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5편
‘질병산재’ 황유미들의 733년 한겨레신문
‘질병산재’ 황유미들의 733년
한겨레신문 장필수 기자
떨어지고, 찢어지고, 부서지는 ‘사고 산재’는 세간의 주목을 받습니다. 사고 현장이 참혹하고 자극적이기에 언론도 사고 경위와 원인을 세세히 취재해 보도합니다.
문제는 질병 산재입니다. 작년 질병 산재 사망자는 1349명으로 사고 산재 사망자(874명)의 1.5배를 넘어섰습니다. 최근 5년간 질병 산재 사망자는 한 번도 줄어든 적이 없습니다. 특히 직업성 암과 같은 치명적인 질병은 10~15년 동안 잠복하다 갑자기 발병해 서서히 재해자를 죽음으로 몰아넣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질병과 직업 간 의학·과학적 인과관계가 역학조사를 통해 명확하게 규명돼야 산재로 인정합니다.
문제는 기간입니다. 역학조사 평균 소요 일수는 3년간 356일에서 550일로 늘었습니다. 재해자는 역학조사 결과를 기다리다 생을 마감합니다. 남은 가족에게 수천만원에 달하는 치료비와 미안함만 남긴 채 떠납니다. 언론은 긴 투병 생활을 추적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떨어지고, 찢어지고, 부서지는 현장이 우선이었습니다.
역학조사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요. 한겨레가 만난 노동자들은 병원비를 대기 위해 노후 자금을 털었고, 지인들과 친척들에게 돈을 빌렸으며, 비급여 진료 청구서를 죽음보다 더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최근 5년간 역학조사를 기다리다 사망한 노동자가 111명입니다. 국가가 ‘일하다 병에 걸렸다’는 노동자들의 절규를 더는 외면해선 안 됩니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역학조사 처리 절차 개선을 위한 연구를 통해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끝까지 지켜보겠습니다.
작전명 ‘모차르트’…SK의 수상한 파트너 SBS
작전명 ‘모차르트’…SK의 수상한 파트너
SBS 박현석 기자
“아들~ 그런 거 자꾸 취재하면 나중에 안 좋은 거 아니니? 올해까지만 그 부서 한다고 해, 응?” 이번 보도를 통해 노모에게 또 하나 걱정거리를 안겨드린 모양입니다. 오랜만에 TV에 나온 아들이 반가웠는데, 아들 어깨너머로 거대 자본 권력이 보이셨나 봅니다. 걱정의 종류는 조금씩 달랐지만, 이번 보도 내내 우리 부서를 바라보는 회사 안팎의 시선은 딱 걱정 반, 응원 반이었습니다.
여러 걱정들을 불식시킬 수 있는 방법은 진실에 가까워지는 것뿐이었습니다. 찾아내고, 분석하고, 묻고, 토론하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해야 했습니다. 서로를 지키기 위해, 우리들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동료들은 수습기자들처럼 밑바닥 취재를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취재를 이끌어 준 부장과 수없이 많은 문을 두드려야 했던 후배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존경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온갖 음모론 또한 피할 수 없었습니다. 또 다른 거대 권력이 개입됐다는 이야기부터, 보도 속 등장인물의 상대방 측에서 시작됐을 거라는 말들까지. 적어도 제가 아는 한 우리는 누군가에게 이용당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더 당당할 수 있었고, 그래서 더 순수하게 보다 나은 사회, 옳은 것을 향해 나아갔노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분들의 도움과 참여가 있었습니다. 기자협회 회원이 아니어서 함께 수상하진 못했지만, 영상취재 하륭 기자, 김준호 VJ, 영상편집 이승희, 하성원 기자, 탐사보도부 박정선 작가와 박선하 스크립터에게도 깊이 감사드리며, 취재 후기를 마칩니다. 취재가 충실히 된 기사 작성보다 후기 쓰는 게 더 어렵네요.
700억 전남도청 사무관리비 예산, 은밀한 관행 목포…
700억 전남도청 사무관리비 예산, 은밀한 관행
목포MBC 박종호 기자
내가 내 돈으로 물건을 구매할 때 과연 19%의 웃돈을 얹어주며 거래할 수 있을까.
예산 201-01. 흔히 사무관리비로 불리는 예산이 쌈짓돈으로 쓰이는 일은 공직사회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소모성 물품 구입에 쓸 예산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사적인 물품을 끼워서 함께 결제하는 방식으로 혈세가 낭비되고 있는 것이었다. 올해에만 전남도청이 편성한 사무관리비는 769억원에 이르렀다.
