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 ),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노동자의 분신
지난 5월1일 민주노총 건설노조 간부 양회동씨가 분신해 숨졌습니다. 현 정부 들어 일용직 건설 노동자의 채용 승계와 노조 전임비 등 그동안 건설 현장에서 관행으로 여겨지던 행동들이 불법으로 규정됐습니다. 정부는 이런 관행을 ‘건폭’(건설 폭력배)이라는 말로 표현했고, 언론도 이를 확대 재생산했습니다. 건설노조 간부로 활동한 양씨는 그 관행으로 인해 경찰 조사를 받았고, 구속적부심 심사를 앞두고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쌍둥이 남매를 남긴 채 죽음을 선택했습니다. 정작 경찰이 ‘건폭’ 피해자로 지목한 건설현장 소장들은 양 씨가 불법행위를 한 적이 없었다는 탄원서를 작성했습니다.
‘분신 방조’ 언론와 정부의 시각
문제는 양 씨의 죽음을 추모하는 과정에서 발생했습니다. 5월 17일 한 유력 언론사가 ‘양 씨의 분신 현장에 함께 있던 다른 노조 간부가 분신을 막지도, 불을 끄지도 않았다’고 보도했습니다. ‘독자 제공’이라며 분신 발생 당시 현장사진 몇 장도 함께 공개했습니다. 기사는 더 구체적이었습니다. 초 단위로 상황을 설명한 기사는 마치 현장을 찍은 CCTV를 직접 보면서 작성한 듯 보였습니다. 이에 맞춰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은 자신의 SNS에 “혹시나 동료의 죽음을 투쟁의 동력으로 이용하려 했던 것은 아닌지”라면서 특정 언론 기사에 힘을 실었습니다. MBC는 당시 현장에 있던 노조 동료를 직접 만나, 당시 긴박했던 상황과, 현장에 있던 방송기자 등이 분신을 만류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또 현장 취재를 통해 특정 언론이 공개한 사진이 법원 민원실 건물 측면에 설치된 CCTV로 촬영된 것을 확인했습니다. 정부기관이나 CCTV 접근이 가능한 사람이 특정 언론에 자료를 제공했고 특정 언론은 이를 기사화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분신 과정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과 검찰 모두 CCTV를 특정 언론에 제공하지 않았다는 공개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분신을 방조했다는 이 유력 언론의 보도는 마치 1991년 5월 발생한 분신 정국의 언론 보도를 연상하게 합니다. 당시 군사정권의 연장과 보수화되는 정치권에 맞서 학생과 노동계에서는 분신이 이어졌습니다. 당시 검찰과 경찰은 분신의 배후를 밝히겠다고 발표했고, 이를 즈음해 박홍 서강대 총장 등 보수 인사들은 죽음을 조장하는 검은 세력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30년 만에 재연된 ‘유서대필 의혹’
30여 년 전 공안정국을 떠올리게 하는 일은, 특정 언론이 ‘분신 방조’ 의혹을 제기한 지 이틀 뒤 해당 언론사의 자매 매체에서 또 다시 발생했습니다. 분신 사망한 양회동 씨의 유서가 조작 또는 대필됐다는 보도였습니다. “‘전문감정’을 맡길 필요도 없이 글씨가 다르다”라는 자의적 판단을 바탕으로 기사는 작성됐습니다. MBC는 공개된 유서 외에 고 양회동 씨의 업무수첩 등을 확보해 복수의 전문 감정기관에 필적 감정을 의뢰했습니다. 결과는 모두 동일 필체였습니다. 결국 해당 매체는 자신들의 보도가 잘못 됐다고 정정했습니다. MBC가 적극적으로 보도하지 않았다면 ‘유서대필’ 의혹은 30년 전과 마찬가지로 확대 재생산될 수 있었습니다.
“언론이 막아달라”
MBC가 노동자의 분신에 집중하는 것은 과거 권위주의 시절, MBC를 포함한 한국 언론이 저지른 행태에 대한 반성이자 자성의 차원입니다. 1991년 권위주의 정부는 강기훈 씨를 유서 대필자로 몰아 그에게 죄를 뒤집어 씌웠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같은 정부기관의 거짓 감정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핵심 가해자는 언론이었습니다. 분신의 배후세력을 운운하는 정부의 입장을 ‘받아쓰기’하며 대변했고, 심지어 앞서서 공안정국을 조장하기도 했습니다. 고 양회동씨는 YTN 기자에게 남긴 편지에서 “노조에 대한 탄압을 언론이 막아달라”는 마지막 유언을 남겼습니다. 언론이 노조 편을 들 수는 없지만 최소한 사실에 대한 정확한 보도를 통해 30여 년 전 권력과 언론이 만든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 사건’ 같은 보도 참사의 역사는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 취재원은 초기에는 익명으로 했으나 이후는 실명을 공개하며 인터뷰를 진행습니다.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는 전혀 없습니다.
