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 O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지난 1월 19일, 강원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춘천시보건소를 압수수색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춘천시보건소 직원이 특정업체에 물품 수의계약을 몰아준 혐의로 압수수색을 벌였다고 밝혔습니다. 지역 언론에선 일제히 ‘경찰, 춘천시보건소 압수수색’이란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저는 ‘과연 춘천시만의 문제일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고 지방계약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감염병에 관한 한 수의계약이 무제한으로 허용됐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면 지난 3년간 지방자치단체에서 코로나19 구호물품과 검사물품, 방역물품을 무더기로 구매하곤 했습니다. 조달에 대한 규제가 느슨해진 사이 특혜와 불공정이 활개를 치진 않았을까. 이미 의심은 뻗치기 시작했고, 이 물음표에서 코로나19 물품계약 기획보도는 출발했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 강원도 전 시군 코로나19 물품 수의계약 전수조사
곧장 강원도 18개 시군의 계약정보공개시스템에 접속했습니다. 수의계약 정보는 공시된 자료이기 때문에 별도로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 2020년부터 현재까지 지방자치단체가 체결한 코로나19 관련 수의계약을 일일이 복사해 엑셀에 정리했습니다. 방대한 양이었습니다. 고민 끝에 코로나19 사태 전에도 허용됐던 2천만 원 이하 소액수의는 배제하고, 지방계약법 시행령 개정으로 허용된 계약사항에 대한 부분만을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그러자 의심스러운 계약이 속속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 ‘콩 볶는’ 카페에서 검사 물품 구매
삼척시는 지난 2020년 12월 23일 4,752만 원어치의 코로나19 대응 검사물품을 구매했습니다. 그런데 업체명이 이상했습니다. 바로 ‘0000 커피’라는 이름의 원주의 한 카페였기 때문입니다. 우선 구매결의를 한 삼척시보건소를 방문했습니다. 인사이동으로 담당 공무원이 바뀌면서 처음엔 사실관계 확인에 애를 먹었습니다. 하지만 끈질긴 질문 끝에 해당 카페가 같은 해 삼척시보건소의 입찰에 참여해 낙찰된 적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삼척시보건소는 거래를 한 번 한 적 있는 업체와 수의계약을 추가로 맺은 것뿐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습니다. 취재진은 곧바로 삼척에서 원주로 향했습니다. 카페 주소지로 가보니 문이 잠겨 있었습니다. 기다린 끝에 카페 사장의 부친이 문을 열어줬는데 영락없는 카페였습니다. 이어 카페 사장과 연락이 닿았습니다. 사장은 카페에선 원두를 볶아 판매할 뿐 의료용품은 팔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삼척시보건소와의 수의계약을 묻자 카페 사장은 “계약만 따내고 실제로 납품은 다른 업체서 한다”며 본인은 수수료만 받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삼척시보건소는 이름만 봐도 알 수 있는 페이퍼컴퍼니에 최소한의 확인 없이 수천만 원짜리 계약을 내준 것입니다.
■ 경찰 특혜 의혹 수사..핵심은 ‘유령업체’
춘천시보건소는 지난 2020년 11월부터 1년간 특정업체에 10차례에 걸쳐 모두 1억 7천만 원가량을 수의계약했습니다. 구매한 물품은 코로나19 검사 물품이었습니다. 지금껏 어떤 지자체와도 코로나19 검사 물품 계약을 맺지 않은 업체가 유독 춘천시보건소와 거래를 한 정황이 의심스러웠습니다. 저는 내부관계자로부터 춘천시보건소가 코로나19 검사물품을 구매한 업체가 ‘유령업체’이고, 경찰이 이를 수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기존에 알려진 ‘몰아주기 의혹’과는 다른 내용이었습니다. 직접 해당 업체의 주소지를 가봤습니다. 어딜 봐도 업체명 하나 붙어있지 않은 빌라 건물이었습니다. 당시 구매결의를 한 보건소 팀장을 만나 입장을 들어보려 했지만 춘천시 측에서 답변을 공식 거부하며 막아섰습니다. 경찰은 담당 공무원과 유령업체 사이의 관계를 밝히는 데 초점을 맞추고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관변단체장 유통업체로 간 수십억대 계약
강릉시는 특정업체와 체결한 수의계약 규모가 훨씬 컸습니다. 계약정보공개시스템에 공시된 정보를 종합하면, 강릉시가 지역 유통업체에 지난 2021년부터 1년 2개월간 코로나19 자가격리자 구호물품 제작과 배송을 맡긴 금액만 22억 7천만 원을 웃돌았습니다. 특별한 물품이 포함되지 않은 ‘식료품 꾸러미’인 자가격리자 구호물품을 한 업체에 몰아준 것이었습니다. 강릉을 방문하기에 앞서 우선 해당 업체의 대표가 누구인지부터 알아봤습니다. 지역 정치인과 관련 기사, 커뮤니티 등을 통해 해당 업체 대표가 강릉시 관변단체의 장을 맡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강릉시는 몰아주기 의혹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한참 뒤, 당시 4개 업체에서 견적서를 받았는데 가장 저렴한 금액이어서 수의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지자체가 지역업체 여러 곳에서 견적서를 받고 가격을 조정하는 통상의 절차는 거치지 않았습니다.