전남도청 모 부서의 예산 집행 과정에서 공적 물품에 사적 물품을 끼워서 구매하다 한 공무원이 적발됐고 감사가 이뤄졌다는 소문을 접하자마자 취재에 나섰다. 사적 물품을 구매하는 창구는 공무원노조가 운영하는 전남도청 매점이었다. 물품구매 대행의 명목으로 19%의 수수료를 얹어서 결제가 이뤄지는데 온전한 물품의 값도, 19%의 수수료도 모두 세금으로 충당되고 있는 정황을 낱낱이 파헤쳤다.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예산을 편성한 전남도청은 구조적 잘못을 인정하는데, 물품구매와 거래의 창구였던 매점의 실제 운영주, 공무원노조는 잘못이 없다고 반발한다. 전남도청에서는 전수 감사에 나섰고, 시민단체는 제 식구 감싸기 식 처분을 우려했고, 결국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스스로 부끄러움을 외면한 공직사회에서 처절한 반성은 실종됐다. 도리어 세금을 이용한 은밀한 쇼핑을 지적한 언론을 상대로 적개심을 감추지 않는 지경이다. 취재 보도는 진행형이다. 전남도청 어떤 부서, 어떤 공직자가 세금으로 스마트워치를 샀는지, 태블릿PC를 샀는지, 명품 넥타이와 양념통, 쌀과 잡곡, 홍삼을 샀는지 실체가 완전히 드러날 때까지….
‘응급실 뺑뺑이’ 10대 환자 사망 사건 매일신문
‘응급실 뺑뺑이’ 10대 환자 사망 사건
매일신문 박성현 기자
“구급차를 탔는데도 병원을 못 찾아서 결국 죽었다던데?”
<응급실 뺑뺑이 10대 환자 사망> 보도는 퉁명스러운 말 한마디로 시작됐습니다. 알고 보니 ‘응급실 뺑뺑이’는 지금껏 비일비재한 일이었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환자는 병원에 가기 위해 구급차에 올라타지만 정작 병원 응급실은 병상과 인력이 부족해 그 환자를 받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10대 환자의 죽음을 시작으로 현 응급의료체계의 모순을 지적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개인정보 등을 이유로 취재 자체가 쉽지 않았습니다. 환자가 거쳐 갔던 병원들은 ‘모른다’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다행히 당시 환자를 태웠던 소방당국과 관련 수사에 나선 경찰을 통해 그날의 과정을 찬찬히 짚어볼 수 있었습니다. 문제점은 확실해졌습니다.
중증 외상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존재하는 권역외상센터는 제 기능을 하지 못했습니다. 다른 상급 종합병원들은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환자가 아니라며 전원을 권유했습니다. 보도가 나간 이후 각 병원들은 저마다의 해명만 내놓을 뿐 문제의식을 느끼는 곳은 없었습니다. 제도적으로 이 문제를 보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대책 마련에 분주합니다. 이 사건이 일어난 대구에서는 대형병원 6곳이 직접 나서 119구급대의 이송환자 수용 원칙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항상 누군가의 희생이 따라야만 사회가 바뀌는 것에 굉장한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부디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계속해서 지켜보겠습니다.
깡통전세 감별기 MBC
깡통전세 감별기
MBC 손령 기자
지난해 가을 주거 기본권에 대해 취재를 하던 중 깡통전세 문제가 1년 후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데이터를 확인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당시 정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깡통전세 문제가 더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사실과 다른 발표에 피해자가 더 늘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문제점에 대한 지적뿐 아니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역할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피해자들이 간단한 정보조차 얻기 어려워하는 점을 확인하고 쉽게 자신이 이사할 집의 전세가율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깡통전세 감별기>를 기획하게 됐습니다.
오랜 시간 관련 문제를 연구해온 도시연구소와 함께 전세와 매매 실거래가가 등록된 모든 데이터 2700만건을 전수조사해 분석했습니다. 그중 지난 2년간 이뤄진 94만건의 평균 전세가율을 활용해 감별기를 제작했습니다. 지난 3월14일 MBC뉴스 홈페이지에 감별기가 공개된 뒤, 지금까지 30만명 가까운 사람이 접속해 주택의 깡통전세 위험도를 확인했으며, 현재도 하루 평균 1500명가량 사용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깡통전세 대책 회의에도 참석하고, 안심전세 앱과 호갱노노 등의 배너를 걸어달라는 요청도 받았습니다. 각종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정부가 해야 할 일을 MBC가 하고 있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저희 팀에도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해 고통 받고 있는 경제부 출신 동료가 있습니다. 주변에서 누구라도 당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정부 등의 대책으로 더 이상 전세금 문제로 세상을 등지는 사람이 나오지 않길 바랍니다. 앞으로도 실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사를 고민하는 기자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