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7편
LH 부실시공과 전관특혜 KBS
LH 부실시공과 전관특혜
KBS 김지숙 기자
지난달 ‘GS건설 부실 설계·시공’으로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하면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보도에선 이 질문에 답을 구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영광스럽게도 ‘LH 부실시공과 전관 특혜’로 지난달에 이어 두 달 연속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여전히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진 못했지만 조금은 더 다가갈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
LH 무량판 아파트 전수조사 결과, 남양주 아파트에서 철근 누락이 발견됐다는 제보가 이번 취재의 시작이었습니다. LH 발주 아파트에서 또 철근이 빠졌다는 사실을 단독 보도하며 여기서 그칠 게 아니라 더 깊이 ‘구조’를 파헤쳐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관련 자료를 입수해 취재를 이어가다 보니 LH 사업 대부분을 전관 업체가 독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 감리사들의 부실감리와 편법 실태, 뿐만아니라 LH 자체감리의 부실함까지 알릴 수 있었습니다.
사회적 파장이 커지면서 LH는 또다시 수술대에 오르게 됐습니다. 얼마나,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지 끝까지 지켜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지난 두 달 동안의 보도는 부족한 선배를 믿고 열심히 취재한 두 후배와 함께였기에 가능했습니다. 이지은·김보담 기자에게 고맙단 말을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서이초 교사 극단적 선택…교권이 무너졌다 한국경…
서이초 교사 극단적 선택…교권이 무너졌다
한국경제신문 이혜인 기자
<서이초 교사 비극…교권이 사라졌다> 보도는 믿기 어려운 제보에서 시작됐습니다. 단순 사건사고로 보기에는 교실이라는 장소의 상징적 의미가 컸습니다. 선생님들이 학생에게 맞고, 무고하게 아동학대 신고를 당하던 공교육 현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한폭탄과도 같았습니다. 서이초 선생님의 비극은 교권 붕괴의 정점을 보여주었습니다.
어린 교사 한 명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최초보도 이후 서이초에는 전국에서 보내온 근조화환이 이어졌습니다. 선생님들은 ‘나는 곧 당신’이라 연대하며 거리에 나왔습니다. 7주 연속 수만 명의 선생님들이 주말을 포기하고 여름 아스팔트 위에 나와 검은 집회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들의 요구는 단 하나, ‘잘 가르칠 권리를 달라’입니다.
선생님들의 외침에 교육당국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대통령실이 나서 교권 보호를 위한 고시 제정을 지시했습니다. 교육부와 각 시도 교육청은 현장 교사들을 만나 교권 강화를 약속했습니다. 다양한 교원단체가 한목소리로 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비극이 있고 나서야 변화가 일어나는 현실이 아쉽습니다. 정부는 이번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될 것입니다.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무너진 교권과 공교육 현장을 굳건히 세우기를 바랍니다. 국가 발전의 핵심은 미래 세대 양성입니다. 교권 없는 교실에 양질의 교육은 없습니다. 마음이 무거운 상입니다. 어린 나이에 세상을 등질 정도로 고통스러우셨을 서이초 선생님. 그곳에서는 세상의 모든 수고를 내려놓고 편안하시길 바랍니다. 교권 회복 등 공교육 정상화의 과정에서 언론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조직적 강매‧성매매 강요” 디스코팡팡 실태 폭로…
“조직적 강매‧성매매 강요” 디스코팡팡 실태 폭로
SBS 김지욱 기자
처음 취재원에게 ‘수원역 디스코팡팡’과 ‘성매매’라는 단어를 들었을 땐 두 단어가 쉽게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월미도에만 있는 줄 알았던 디스코팡팡은 생각보다 꽤 가까이 있었습니다. 교복을 입고 수원역 디스코팡팡에 잠입했습니다. 금방 들통이 났지만 DJ들이 어떻게 10대를 유혹해 성매매에 빠뜨리는지 직접 보고 들었습니다. 한 달 새 DJ들에게 300만원 넘게 송금한 10대부터, 성범죄를 당하고도 또 놀이기구를 타러 오는 여중생까지. 현실은 생각보다 참담했습니다.
첫 보도 후, 제보가 쏟아졌습니다. 딸도 같은 피해를 당한 것 같다는 학부모, 이미 업계에 만연한 범죄라는 동료 DJ들의 내부고발까지 나타났습니다. 이들이 지목한 업장은 전국 곳곳 다 달랐지만 취재 결과 이들 업장은 모두 한 명이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마지막 퍼즐이 완성되는 순간이었습니다.