■ 수의계약 은폐 의혹..납품 검수도 ‘엉망’
첫 보도 이후 강릉시의회가 강릉시로부터 자가격리자 구호물품 계약 관련 자료를 제출받았습니다. 그러자 새로운 의혹이 확인됐습니다. 당초 공시된 자료에는 22억 7천만 원이던 수의계약 총액이 시의회에서 받은 자료엔 30억 4천만 원으로 명시돼 있었던 것입니다. 지방계약법에 따르면 계약담당자는 수의계약 내용을 공개해야 하지만, 지난 2021년 4월 12일 체결된 8건, 7억 7천만 원 규모의 수의계약은 공시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이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해당 유통업체에서 받은 구호물품을 일부 자가격리자가 인터넷에 올린 사진을 확보했는데, 거기엔 계약 단가보다 41% 저렴한 제품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심지어 일부 제품은 아예 빠지기도 했습니다. 취재진의 질문에 강릉시는 납품 검수가 어떻게 이뤄졌는지조차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습니다.
■ “명함 받은 업체라서”..지역업체 외면
정선군보건소는 지난 2020년 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강릉의 한 업체에서 마스크와 장갑, 방역복 등을 납품받았는데 모두 35차례, 3억 7천만 원 상당이었습니다. 정선지역 업체에서도 충분히 구할 수 있는 물품이었지만 유독 한 업체만 골라 수의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반론을 듣고자 정선군보건소를 찾았는데 계약 담당자는 해당 업체 대표가 홍보를 위해 직접 명함을 건넸고, 이 때문에 계약을 맺었다고 대답했습니다. 코로나19 기간 불경기에 시달리는 지역 소상공인을 위한 물품 계약을 분배한 타 지자체와 달리 정선군은 지역업체를 외면한 것이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특이사항 없습니다.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특이사항 없습니다.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직접취재, 현장취재했습니다.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없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코로나19 3년간 지자체에서 체결한 물품 수의계약의 문제점을 파고든 기획보도는 없었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보도 이후 의혹이 제기된 시군 의회에서 집행부에 코로나19 물품 수의계약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등 지방의회가 집행부 감시 역할에 나섰습니다. 지역사회에서도 코로나19 3년간 부정한 계약이 있었는지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습니다. 배용주 강릉시의회 부의장은 임시회에서 10분 자유발언을 통해 강릉시의 자가격리자 구호물품 계약 몰아주기 의혹을 집중적으로 규탄했고, 춘천시의회에선 향후 자체 감사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강원도감사위원회는 보도 이후 강원도 18개 시군으로부터 지난 2020년부터 체결한 코로나19 물품 수의계약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2주간 관련 자료를 제출받은 뒤 최근 외부 감사위원이 참여하는 회의를 통해 본 감사를 결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오는 6월까지 이뤄지는 직무감찰과 함께 코로나19 물품 수의계약에 대한 감사도 이뤄질 예정입니다. 특히 강원도감사위는 코로나19 3년간 일선 시군에서 납품 능력이 있는 여러 업체를 두고 특정업체에 물품계약을 몰아주거나 조달 검수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감사할 방침입니다. 기획보도가 강원도의 감사를 견인한 만큼 후속 보도도 이어나갈 계획입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의 준수여부까지 포함시켜 자체평가해주시기 바랍니다)
G1방송 21기 시청자위원회에서는 해당 기획보도가 언론의 감시와 비판 기능을 충실히 수행했다고 호평했습니다. 취재과정에서 언론윤리강령을 준수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① 외부 지원여부,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91회 전체 총평
