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 O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이주가 좋은가 나쁜가는 틀린 질문이다. 중요한 건 이상적인 정도다.” 영국의 경제학자 폴 콜리어의 저서 <엑소더스>의 한 구절입니다. 한국에선 ‘틀린 질문’만 반복됐습니다. 좋든 싫든 이미 250만 명의 이주민이 한국에 살고 있습니다. 이민 찬반에서 나아가 이상적인 이민 규모, 체류 관리, 통합 정책을 논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0.78명 초저출산의 공포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 17년 뒤 서울시 인구에 맞먹는 약 886만 명의 ‘생산가능인구’가 사라집니다. 깊이 있는 이민 논의가 시급한 이윱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이민청 설립’ 운을 띄웠으나 국민 반응은 미지근합니다. 법무부가 이민 정책 콘트롤타워를 맡을 자격이 있는지, 준비가 돼 있는지 검증도 부족했습니다. 본보는 국내는 물론 주요 경쟁국(일본), 송출국(베트남), 선진국(캐나다·독일) 현장을 직접 찾아 이민자, 관료, 교수, 정치인 등을 두루 만났습니다. 한국이 전 세계 이민 시장에서 ‘선택받는 나라’가 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하는 지 제시하고자 했습니다. 올해 2월 취재에 착수, 5월 첫 보도 이후 7월까지 연속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그간 한국에 ‘이민’을 다룬 큰 기획은 많았습니다. 그러나 그때뿐 이었습니다. 국민의 反이민 정서는 여전하고, 이민 정책 관련 논의는 시작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캐나다, 독일 잘하고 있으니 따라하자”는 얘기를 넘어 한국의 ‘현실’을 알리는 기획을 하고 싶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전문가는 “제발 선진국 얘기만 하지 말고 현실을 봐달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를 위해 약 두 달간 법무부, 고용노동부, 해양수산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정부 부처와 이민정책연구원, 각계 교수를 두루 만났습니다. 전문가들은 기획을 준비하는 기자에게 “문을 열면 한국이 원하는 인재가 오긴 올까요?”라고 되물었습니다. 궁금했습니다. 전 세계 이민 시장에서 한국의 ‘진짜 위치’를 아는 사람이 있을까. 이민 선진국(캐나다, 독일)뿐 아니라 이민 경쟁국인 일본과 인력 송출국 베트남 현장을 두루 취재한 이유입니다.
기획은 크게 4회로 구성했습니다. 1회는 이민 경쟁국 일본을 통해 한국의 현 상황을 돌아보는 내용, 2회는 외국인 없이 산업이 돌아가지 않는 국내 현실을 담았습니다. 일본은 산업 구조와 인구 구성 등이 한국과 비슷하고 국민 정서상 가장 궁금한 나라입니다. 그러나 일본을 ‘이민’ 경쟁국으로 두고 일대일로 비교한 기획은 여태 없었습니다. 3회엔 인력 송출국 베트남에서 확인한 이민 시장에서 한국의 위치, 4회엔 이민 선진국에서 배워야 할 이민 정책을 보도했습니다.
