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 V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국민일보의 ‘명품과 코인의 나라’는 한국사회 구성원의 경제활동을 소비‧투자‧부채의 3가지 관점으로 점검, 현 시점 작동되는 자본주의의 문제 여부를 따진 기획 보도입니다. 한국 경제는 고착화한 저성장 국면 속에서도 초고액 소비와 위험자산 투자, 채무와 채무불이행이 동시에 늘어나는 독특한 상황에 직면해 있었습니다. 경제활동의 주축이 돼야 할 청년 세대가 이 같은 소비‧투자‧부채의 어두운 현실에 깊이 연관돼 있었습니다.
국민일보의 주안점은 누군가의 책임을 말하는 데 있지 않았습니다. 이른바 ‘명품’의 소비와 ‘코인’의 투자, ‘회생’의 증가에는 개인적 요인과 구조적 요인이 뒤엉켜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취재팀은 이 모든 세태가 가리키는 깊은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했습니다. 개별적으로 각기 정당할 그 선택들이 말하는 것은 극대화한 이윤과 불로소득을 추구하는 물신주의의 경향이었습니다. 그 선택들의 반대편에는 성실한 노동의 가치가 있었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1> 디올에만 5000만원…우리집은 중산층
경제가 어렵다는 한탄, 그러면서도 다들 호화롭다는 한탄이 공존하는 사회입니다. 국민일보는 금융지주 계열 대형 카드회사가 다년간 확보 분석하던 백화점업종 금액구간별 결제액 빅데이터를 입수, ‘500만원 이상’ 금액의 결제 사례가 4년 전의 3.4배로 늘었음을 최초로 확인했습니다. 백화점업종 대상 결제액 전체가 4년 전의 99.84%로 거의 변동이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결국 이는 ①‘큰손’의 현시적(눈에 나타나는) 소비 추구 경향 ②소비의 양극화를 극적으로 설명하는 자료였습니다.
취재의 외연을 확대한 결과 ‘큰손’의 ‘손금’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음이 확인됐습니다. 명품 구매에 연간 1억원 가까이를 소비하고 있는 사회초년생이 “나는 중산층”이라고 주장하는 장면, 중고차 딜러의 만류조차 뿌리치고 ‘풀 할부’로 중고 수입차를 사는 청년의 급증은 더 이상 예외적인 사례로만 치부할 수 없는 세태가 돼 있었습니다. 청년의 안목과 구매력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접근하고자 하였습니다.
<2> 코인은 도박, 그래서 투자합니다
한국사회 구성원의 돈 씀씀이 가운데 빠뜨릴 수 없는 것은 변동성이 크고 규제의 과도기에 있는 가상자산에 대한 열렬한 선호현상입니다. 국민일보는 현재 가상자산에 투자하고 있는 215명을 설문조사해 10명 가운데 6명 이상이 코인의 도박적 성격, 투기적 성격을 자인함을 최초로 밝혔습니다. 이들은 투자의 경위를 임금 저축을 통한 주택마련의 한계로 설명하기도 했고, 고수익 불로소득의 추구로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거액을 ‘잃은’ 경험이 있는 이들을 심층 인터뷰했는데, 이들에게서 얻어진 것은 가상자산 투자의 위험성과 한계입니다.
너도나도 뛰어든 가상자산 투자는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국민일보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해외 거래소로 빠져나간 ‘가상자산 외부출고액’이 최근 3년간 150조원을 돌파한 사실을 밝혔습니다. 이는 결국 국내 거래소를 통한 것보다 더욱 큰 변동성을 추구한 경향인데, 불법적인 자본이동의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어 제도 개선이 시급함을 말해주는 단면입니다.
<3> 제 빚을 사하여 주옵시고
초고액 소비와 위험자산 투자의 증가는 ‘빚’과 떼어 생각되지 않는 경제활동 실태입니다. 회생법원이 다루는 개인회생‧파산 사건에서는 과시적 소비와 위험 투자의 부작용이 한국사회 구성원의 경제활동의 한 끄트머리로서 드러나고 있었습니다. 증가일로에 있는 개인회생과 파산 사건을 검토하는 회생위원들은 대략적인 채무누적 과정을 소득을 초과한 소비(약 20%), 코인 등 위험자산 투자 실패(약 20~30%), 스포츠토토 등 온라인도박(약 20%)로 체감하고 있었습니다.
