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 착수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O )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지난 2월, 서울중앙지법(박진수 부장판사)은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에 의해 가족을 잃은 응우옌 티 탄 씨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국가기관 가운데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한 것입니다. 대부분 언론사가 선고 내용을 보도했지만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습니다. 당시 가장 큰 뉴스는 튀르키예 대지진이었습니다. 법원 안에서도 곽상도 50억 뇌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등 주요 선고가 뒤따랐습니다. 퐁니 사건 판결 소식은 자연스럽게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선고 이후 국방부 장관은 “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사실은 전혀 없었다”며 일찌감치 판결에 불복한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항소를 예고한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희는 베트남에 직접 가서 원고 응우옌 씨의 말을 직접 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승소 직후 학살 피해자의 영혼이 안식할 수 있겠다며 기뻐했던 응우옌 씨가, 긴 재판이 다시 시작될 거라는 사실을 아는지도 궁금했습니다. 중요도에 비해 주목받지 못한 퐁니 사건 판결을 재조명하는 한편, 그 외 다른 민간인 학살 사건도 긴 호흡으로 다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베트남 출장을 떠났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전원 실명 취재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없음
응우옌 티 탄 씨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했던 두 축은 퐁니 사건이 발생한 1968년 2월 12일 당시의 생생한 기억 그리고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는 한국 정부에 대한 입장이었습니다. 3심제를 잘 알지 못했던 응우옌 씨는 정부가 항소할 듯한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해 “이번(1심)이 정말 마지막인 줄 알았다”며 실망감을 드러냈습니다. 민간인 학살 사실을 부인하는 한국의 국방부장관에게는 “이 마을에 꼭 와달라”는 말을 전하기도 했는데, 이 같은 내용을 모두 기사에 담았습니다.
취재진은 인터뷰이의 다양성을 높이는 데도 주력했습니다. 퐁니 사건 외 다른 사건(하미 사건, 빈호아 사건)도 취재했고 같은 사건이라도 다른 인물을 찾으려고 애썼습니다. 가령 하미 학살 사건의 경우 그간 거의 보도되지 않았던 ’응우옌 티 홍‘ ’응우옌 꼬이의 사례를 다루었습니다.
일가족이 학살 피해를 당한 전자는 당시 자신의 오빠를 살려준 한국 군인도 있었다는 일화를 전했습니다. 이 인터뷰를 통해 피해자의 양가적 감정과 함께 참혹한 현장 속 내적 갈등을 겪은 군인 개인이 있었다는 사실이 입체적으로 전달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후자는 하미 사건 유가족협의회장을 맡았던 자로, 한국과 베트남 정부의 요청으로 한국군을 비난하는 문구가 적힌 마을 위령비 뒷면이 대리석으로 덮이게 된 일화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인물입니다. 전직 외교관의 저서에 짧게 언급된 에피소드에서 출발해 인터뷰까지 진행했습니다.
꽝응아이성 빈호아 마을에서는 한국군 증오비를 촬영했고, 피해자 겸 생존자 한 명은 현장 섭외해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또 다낭에 거주하는 시장 상인 등 일반인뿐 아니라 관련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베트남 국영방송 PD(VTV8 도안 홍레) 등과도 만났습니다. (방송 기사에서 시간 관계상 쓰지 못했던 인터뷰는 유튜브 콘텐츠로 전달/첨부 영상 참고)
양심선언 이후 참전군인 공동체에서 크고 작은 압력을 받고 있는 류진성 씨를 어렵게 설득해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가해자로서의 역사를 마주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소구력 있게 전달되었다고 생각합니다. SBS 직접 취재물은 아니지만 다큐멘터리 <사도> 제작진이 인터뷰한 미군 일병의 인터뷰(퐁니 사건 증언)도 해당 팀의 허가를 받아 출처를 명기한 뒤, 역대 처음 보도했습니다.
