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 ),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취재의 시작은 말 한마디였다. 부산 남구 토박이인 취재원과 밥을 먹으면서 “친한 동네 형님이 석면폐증으로 고생 중인데, 동네에 석면 환자가 그렇게 많이 나온다더라”는 말을 들었다. 10년 전이면 몰라도 최근에 석면 환자가 나온다니. 처음에는 의아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남구에 물어보니, 지난해 남구 석면 피해 인정자가 조사 1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부산시 전체도 마찬가지였다. 시 석면 검진으로 피해를 인정 받은 사람은 2018년 78명에서 2022년 178명으로 4년 만에 128%가 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취재진이 “올해 검진 예산도 많이 늘었겠네요?” 라고 묻자, 시 담당 팀장은 “아니요. 지난해보다 예산이 줄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단건 기사에서 연속 보도로 장르가 바뀌는 순간이었다. 취재를 하니, 검사 건수는 2907건(2018년)에서 1778건(2022년)으로 약 39% 줄었지만 피해 인정자는 오히려 크게 늘어 피해 인정률이 2%에서 10%로 치솟았다. 시 자료를 보면, 시는 최근 3년 동안 피해 인정자가 늘고 있어 올해도 상당수 나올 거라 예측했다. 그러나 시는 오히려 예산을 지난해 2억1000만 원에서 올해 1억6000만 원으로 줄였다. 경남도 상황은 마찬가지로 국제신문은 부산 경남 석면 피해 예산 삭감 사실을 단독 보도했다.
과연 시의 판단이 적절했을까. 현장에서 만난 모두가 발을 동동 구르며 “안된다”고 외쳤다. 석면 검진을 맡아서 운영하는 양산부산대병원 석면환경보건센터는 지난해 예산이 부족한 탓에 10월에 조기 중단했고, 올해도 검진 시작 2달 만에 희망자가 몰려 예산 75%가 동났다고 했다. 사업 중단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라는 거다. 예산 부족은 고질적인 문제로 4년이 넘도록 방문 검진을 가지 못하는 피해 우려 지역이 있을 정도였다. 시민사회와 전문가로 구성된 석면추방위원회도 예산을 줄이면 안 된다는 경고의 목소리를 여러 차례 냈지만, 묵살당했다. 이는 2009년부터 검진을 진행해 사업 우선순위가 낮다는 시의 판단 때문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주민의 몫으로 돌아갔다.
부산시는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 급선무가 아니라 생각했지만, 현재 석면 노출 최소 추정치인 18만 명의 고작 9분의 1인 2만 명만 검진했을 뿐이다. 시의 설명을 듣고도 정말 안 써도 되는 예산인지 의문이 풀리지 않았다. 수년 전, 시 석면 검진으로 피해 인정을 받았던 이들을 만나 얘기를 들었다. 부산 석면 방직 공장인 ‘제일화학’에서 1970년대 19살 꽃다운 나이에 일하다 일평생 석면폐증으로 고통받는 손귀남 씨는 “조기 검진을 받아 살 수 있었다. 발견 시기를 놓치면 손 쓸 수 없이 번져 1,2년 안에 갑자기 죽는 경우도 부지기수다”며 시 석면 검진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손 씨 일가족 6명이 함께 공장을 다녔지만 다 석면 폐질환으로 숨지고 2명만 살아있다.
부산은 ‘석면 친화 도시’였다. 1960년대 일본으로부터 석면을 들여오기 시작해 지역 곳곳에 석면 공장을 지었다. 1970~1980년대 농촌을 떠나 도시로 모여든 노동자는 남구, 동구 산동네에 석면 슬레이트 지붕 집을 짓고 살았다. 부산 바다를 따라 늘어선 수리조선소에서는 배가 들어오면 온 동네에 석면 가루가 날리곤 했다. 취재진이 입수한 부산보건환경연구원 검측 보고서를 보면, 최근 5년까지도 흙에서 석면 분진이 나올 만큼 석면은 지역사회에 오랜 세월 큰 영향을 미쳤다.
이제는 사라졌다고 생각한 석면은 2023년에도 여전히 지역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었다. 동구 수정동의 노후 슬레이트 밀집 지역을 찾아가니, 석면폐증 2급 진단을 받았음에도 35년이 넘은 노후 슬레이트 집에 살고 있는 어르신이 계셨다. 취약계층이라 지붕 개량비 지원 대상이지만, 어르신은 “전혀 몰랐다.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었다”며 두 번 세 번 기자에게 되물었다. 주민 안전이 지자체의 무관심 속에서 방치되고 있었다.
