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o),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직접 발굴 및 일부 아파트 주민 제보), ⑤ 기타( )
2. 보도제작경위
*취재 착수 경위 및 기획의도*
올해 초, 원거리 초교 통학을 하고 있는 몇몇 아파트단지들로부터 제보를 받아 열악하고 차별적인 통학 환경을 알리는 리포트를 몇 개 보도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지역 부동산카페에서 ‘돈 낸 만큼 통학 환경이 달라지는 건 당연하다’는 식의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싼 아파트에 사는 학생들은 그들이 선택한 일이니 등굣길이 멀고 안전하지 못해도 그냥 감내해야 된다는 건데, 타당하지 않았습니다. 돈에 따른 차별대우를 옹호하는 자본주의 논리가 교육권 중 하나인 ‘통학권’을 논할 때마저도 진리처럼 간주되는 이 같은 상황으로부터 문제의식을 느꼈습니다.
교육청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순천 가곡동의 한 임대아파트가 법정 통학거리 1.5km를 초과하는데도 통학버스 지원을 받을 수 없는 건 학교용지부담금을 내지 않기 때문이라고 교육청은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취재해보니 통학대책과 용지부담금은 전혀 관련이 없는 사항이었습니다. 기획보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건, 이처럼 통학 대책을 책임져야 할 교육청까지 자본의 논리에 따라 학생들의 원거리 통학사정을 외면하고 차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부터였습니다.
‘초품아’. 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 학교가 가까워 안전통학이 가능한 아파트를 가리키는 부동산 신조어입니다. 집값에 따른 통학환경 차이를 자연스럽게 정당화하는 단어인 ‘초품아’는, 동시에 학교가 멀어 안전한 통학이 어려운 아파트가 어딘가엔 존재한다는 사실을 함축합니다. 그리고 저는, 초등생 법정 통학기준 1.5km 밖에 있는 아파트들이 그곳에 해당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교육청이 통학 대책 수립을 외면해버린 초품아 밖의 아파트들, 이곳 아이들의 실제 통학을 현장감 있게 보여줌으로서, 통학대책 책임자인 교육청의 태만을 지적하고, 시민들에게 통학권도 학생들이 누려야 할 보편적 권리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교육청의 통학환경 개선을 의도하는 기획 보도를 꾸리게 됐습니다. 원거리 통학문제는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문제지만, 원거리 통학 실태가 심각한 순천지역으로 취재 범위를 한정하는 게 취재 여건상으로도, 또 문제의식을 압축해 보여주기에도 적절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제작 경위*
[집중취재①] '임대아파트라서?'..힘겨운 3.2km 등굣길
첫 순서로 순천 신축아파트 중 가장 통학환경이 열악한 가곡동의 한 임대아파트 사례를 선택했습니다. 통학거리는 3.2km, 초등학생 도보로 1시간이 걸리는 거리였습니다. 한 학생의 통학길을 동행 취재해봤습니다. 이른 아침에 기상해 흔들리는 만원 버스를 타고 통학하는, 어른에게도 힘든 여정을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이 매일의 일상으로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집중취재②] 3.2km 통학은 감사원 탓?..교육청의 업무 태만
[집중취재①+② : 전국] 임대아파트에는 지원 안 돼‥차별받는 임대아파트 초등학생