지난 4월 일본은 30년 간 유지한 이민 제도인 ‘기능실습제’를 폐지했습니다. 그간 한국보다 이민 정책이 뒤쳐졌다는 평가를 받은 일본이 ‘제도만은 한국을 앞섰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일본 최대 일간지 요미우리 신문은 2면에 대대적으로 정책 변화를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선 최대 이민 경쟁국인 일본의 입장 변화가 가진 의미를 깊이 있게 다루지 않았습니다. 정책 변화 발표 당시 저희는 일본 현지에 있었습니다. 저흰 일본의 초대 이민청장 격인 사사키 쇼코와 일본 이민 정책 변화 선봉에 선 기무라 요시오 자민당 의원 등에게 이 변화의 숨은 의미를 물었습니다. 외국인이 일본인 보다 많이 사는 아파트 단지인 ‘시바 조노’ 단지를 취재해 일본이 현실에서 겪는 갈등과 고민도 담았습니다. 2회에선 이민 정책 개선의 불가피함을 알리고자 광주광역시의 중소기업부터 전라도 여수의 어촌까지 지방 곳곳을 취재했습니다. 농·어업뿐 아니라 금형, 주조 등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인 중소 제조업의 애로사항을 빠짐없이 보도했습니다. 전직 법무부 간부를 통해 불법체류자 단속 위주의 법무부의 이민 정책 방향을 지적하는 것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는 인력송출업체 3곳을 방문했습니다. 100명이 넘는 베트남 청년을 만나 실제 이주민이 바라본 ‘한국’의 위치를 확인했습니다. UN 베트남사무소를 통해 단독으로 입수한 설문조사에는 코로나19 이후 베트남 청년 사이 한국의 인기가 급격히 떨어졌다는 ‘현실’이 있었습니다. 윤도연 UN 국제이주기구 책임은 “BTS의 인기는 한국의 인기가 아니”라고 지적 했습니다. 인력 송출국을 직접 방문해 입장을 소개한 건 기존 보도에선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저흰 베트남 노동보훈 사회부, 보건부 등 주요 정책자를 만나 일본, 대만 등 한국의 경쟁국은 필요 인재 확보를 위해 얼마나 적극적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일본을 물론 독일도 장관급 책임자를 직접 인력 송출국으로 보내 관계 개선에 힘쓰고 있었습니다. 반면 한국은 ‘한글 파일’로 문서를 보내는 등 고압적인 태도와 ‘시혜적’ 제도 운영에 그쳐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민 선진국(캐나다, 독일) 내용도 빠뜨리지 않았습니다. 보도를 이어가던 중 프랑스에서 이주민 갈등으로 인한 대규모 폭력 시위가 발생했습니다. 이러한 갈등도 숨김없이 담았습니다. 이민 정책은 단순히 이주민을 인력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함께 사는’ 통합의 정신도 한 축이 돼야 한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캐나다에서는 3곳이 넘는 이주민 통합 축제에 직접 참여했습니다.
이민은 받는 나라와 보내는 나라 그리고 같은 이주민을 원하는 경쟁국의 입장까지 어우러진 종합적이고 국제적인 이슈입니다. 이민시대 기획은 기존의 어떤 이민 보도보다 다양한 시각에서 깊이 있는 분석을 했다고 자신합니다. 현장의 반응도 뜨거웠습니다. 전지원 서울대 국제이주와포용센터 책임연구원은 “이렇게 풍부한 현장 얘기는 처음”이라며 서울대 뉴스레터에 저희 기획 시리즈를 공유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기사에 등장한 취재원은 모두 92명입니다. 이중 산업인력관리공단 전 임원 등 내부 비판을 한 3명을 제외한 나머지 89명 취재원을 모두 실명 보도했습니다. 특히 이주민(이민자)에 대해선 전원 실명 보도 원칙을 고수했습니다. 취재원의 사진도 함께 실었습니다. 기사의 신뢰성 제고도 이유였지만 무엇보다 이주민의 이름과 얼굴을 드러내 우리 곁에서 함께 사는 존재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이주민에 관한 편견이나 혹시 모를 불이익을 우려해 실명 보도를 꺼리던 취재원도 취지를 거듭 설명하자 공개를 허락했습니다. 제보자와 특별한 이해관계 없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5월 중순 이후 매일경제도 이민을 주제로 한 기획(모자이크 코리아)을 보도했습니다. 저흰 기획 단계부터 ▶이주민 통합 ▶송출국 현장 ▶실명취재 등을 통해 기획에 깊이와 입체성을 더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첫 보도 후 여러 타 매체에서 비슷한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SBS는 <외국인 이민 문턱, 낮춰야 할까?> 기사에서 본보 기획에 등장하는 주요 취재원을 그대로 섭외해 보도했습니다. 국민일보도 <일꾼은 되고 이웃은 안돼… 이주민 보는 한국인의 두 시각> 등 기사에서 본 기획에서 보도한 주요국 이민정책 현황을 다뤘습니다. 이외에도 단독 발굴한 일본 영주자 통계 등이 여러 기사에서 활용됐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지난 5월 23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본보 기획보도(<이민 오고 싶은 나라로’ 일본의 몸부림>)를 언급하며 “이민 문제만 하더라도 언론의 문제 제기 이전에 전 부처가 적극적으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고용노동부, 법무부 등 주요 연관 부처 외에 전 부처에서 이민 관련 개선 사항을 마련했습니다. 한 취재원은 “예산 편성을 뒤로 미루던 이주민 관련 사업 진행이 확정됐다”고 감사 전화가 오기도 했습니다.
