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7편
준공영제 버스 삼킨 사모펀드 한겨레신문
준공영제 버스 삼킨 사모펀드
한겨레신문 장필수 기자
1200원. 서울 시내버스 이용 금액입니다. 우리나라 시내버스는 요금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저렴할 뿐만 아니라, 서비스 품질도 우수합니다. 전용 차로를 타고 달리는 시내버스는 ‘서민의 발’이자, 모두가 평등하게 이용하는 필수 공공재입니다. 물론 우수한 공공 서비스를 유지하는 데는 대가가 따릅니다. 준공영제를 시행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는 버스 회사의 적자를 전액 보전해주고 적정 이윤까지 보장합니다. 탑승객이 적다는 이유만으로 ‘돈 안 되는 노선’을 폐지하지 않도록, 지자체는 버스 회사에 수천억원의 재정 지원금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지난해 서울시가 투입한 버스 회사 재정 지원금은 8114억원입니다.
이렇게 적자를 안고 달리는 버스에 사모펀드 운용사가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습니다. 대기업과 금융 자본을 등에 업은 사모펀드는 버스 회사를 무더기로 사들여 ‘땅 짚고 헤엄치는 장사’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서울 시내버스 10대 중 1대, 인천 시내버스 3대 중 1대가 이미 사모펀드 운용사에 넘어갔습니다. 사모펀드 운용사는 이윤 극대화를 위해 차고지를 개발하거나 매각할 계획을 수립했고, 쥐어짜기식 경영으로 버스 정비직들의 업무 강도는 높아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매일 타는 버스, ‘이윤 극대화’가 지상 최대 과제인 이들의 손에 계속 맡겨둬도 될까요. 1500원. 서울시는 8월부터 버스 요금을 300원 인상합니다. 요금 인상분 중 일부는 사모펀드 운용사로 흘러가고, 투자금을 댄 대기업과 금융회사들이 챙길 배당금에 녹아들어 갈 것입니다. 시민들이 가장 많이 타는 버스, 시민들이 감시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GS건설 부실 설계·시공 KBS
GS건설 부실 설계·시공
KBS 김지숙 기자
“인명피해가 없어 다행이다.”
지난 4월 인천의 LH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주차장이 무너져내렸다는 소식을 전해 듣곤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인명피해가 없어서도 다행이었지만, 크게 기사를 쓸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 그랬던 거 같습니다. 마침 출입처를 옮긴 지 얼마 안 된 시기라 GS건설과 LH 등 다양한 출입처 관계자들을 만났습니다. 편한 자리였는데 이상하게도 묘한 반발심 같은 게 들었습니다. 각자 유리한 입장만을 내세우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사고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입니다.
설계도와 초음파 사진 등을 입수해 취재를 이어갔습니다. 아파트 주차장은 설계부터 보강 철근 70%가 누락돼 있었습니다. 뿐만아니라 시공 과정에서 철근 30%가 추가로 빠져있었습니다. 설계사와 감리사, GS건설, LH 중 어느 한 곳에서라도 제대로 확인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일이었습니다. 보도 이후 ‘순살 자이’라는 비판이 쏟아졌고 주가도 하락했습니다. 결국, GS건설은 해당 아파트의 주차장뿐 아니라 주거동까지 ‘전면 재시공’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기자로서 뿌듯하고 행복하기만 할 줄 알았는데 여전히 아쉬움이 남습니다. 감리 문제, 하도급 의혹 등 남은 의문점은 여전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보도로는 사고 원인만 찾았을 뿐입니다.