법적으로 초등학생의 통학거리는 1.5km 이내여야 합니다. 하지만 지역 교육청들은 새로 들어서려는 아파트가 1.5km를 넘어가더라도, 아파트 시행사가 ‘통학버스’를 운영할 경우 아파트 건축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려주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통학거리 3.2km인 해당 임대아파트도 시행사의 통학버스가 있어야 했습니다. 통학버스가 왜 없냐는 주민들의 민원에 대해 교육청은 임대아파트의 경우 사업자의 학교용지부담금 납부가 면제되기 때문에, 통학버스 운영을 요구했다간 감사원으로부터 지적받는다고 응대하고 있었습니다. 비용을 내지 않으니 통학 대책도 세워줄 수 없다, 자본주의와도 일맥상통하는 교육청의 답변은 언뜻 그럴듯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교육청이 근거로 들었던 문제의 ‘감사원 지적내용’을 살펴봤더니, 교육청의 해명은 지적사항을 아전인수로 해석한 ‘거짓’에 불과했습니다. 지적내용은 교육청이 임대아파트 사업자에게 학교용지 부담금을 부과하면 안 된다는 내용일 뿐이었고, 오히려 면제된 학교용지부담금은 ‘교육청’이 지불해야 한다고 나와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교육청은 감사원 지적사항에서 ‘비용 면제’ 부분만 취사선택해, 자의적으로 교육청과 아파트 사업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한 내용으로 민원을 잠재우면서, 임대아파트 학생들을 위한 통학대책은 전혀 세우지 않고 있었습니다. 교육부 담당 사무관에게 상황을 설명하자 학교용지부담금과 통학대책은 전혀 관련이 없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교육청이 자본의 논리에 따라 임대아파트 학생을 근거 없이 차별하고 있었습니다.
[집중취재③] 더 빨리, 더 일찍.. 통학버스 탑승 경쟁
순천시의 공동주택 통계를 확인해봤습니다. 2021년 이후 들어오는 아파트단지들은 총 12곳이었는데, 이중 75%인 9곳의 통학거리가 법정 기준인 1.5km 이상이었습니다. 원거리 통학은 일부 한 아파트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또 원거리 통학 아파트들을 취재해보니 조금씩의 차이는 있었지만, 다양한 문제들을 겪고 있었습니다. 순천시 해룡면의 한 아파트의 경우, 아파트 시행사가 통학버스를 운영해주고 있었지만 운영 관련 매뉴얼이 없는 탓에, 매일 아침마다 좋은 시간대의 통학버스를 타기 위해 학생들의 경쟁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입주자대표회의의 동의를 얻어 통학 상황을 동행 취재했습니다. 원거리 통학 탓에 학교에 도착하기 전부터 학생들이 경쟁에 놓이는 상황, 혹여나 버스를 놓칠라 5분 대기조인 학부모들, 그리고 버스를 놓치자 자책하는 초등생의 서글픈 아이러니함이 카메라에 그대로 포착됐습니다. 사실은 그들의 잘못이 아닌데 말입니다.
[집중취재④] 신축아파트 85%가 '원거리 통학' 위기
기존의 집계를 세대수를 기준으로 다시 정리해봤습니다. 8,645세대 중 7,297세대. 앞으로 들어설 단지까지 합치면 원거리 통학에 놓인 세대는 85%에 육박했습니다. 통학거리 1.5km 이내라는 규정이 있는데도 왜 1.5km 밖 학생들이 자꾸 생겨나는 건지가 궁금해졌습니다. 알아보니 1.5km를 초과할 경우에 대한 내용은 법에 명시돼있지 않아, 사실상 교육청의 재량에 달려 있었습니다. 재량권을 가진 교육청이 사업자로부터의 행정소송을 우려해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었던 겁니다. 또 도시개발계획을 관장하는 순천시도 통학 문제와 관련해선 교육청에게만 책임이 있다며 회피하고 있었고 이 부분을 인터뷰로 담았습니다. 아파트 건축 허가과정에서 학생들의 통학문제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있었습니다.
[집중취재⑤] 통학버스면 문제 해결? 직접 통학해보셨나요.
