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6편
선관위 채용된 사무총장·차장 자녀…선관위 "父영향…
선관위 채용된 사무총장·차장 자녀…선관위 "父영향 없다" 外
중앙일보 강찬호 기자
기자 생활 31년 만에 한국기자협회가 주는 이달의 기자상을 받게 된 것을 커다란 영광으로 생각한다. 비로소 ‘대한민국 기자’란 인증을 받은 느낌이다.
선관위 고위직 자녀 채용 특혜 논란 취재는 쉽지 않았다. 선관위 수장인 사무총장과 차장이 동시에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휘말린 전대미문의 상황에서 선관위는 궤변성 해명에 급급했다. 이에 앞서 선관위가 북한발 해킹을 당하고도 국정원의 보안점검을 거부한 사실도 단독 보도했는데, 선관위는 이 또한 강력히 반발했다. “국정원으로부터 그런 통보를 받은 바 없다”는 공개 반박문까지 냈다. 하지만 이튿날 국정원이 북한의 해킹 사실을 7차례나 선관위에 통보한 내역을 공개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묻지마’식으로 일축하는 선관위의 행태는 지난 수십년간 감시와 견제를 받지 않고 ‘그들만의 리그’를 즐겨온 역사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만은 달랐다. 기사가 나간 이후 전 언론 매체가 특혜 채용 의혹을 추적하는 후속 보도를 쏟아냈다. 궁지에 몰린 선관위 사무총장과 차장은 보름 만에 사퇴했고, 선관위는 감사원의 감사에다 국정원의 보안점검까지 수용하며 백기를 들었다. 언론의 집요한 추적 보도가 ‘60년 철옹성’ 선관위의 개혁을 끌어낸 것이다. 이 자리를 빌려 언론계 동료들에게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열심히 취재해 좋은 기사를 쓰는 것으로 보답고자 한다.
끝으로 이 귀한 상의 시상을 결정한 한국기자협회에 고마움의 뜻을 전한다. 또한, 늘 사회에 도움 되는 기사를 쓰도록 격려하고 힘을 실어주신 중앙홀딩스(중앙일보) 홍석현 회장님과 홍정도 부회장님, 박장희 사장과 고현곤 편집인, 최훈 주필과 이현상 논설실장, 이하경 대기자를 비롯한 회사 선후배 동료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지난달 별세하신 어머님 영전에 이 상을 바치고 싶다. 늘 부족한 남편, 아빠를 성원해준 아내와 두 아들에게도 이 상이 조그만 보상이 됐으면 한다.
김남국 의원 가상화폐 대량 보유 의혹 조선일보
김남국 의원 가상화폐 대량 보유 의혹
조선일보 이세영 기자
마흔한 살 김남국 의원과는 나이대가 비슷합니다. 주변 사람들도 코인을 합니다. “코인으로 떼돈 벌었다”고 주장하는 친구가 순수익 수십만 원을 올렸다고 합니다. 외식 값, 분윳값, 기름값을 꽤 많이 넘는 정도라고 합니다. 코인 투자는 잘못이 없습니다. 김남국 의원이 억울해하는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의 투자가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습니다. 김 의원은 한때 가상화폐 ‘위믹스’를 60억여 원어치 보유했다고 합니다. 또 그가 보유한 코인은 ‘마브렉스’, ‘메콩코인’, ‘젬허브’ 등 40여 종에 이릅니다. 코인 전문가조차 그의 코인 투자가 이름을 거의 들어본 적 없는 P2E(돈 버는 게임) 코인이자 신생 코인에 집중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의원은 의혹이 불거지기 전 아이스크림값, 신발값을 아꼈다고 했습니다. 돌다리도 두들겨 걸을 것만 같은 김 의원이 이른바 ‘잡코인’에 ‘몰빵 투자’를 한 배경을 저는 선뜻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물었습니다. 위믹스 투자금의 출처, 위믹스 보유 규모, 위믹스 투자·보유·처분 시점, 신생 코인 투자 경위 등입니다. 우리 기자들은 개인 김남국이 아니라 의원 김남국에게 물은 것입니다. 숱한 의혹이 제기되는 동안에도 김 의원은 그 흔한 기자회견 한 번 열지 않았습니다. 의원실 앞 약식 간담회는 국민이 바라는 해명 형식이 아닙니다.
