택시업계 독점 행위 및 착취
TBS 국윤진 기자
‘콜 몰아주기? 편하게 택시 타고 있는데 이게 뭐가 문제야’, ‘독과점이라니 너무 앞서 나간 거 아닌가?’
제보를 받고 처음 들었던 생각입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T 택시 호출 서비스를 시작한 뒤 소비자 입장에서는 편한 점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택시 기사들의 승차 거부, 불친절한 응대, 난폭 운전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편리하고 신속하고 친절한 이미지로 막 바뀌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왜 기사님들은 문제라고 하는 걸까, 카카오모빌리티가 이대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 수수료 인상 등 결국 소비자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는 걸까…’ 현장을 제대로 확인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콜 몰아주기 의혹을 입증할 수 있는 유의미한 실험 결과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택시 기사들의 폭발적인 반응과 수도권 지방자치단체의 실태조사에 힘입어 연속 보도를 이어갈 수 있었지만, 카카오모빌리티의 AI 배차 알고리즘 원리와 입력값 등의 문제가 베일에 가려져 있어 늘 숙제를 풀다 만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관리·감독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도 지지부진 해를 넘기기 일쑤, 결과가 나오지 않고 흐지부지 끝날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컸습니다.
그럴수록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추운 겨울 택시 기사님들을 만나기 위해 시내 가스 충전소 수십 곳을 돌아다니고, 카카오T블루 택시를 탈퇴한 기사님 사례를 찾기 위해 택시미터기 업체에서 몇 날 며칠을 대기하기도 했습니다. 카카오T블루를 떠나는 기사들의 뒷모습에는 슬픔이, 과다한 수수료에 불만을 내는 목소리에는 최소한 일한 만큼의 대가를 받고 싶다는 노동자의 권리가 담겨 있었습니다. 웃프게도(?) 많은 택시 기사님들을 만날수록 기자의 카카오T 회원 등급도 고공 행진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결과에는 TBS가 문제를 제기해왔던 부분이 다 담겨 있었습니다. 3년이라는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는 안도감과 카타르시스가 몰려왔습니다. 이 기사로 플랫폼 택시 기사님들의 노동 환경이 개선되고 소비자의 이용 편의가 보장되는 데 힘을 보탤 수 있길 기대합니다. 또한, 힘든 상황 속 좋은 보도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보도본부 동료 선후배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모두의 바다로 오염수가 온다 국민일보
모두의 바다로 오염수가 온다
국민일보 박장군 기자
먹어도 될까. 안전할까. 믿어도 될까. 정부는 그렇다는데 어느 것 하나 말끔히 해소되지 않는 물음들이었습니다. 과학적인 분석과 명확한 해법보다 “괜찮겠지”라는 안도와 막연한 불안이 분별없이 뒤섞였습니다. 전문가들조차 그랬습니다. 일본 후쿠시마원전 오염수의 해양방류를 그저 바라봐야만 하는 한국사회의 한 단면입니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지금까지도 풀리지 않은 이 수수께끼가 취재팀을 움직였습니다.
국민일보 이슈&탐사팀은 원전 사고 이후 12년간 정부가 내놓은 대책의 실효성과 허점을 검증했습니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해양수산부가 사고 직후부터 지난해 9월까지 동일본대지진 및 오염수와 관련해 생산, 접수한 공문 401개 중 125개를 확보했습니다. 이 중 70개는 비공개 문건으로 정부의 내밀한 입장이 들어있기도 합니다. 선박평형수를 통해 국내에 유입된 오염수의 전수기록도 입수했습니다. 사전조치를 제대로 했는지 등 미공개 정보가 포함된 문건입니다.
전문용어와 일본어가 뒤섞인 수백 페이지의 문건을 시간순으로 정리하고, 이를 실제 이뤄진 조치들과 비교·대조했습니다. 지금도 오염수를 실어나르고 있는 선원과 해운회사 간부, 어민을 만나 책상머리와 현장이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파고들었습니다. “오염수를 원천 봉쇄해왔다”는 정부의 말은 거짓이었습니다.
보도 이후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가 수면 위로 떠 올랐습니다. 정부는 선박에 실린 오염수의 교환조치를 의무화하고, 그 여부도 직접 검증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방사능 오염 여부도 전수조사하겠다고 합니다. 과학적인 잣대로 계속 추적 보도하겠습니다.
서울로 가는 지역 암 환자, 고난의 상경치료 리포트 …
서울로 가는 지역 암 환자, 고난의 상경치료 리포트
한겨레 박준용 기자
어쩌면 서울 몇몇 공간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고민을 더 적나라하게 말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평일 오전 수서역 앞. 그곳 풍경은 지역 의료 불평등의 축소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곳에서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줄이 길게 늘어섭니다. 지역에서 SRT 고속열차를 타고 온 서울로 치료를 받으러 온 암 환자와 보호자들이지요. 수도권 대형병원 앞 원룸·고시텔 등 소위 ‘환자방’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역 중증 환자와 가족이 그곳에 있습니다. 소아암·희귀질환 등 지역에 담당 의사가 없어 치료가 힘들거나, 지역 병원을 신뢰하지 않는 환자들이 그곳에서 높은 주거비 부담을 감내하며 지냅니다.