DJ들은 구속 상태로 재판 중이고, 총괄 업주는 경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갈 길이 멉니다. 디스코팡팡은 성범죄자 취업 제한시설에서 여전히 제외돼 있고, 총괄 업주가 운영하는 전국 디스코팡팡 매장엔 여전히 많은 학생이 찾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아이들을 지켜야 합니다. 촘촘하다고 생각했던 법망은 청소년의 미숙한 마음을 이용한 DJ들의 그릇된 욕망에 쉽게 뚫려버렸습니다. 그 DJ들 역시도 10대부터 연습생 생활을 하며 선배들의 수법을 따라 배운 아이들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빌려 치열하게 고민해 준 윤형 영상 취재기자, 노재민 VJ, 신세은·이상민 영상 편집기자께 감사하다는 말 전합니다.
2023 비수급 빈곤 리포트 서울신문
2023 비수급 빈곤 리포트
서울신문 백민경 기자
우선 여러 훌륭한 후보작 가운데 서울신문의 ‘2023 비수급 빈곤 리포트’에 영예를 주신 한국기자협회와 심사위원단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기획은 질병과 생활고 속에서도 공적 지원을 받지 못하고 1년 전 스러져 간 ‘수원 세 모녀’ 사건을 되돌아보며, 이들처럼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배제된 또 다른 세 모녀들을 찾아 시작됐습니다.
사회부와 전국부 기자 13명으로 된 특별기획취재팀은 이들 같은 ‘비(非)수급 빈곤층’을 낳는 애매한 기준과 기초생활보장제도의 허점, 개선방안을 종합적으로 짚어보고자 했습니다. 취재팀은 4월부터 7월까지 약 3개월간 비수급 빈곤층을 찾아 전국을 돌아다녔습니다.
친구와 지인은 물론 인력사무소, 부동산중개업소, 주변 이웃 탐문은 물론 탐정협회까지 찾았습니다. 117개 기관과도 협업해 이들의 사연과 법적 한계, 제도적 문제점을 짚었습니다. 일반인 설문이 아닌 전국 복지관련 공무원과 교수 등 146명에게 일일이 대안도 들었습니다. 그 결과 중위소득 인상, 수급자 기준 완화라는 괄목할만한 제도 및 정책 변화도 이어졌습니다. 보도 후 기초생활보장 수급에서 비켜서 있었던 사례자 일부가 복지망에 편입됐습니다.
기자로서 정말 뿌듯하고 언론인으로 사명을 느낄 수 있게 아이디어를 주신 김경두 사회부장과 사례 취재부터 설문 분석까지 처음과 끝을 함께 해준 홍인기 캡께 이 영광을 돌립니다. 영상 제작을 도와주신 정지훈 PD께도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묵묵히 현장을 누비시는 전국의 복지 관련 공무원 및 통합사례관님과 쉽지 않은 취재에 응해주셨던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당신은 무슨 옷을 입고 일하시나요 경향신문
당신은 무슨 옷을 입고 일하시나요
경향신문 김한솔 기자
‘당신은 무슨 옷을 입고 일하시나요’는 일하는 사람이 입는 옷, 작업복에 주목한 기획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하루 중 가장 긴 시간을 일하는 데 씁니다. 우리의 일상은 서로가 하는 노동에 조금씩 의지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노동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작업복을 떠올렸습니다.