작년 12월 그리고 올해 5월. 여전히 답을 듣지 못했습니다. 이런 질문 몇 개를 하고 싶어서 기사를 썼더니 상임위 도중 코인 거래 사실,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 코인업계 입법 로비 의혹 등 후속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고위공직자의 재산 신고 내역에 코인 보유를 포함하는 ‘김남국 방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김 의원은 법사위에서 교육위로 이동했고 더이상 상임위 도중 휴대전화를 들여다보지 않습니다. 또, 한국기자협회가 상을 줍니다. 기사를 쓰지 않을 수 없는 셈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묻겠습니다.
무법지대 코인 리포트 한국일보
무법지대 코인 리포트
한국일보 이성원 기자
암호화폐는 어렵습니다. ‘블록체인’, ‘작업증명 방식’, ‘탈중앙화’ 등 온통 낯선 단어들 투성입니다. 코인 전문매체 기자들이면 몰라도 중앙지 기자들이 느끼는 진입장벽은 분명합니다. 특히 경제부도 아닌 사회부 기자 둘이서 암호화폐에 대한 심층 취재에 나서려니 엄두가 서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미뤄두고 피하고 싶었던 아이템입니다.
그러나 마냥 손 놓고만 있을 순 없었습니다. 무법지대다 보니 코인업계는 온통 사기판이었습니다. 암호화폐가 어려워서인지, 한탕 심리 때문인지 본인이 투자하는 코인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 코인이 ‘먹튀’인 줄도 모른 채 돈을 잃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우리는 이 구조를 투명하게 밝히고 드러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3개월 넘게 암호화폐에 매달렸습니다.
어쩌면 암호화폐에 무지했던 게 전화위복이었습니다. 암호화폐의 ‘ABC’부터 공부했습니다. 코인을 모르는 독자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접근 가능하면서 문제점을 선명히 드러낼 수 있는 지점을 찾았습니다.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된 코인 315개를 전수조사하자는 접근도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이 코인들은 누가 만든 건지, 왜 만들었고, 현재는 어떤 상태인지 따져봤습니다. 암호화폐 먹튀를 의미하는 ‘러그풀’의 흔적이 가득했습니다.
상폐 코인 전수조사가 ‘미시적 접근’이라면 코인 사기 판결문 분석은 ‘거시적 접근’이었습니다. 코인 사기 구조를 입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면 이 기획은 성공이라 생각했습니다. 생생한 사기 현장도 놓쳐서는 안 되는 중요한 포인트였습니다. 그래서 주경야독했습니다. 낮에는 코인 관계자를 만났고, 저녁엔 상장폐지 코인을 분석하고 판결문을 읽었습니다. 신혼인데 퇴근해서도 노트북 앞을 떠나지 않는 남편을 이해해준 배우자님의 인내가 있었기에 기획 출고가 가능했습니다.