장기 체류 비자 확대 등 정책 변화도 있었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체류기간의 제한이 없는 숙련기능인력(E-7-4) 쿼터를 5000명에서 3만5000명까지 확대했습니다. E-7-4 비자의 적은 쿼터와 비현실적인 전환율을 본보 기획에서 지적한 뒤였습니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민청 설립 준비에 앞서 법무부가 극복해야 할 ‘규제 DNA’ 등에 대한 지적이 뼈아팠다”며 “향후 발표될 ‘4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 수립에서 보도 내용을 참고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국무총리실 산하 외국인정책위원회가 영주권(F-5) 취득을 위한 비현실적인 소득 요건(GNI 2배) 문턱을 낮춘다는 소식도 있었습니다. 이민 시대 기획에서 이주 노동자 세르달의 사례를 보도한 이후입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외국인선원 고용합리화 방안’ 토론회를 열고 취재기자(이영근)를 토론자로 초청했습니다. 이후 권익위는 개선안을 해양수산부에 권고할 예정입니다. 각종 이민 논의에서도 본보 기획을 인용 했습니다. 이민정책연구원은 지난 6월 이주가사노동 관련 이슈브리프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등을 비판했습니다. 조영희 이민정책연구원 연구실장은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 돌봄 노동자에게 최저시급 이상을 지급하고 모셔오려 하는데 한국은 역행하는 모습이다. 이대로라면 주변국과의 유치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고 했습니다. 강다영 대한성공회 용산나눔의집 이주인권활동가는 이민시대 기획을 SNS에 올려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불법 체류자가 되는 구조적 원인을 현장 취재를 통해 생생히 드러냈다”고 호평했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본 기획보도는 지난 6월 중앙일보 우수콘텐트 시상식에서 ‘특종상’을 수상했습니다.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준수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한국언론진흥재단의 기획취재사업에 선정돼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보도 당사자의 반론 신청이나 언론중재위원회 피신청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95회 전체 총평
제395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모두 10개 부문에 76편이 출품됐다. 올들어 가장 많은 출품작이 경쟁을 벌인 결과 4개 부문에서 7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가장 경쟁이 치열한 부문은 취재보도1부문이었다. 20편이 출품된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KBS의 「LH 부실시공과 전관특혜」, 한국경제신문의 「서이초 교사 극단적 선택...교권이 무너졌다」, 그리고 SBS의 「“조직적 강매·성매매 강요” 디스코팡팡 실태 폭로」 등 3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우선 「LH 부실시공과 전관특혜」 보도는 LH 아파트 부실시공 이면에 LH의 오래된 관행인 ‘전관특혜’가 자리하고 있다는 점을 폭로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최근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가 난 인천 검단아파트와 경기도 남양주 아파트가 모두 LH가 발주한 아파트라는 사실에 착안해 사태의 이면을 파헤쳤고 결국 LH가 공개한 철근 누락 15개 단지 가운데 8개 단지의 감리업체가 ‘전관업체’였다는 사실을 최초 보도했다. 특히 전관 감리 회사가 부실시공으로 4년 동안 6차례나 벌점을 받고도 LH 사업을 계속 수주한 사실을 고발해, 부실시공의 고질적 원인인 ‘전관특혜’를 근절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이초 교사 비극… 교권이 무너졌다」 보도는 단순 발생 사건으로 지나칠 수도 있는 사안을 놓치지 않고 보도해 사회적 의제로까지 끌어올렸다는 점에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일치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보도 이후 수만 명의 교사들이 집회와 시위를 통해 생존과 교권을 위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교육당국은 관련법 제·개정을 발표하는 등 교권 강화를 향한 사회적 반향을 이끌어 냈다. 