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 착수
② 단독 기획(∨)
2. 보도 제작 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걔, 사채 잘못 썼다 반 폐인 됐어. 사채업자한테 쫓기느라 가족 전화도 제대로 못 받는다더라."
올해 초 , 연락이 안 되는 친구의 근황을 수소문하다 다른 친구로부터 이런 얘기를 들었습니다. 대체 왜? 믿기지 않았습니다. 평소 사리 분별을 잘하던 친구라 언론과 정부가 잊을 만하면 위험성을 경고하는 불법 사채에 손을 댔을 리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당시는 "불법 사금융(사채)을 척결하겠다"며 10여개 관계 부처가 머리를 맞댄 범정부 태스크포스(TF)가 출범한 지 6개월가량이나 지난 뒤였습니다. 그새 범정부 TF는 지난해 두 달간의 특별 단속을 거쳐 불법 사채업자 1800여명을 검거한 뒤 "전년 대비 2배 많은 51억4000만원의 범죄 수익을 몰수하거나 추징 보전했다"고도 발표했었습니다.
범정부 TF 발표를 보고 불법 사채가 근절됐겠거니 기대하지는 않았었습니다. 하지만 제 주변에서, 그것도 똑똑한 친구가 불법 사채 피해를 봤다니 호기심이 일었습니다. 문제의 친구에게 끈질기게 연락해 자초지종을 물었습니다. "불법 사채 쓰면 인생 망치는 거 몰랐어? 대체 왜 그랬어?"
친구에게 들은 얘기는 충격적이었습니다. 등록(합법) 대부업자와 연락을 주고받다 불법(미등록) 사채업자에게 연결됐다는 것이었습니다. 친구는 등록 대부업자와 불법 사채업자를 구분할 줄 알았고, 법정 최고 금리가 연 20%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습니다. 친구가 절대 '나이브해서' 불법 사채업자에게 당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한국금융범죄예방연구센터와 주빌리은행,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등 불법 사채 피해자 구제 기관을 찾아 현황을 물었습니다. 이곳을 찾았던 수많은 불법 사채 피해자는 제 친구처럼 '알고도' 당한 사람들이었습니다. 문제가 뭘까. 구제 기관의 도움을 받아 불법 사채 피해자 50여명을 인터뷰했습니다.
원인은 최근 사채 시장에서 판치는 신종 불법 영업이었습니다. 등록 대부업자와 불법 사채업자는 사실상 '한몸'이었습니다. 피해자는 등록 대부업자가 '합법' '최고 금리 20%' 등 키워드를 내걸어 인터넷에 올린 홍보 글을 보고 연락했지만, 연결된 것은 불법 사채업자였습니다. 등록 대부업자가 피해자 연락처를 한 팀으로 활동하는 불법 사채업자에게 넘긴 것입니다. 불법 사채업자는 피해자에게 연 20%가 아닌 월 20%의 금리를 매겼습니다.
이들은 영업과 고객 접촉, 대출 원리금 회수, 추심 과정에서 카카오톡과 네이버, 토스 등 각종 정보기술(IT), 핀테크 서비스도 자유자재로 이용했습니다. 이들에게는 대포폰과 대포통장마저도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불법 사채 피해자는 전화와 문자, 카톡 메시지, 카톡 단체방, SNS 등을 이용한 폭언과 살해 협박에 24시간 시달려야 했습니다.
그러나 대부업자 관리 주체인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은 이런 상황을 제대로 관리하지도, 대응하지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지자체는 등록 대부업자와 불법 사채업자가 한 팀으로 움직이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고, 경찰은 피해자에게 "업자 이름과 전화번호, 계좌 번호를 대라"고만 했습니다. '디지털 시대 불법 사채업자'를 쫓기에 현행 법·제도는 너무 뒤처졌던 것입니다.
불법 사채 피해는 전혀 새롭지 않은 사안이지만, 등록 대부업자와 불법 사채업자가 한몸이라는 사실부터 카톡과 네이버, 토스 등이 악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새로웠기에 보도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 당국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기존 대응 체계의 방향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등 IT 당국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싶었습니다.
이런 내용은 <포털·SNS는 악덕 사채업자 놀이터(6월 27일자 국민일보 1면)>와 <불법 사채 통로된 네이버·다음… “연결고리 끊어야”(6월 28일자 1면)>, <“휴대전화 개통하면 100만원” 꼬드김… 신분증 맡기니 할부금·소액결제 폭탄(6월 28일자 3면)> 기사를 통해 중점적으로 보도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 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기사 본문에 인터뷰이 등으로 등장한 피해자는 당사자와 구제 기관 요청에 따라 전부 익명 처리했습니다. 모든 바이라인은 직접 취재한 기자의 것입니다. 이외에 특이 사항 없습니다.
4. 타 매체 선행 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N번방’ 닮아가는 사채 … ‘성착취 추심’(제390회 기획 보도 방송 부문 출품작/KBS>, <불법 사채의 세계(제379회 기획 보도 신문·통신 부문 출품작/중앙일보>, <파멸의 늪, 불법 사금융(제260회 기획 보도 신문·통신 부문 출품작/동아일보> 등 이달의 기자상 후보로 추천된 선행 보도가 다수 존재합니다.