지난달 30일 오후 3시, 뉴스 속보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본회의 통과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제 코인업계는 무법지대가 아닙니다. 그러나 스캠 코인은 법의 빈틈과 인간의 탐욕에 기생해 또 다른 형태로 존재할 겁니다. 꾸준히 관심 갖고 감시하겠습니다. 끝으로 이직한 지 얼마 안 된 후배를 믿고 맡겨준 강철원 부장과 언제나 한발 먼저 뛰어준 조소진 기자와 함께 일할 수 있었던 건 행운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반세기만에 드러난 ‘미군 사격장’ KBS창원
반세기만에 드러난 ‘미군 사격장’
KBS창원 이형관 기자
경남 창원 도심 한복판에 ‘팔룡산’이라는 야산이 있다. 주거지와 가깝고 작은 산책로와 공원도 있어 지역민들이 즐겨 찾는다. 서울로 치면, 남산과 비슷한 곳이다. 그런데 올해 초까지만 해도 숲으로 울창했던 이곳이 갑자기 민둥산이 됐다. 산비탈에 있던 나무 수백 그루가 잘려, 텅 비어버린 것이다. 벌목 규모만 어림잡아 1만5000여㎡! 주민들은 당황했지만, 누구도 수상한 벌목 공사의 정체를 알지 못했다. 취재진은 곧바로 취재에 나섰고, 국방부와 주한미군이 ‘주한미군 전용 사격장’ 조성을 위한 공사를 벌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었다. 사격장은 보통 안전과 보안을 이유로 인적이 드문 산속에 마련된다. 하지만 이곳은 달랐다. 말 그대로, 도심 한복판에 있었다. 반경 2km 안으로 1000가구 이상 아파트 단지 5곳과 학교 2곳이 있었고, 버스터미널과 상점, 공장은 더 가까이 있었다. 취재진이 한 아파트 거실에서 창문을 열었더니, 공사 현장이 그대로 보였다.
2년 전, 경북 영천의 한 주거지에 도비탄이 날아들었는데, 이때 사격장과의 거리가 2km였다. 주한미군 전용 사격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었다. 하지만 국방부와 주한미군은 이 중요한 사실을 관할 자치단체와 한 차례도 상의하지 않았다. 자치단체도, 시민도 모르게 말 그대로 ‘비밀리에’ 사격장을 조성하고 있었던 것이다. 국방부는 주한미군지위협정, SOFA에 따라 자치단체 협의가 의무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취재 결과 이는 궁색한 변명에 불과했다. 2001년 개정된 양해 사항을 적용하면, 협의 여지는 충분했다.
시민과 공공 안전과 관련한 사안이다. 사격장의 군사 목적을 인정하더라도, 최소한의 정보는 시민에게 마땅히 제공돼야만 했다. 취재진은 시민 알 권리를 지키기 위해, 군사 보안을 이유로 공개해서는 안 되는 정보를 제외하고 사격장 연속 보도를 했다. 시민 반발과 우려가 커졌고 국방부와 주한미군은 뒤늦게 공사를 잠정 중단했다. 안전 등 주민 우려 사항은 관할 자치단체와 해법을 찾겠다고 했다.
이번 사안은 마무리되지 않았다. 국방부와 주한미군 측은 시민들이 원하는 사격장 폐쇄나 이전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앞으로도 시민 알 권리가 또 침해될 수 있다. 취재진은 사안 종결 때까지 관련 취재를 이어갈 계획이다.
제3자가 된 피해자-‘부산 돌려차기’ 등 부산일보
제3자가 된 피해자-‘부산 돌려차기’ 등
부산일보 변은샘 기자
지난해 5월, 서면에서 일어난 무차별 폭행 사건을 보도했습니다.
폭행으로 기억을 잃은 피해자가 기사를 보고 연락해 왔습니다. 사건 전말을 기자에게 물었습니다. 수사당국 누구도 사건에 대해 말해주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은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사건 이후 피해자의 1년을 함께 했습니다. 당사자인 피해자도 모르던 사건 전말이 전국에 알려지고, 무차별 폭행이 성범죄가 되기까지 피해자의 지난한 고군분투를 곁에서 목격했습니다. 1년 만에 공소장이 변경되던 날, 피해자는 처음으로 법정에서 오열했습니다. 피해자가 전면에 나서야만 재판부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것인가 물었습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이 이례적인 사건으로만 남지 않길 바랍니다. 모든 범죄 피해자들이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처럼 목소리 낼 수는 없습니다. 여론의 주목이 쏠리고 나서야 1년 만에 성범죄가 입증된 돌려차기 사건은, 주목받지 못한 범죄 피해자들은 여전히 소외되어 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범죄 피해자가 공판 기록을 열람할 수 있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법제화를 앞두고 있습니다. 피해자의 일상 회복을 돕는 부산시 조례도 준비되고 있습니다. 시작에 불과합니다. 피해자가 제삼자가 아닌 당사자로 법정에 설 수 있도록 사법 체계 개혁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이 기획은 범죄 이후 피해자의 ‘지금’을 세상에 알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 덕분에 시작됐습니다. 어려운 용기를 내준 피해자에게 응원과 감사를 전합니다. 기회를 주신 편집국 동료 선후배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후속 보도를 이어가겠습니다.