취재를 하면, 흔히 ‘3無’ 소리를 듣곤 했다. “사람·시간·돈이 없어서 못 한다”는 말이다. 14회에 걸친 취재는 기사 말미에 붙는 ‘3無’ 해명을 뒤집기 위한 만 1년 차 기자의 도전이었다. 행정의 시작과 끝은 ‘예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말 한마디에서 시작한 기획은 부산 시민의 생명과 안전에 쓸 돈이 과연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는지를 시에 되묻고 있다. 검진 예산이 동나 발길을 돌리는 석면 피해자가 없도록 끝까지 추적하겠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기사에 등장하는 기관·업체 관계자는 입장을 대변할 대표성이 충분한 취재원이나, 본인이 실명 언급을 꺼려 익명으로 표기하였습니다.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해당 사항 없습니다.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직접 취재했습니다.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해당 사항 없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부산 석면 피해자 폭증하지만, 석면 검진 예산은 삭감했다는 사실은 국제신문의 단독 보도를 통해 지역에 처음 공개됐다. 예산 증액과 피해자 지원 대책 수립을 촉구하는 전문가와 피해자의 목소리도 국제신문을 통해 처음 전달됐다. 부산참여연대는 관련 성명서를 냈고 지역 대부분의 매체에서 이 보도를 이어받았다.
연합뉴스
-부산참여연대 “석면 노출 지역 주민 건강조사 예산 늘려야”
https://www.yna.co.kr/view/AKR20230501032900051?section=search
2. 부산 CBS
-석면 건강 영향조사 예산 줄어...부산참여연대 “증액해야”
https://naver.me/GguagIcZ
3. KBS부산
-부산참여연대, 석면 피해자 대책 수립 촉구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664224
4. 부산MBC
-참여연대, 부산시에 신속한 석면 피해 대책 촉구
https://busanmbc.co.kr/article/r7or3rF5sd6TfGZn
5. 사회에 끼친 영향
부산시는 2024년 석면피해 주민 건강영향조사 예산을 2억1000만 원으로 증액하고 피해자 급증에 대비해 관련 예산을 늘리기로 했다. 오는 8월 2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여부가 결정 나면 하반기 예산 부족분을 반영을 추진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부산시의회와 시민사회도 부산시에 예산 증액을 촉구했다.
기초자치단체도 노후 슬레이트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동구는 2014년 석면 피해 인정자 100여 명을 대상으로 서류와 전화로 주거 형태 조사를 마치고 기사 등장한 ‘수정동 79번지’ 노후 슬레이트 가정 방문을 진행 중이다. 또 석면피해인정자 지원책으로 구비 3000만 원을 확보해 지붕 개량비를 추가 지원한다. 부산진구도 구비 추가 확보를 추진하는 동시에 빈집 슬레이트 지붕 철거 작업을 진행 중이다. 또 관내 대학 부지 안 미허가 건축물의 노후 슬레이트 지붕을 바꾸기 위해 대학에 협조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석면보건환경센터에 따르면, 국제신문 기사를 읽고 석면 피해 검진을 받기 위해 찾아왔다는 시민이 늘어 홍보 효과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또 문의 전화도 늘어 비록 예산 부족으로 홍보 활동을 중단했지만, 언론 보도로 검진 필요성을 지역 사회에 알릴 수 있었다고 밝혔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석면 피해가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에 기획도 계속 간다. 내년 예산 증액은 확정됐지만, 올해 하반기 예산 소진으로 인한 검진 중단 문제는 풀리지 않고 있다. 검진 공백을 없애기 위해 기사를 계속 쓸 계획이다. 병원을 찾은 석면 피해자가 예산이 떨어져 검진을 못 받고 발길을 돌리는 일만큼은 막고 싶다.
여전히 진행 중인 기획이지만, 외부기관의 호평이 있었다. 지역언론을 감시하는 시민단체인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이번 연속 보도를 2022년 4월 4주 주목 보도에 선정했다. 선정 사유로 민언련은 “대부분의 석면 피해자가 고령이 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부산의 석면 피해자 현황과 시 대응 상황을 점검하여 예산 확대의 필요성을 제기하였고 상시 검진을 통해 이들의 피해를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석면 피해자들의 입장을 중점적으로 전달한 보도다”고 평가했다.
이번 연속 보도와 관련해 국제신문은 언론윤리강령을 준수했다.
7.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이나 보도 당사자의 반론 신청, 언론중재위원회 피신청 등은 없었다.