국민일보는 이런 선행 보도와 어떻게 차별화할지를 고민했습니다. 기존 보도가 불법 사채 피해 사례에 초점을 맞추거나(KBS·동아일보), 업자 목소리를 듣는 데 무게를 뒀다면(중앙일보) 국민일보는 최근 업계의 신종 영업 방식을 고발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국민일보가 만난 사람들처럼 '알고도' 당하는 피해자를 최대한 줄이자는 판단에서였습니다.
타 매체 반향은 첫 보도가 나간 2023년 6월 26일 '오늘 아침 신문' 코너를 통해 소개한 MBC 외에 없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금융위는 마지막 보도가 나간 2023년 6월 28일 국민일보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기사에 언급된 SGI서울보증보험 등 금융사에, 과기부는 통신사와 IT 업체에 "현황을 파악해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SGI서울보증의 휴대전화 후불 개통 보증과 통신사의 방치가 청년층의 불법 사채 피해를 키우고 있다는 국민일보 보도 내용을 확인하고 개선하기 위해서입니다. 이와 별개로 금감원은 대부업계의 추심 업무 운영 실태를 점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가장 큰 지자체인 서울시는 "등록 대부업자와 불법 사채업자가 한 팀으로 활동하는 신종 영업 방식을 해결할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기사에 언급된 토스는 "고객 편의를 위해 출시한 'ATM에서 현금 찾기' 서비스가 불법 사채업자 영업에 악용되지 않도록 개선점을 찾아보겠다"고 알려왔습니다.
국민일보는 디지털 시대 불법 사채업자의 신종 영업 방식과 현황을 최초 보도하는 데 그치지 않겠습니다. 한국 사회와 법·제도가 실질적으로 바뀌는지를 계속해서 감시하겠습니다.
6. 자체 평가 및 소속사 확인 여부
취재 과정에서 언론 윤리 강령 기준을 준수했습니다.
7. 기타 고려 사항
특이 사항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94회 전체 총평
제394회 이달의 기자상은 9개 부문에 총 62편이 출품됐다. 이 중 5개 부문에서 7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경제보도부문에서 수상한 한겨레신문의 <준공영제 삼킨 사모펀드> 보도는 버스 회사에 지원되는 보조금을 수익모델로 삼아 악용하는 구조를 포착해 폭로했다. 오래전부터 민간 자본이 각종 인프라 기반 시설에 지원되는 국가보조금을 악용하는 문제가 지적돼 왔지만 여전히 이런 일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 기사로, 이달의 기자상 제정 취지에 맞는 보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버스 회사 직원들의 업무량이 폭증했다는 점까지 지적해 자본과 노동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잘 탐사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역시 경제보도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된 KBS의 <GS건설 부실 설계·시공>은 ‘순살 아파트’라는 신조어까지 생길 정도로 철근을 빼돌리는 건설사들의 고질적인 행태를 고발한 기사다. 보도 여파로 해당 업체의 주가에 영향을 미쳤을 정도로 파괴력을 발휘한 점이 호평받았다.
14편이 출품돼 가장 경쟁이 치열했던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서는 한겨레신문의 <이주민 250만명 시대, 스포츠로 경계를 넘다> 보도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스포츠가 갖는 사회통합 기능을 짚은 좋은 기사라는 의견이 많았다. 한국에서 이주민 스포츠가 활성화하지 않는 이유부터 국가대표팀, 프로구단, 실업팀 수준에서도 이주민을 찾기 힘든 현실, 해외 사례, 안산 이주민 스포츠 활성화 사례까지 현실을 종합적으로 살피고 대안까지 내놨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12편이 경쟁을 벌인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SBS의 <‘일당 5억’ 황제노역의 내막> 보도와 KBS의 <성착취물·지인 연락처 담보로…‘불법 추심’의 덫> 등 두 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황제노역의 내막> 보도는 오래전에 문제가 됐지만 지금은 잊히고 있는 사건을 다시 한번 세밀하게 들여다봤다는 점에서 호평받았다. 특히 심사위원들은 이 보도가 재벌가 오너의 추문을 떠나 사법 신뢰의 문제를 건드렸다는 점에 주목하며 향판이 지역 권력과 결합했을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기사라고 평가했다. <성착취물 지인·연락처 담보로…‘불법 추심’의 덫> 보도는 인터넷 계정을 통해 지인들을 알아내 협박하는 새로운 형태의 추심 실태를 폭로했다. 이 보도로 정부가 대대적인 단속에 들어가는 등 문제 개선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보도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보도 중에서는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 출품된 전남CBS의 <폐기물 ‘지하화’가 답인가>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폐기물 처리시설의 모범’으로 평가받는 하남 유니온파크의 지하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실태를 다룬 이 기사는 겉만 포장된 사례가 전국적으로 확산하기 전에 문제점을 지적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아이템 발굴 노력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전문보도부문에서 수상한 <2022 국회의원 정치자금 공동취재>는 오마이뉴스와 뉴스타파, 경향신문이 공동으로 국회의원들의 정치자금을 분석한 데이터저널리즘 기사였다. 우리나라 언론 지형에서 흔치 않은 3사의 공동 작업인 데다 각기 다른 성격의 세 매체가 온라인, 지면, 영상 등에서 개성을 발휘했다는 점에서 신선하고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는 데 여러 심사위원의 의견이 일치했다. 분석 자료의 양이 방대하고 품이 많이 드는 빅데이터 분석 기사의 성격상 ‘연합 취재’라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