역과 병원 앞. 이곳을 바쁘게 오가는 많은 서울 사람들은 오히려 이 공간에 담긴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게 되기도 합니다. 너무 익숙하니까요. 저 또한 그중 한 명이었습니다. 우연한 계기에 대형병원 인근에서 나눠주는 ‘환자방’ 전단지를 보게 됐고 이 문제를 그제야 알게 됐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4개월 가까이 취재한 수십 명의 상경 치료 환자들은 절박한 마음으로 서울로 향했습니다.
지금도 취재했던 암 환우 커뮤니티에서는 “서울 병원으로 가야할까요?”라는 질문이 끊임없이 업로드됩니다. 암의 경우 우리가 기대 수명(83.5살)까지 살면 3명 중 1명이 겪게 되는데, 어디에서나 잘 치료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사라져가는 셈이죠. 이런 믿음을 되살리기 위해선 국가가 지역 의료 자원 확충과 환자에 정확한 정보 제공을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서울 공화국’이 외면한 지역 환자들의 마음도 들여다봐야 합니다.
전국 지자체장 관용차 보고서 MBC
전국 지자체장 관용차 보고서
MBC 남재현 기자
기획의 출발은 예산 검증이었습니다. 지출 규모로 한 해 800조원대의 재정 가운데 절반 이상을 지방정부가 씁니다. 적잖은 돈입니다. 보통 예산은 숫자로만 접하게 되는데 어떻게 쓰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대통령이 쓰는 100만원이나 군수가 쓰는 100만원은 본질적으로 같습니다. 우리가 낸 세금입니다. 하지만 두 돈을 다르게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쪽은 감시가 소홀합니다. 보기에 따라 별것 아닌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지자체장 ‘집무실 예산’에 이어 ‘관용차 예산’을 주의 깊게 본 건 금액을 떠나 지자체장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단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선되면 으레 새 고급차를 사고, 마음껏 새 차를 빌려 탑니다. 임기 4년에 수억원을 쓰는 지자체장도 있습니다. 손님맞이용 의전차를 마치 내 차처럼, 1억원짜리 전기차는 지하 주차장에 세워만 놓고 있었습니다. 자가용을 타고 출퇴근하는 지자체장은 전국에 1명뿐입니다. 시정 철학이 다른 걸, 실행에 옮긴 사람도 1명뿐이라는 얘기입니다.
달라진 건 담당 직원들의 반응이었습니다. 시민 눈높이가 높아진 걸 새삼 느낀다고 했습니다. 보도 이후 제도를 정비하거나 조례와 규칙을 수정하겠다는 지자체도 많아졌습니다. 한 직원은 공매 사이트에 관용차 매물이 부쩍 늘어난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고 했습니다.
불필요한 관용차를 줄이고, 목적에 맞지 않은 차량을 처분하고 있는 겁니다. 예전에는 변명을 하거나 의미를 축소하려 했다면 이제 행정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런 움직임은 취재진에게 큰 힘이 됐습니다.
[요양병원 검은 돈벌이] 암 환자 페이백 KBS광주
[요양병원 검은 돈벌이] 암 환자 페이백
KBS광주 김해정 기자
시작점은 기자 개인의 경험이었습니다. 요양병원을 알아보던 중 일부 병원에서 “생활에 보태 쓰라고 현금을 주겠다”는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내용을 접했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 ‘현금 페이백’으로 암 환자를 유혹하는 병원들이 있다는 제보들이 있었습니다. 제보 내용을 바탕으로 일명 암 환우 커뮤니티 등을 통해 해당 사실을 파악해 본격적인 취재에 돌입했습니다. 보도가 나간 뒤 전국에서 제보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격리된 요양병원에 감시가 소홀해진 틈을 타 기승을 부린 각종 불법 행태에 관한 것입니다. 제보자 모두 똑같은 단어를 되풀이했습니다. ‘공공연한 비밀’. 암 환자 페이백은 업계에서는 만연한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는 겁니다. 보도 직후, 전국 각지의 요양병원이 크게 동요했습니다. 제보에 따르면 불법 환자 유치에 가담한 환자들이 퇴원을 요구하는 사례가 잇따랐고, 양심적으로 운영하는 병원에서는 페이백을 요구하는 환자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불법 행위에 동조했다는 고백도 이어졌습니다.