‘와르르’ 국가항만, 총체적 부실 보고서 KBS전주
‘와르르’ 국가항만, 총체적 부실 보고서
KBS전주 오정현 기자
돌 장사한다는 인물이 찾아왔습니다. 석산 업자는 국가항만 건설에 가짜 돌이 쓰였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바다에 이미 쌓아 올린 수십만 톤을 싹 갈아야 한다고, 새 돌은 지역 업체가 대야 옳다고 말했습니다. ‘수조 원짜리 국가사업에 가짜 돌이라…’, 사뭇 구미가 당겼으나 의도가 빤해 경계를 풀지 못했습니다.
나쁜 감이 들어맞는 건 늘 안타깝습니다. 항만 구조물에 쓰인 돌, ‘사석’은 적당한 절차를 거쳤습니다. 품질 검사 성적서를 떼봤고, 그것도 못 미더워 시료를 떠와 대학 연구팀에 보냈습니다. 이 작업에 쓰인 보름의 수고가 헛되이 매몰될 무렵, 정보 공개 청구 자료들이 뒤늦게 날아들었습니다. “사석이 쓰인 낱낱의 공사를 공개하라” 요청했더니, 정부는 시공사가 작성한 <하자발생 조치 보고서>를 끼워 보냈습니다. 내용이 흥미로운데 “새만금 신항만 현장 내 호안 단면 하자 발생으로 조치하였으나, 추가 변위 발생”이라고 적혔습니다. ‘추가’란 표현으로 보아 처음 있는 일은 분명 아닙니다. 그 뒤 취감한 이야기는 복잡다단하나,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이제 막 지어 올린 항만 구조물은 1년 새 최소 11군데 무너졌습니다. 그래서 그간 같은 방식으로 바다를 메워 만든, 30년 치 국가항만을 캐봤습니다. 붕괴 현상은 이미 오래전부터 반복됐고, 정부는 때마다 돈을 들여 땜질 처방만 덧댔음을 알았습니다.
왜 자꾸 부실 설계를 되풀이할까? 정부가 발간한 <항만 및 어항 설계기준>을 찬찬히 뜯어봤습니다. 놀랍게도, 안전을 담보할 설계기준은 처음부터 없었습니다. 세계적으로 조석간만 차가 가장 큰 해역을 갖고도 국가건설기준에 간만차 수압 영향이 반영되지 않은 건, 이 기준이 실은 ‘한국형’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과거 일본이 정한 기준을 그대로 가져다 여태 써왔습니다.
취재 후기, 뭘 쓸까 고민하다 요약 수기 정도로 늘어놓습니다. 그런데 지금 봐도 참 지루합니다. 토목공학을 다루다 보니 기사가 어렵기도 하고, 말이 길어져 텐션도 뚝뚝 떨어집니다. 그러나 이 재미없는 기사는 수십 년간 항만 부실을 부추긴 그릇된 국가 정책을 한순간에 바꾸게끔 했습니다. 그래서 ‘염치’ 한 스푼 덜어내고 이번 보도를 조금 후하게 쳐주기로 했습니다. 필요한 기사였다고. 이 기사를 수신료로 만들어 뜻깊다고. 그러고 보니 누가 봐도 가성비 안 좋은 취잿거리를 욕심껏 탐사하게끔 밀어준 선후배들이 있다는 것도 고마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