GS건설 보도를 한 지 꼭 한 달째 되는 날, KBS 취재팀은 남양주 LH 아파트 주차장에 보강 철근이 빠져있다는 조사 결과를 확인해 단독 보도했습니다.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구조’가 있고, 그 구조는 달라지지 않은 겁니다. 남은 의문점을 잊지 않고 끝까지 취재하는 기자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주민 250만명 시대, 스포츠로 경계를 넘다 한겨레…
이주민 250만명 시대, 스포츠로 경계를 넘다
한겨레신문 이준희 기자
스포츠팀에 온 지 약 6달이 됐을 때,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인 고 최숙현 선수가 팀 내 폭력을 못 이겨 세상을 떠났습니다. 여론은 들끓었고, 언론도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이른바 ‘최숙현법’이 만들어졌고, 스포츠윤리센터가 탄생했습니다. 엘리트 중심 스포츠가 아니라 모두를 위한 스포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졌습니다. 스포츠혁신위원회는 혁신안을 내놨고, 권고에 따라 스포츠기본법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여론 관심이 잦아들자 한국 스포츠는 다시 원래 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바꾸자”며 만들었던 법과 제도에 대한 기성 체육계의 공격이 이어졌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이 새로운 스포츠를 더 견고하고 세밀하게 하는 과정이 아니라 그나마 만들었던 변화를 모두 되돌리려는 시도에 가까웠다는 점입니다. 그 배경에는 옛것을 비판하는 데 익숙하지만, 새것을 모색하는데 인색한 언론이 있었습니다.
‘모두를 위한 스포츠’를 구체화하고 싶다는 열망을 품고 있던 차에 2022 카타르월드컵을 보며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아도 함께할 수 있는 스포츠가 이주사회로 접어든 한국에서 역할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관련 자료나 연구가 거의 없어, 무작정 외국인 지원 센터 등을 돌았습니다. 열악한 현실 속에서도 이주민 포용을 위한 스포츠를 이어가고 있는 이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점으로 나뉜 그들을 이으며 이번 기획이 탄생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기사를 준비하면서 이주민들이 스포츠에 참여할 때 겪는 문제점이 선주민들이 마주하는 벽과 맞닿아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장 약한 이들에 대한 지원은 결국 사회 전체로 이어진다는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일군 국외 사례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스포츠는 기본권”이라는 그들의 말이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사회 곳곳의 운동할 권리를 위해 더 많이 뛰겠습니다.
‘일당 5억 원’ 황제노역의 내막 SBS
‘일당 5억 원’ 황제노역의 내막
SBS 이현영 기자
대주그룹 부도로 15년째 소송을 하고 있다는 피해자들과의 첫 만남은 의심으로 시작됐습니다. 허재호 전 회장에게 일당 5억원의 노역을 선고한 13년 전 ‘황제노역’ 판결 뒤 재판부 로비 의혹에 대한 이들의 주장은 믿기 힘들었습니다. 직접 허재호씨의 목소리를 듣기 전까진 말입니다. 허씨의 육성 통화 녹음을 기반으로 직접 허씨를 통해 사실 관계를 확인했습니다. 녹취파일에는 허씨의 노역 일당 5억원 판결 경위에 대한 대화가 담겨있었습니다. 허씨는 자신의 사위인 “김모 판사를 통해 A 전 부장판사에게 로비를 했다”고 말했습니다. 피해자들이 모아둔 수백 기가바이트 분량의 소송 자료들도 찬찬히 살펴봤습니다.
10여 년 전 대주그룹 부도 전후 상황과 지금에까지 이어지는 허씨의 발자취를 좇으며 사건의 단초가 될 만한 현장들을 훑어나갔습니다. 상상했던 것보다 지역 내에서 훨씬 더 많은 권력과 자본을 가지고 있었던 허씨 일가에 의해 재판부는 로비 대상으로 전락했습니다. 검경은 문제의 근본을 교묘히 비껴나간 불기소, 불송치 이유서 몇 장만으로 사건의 실체 파악을 더디게 만들었습니다. 허씨에게는 한없이 관대하던 국가기관들은 대주그룹 피해자들에게는 한없이 높은 벽이었습니다.
과거 280명이 넘던 대주그룹 사건 피해자들은 이제 30여명이 되어 아직도 허씨를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허씨의 재수사와 법원의 추후 조치 등 진실이 규명될 때까지 계속 의심하며 취재를 이어가겠습니다.