대한요양병원협회는 보도 직후 해당 병원들에 대한 엄단을 촉구하고, 신고센터를 만들어 불법 사례를 취합해 수사 의뢰하기로 했습니다. 생명보험협회는 전국의 보험사기 특별조사(SIU)팀과 각종 불법, 탈법 행위에 대해 분석하기로 했습니다.
암 환자 페이백은 잘못된 의료정책과 비정상적인 과당경쟁의 의료시장이 만들어 낸 불법적인 관행입니다. 잘못된 의료정책과 불법을 방조하는 의료시장 구조는 결국 돈을 쫓는 의료 서비스 편중으로 귀결되고 있습니다. 이번 보도는 시작일 뿐입니다. 의료시장 정상화를 향해 문제점을 파헤치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취재는 계속됩니다.
일본 ‘고향납세’의 기적, 그리고 우리는? 전주M…
일본 ‘고향납세’의 기적, 그리고 우리는?
전주MBC 김아연 기자
‘지방 소멸’이라는 말은 하나의 유행이 됐습니다. 밥상에 늘 올라오지만 손이 가지 않는 밑반찬마냥, 모두가 언급하지만 아무도 해결하려 들지는 않는 그런 문제가 됐습니다. 그러나 ‘지방 소멸’을 고착화되어버린 난제로만 치부할 수는 없습니다. 거기에는 지역에 사는 수많은 이들의 삶의 향방이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우리나라에 도입된 ‘고향사랑기부제’도 지역을 살려보자는 간절한 몸부림에서 시작됐습니다. 전주MBC는 우리보다 15년 앞서 ‘고향납세제’라는 이름으로 제도를 시행한 일본 현지를 취재했습니다. 일본의 고향납세제는 한화 10조에 육박하는 재정이 지역으로 흘러 들어가는 통로가 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정책 벤치마킹이라는 것이 문화와 제도가 전혀 다른 국가에서 같은 효과를 내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우리나라 ‘고향사랑기부제 도입, 그 이후’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취재해보니 일본의 ‘고향납세’와 우리나라 ‘고향사랑기부제’는 지속 가능성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시늉만 낸 제도가 되지 않으려면 과감한 세액 공제, 법인 참여 등 후속 논의가 시급합니다.
‘지방 소멸’을 해결하자며 우리나라도 많은 정책을 시도해왔지만, 지역을 바꿀 궁극적인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 막 출발한 ‘고향사랑기부제’ 역시 또 하나의 쌈짓돈으로, 그저 기부나 자선 문화의 하나로 흘러 유명무실해져서는 안 될 것입니다. 더불어, 실은 일본보다 수도권 집중이 훨씬 더 심각한 우리나라에서 일본을 뛰어넘는 진정성 있는 논의, 더 파격적인 정책 시도가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비계덩어리 삼겹살' 눈속임 종지부 경향신문
'비계덩어리 삼겹살' 눈속임 종지부
경향신문 정유미 기자
고물가시대 삼겹살 데이(3월3일) ‘반값’ 할인행사는 서민들에게 고마운 기회였다. 그러나 소비자의 제보는 참담했다. 사진 속 삼겹살은 절반 이상 비계덩어리였고, 유통사는 반품·환불을 거절했다. 먹지도 못할 비계를 밑바닥에 깔아 사실상 가격을 속이는 그릇된 상술이다.
‘대형마트, 삼겹살데이=비계데이’ 첫 기사를 보도했다. 곧바로 유명 커뮤니티와 SNS에는 ‘비계 덩어리 삼겹살’ 인증샷이 넘쳐났다. 업체들은 수백, 수천개의 공감 댓글과 비판이 쏟아지자 반품·환불과 재발 방지를 악속했다. 경험상 업체들은 당장 급한 불을 끄는 데만 급급할 것이고 근본적 해결책은 멀어져가는 관심과 함께 잊힐 것이 분명했다. 이번만큼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소비자를 우롱하는 상술에 종지부를 찍겠다고 마음먹었다.
핵심은 ‘고기와 비계 비중’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데 있었다. 기준이 없으니 교환·환불을 받으려면 소비자들은 실랑이를 벌여야만 했다. 취재를 통해 ‘삼겹살도 등급제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아냈다. 하지만 소고기 등급제와 달리 효용성 없는 무용지물이었다. ‘한돈’은 더 심각했다. 가격이 비싼 이유는 품질이 아닌 브랜드 홍보비용 탓이었다. 정부 부처는 ‘기준이 없다’ ‘소관이 아니다’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20년째 ‘한돈’ 브랜드에 매년 56억의 혈세를 쓰고 있었다. 관리·감독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4차례 기사가 이어졌고 결국 정부 당국은 삼겹살 지방함량 표시 권고 기준 등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릇된 상술에 분노한 소비자들의 힘이 보도를 이끌어냈다. 소비자들의 승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