회차 심사평
제393회 전체 총평
제393회 이달의 기자상은 총 9개 부문에 71편이 출품됐으며, 이 가운데 5개 부문에서 6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특히 수상작 2편이 나온 취재보도1부문은 정치인의 이해충돌 논란과 정부 공공기관의 채용 비리 의혹을 최초 보도하면서 파급력이 컸던 특종 기사가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취재보도1부문에는 21편이 응모해 편수가 가장 많았으며, 수준 높은 작품이 많아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 그 수작들 중에서도 사회적 파장이 컸던 2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중앙일보의 <선관위 채용된 사무총장·차장 자녀…선관위 “父영향 없다” 外> 보도는 민주주의 보루인 선관위의 채용비리 문제점을 단독 보도해 많은 언론사의 후속 보도를 이끌어내고 사무총장과 차장의 퇴진은 물론 선관위 전반의 개혁에 영향을 줬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또한, 북한의 해킹 공격을 받았음에도 국정원 보안점검을 거부해오던 선관위가 해당 보도를 통해 국정원의 보안점검을 받기로 입장을 바꾸는 등 공공기관의 사이버 보안 체계 개선을 끌어낸 점도 수상에 긍정적 영향을 줬다.
동일 부문 수상작인 조선일보의 <김남국 의원 가상화폐 대량 보유 의혹> 보도는 지난 5월 가장 파급력이 컸던 기사로 손꼽혔다. 1년 전부터 김남국 의원의 수십억 가상화폐 보유 의혹을 인지하고 끈질긴 노력으로 방대한 자료를 분석한 끝에 가상 자산 거래 내역을 확인하는 등 난이도 높은 내용을 치밀하고 집요하게 취재한 점이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이번 보도로 고위공직자의 가상화폐 관련 이해충돌을 방지하고, 지위를 남용해 사익을 추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적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점에 심사위원들이 높은 점수를 줬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은 11편이 출품됐고, 한국일보의 <무법지대 코인 리포트> 보도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일반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은 코인에 대한 내용을 복잡한 IT 기술부터 코인업계 생태계까지 날카롭게 지적하면서 비교적 쉽게 풀어 설명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코인 관련 기획기사는 많은 언론사에서 다뤘으나 국내 5대 거래소 상장폐지 코인 315개와 지난 2년여 코인 사기 판결 사건 180개를 전수 조사해 코인 사기사건을 명확하게 분류하고 무엇이 코인 사기인지 정립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은 13편의 지역 밀착형 기사가 출품됐다. 수상작은 KBS창원의 <반세기만에 드러난 ‘미군 사격장’> 보도가 선정됐다. 도심 한복판에 있는 야산에서 국방부와 주한미군이 ‘미군 전용 사격장’을 조성하기 위해 벌목 공사를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지역사회 건강과 공공안전에 위협을 줄 수 있다는 판단으로 다소 까다로운 주한미군 관련 사안을 집요하게 취재해 공사 중단까지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좋은 기사로 평가 받았다. 특히 국방부가 주한미군지위협정, SOFA에 따라 자치단체에 사격장 조성 공사 내용을 알릴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으나 취재팀은 2011년 개정된 양해 사항을 꼼꼼히 확인, 국방부가 지방정부와 협의를 진행해 사격장 이전과 관련한 합리적인 해법을 찾도록 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은 3편이 출품됐고, 부산일보의 <제3자가 된 피해자-‘부산 돌려차기’ 등>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지난해 5월24일 <서면 한복판서 귀가하던 여성 무차별 폭행>이라는 제목으로 일명 ‘부산 돌려차기’ 사건을 최초 보도한 이후 1년간 피해자의 행적을 동행하며 그가 부딪혀야만 했던 제도의 벽을 무너뜨릴 수 있도록 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수작이라는 데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모였다. 이외에도 취재진은 부산지역에서 발생한 강력 범죄 피해자들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 수사기관 내부규정 및 준칙 등 현행 사법체계의 문제점을 요목조목 짚어내는 등 피해자를 위한 ‘회복적 사법’으로 나아가야 할 길도 제시했다는 점이 높게 평가됐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은 6편이 출품됐으며 수상작으로 KBS전주의 <‘와르르’ 국가항만, 총체적 부실 보고서> 보도가 선정됐다. 정부가 3조7000억원을 투입해 진행하고 있는 새만금에 항만 공사의 기초구조물이 계속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을 단독 보도한 이후 전국에 흩어진 항만 공사 현장을 취재해 국가 건설 사업을 거시적 관점에서 진단했다는 점에서 역작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폭넓은 취재로 캐낸 복잡한 데이터를 꼼꼼히 분석해 처음부터 안전을 담보할 기초구조물에 대한 국가 기준 자체가 없다는 것을 밝혀내는 등 국가건설기준의 맹점을 잘 지적했으며, ‘한국형 설계기준’ 대안까지 제시한 점이 돋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