성 착취물·지인 연락처' 담보로 … ‘불법 추심’의…
성 착취물·지인 연락처' 담보로 … ‘불법 추심’의 덫
KBS 현예슬 기자
우연히 탄 택시, 탑승 손님이 기자란 사실을 안 기사님은 걱정거리를 늘어놨습니다. 코로나19로 실직한 20대 딸. 급전이 필요했지만 아빠에게 손 벌리기가 미안해 불법 사채를 썼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고통스러워하는 딸을 보며 방법이 없겠냐는 기사의 말은 어떻게 보면 지나칠법한 하소연이었습니다.
하지만 딸을 만나봤습니다. ‘20만원’. 소액 대출이었지만 여성에겐 소중한 돈이었습니다. 그러나 지옥이 펼쳐졌습니다. 중개 플랫폼으로 돈은 쉽게 빌렸지만 연 3000% 사채의 늪에 빠졌습니다. 살인적인 이자에 돈을 갚지 못하자 사채업자들은 여성의 사진을 나체 사진과 합성해 유포하겠다며 협박했습니다.
그렇게 취재를 시작했고 수십 명의 피해자들을 만났습니다. 일명 ‘나체 추심’이라 불리는 신종 범죄의 피해자들은 24시간 욕설과 협박은 물론 따돌림과 퇴직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경찰을 찾았지만 대포폰과 대포 통장이라 추적이 어렵다는 답변만 들었습니다.
이를 알리는 일은 저희 몫이었습니다. 수사 당국의 안일함부터, ‘합법’ 대출 중개 플랫폼에 등록된 불법 대부업체의 실태 파악 등 피해의 덫들을 찾았습니다. 보도 이후 본격적인 경찰 수사가 시작돼 총책 등 피의자 검거, 금융당국의 대책이 하나둘 마련되기 시작했습니다.
수상자 선정 문자를 받은 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취재하며 ‘더 큰 사건 없나, 더 센 것 없나’에 빠져 있던 건 아닌가. 작지만 중요한 이야길 놓친 건 없었는지 돌아봤습니다. “방법이 없겠냐”는 택시 기사의 고민을 기자 4명이 물고 늘어졌듯, 작은 이야기도 귀담아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폐기물처리시설 ‘지하화’가 답인가 전남CBS
폐기물처리시설 ‘지하화’가 답인가
전남CBS 박사라 기자
하남 유니온파크 견학 코스 이면에 노동자들이 일하는 현장은 생각보다 심각했습니다.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었지만, 정작 노동자들은 인권과 건강권을 보호받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지하 4층에서 불이라도 나면 피할 길조차 없었던 그들은 스스로를 가리켜 ‘죽음 앞에 사는 노동자’라 칭하기도 했습니다.
2026년 수도권, 2030년부터 비수도권 쓰레기 직매립이 금지되면서 전국 지자체들은 부랴부랴 신규 폐기물처리시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지자체들은 주민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상에 타워와 편의시설을 겸비한 ‘하남 유니온파크’ 사례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전남 순천시도 그중에 하납니다. 이웃한 광주광역시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문제는 폐기물시설이 지상에 있든 지하에 있든 배출되는 유해물질 양은 똑같다는 점입니다. 다만 눈앞에 보이지 않을 뿐. 외국의 경우 주민들과의 오랜 소통과 객관적 자료 공개를 통해 폐기물처리시설을 지상에 두고 있습니다.
“기자님, 여벌 옷 가져 오셨죠? 그대로 가면 다른 승객들에게 피해줘요.” 취재를 마치고 떠나려는 기자에게 노동자들이 말했습니다. 그로부터 석 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말이 뇌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앞으로 신설될 폐기물 처리장 역시 이대로 지하화하도록 묵인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 우리가 함께 고민해 볼 대목입니다.
끝으로 저를 아낌없이 도와주는 소민정 보도제작국장, 응원해준 선후배들에게 감사하며, 무엇보다 이번 수상을 통해 자칫 놓치고 간과될 수 있었던 지하 폐기물시설 노동자들의 환경이 관심을 받게 되어 다행입니다. 감사합니다.