충실한 현장 취재로 이틀에 걸쳐 보도된 방송기사뿐 아니라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미니다큐, 이슈Q&A, 취재파일 등)로 관련 내용을 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베트남전 한국군 민간인 학살 의혹을 국내에서 처음 보도한 곳은 한겨레21입니다. 이 매체는 20여 년 전부터 관련 보도를 꾸준히 이어왔습니다. 보도 이후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관련 일부 기사와 오피니언 리더들의 기고가 있었지만, SBS의 영향인지는 불확실합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정부가 항소를 취하하지 않았고, 가시적인 변화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틀간 이어진 이번 기획보도는 8시 뉴스에서 한일 과거사 논란 기사 바로 앞에 배치됐는데, 시청자들이 우리가 가해자로서 경험한 역사를 보다 무겁게 받아들이게 됐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 취재파일 등을 통해 폭넓은 진상조사가 필요한 이유 등도 강조했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응우옌 씨의 입장, 참전군인의 증언 등을 정부가 항소한 당일에 맞춰 보도한 만큼 시의성을 갖춘 기획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첫날에 보도한 기사 3개는 톱에 배치돼 자연스럽게 주목도도 높았습니다. 강제동원 배상 해법이 발표된 뒤 한일 과거사 논란이 재점화한 가운데 우리가 가해자로서 경험한 역사를 조명하는 것은 분명 유의미했습니다. 최근 방송 뉴스 등으로 나간 관련 기사들 가운데 가장 많은 당사자를 만났는데, 퐁니 사건에 그치지 않고 한국군이 가해자로 지목된 다른 학살 사건의 생존자나 유가족의 목소리도 생생하게 전달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언론윤리강령기준 등을 준수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 여부,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 사항: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91회 전체 총평
제391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총 11개 부문 69편이 출품됐으며, 이 가운데 5개 부문에서 6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경제보도부문에서는 모두 10편이 출품된 가운데 경향신문의 <‘비계덩어리 삼겹살’ 눈속임 종지부-고기와 지방 비중 법제화 끌어내>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비계덩어리 삼겹살’>보도는 전형적인 생활밀착형 기사로서 뉴스 이용자들에게 소구력이 높다는 점에서 좋은 기사로 평가받았다. 나아가 주어진 현상을 단편적으로 폭로하고 비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고기와 비계 비중에 대한 객관적 기준조차 없는 제도적 미비점을 찾아내고 농식품부와 돼지고기 유통업체의 일탈과 관리 소홀 의혹까지 제기함으로써 결국 제도 개선까지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은 8편이 출품됐고, 한겨레신문의 <‘질병산재’ 황유미들의 733년>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산업 현장에서 질병 산재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재해로 인정받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실증적으로 보여줌으로써 많은 재해 노동자들의 고통을 대변한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외상은 상대적으로 재해로 인정받기 쉬운 반면 내상은 노동자 개인 잘못으로 치부하다보니 오랜 세월 지리한 싸움 속에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점을 독려함으로써 언론의 공적 기능을 충실히 수행했다. 특히 질병 산재 피해자 500여명을 전수 조사한 끝에 역학조사 기간이 733년에 이른다는 사실을 발굴해내는 등 근거가 탄탄해 더욱 큰 공감을 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모두 8편이 출품됐다. 수상작은 SBS의 <작전명 ‘모차르트’…SK의 수상한 파트너> 보도에 돌아갔다. 보도의 공익성이 충분히 인정되고 탐사적 성격도 있으며 사실관계가 모두 근거가 있는 노작이라는 게 심사위원들의 중론이었다. 대기업과 재벌 오너라는 우리 사회 강자의 치부를 비판한다는 점이 언론사로서 부담스러울 수도 있음에도 3개월에 걸친 끈질긴 취재를 통해 상당 부분 사실에 근거한 객관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수상 요건에 충분히 부합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는 모두 11편이 출품된 가운데 목포MBC의 <700억 전남도청 사무관리비 예산, 은밀한 관행> 보도와 매일신문의 <‘응급실 뺑뺑이’ 10대 환자 사망 사건> 보도 두 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목포MBC의 <700억 전남도청 사무관리비 예산> 보도는 상식을 뛰어넘는 과감한 수법이 동원되고 노조마저 개입한 부정 의혹의 실태를 세세하고 끈기 있게 파헤쳤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보도 이후 파장이 컸던 점과 접근이 까다로운 예산 집행 내용을 치밀하고 집요하게 취재한 점이 돋보였다.
매일신문의 <‘응급실 뺑뺑이’ 10대 환자> 보도는 자칫 단순 사건으로 흘려보낼 수 있는 사안을 잘 추적해 응급의료체계 미비점이 현장에서 얼마나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지를 드러내고 사회적으로 보완하도록 유도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작은 사안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실은 우리 모두에게 닥칠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임을 놓치지 않고 파고든 문제의식과 취재력에 심사위원들이 높은 점수를 주었다.
전문보도부문에는 모두 네 편이 출품됐는데 수상작은 MBC의 <깡통전세 감별기> 보도가 선정됐다. <깡통전세 감별기> 보도는 전세사기가 사회적 현안으로 떠오른 시점에서 시의성이 높고 2700만건이라는 막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전세가율이 어느 정도라면 위험하다는 실체적 분석을 해냈다는 점, 나아가 감별기를 만들어 시청자 독자들이 스스로 살고 있는 집 전세가 등을 입력해 얼마나 위험한지 예측할 수 있는 모델까지 제공함으로써 시청자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갔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저널리즘이 사실을 밝혀내고 문제를 제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결과가 시청자 독자들의 생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까지 같이 도출했다는 호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