회생법원을 통해서는 채무불이행의 주체에 청년이 끼어든다는 문제, 그 문제의 이면에는 ‘손쉬운 대출’ 등 구조적 요인이 뒤섞였다는 문제 등이 검증됐습니다. 소비‧투자‧채무가 각 항목의 바깥에서 순환되고 연결되는 점은 그 자체로 취재의 검증이기도 하였습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중금리 대출이라는 애초의 출범 취지와 달리 청년의 코인투자 재료로 쓰이는 점은 사회적 고민을 남깁니다.
<4> 격차 때문에, 체면 때문에
소득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절약하는 대신 소비격차를 줄이기 위해 더 쓰는 현상은 생애주기 내내 목격됐습니다. 국민일보는 유아용품부터 사교육, 결혼, 주택에 이르기까지 생애 주요 소비격차를 확인했습니다. 특히 집이 곧 자산인 한국에서는 2019년부터 시작된 부동산 폭등기 이후 소득과 소비 모두에서 격차가 커졌습니다. 이로 인해 커진 상대적 박탈감이 끝내 계층이동에 대한 기대감마저 꺾었다는 학계의 연구를 최초로 소개했습니다. 사교육 격차를 확인하기 위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유아 대상 영어학원(영어유치원)에 소비하는 비용이 소득에 따라 현격하다는 걸 입증했습니다.
고소비층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이 치솟을 때 반대쪽에선 노동의 가치가 사라졌습니다. 월평균 실질임금이 약 19% 오르는 동안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49% 올랐습니다. 노동연구원은 “집값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열심히 노동할 가치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게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노동의 가치가 사라진 한국의 소비문화는 전 세계를 무대로 하는 명품 브랜드에도 유별난 구석이 있었습니다. 대표 수입차 업체인 아우디는 국민일보에 “한국인은 자동차를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닌 그들 삶의 일부, 심지어 집만큼 가치 있게 평가한다”고 말했습니다.
<5> 한국 자본주의 어디로
취재 과정에서 “명품 소비가 늘고 한탕주의가 만연한 게 어디 한국만의 일이냐”는 반론에 직면할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세계 최고 수준의 가계부채와 명품 소비 통계는 거짓말이 아니다”라는 말이 취재를 더 나아가게 했습니다. 낙관과 비관 사이에서 한국 자본주의가 가야 할 곳을 찾기 위해 좌담회를 진행했습니다. 좌담회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명품 소비와 한탕주의가 한국의 제도적 허점과 불평등에서 기인한 유별난 경향이라며, 노동의 가치를 되살릴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진단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명품 이용자와 코인 투자자는 실명이 보도될 때 입을 수 있는 피해와 본인 요청을 고려해 익명 처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도 제품 결제 내역 등을 직접 검증했습니다. 또 명품 이용 경험에 대한 진술을 듣는 데 그치지 않고, 명품 판매 매장이나 백화점에 직접 찾아가 르포하고 취재원과 대면 취재를 병행했습니다. 따로 이해관계가 있는 취재원은 없었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한국 사회 불평등을 소득 차원에서 접근한 보도는 많았지만, 소비격차를 문제로 지목한 선행보도는 찾지 못했습니다. 또한 명품 소비와 가상자산 투자의 연관성을 소득 부족 차원에서 진지하게 짚은 예도 없었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명품과 코인의 나라’ 기획보도 이후인 지난달 29일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이 가상자산 이용실태를 발표(조사는 3월)했습니다. 실태 조사 내용을 요약하면 응답자 중 30%가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고, 전체 응답자 중 가상자산이 투기라고 말한 응답자는 64.9%였습니다. 국민일보가 자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위의 설문 결과를 보강할 결과가 도출됐습니다. 자체 설문조사는 오로지 가상자산 투자자만을 대상으로 이뤄졌는데, 응답자 중 59.1%가 “가상자산 투자는 사실상 도박”이라고 답했고 61.9%는 ‘투기’라고 말했습니다. 여론은 물론 투자자들도 가상자산의 사행성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는 인식을 분명히 확인한 것입니다. 이 설문 결과를 비롯해 ‘명품과 코인의 나라’ 기획 보도는 전반적으로 위험 투자(가상자산, 부동산, 주식 등) 성향 너머에 도사린 심리를 구체적으로 드러내도록 시의적절한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해당 기사는 국민일보의 언론윤리강령 기준에 맞춰 취재, 작성됐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 보도 당사자 반론 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 사항 사실이 없습니다. 현장 취재와 설문조사 비용은 자체 조달했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94회 전체 총평