2022 국회의원 정치자금 공동취재 경향신문-뉴스타…
2022 국회의원 정치자금 공동취재
오마이뉴스 이경태 기자
국회의원 정치자금 분석. 새롭진 않은 취재 아이템입니다. 오마이뉴스만 하더라도 2016년부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정보공개를 통해 받은 정치자금 수입·지출내역 전체를 데이터화 해 시민들에게 공개하고 이를 분석, 보도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다른 언론사들도 같은 자료를 두고 보도를 하는 상황이라 소위 ‘얘기가 된다’는 아이템이 점점 줄어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언론의 감시가 이어지니 과거처럼 정치자금으로 노래방을 간다거나 동창회비를 낸다거나 하는 의원이 점차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손도 많이 가는 취재입니다. 선관위에 신청해서 받은 자료들은 PDF 파일입니다. 이 자료를 OCR 프로그램(이미지를 텍스트로 변환해주는 프로그램)으로 돌리고 그 결과를 일일이 검수해서 액셀 파일로 만듭니다. 당장의 결과물을 볼 수 없는 부단한 노동이 들어가고 이를 위한 비용도 발생합니다. 오마이뉴스·경향신문·뉴스타파 3사가 힘을 합친 이유도 사실 이런 사정이 큽니다. 2022년 국회의원 정치자금 수입·지출 보고서는 총 1만9890매, 내역만 약 12만건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소위 ‘가성비’가 떨어지는 아이템을 수년째 공개하고 보도하는 이유는 있습니다. 정치자금 사용내역에 대한 유권자의 알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는 현행 정치자금법에 대한 문제의식 때문입니다. 의원들이 시민들의 귀하지만 작은 후원금을 받아서 허투루 쓰지 않는지 감시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라 굳이 말을 보태지 않겠습니다.
현행법상 정치자금 정보공개는 공고일로부터 3개월간으로 제한됩니다. 또 선거비용에 한해서만 인터넷 공개가 가능한데 이는 강제규정조차 아닙니다. 게다가 사용내역에 대한 사본교부는 선관위에 서면으로 신청토록 돼 있고 그에 필요한 비용은 신청자가 부담토록 합니다. 시민들이 쉽게 접근하고 들여다보기 어렵습니다. 결국 일부 언론과 시민단체의 노력 없이는 그 투명성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는 시스템인 셈입니다.
2018년 미 연방선관위를 방문한 적 있습니다. 그곳에선 누가 누구에게 얼마를 기부했고, 기부자의 직업과 고용주가 누군지와 같은 세세한 정보를 클릭 한 번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정치자금의 투명한 감시를 목표로 둔 미국의 비영리 시민단체인 정치반응센터(CRP)도 만났습니다. 그곳의 셰일라 크롬홀츠 대표는 “정치가 올바르게 운영되려면 국민들이 실상을 볼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며 “국민들이 정치를 불신하게 되면 참여하지 않게 되고 그러면, 더 이상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민주주의는 실현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참고로, 지난 3월 공개된 한국행정연구원의 ‘2022년 사회통합실태조사’ 결과, 국회 신뢰도는 조사 대상 기관 중 가장 낮았습니다. 최근 10년 동안 꼴찌입니다. 그런 면에서 정치자금에 대한 투명성 강화는 가뜩이나 낮은 국회 신뢰도를 조금이나마 높이고 ‘정치개혁’의 동력을 만들 수 있는 방안이라 생각합니다. 이제 국회나 선관위도 ‘바꿔보자’는 언론과 시민단체의 목소리에 응답할 때가 아닐까요.
어쩌다 제가 대표로 취재후기를 쓰게 됐지만 저보다 다른 많은 분들의 노고가 쌓인 기사들입니다. 오마이뉴스·경향신문·뉴스타파 3사의 공동취재를 이끌어주신 선배·동료분들께 고마움을 표합니다. 또한 여기에 귀한 상을 더해 격려해주신 한국기자협회에 다시 감사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