제391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총 11개 부문 69편이 출품됐으며, 이 가운데 5개 부문에서 6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경제보도부문에서는 모두 10편이 출품된 가운데 경향신문의 <‘비계덩어리 삼겹살’ 눈속임 종지부-고기와 지방 비중 법제화 끌어내>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비계덩어리 삼겹살’>보도는 전형적인 생활밀착형 기사로서 뉴스 이용자들에게 소구력이 높다는 점에서 좋은 기사로 평가받았다. 나아가 주어진 현상을 단편적으로 폭로하고 비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고기와 비계 비중에 대한 객관적 기준조차 없는 제도적 미비점을 찾아내고 농식품부와 돼지고기 유통업체의 일탈과 관리 소홀 의혹까지 제기함으로써 결국 제도 개선까지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은 8편이 출품됐고, 한겨레신문의 <‘질병산재’ 황유미들의 733년>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산업 현장에서 질병 산재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재해로 인정받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실증적으로 보여줌으로써 많은 재해 노동자들의 고통을 대변한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외상은 상대적으로 재해로 인정받기 쉬운 반면 내상은 노동자 개인 잘못으로 치부하다보니 오랜 세월 지리한 싸움 속에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점을 독려함으로써 언론의 공적 기능을 충실히 수행했다. 특히 질병 산재 피해자 500여명을 전수 조사한 끝에 역학조사 기간이 733년에 이른다는 사실을 발굴해내는 등 근거가 탄탄해 더욱 큰 공감을 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모두 8편이 출품됐다. 수상작은 SBS의 <작전명 ‘모차르트’…SK의 수상한 파트너> 보도에 돌아갔다. 보도의 공익성이 충분히 인정되고 탐사적 성격도 있으며 사실관계가 모두 근거가 있는 노작이라는 게 심사위원들의 중론이었다. 대기업과 재벌 오너라는 우리 사회 강자의 치부를 비판한다는 점이 언론사로서 부담스러울 수도 있음에도 3개월에 걸친 끈질긴 취재를 통해 상당 부분 사실에 근거한 객관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수상 요건에 충분히 부합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는 모두 11편이 출품된 가운데 목포MBC의 <700억 전남도청 사무관리비 예산, 은밀한 관행> 보도와 매일신문의 <‘응급실 뺑뺑이’ 10대 환자 사망 사건> 보도 두 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목포MBC의 <700억 전남도청 사무관리비 예산> 보도는 상식을 뛰어넘는 과감한 수법이 동원되고 노조마저 개입한 부정 의혹의 실태를 세세하고 끈기 있게 파헤쳤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보도 이후 파장이 컸던 점과 접근이 까다로운 예산 집행 내용을 치밀하고 집요하게 취재한 점이 돋보였다.
매일신문의 <‘응급실 뺑뺑이’ 10대 환자> 보도는 자칫 단순 사건으로 흘려보낼 수 있는 사안을 잘 추적해 응급의료체계 미비점이 현장에서 얼마나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지를 드러내고 사회적으로 보완하도록 유도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작은 사안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실은 우리 모두에게 닥칠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임을 놓치지 않고 파고든 문제의식과 취재력에 심사위원들이 높은 점수를 주었다.
전문보도부문에는 모두 네 편이 출품됐는데 수상작은 MBC의 <깡통전세 감별기> 보도가 선정됐다. <깡통전세 감별기> 보도는 전세사기가 사회적 현안으로 떠오른 시점에서 시의성이 높고 2700만건이라는 막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전세가율이 어느 정도라면 위험하다는 실체적 분석을 해냈다는 점, 나아가 감별기를 만들어 시청자 독자들이 스스로 살고 있는 집 전세가 등을 입력해 얼마나 위험한지 예측할 수 있는 모델까지 제공함으로써 시청자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갔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저널리즘이 사실을 밝혀내고 문제를 제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결과가 시청자 독자들의 생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까지 같이 도출했다는 호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