제394회 이달의 기자상은 9개 부문에 총 62편이 출품됐다. 이 중 5개 부문에서 7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경제보도부문에서 수상한 한겨레신문의 <준공영제 삼킨 사모펀드> 보도는 버스 회사에 지원되는 보조금을 수익모델로 삼아 악용하는 구조를 포착해 폭로했다. 오래전부터 민간 자본이 각종 인프라 기반 시설에 지원되는 국가보조금을 악용하는 문제가 지적돼 왔지만 여전히 이런 일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 기사로, 이달의 기자상 제정 취지에 맞는 보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버스 회사 직원들의 업무량이 폭증했다는 점까지 지적해 자본과 노동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잘 탐사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역시 경제보도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된 KBS의 <GS건설 부실 설계·시공>은 ‘순살 아파트’라는 신조어까지 생길 정도로 철근을 빼돌리는 건설사들의 고질적인 행태를 고발한 기사다. 보도 여파로 해당 업체의 주가에 영향을 미쳤을 정도로 파괴력을 발휘한 점이 호평받았다.
14편이 출품돼 가장 경쟁이 치열했던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서는 한겨레신문의 <이주민 250만명 시대, 스포츠로 경계를 넘다> 보도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스포츠가 갖는 사회통합 기능을 짚은 좋은 기사라는 의견이 많았다. 한국에서 이주민 스포츠가 활성화하지 않는 이유부터 국가대표팀, 프로구단, 실업팀 수준에서도 이주민을 찾기 힘든 현실, 해외 사례, 안산 이주민 스포츠 활성화 사례까지 현실을 종합적으로 살피고 대안까지 내놨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12편이 경쟁을 벌인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SBS의 <‘일당 5억’ 황제노역의 내막> 보도와 KBS의 <성착취물·지인 연락처 담보로…‘불법 추심’의 덫> 등 두 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황제노역의 내막> 보도는 오래전에 문제가 됐지만 지금은 잊히고 있는 사건을 다시 한번 세밀하게 들여다봤다는 점에서 호평받았다. 특히 심사위원들은 이 보도가 재벌가 오너의 추문을 떠나 사법 신뢰의 문제를 건드렸다는 점에 주목하며 향판이 지역 권력과 결합했을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기사라고 평가했다. <성착취물 지인·연락처 담보로…‘불법 추심’의 덫> 보도는 인터넷 계정을 통해 지인들을 알아내 협박하는 새로운 형태의 추심 실태를 폭로했다. 이 보도로 정부가 대대적인 단속에 들어가는 등 문제 개선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보도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보도 중에서는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 출품된 전남CBS의 <폐기물 ‘지하화’가 답인가>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폐기물 처리시설의 모범’으로 평가받는 하남 유니온파크의 지하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실태를 다룬 이 기사는 겉만 포장된 사례가 전국적으로 확산하기 전에 문제점을 지적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아이템 발굴 노력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전문보도부문에서 수상한 <2022 국회의원 정치자금 공동취재>는 오마이뉴스와 뉴스타파, 경향신문이 공동으로 국회의원들의 정치자금을 분석한 데이터저널리즘 기사였다. 우리나라 언론 지형에서 흔치 않은 3사의 공동 작업인 데다 각기 다른 성격의 세 매체가 온라인, 지면, 영상 등에서 개성을 발휘했다는 점에서 신선하고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는 데 여러 심사위원의 의견이 일치했다. 분석 자료의 양이 방대하고 품이 많이 드는 빅데이터 분석 기사의 성격상 ‘연합 취재’라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