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8편
두 초임교사의 죽음 MBC
두 초임교사의 죽음
MBC 차주혁 기자
‘교권 : (명사) 교사로서 지니는 권위나 권력’. 교권이 추락했다고들 합니다. 추락할 만큼 높은 곳에 있었는지 묻기에 앞서, 그런 권위와 권력이 존재는 했었을까요?
타인의 삶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 죽음을 되짚어가는 건 더 어렵습니다. 꿈꿔왔던 교단에서 죽음을 결심했을 두 초임교사의 고통을,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기자의 일은 동시대를 기록으로 남기는 겁니다. 단순 추락사로 묻혀있던 두 선생님의 죽음을 드러내고 기록했습니다. 가치 판단을 배제하고, 팩트만을 담담하게 기록하려 했습니다.
동시대의 분노는 뜨거웠습니다. 일부 학부모의 신상을 털어낸 뒤,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특정인을 악마화하면서, 분노를 자극적으로 소진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슬픔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릅니다. 분노로써 무엇을 바꿔야 할지 모르고 있습니다.
김은지 선생님은 ‘살고 싶다’라는 간절한 바람을 일기 곳곳에 남겼습니다. 하지만 이 죽음에는 특정 가해자가 없습니다. 교권 침해 사실도 확인된 바 없다고 합니다.
또다시 학교는, 선생님을 외면하려 합니다. 선생님의 죽음이 개인적 죽음으로 치부되는 이상, 앞으로도 바뀔 건 없습니다.
‘교사로서 지니는 권위나 권력’을 바라는 선생님은 없었습니다. 몸과 마음을 다치지 않고 일할 권리,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권리. 그들이 바라는 교권은 ‘교사로서 지니는 권리’였습니다.
출처: 한국기자협회(https://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54469)
윤 대통령 해병대 수사 개입 의혹 MBC
윤 대통령 해병대 수사 개입 의혹
MBC 이준희 기자
우선 채 상병의 명복을 빕니다. ‘대통령 수사 개입 의혹’을 방송한 지난 8월27일 <스트레이트> 엔딩곡은 박효신의 ‘숨’이었습니다. 채 상병이 가장 좋아했던 가수가 박효신이었기 때문입니다. 전북 남원에서 만난 채 상병 어머니는 “너무 소중한 아들이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젊은 해병의 어이없는 죽음에 대해 대통령이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습니다. 그런데 그 지시를 충실히 따랐던 수사단장이 ‘항명 수괴’로 몰렸습니다. 가장 이상한 건 이종섭 국방장관이었습니다. 자기 손으로 결재한 수사 보고서를 바로 다음 날 ‘재검토하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증거가 없었기에 언론 취재도 거기서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스트레이트>는 박정훈 대령의 군 선배가 사건 초기 작성한 비공개 문건을 찾아냈습니다. ‘사단장이 처벌 대상에 포함됐다’는 수사 결과를 듣고 윤석열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박 대령은 앞서 언론 배포 문건에서 ‘대통령 격노’ 부분을 일부러 뺐습니다. 그 퍼즐 조각 없이도 자신의 결백을 충분히 증명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상관과 동료들이 자신을 거짓말쟁이로 몰면서 박 대령의 믿음은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습니다. 결국, 그는 <스트레이트> 보도 이틀 뒤 군 검찰 진술서를 통해 ‘대통령 격노’ 발언을 직접 공개했습니다. 저희는 단지 사라졌던 퍼즐 조각 하나를 찾아냈을 뿐입니다.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 끝까지 파헤치겠습니다.
출처: 한국기자협회(https://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54467)
집단 마약 현장 경찰관 추락사 KBS
집단 마약 현장 경찰관 추락사
KBS 김영훈 기자
‘경찰관이 추락사했기에 이 사건은 뉴스가 될 수 있었다.’ KBS가 <용산 아파트서 ‘집단 마약’ 투약 의심…경찰관 추락사> 기사를 단독 보도한 이후 나온 반응 중 하나입니다.
경찰의 내부 통제 실패를 규명하는 과정은 지난했습니다. 경찰은 동료 직원의 마약투약 정황이 드러날 수 있다는 생각에 취재 협조를 꺼렸고,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들과 입주민 대부분은 취재를 거부했습니다. 그러나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발로 뛰면서 퍼즐 조각을 모았고, 경찰관을 포함한 사건 일행이 주말마다 ‘마약 파티’를 벌인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취재진은 경찰 수사보다 앞서 나갔습니다. 경찰은 사고 당시 현장에 일행 8명이 있었다고 판단했지만, 일행은 총 20여명이었다는 사실을 먼저 파악했습니다. 숨진 경찰관이 마약을 구입·투약한 정황도 확인했습니다. 이태원 클럽에서 마약 파티가 벌어지고 있는 사실도 파악했습니다. 경찰이 압수수색에 나서기 전에 클럽을 방문해 수많은 사람들이 마약하는 장면을 확인했습니다. 이틀간 방문했던 주말 클럽은 그야말로 마약 파티 소굴이었습니다. 충격적인 현장을 영상에 고스란히 담았습니다. 경찰관 추락사로 드러난 집단 마약 보도는 경찰의 내부 통제 실패를 지적한 기사에 가까웠다면, 이태원 클럽 마약 파티 보도는 사회 현상을 드러낸 기사였습니다. KBS 보도 이후 경찰은 대대적 수사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수사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계속 취재하고 보도하겠습니다.