③ 차주혁 · 이재욱 기자가 현장 취재와 문서 필적 감정 등을 실시했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사건 초기 한겨레와 경향신문 등에서 유사한 보도를 했으나, 이후 현장 르포나 필적 감정 등은 MBC가 단독으로 진행했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MBC 보도 이후 해당 매체는 오보를 인정했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준수하였으며 언론 간 팩트체크의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판단됩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은 없었으며, 초기 신분 노출을 꺼리던 분신 목격자는 MBC 보도 이후 자신의 모습과 실명을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언론중재위 등에서 오보와 관련한 사안은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93회 전체 총평
제393회 이달의 기자상은 총 9개 부문에 71편이 출품됐으며, 이 가운데 5개 부문에서 6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특히 수상작 2편이 나온 취재보도1부문은 정치인의 이해충돌 논란과 정부 공공기관의 채용 비리 의혹을 최초 보도하면서 파급력이 컸던 특종 기사가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취재보도1부문에는 21편이 응모해 편수가 가장 많았으며, 수준 높은 작품이 많아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 그 수작들 중에서도 사회적 파장이 컸던 2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중앙일보의 <선관위 채용된 사무총장·차장 자녀…선관위 “父영향 없다” 外> 보도는 민주주의 보루인 선관위의 채용비리 문제점을 단독 보도해 많은 언론사의 후속 보도를 이끌어내고 사무총장과 차장의 퇴진은 물론 선관위 전반의 개혁에 영향을 줬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또한, 북한의 해킹 공격을 받았음에도 국정원 보안점검을 거부해오던 선관위가 해당 보도를 통해 국정원의 보안점검을 받기로 입장을 바꾸는 등 공공기관의 사이버 보안 체계 개선을 끌어낸 점도 수상에 긍정적 영향을 줬다.
동일 부문 수상작인 조선일보의 <김남국 의원 가상화폐 대량 보유 의혹> 보도는 지난 5월 가장 파급력이 컸던 기사로 손꼽혔다. 1년 전부터 김남국 의원의 수십억 가상화폐 보유 의혹을 인지하고 끈질긴 노력으로 방대한 자료를 분석한 끝에 가상 자산 거래 내역을 확인하는 등 난이도 높은 내용을 치밀하고 집요하게 취재한 점이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이번 보도로 고위공직자의 가상화폐 관련 이해충돌을 방지하고, 지위를 남용해 사익을 추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적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점에 심사위원들이 높은 점수를 줬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은 11편이 출품됐고, 한국일보의 <무법지대 코인 리포트> 보도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일반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은 코인에 대한 내용을 복잡한 IT 기술부터 코인업계 생태계까지 날카롭게 지적하면서 비교적 쉽게 풀어 설명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코인 관련 기획기사는 많은 언론사에서 다뤘으나 국내 5대 거래소 상장폐지 코인 315개와 지난 2년여 코인 사기 판결 사건 180개를 전수 조사해 코인 사기사건을 명확하게 분류하고 무엇이 코인 사기인지 정립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은 13편의 지역 밀착형 기사가 출품됐다. 수상작은 KBS창원의 <반세기만에 드러난 ‘미군 사격장’> 보도가 선정됐다. 도심 한복판에 있는 야산에서 국방부와 주한미군이 ‘미군 전용 사격장’을 조성하기 위해 벌목 공사를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지역사회 건강과 공공안전에 위협을 줄 수 있다는 판단으로 다소 까다로운 주한미군 관련 사안을 집요하게 취재해 공사 중단까지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좋은 기사로 평가 받았다. 특히 국방부가 주한미군지위협정, SOFA에 따라 자치단체에 사격장 조성 공사 내용을 알릴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으나 취재팀은 2011년 개정된 양해 사항을 꼼꼼히 확인, 국방부가 지방정부와 협의를 진행해 사격장 이전과 관련한 합리적인 해법을 찾도록 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은 3편이 출품됐고, 부산일보의 <제3자가 된 피해자-‘부산 돌려차기’ 등>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지난해 5월24일 <서면 한복판서 귀가하던 여성 무차별 폭행>이라는 제목으로 일명 ‘부산 돌려차기’ 사건을 최초 보도한 이후 1년간 피해자의 행적을 동행하며 그가 부딪혀야만 했던 제도의 벽을 무너뜨릴 수 있도록 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수작이라는 데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모였다. 이외에도 취재진은 부산지역에서 발생한 강력 범죄 피해자들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 수사기관 내부규정 및 준칙 등 현행 사법체계의 문제점을 요목조목 짚어내는 등 피해자를 위한 ‘회복적 사법’으로 나아가야 할 길도 제시했다는 점이 높게 평가됐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은 6편이 출품됐으며 수상작으로 KBS전주의 <‘와르르’ 국가항만, 총체적 부실 보고서> 보도가 선정됐다. 정부가 3조7000억원을 투입해 진행하고 있는 새만금에 항만 공사의 기초구조물이 계속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을 단독 보도한 이후 전국에 흩어진 항만 공사 현장을 취재해 국가 건설 사업을 거시적 관점에서 진단했다는 점에서 역작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폭넓은 취재로 캐낸 복잡한 데이터를 꼼꼼히 분석해 처음부터 안전을 담보할 기초구조물에 대한 국가 기준 자체가 없다는 것을 밝혀내는 등 국가건설기준의 맹점을 잘 지적했으며, ‘한국형 설계기준’ 대안까지 제시한 점이 돋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