교권 침해와 붕괴라는 심각한 실태에 대해 사회적 관심을 크게 환기시켰다는 평가와 함께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조직적 강매·성매매 강요” 디스코팡팡 실태 폭로」 보도는 디스코팡팡이라는 놀이시설에서 10대 청소년을 상대로 은밀하게 자행돼온 범죄를 세상 밖으로 드러낸 보도라는 평가가 많았다. 특히 기자가 직접 교복을 입고 10대로 위장해 잠입취재까지 하는 등 집요한 취재정신을 발휘했다는 점을 심사위원들은 높게 평가했다. 보도 이후 11개 사업장이 폐장한 것은 물론 사업주에 대한 경찰의 수사를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보도의 완결성을 갖춘 수작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모두 13편이 출품된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서울신문의 「2023 비수급 빈곤 리포트」와 경향신문의 「당신은 무슨 옷을 입고 일하시나요」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2023 비수급 빈곤 리포트」 보도는 한마디로 복지의 사각지대를 심도 있게 잘 짚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취재의 성격상 섭외가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3개월 동안이나 비수급 빈곤층을 찾아 전국을 돌아다닌 끈기와 집요함이 돋보인다는 의견이 있었다. 정부 기관과 지자체 등 전국의 117개 기관의 도움을 받은 과정과 12가구와의 깊이 있는 인터뷰가 인상적이었고 특히 복지 담당 공무원 106명과 전문가 37명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현실적 대안까지 제시했다는 점에서 솔루션 저널리즘을 구현한 보도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내러티브 방식의 기사로 가독성을 높인 점도 호의적인 평을 얻었다.
「당신은 무슨 옷을 입고 일하시나요」 보도는 관점과 시각을 달리하면 얼마나 참신하고 의미 있는 기획이 가능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는 찬사를 받았다. 흔히 ‘옷’ 하면 예쁘다, 멋지다, 어울린다 등의 말이 떠오르지 않는가. 그러나 고정관념을 넘어 노동자가 입는 옷을 통해 안전, 건강, 계급, 차별 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한 참신한 기획이었다는 데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일치했다.
모두 13편이 출품된 지역 취재보도 부문에서는 연합뉴스 대구경북취재본부의 「해병대원 실종, 구명조끼 없이 수색」 보도가 수상의 영예를 차지했다.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고 신속하게 보도한 연합뉴스의 보도가 없었다면 과연 해병대원 사망 사건은 지금쯤 어떻게 전개되고 있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해병대원 실종, 구명조끼 없이 수색」 보도는 그런 가정에 따른 아찔함을 처음부터 제거해준 매우 중요하고 값진 현장 보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해병대원들이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고 허리까지 차올라 흐르는 급류에 무리하게 들어가 수색하다가 실종됐다는 사실을 특종 보도했고 특히 구명조끼 미착용 사실을 해병대원들의 사진을 통해 생생하게 보여줌으로써 사망 원인이 무엇인지 명백하게 확인해 줬다는 점에서 이견 없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마지막으로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서는 3개 출품작 중 국제신문의 「슬기로운 물만골 탐구생활」이 수상작에 이름을 올렸다. 부산이라는 광역 도심 한복판에 있지만 도시와는 괴리된 특이한 주거지인 ‘물만골’이라는 마을 공동체에 대해 기자가 직접 주민으로 생활하면서 가난한 서민들의 애환을 9차례에 걸친 생생한 기획보도로 잘 풀어낸 기사다. 이른바 참여 관찰형 저널리즘의 전형이라는 평가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