기획에서는 작업복의 범위를 옷뿐 아니라 ‘일할 때 몸에 붙어있는 모든 것’으로 넓혔습니다. 호텔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입는 옷은 유니폼이라고 불리지만, 서비스업이라는 노동에 조금 더 주목하게 하고 싶어 일부러 작업복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작업복 기획은 여러 부서의 협업으로 완성됐습니다. 아이템을 확정한 뒤 사진부,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만드는 데이터저널리즘팀, 영상 PD들과 함께 회의하며 각 분야에서 이 주제를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작업복을 입은 인터뷰이의 머리 위로 강한 핀조명을 설치해 찍은 사진이 기획의 메인 사진으로 쓰였습니다. 매 회차마다 같은 콘셉트의 사진을 넣은 것은 저희로서도 처음 해 보는 시도였습니다. ‘인터넷 쇼핑몰’을 모티프로 만들어진 인터랙티브 콘텐츠에서는 기사에서는 다 전하지 못했던 작업복들의 구체적인 규격, 소재, 가격 등의 정보를 전했습니다. 영상에서는 ‘작업복’에만 집중해 상대적으로 적게 다루었던 인물 개인의 스토리를 담을 수 있었습니다. 다른 기획에 비해 이미지의 중요성이 매우 컸기 때문에, 인터뷰이들의 사진 촬영을 하는데 매우 긴 시간이 들었습니다. 바쁜 와중에 긴 촬영, 인터뷰에 진심으로 응해주신 작업복 기획의 취재원들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해병대원 실종, 구명조끼 없이 수색 연합뉴스
해병대원 실종, 구명조끼 없이 수색
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실종된 한 젊은 해병의 이름을 알게 된 건, 닷새째 경북 예천 수해 현장을 취재하던 날 아침이었습니다. 고(故) 채수근 상병. 전우를 잃었다는 충격이 가시지 않은 현장에서 들은 이름과 상황은 너무나 안타까운 동시에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습니다.
전우를 잃고 현장을 서성이던 해병들에게는 구명조끼도 안전로프도 없었습니다. 선명한 빨간 티셔츠와 벗겨진 장화, 슬픔과 충격에 빠진 젊은이들만 있을 뿐이었습니다.
전우를 잃은 해병들은 망연자실한 채 전우가 사라진 흙탕물 속을 하염없이 바라봤습니다. 아들을 잃은 부모는 해병의 빨간 티셔츠를 부여잡고 목 놓아 울었습니다. 구조 당국은 깜깜한 밤을 비추며 젊은 해병을 찾았습니다.
그렇게 채 상병은 실종 14시간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습니다. 태극기에 덮인 채 상병을 보내는 순간은 긴 하루의 끝이자 꽃 피우지 못한 젊은이의 끝이었고, 젊은 군인의 죽음으로 변화해야 할 사회의 첫걸음이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많은 생각이 드는 현장이었습니다. 현장 기자로서 한 젊은이의 죽음을 마주한다는 것은 괴로운 일임과 동시에 기자의 책임이자 진실을 보도해야 할 무거운 의무일 것입니다.
현장에서 함께 발로 뛰며 책임과 의무를 다해준 연합뉴스 동료와 현장에 집중할 수 있게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신 데스크 선배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슬기로운 물만골 탐구생활 국제신문
슬기로운 물만골 탐구생활
국제신문 송진영 기자
부산 연제구 연산2동 황령산 기슭에는 ‘물이 많은 골짜기’라고 이름 붙은 물만골이 있다. 국제신문은 부산의 대표 빈민촌인 이곳에서 가난을 동정하거나 원주민의 생활상을 그저 흥밋거리로 다루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지금은 누가 어떻게 무엇을 하며 살고 있고, 왜 이들은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지를 살펴보는 생활 취재를 두 달 동안 진행했다.
취재진은 가난과 불편에 익숙한 주민의 체념과 이들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우리 사회 저변의 혐오 정서를 목도했다. 특히 주민을 위한 교통안전 및 주거환경 대책 마련을 주문하는 기사에 대한 거칠고 공격적인 반응은 취재진을 괴롭혔다. 여기에 취재진의 제언마다 “무허가 건축물이라서 안 된다”는 취지의 답변으로 일관한 당국의 반응에서 물만골 주민의 상대적 박탈감도 느낄 수 있었다.
개인의 어려움에는 개인 사정과 함께 사회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언제부터 우리 사회는 ‘공정’을 내세운 능력주의의 잣대로 약자 보호를 위한 국가와 사회의 안전망 구축을 대단히 거추장스럽고, 형평에 어긋나는 ‘불공정’이라고 여긴다. 국가와 사회는 사적 영역에서의 경쟁 구도에 끼어들 여력이 없는 사회 약자를 보호하고 배려하며 공동선을 이루는 데 앞장서야 한다. 이는 논란의 여지가 없이 우리 사회가 합의한 국가의 최소한 역할이자 의무다. ‘물만골에서 국가와 사회의 역할을 묻는다’는 기획이 물만골 주민, 나아가 부산지역 사회적 약자를 위해 국가와 사회가 튼튼한 안전망을 구축하는 계기가 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