출처: 한국기자협회(https://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54468)
CJ 등 계열사 TRS 부당지원 및 '손 놓은 공정위' K…
CJ 등 계열사 TRS 부당지원 및 '손 놓은 공정위'
KBS 김청윤 기자
IMF를 불러온 무분별한 채무보증. 대기업 줄도산으로 국가 경제가 휘청이자 정부는 법으로 채무보증을 금지했습니다. 이에 대기업들은 채무보증과 같은 효과를 불러오는 ‘꼼수’ 금융상품을 찾았습니다. 바로 TRS입니다. 모회사가 직접 채무보증을 하지 않고 중간에 증권사 등을 끼워 넣어 표면적으로 합법적인 상품입니다. 하지만 부실 계열사를 위한 부당지원 용도로 쓰이면 결과적으로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가 됩니다.
우선 부당지원이 자명해 보이는 CJ 그룹을 첫 취재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완전자본잠식으로 도산해야 할 CJ 푸드빌이 2015년 500억의 자금을 지원받고 시장에서 살아남아 경쟁사의 진입을 막고 있었던 겁니다. 이때 CJ가 체결한 게 TRS로, 부실 계열사였던 CJ건설과 시뮬라인도 같은 방식으로 숨통을 이어줬습니다.
그런데 공정위는 이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금감원이 2018년 CJ 등 9개 대기업의 TRS 부당지원 의심 사례를 공정위에 통보한 겁니다. 그럼에도 5년 동안 공정위 조사 절차는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방송 이후 공정위는 기존의 태도와는 다르게 현장조사에 착수했습니다. 보도 11일 만이었습니다. 공정위의 ‘직무유기’가 확인된 순간이었습니다.
KBS 보도가 없었다면 자칫 7년이라는 처분시효를 넘겨, CJ 등의 부당지원 의심 행위가 별다른 조사 없이 역사 속에 묻힐 뻔했습니다. 방송이 될 수 있도록 길을 알려주신 부장과 팀장께 감사드립니다. 어려운 TRS를 함께 공부하며 더 좋은 기사를 위해 고민해주신 하누리 캡과 계현우 바이스, 함께 취재한 윤아림 기자에게 영광을 돌립니다.
출처: 한국기자협회(https://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54464)
사라진 마을 : 오버투어리즘의 습격 한국일보
사라진 마을 : 오버투어리즘의 습격
한국일보 유대근 기자
작은 제보에서 시작한 취재였다. 북촌 한옥마을 한 주민은 지난 7월 초 기자를 만나 “올봄부터 마을에 외국인 관광객이 몰려들어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시끄러워졌다”고 호소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인 2021년 이 마을의 고즈넉함에 반해 이사를 왔는데 전혀 다른 동네가 됐다는 얘기다. 이탈리아 베니스나 스페인 바르셀로나처럼 해외 유명 관광지만 겪는 줄 알았던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 탓에 주민의 삶이 침범당하는 현상)이 우리 이웃의 마을까지 덮친 것이다.
취재 지역을 넓히기로 했다. 박준석·송주용 기자와 함께 북촌뿐 아니라 부산 흰여울문화마을과 인천 동화마을, 강원도 양양군 양리단길(현남면) 등 국내 마을형 관광지 11곳에서 여러 날을 머물며 문제를 살폈다. 소음, 사생활 침해 등 ‘관광 공해’와 삶이 불편해져 주민들이 떠밀리듯 이주해 마을이 텅 비는 과정 등을 기록했다. 꼬박 두 달을 취재한 내용은 활자와 영상, 인터랙티브 콘텐츠에 실렸다. 김영화 국장과 강철원 엑설런스랩장 등 뉴스룸 차원의 지원이 없었다면 깊이 있는 취재는 불가능했을 듯하다.
보도 후 지자체장들이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정문헌 종로구청장은 “북촌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해 마을 입구까지 버스가 진입하는 것을 막고 골목 내 관광 시간을 제한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걱정이 남는다. 주민 삶보다는 관광객 수 늘리기에 몰두하는 곳이 많아서다. 정부는 2027년까지 외국인 관광객 3000만명 달성, 서울시는 2026년까지 3000만명 유치를 목표로 던졌다. 숫자에 매몰된 정책 입안자에게 이미 포화 상태가 된 마을형 관광지들을 직접 둘러보길 권한다. 모든 정책이 그렇듯 관광 정책 역시 주민 행복이 궁극적인 목표여야 한다.