새로 들어서려는 아파트가 초등 통학거리 1.5km를 초과할 경우, 교육청은 아파트 시행사에게 통학버스를 운영시키고 있습니다. 교육청이 아파트 건축 허가를 빌미로 아파트 사업자인 민간에 통학대책을 떠넘기고 있었던 겁니다. 실제 통학 현실을 면밀히 살피지 않고 일률적으로 적용된 행정 편의적 통학대책의 부작용은 명확했습니다. 교통 혼잡 등 안전문제, 불법 관광버스 통학, 회차공간 부족 등의 인프라 미비, 같은 원거리 통학생 간의 차별 등 공공의 영역이 민간에 전가됐을 때 발생하는 전형적인 문제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집중취재⑥] 17년 전 통학기준 그대로..“대책 세우겠다”
교육청으로부터 차별받았던 해당 임대아파트, 알고 보니 적용된 통학구역은 17년 전 기준이었습니다. 교육청이 얼마나 학생 통학에 무심한지를 보여주는 선명한 근거였기에 마지막 리포트에 실었습니다. 각 지역의 사정에 맞춘 타 시도의 창의적인 대책처럼, 우리 지역도 장거리 통학 문제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또, 보도 이후 대책 마련에 나선 교육당국과 지역 정치권의 움직임도 함께 보도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기획 취지를 고려해볼 때, 모자이크를 남발하면 학생의 표정 등이 사라져 리포트의 호소력이 크게 반감된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학생과 학부모에게 기획 취지를 설명하며 얼굴 공개를 설득하는 데 노력을 들였습니다. 동행취재의 경우 모두 동의 후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타 매체 선행보도는 없으며, 저희 보도 이후 MBC 생방송 오늘아침에서 7분 분량으로 순천지역 통학문제를 다뤘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학생들의 통학을 책임져야할 전남도교육청과 순천교육지원청의 업무 태만으로 인해 임대아파트 학생들을 차별해버린 황당한 사건에 대해 지역사회와 전국 시청자들이 공감했습니다. 자막뉴스 버전으로 편집된 1번 리포트는 유튜브 조회수 110만 회를 기록하며 많은 공감을 얻었습니다. 전남도교육청은 인터뷰 과정에서부터 보도의 문제의식에 공감을 표했습니다. 보도 직후 전라남도교육청은 보도를 계기로 도시지역 통학대책 마련을 위한 TF팀을 꾸리고 있습니다. 또 광역의회는 1.5km 밖 학생들의 통학 안전을 위한 조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그 누구도 아닌 ‘교육청’이 통학대책에 있어 차별적이었고 무관심했다는 충격적인 실태를 고발한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또 단편적인 고발에 그치지 않고, 통계 분석을 통해 일부 아파트의 문제를 순천지역 신축아파트 대부분의 문제로 확장시켜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기 위해 노력하고, 기사의 공익성을 극대화했습니다. 이와 함께 교육청이 건축 허가를 빌미로 아파트 시행사에게 통학버스를 운영시키며 통학대책을 민간에 떠넘기고 있는 실태, 그리고 그로 인한 각종 부작용을 현장감있게 조명하며 공감을 얻어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여부,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의 피신청사항 모두 해당사항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93회 전체 총평
제393회 이달의 기자상은 총 9개 부문에 71편이 출품됐으며, 이 가운데 5개 부문에서 6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특히 수상작 2편이 나온 취재보도1부문은 정치인의 이해충돌 논란과 정부 공공기관의 채용 비리 의혹을 최초 보도하면서 파급력이 컸던 특종 기사가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취재보도1부문에는 21편이 응모해 편수가 가장 많았으며, 수준 높은 작품이 많아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 그 수작들 중에서도 사회적 파장이 컸던 2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중앙일보의 <선관위 채용된 사무총장·차장 자녀…선관위 “父영향 없다” 外> 보도는 민주주의 보루인 선관위의 채용비리 문제점을 단독 보도해 많은 언론사의 후속 보도를 이끌어내고 사무총장과 차장의 퇴진은 물론 선관위 전반의 개혁에 영향을 줬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또한, 북한의 해킹 공격을 받았음에도 국정원 보안점검을 거부해오던 선관위가 해당 보도를 통해 국정원의 보안점검을 받기로 입장을 바꾸는 등 공공기관의 사이버 보안 체계 개선을 끌어낸 점도 수상에 긍정적 영향을 줬다.
동일 부문 수상작인 조선일보의 <김남국 의원 가상화폐 대량 보유 의혹> 보도는 지난 5월 가장 파급력이 컸던 기사로 손꼽혔다. 1년 전부터 김남국 의원의 수십억 가상화폐 보유 의혹을 인지하고 끈질긴 노력으로 방대한 자료를 분석한 끝에 가상 자산 거래 내역을 확인하는 등 난이도 높은 내용을 치밀하고 집요하게 취재한 점이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이번 보도로 고위공직자의 가상화폐 관련 이해충돌을 방지하고, 지위를 남용해 사익을 추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적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점에 심사위원들이 높은 점수를 줬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은 11편이 출품됐고, 한국일보의 <무법지대 코인 리포트> 보도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일반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은 코인에 대한 내용을 복잡한 IT 기술부터 코인업계 생태계까지 날카롭게 지적하면서 비교적 쉽게 풀어 설명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코인 관련 기획기사는 많은 언론사에서 다뤘으나 국내 5대 거래소 상장폐지 코인 315개와 지난 2년여 코인 사기 판결 사건 180개를 전수 조사해 코인 사기사건을 명확하게 분류하고 무엇이 코인 사기인지 정립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은 13편의 지역 밀착형 기사가 출품됐다. 수상작은 KBS창원의 <반세기만에 드러난 ‘미군 사격장’> 보도가 선정됐다. 도심 한복판에 있는 야산에서 국방부와 주한미군이 ‘미군 전용 사격장’을 조성하기 위해 벌목 공사를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지역사회 건강과 공공안전에 위협을 줄 수 있다는 판단으로 다소 까다로운 주한미군 관련 사안을 집요하게 취재해 공사 중단까지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좋은 기사로 평가 받았다. 특히 국방부가 주한미군지위협정, SOFA에 따라 자치단체에 사격장 조성 공사 내용을 알릴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으나 취재팀은 2011년 개정된 양해 사항을 꼼꼼히 확인, 국방부가 지방정부와 협의를 진행해 사격장 이전과 관련한 합리적인 해법을 찾도록 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은 3편이 출품됐고, 부산일보의 <제3자가 된 피해자-‘부산 돌려차기’ 등>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지난해 5월24일 <서면 한복판서 귀가하던 여성 무차별 폭행>이라는 제목으로 일명 ‘부산 돌려차기’ 사건을 최초 보도한 이후 1년간 피해자의 행적을 동행하며 그가 부딪혀야만 했던 제도의 벽을 무너뜨릴 수 있도록 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수작이라는 데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모였다. 이외에도 취재진은 부산지역에서 발생한 강력 범죄 피해자들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 수사기관 내부규정 및 준칙 등 현행 사법체계의 문제점을 요목조목 짚어내는 등 피해자를 위한 ‘회복적 사법’으로 나아가야 할 길도 제시했다는 점이 높게 평가됐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은 6편이 출품됐으며 수상작으로 KBS전주의 <‘와르르’ 국가항만, 총체적 부실 보고서> 보도가 선정됐다. 정부가 3조7000억원을 투입해 진행하고 있는 새만금에 항만 공사의 기초구조물이 계속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을 단독 보도한 이후 전국에 흩어진 항만 공사 현장을 취재해 국가 건설 사업을 거시적 관점에서 진단했다는 점에서 역작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폭넓은 취재로 캐낸 복잡한 데이터를 꼼꼼히 분석해 처음부터 안전을 담보할 기초구조물에 대한 국가 기준 자체가 없다는 것을 밝혀내는 등 국가건설기준의 맹점을 잘 지적했으며, ‘한국형 설계기준’ 대안까지 제시한 점이 돋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