출처: 한국기자협회(https://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54463)
전통이라는 이름의 악습...한체대 체조부 계약금 강제…
전통이라는 이름의 악습...한체대 체조부 계약금 강제송금
SBS 유수환 기자
4년 전 쇼트트랙 조재범 코치 성폭행 사건 이후 인권위가 체육계 인권침해에 대해 직권조사를 벌였습니다. 당시 고질적인 체육계 문제로 △폐쇄성 △2차 피해 우려 △절대적인 지도자 영향력 등이 지적됐습니다. 4년 전에 드러난 문제는 적어도 한체대 체조부에선 세월이 무색할 만큼 판박이처럼 남아 있었습니다. 선수들은 ‘지도자의 힘이 절대적이다’, ‘보복당할까 두렵다’ 말했습니다. 우려하는 선수들을 설득하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10년이 넘도록 이뤄진 일인 만큼 피해자도 많았습니다. 주저하는 이들에게 수차례 전화하고, 지역을 돌며 수십 명을 취재했습니다. 선수들이 용기를 내줬기에 이번 보도가 가능했습니다. 무려 한 달에 걸친 일이었습니다. 하루하루 발생이 쏟아지는 데일리 부서였다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을 겁니다. 그런 면에서 탐사보도부의 존재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조금 걸려도 기다려주는 보도국 동료들, 취재 난관에도 묵묵히 믿어주고 응원해준 팀 부장과 데스크. 그분들 덕에 취재만 할 수 있었습니다.
첫 보도 후 관계기관의 조사를 형해화하는 한체대의 행태, 입막음 시도하는 체조부 지도부 등에 대해 후속 보도도 할 수 있었습니다. 수사기관에서 수사하고 있고, 스포츠윤리센터 조사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수사와 조사를 통해 지은 죄가 드러난 만큼 처벌도 수반돼야 하지만, 그것만으로 사건이 종결될 순 없습니다. 체육계 구조적 문제의 종합판인 이번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계속 취재하고 보도하겠습니다.
출처: 한국기자협회(https://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54466)
"무시된 야마구치의 경고".. 거짓이 부른 '반쪽 잼버리…
"무시된 야마구치의 경고".. 거짓이 부른 '반쪽 잼버리'
전주MBC 박혜진 기자
“잼버리 취재해 봐요.” 지난 4월 잼버리의 ‘잼’자도 모르는 제가 취재에 뛰어든 계기는 데스크의 지시 때문이었습니다. 두 달 전부터 선배들이 야마구치 잼버리 사례를 통해 배수와 폭염 문제, 무리한 모집 과정을 지적해왔습니다. ‘이미 문제를 다 짚었는데 더 남아 있을까?’ 대회 전, 야영장 침수 문제가 터지자 대책을 세우겠다며 현장을 찾은 고위 관계자들. ‘잼버리 성공 위해 방문한 고위 관계자’로 기사 방향을 잡고 따라나섰습니다. 하지만 다 함께 ‘잼버리 삼행시’를 외치고 ‘기념 촬영’으로 대책 마련은 끝났습니다. 모든 신뢰가 무너졌습니다.
당시 야영장은 성인이 스스로 빠져나오기도 힘든 진흙탕으로 발버둥 칠수록 강하게 빨려 들어가는 상황이었습니다. 배수, 농지 야영장, 폭염, 태풍, 의료진 대책 등 분야별로 비판 기사를 보도할 때마다 ‘지나친 우려’라며 지역 사회에서 보내는 시선은 곱지 않았습니다.
대회 시작과 동시에 아이들이 쓰러져가자, 취재를 통제한 조직위와 세계연맹. 감추려 할수록 취재에 덤벼들었습니다. 내부자들을 설득해 비공개 회의록과 내부 시스템 화면 등을 확보했고 ‘초등학생 참가한 적 없다’, ‘성범죄 없었다’ 등 관계자들이 언론에 발표한 내용들이 거짓말임을 폭로했습니다. 현재 잼버리는 감사 중입니다. 또다시 아이들과 세금을 함부로 이용해 무책임한 일을 벌이지 않도록 취재는 계속될 겁니다. 맨 처음 취재를 선도해 방향을 잡아준 김아연 선배님과 퍼주기와 편법으로 대회를 준비한 근거를 최초 보도한 조수영 선배, 근본적인 문제였던 논바닥 야영장을 취재한 전재웅 기자, 무더위 속에서 함께 현장을 뛴 유철주, 김종민 선배님, 조성우 촬영기자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출처: 한국기자협회(https://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54462)
사랑은 비를 타고…아직 살만한 세상 경기일보
사랑은 비를 타고…아직 살만한 세상
경기일보 조주현 기자
장마가 끝난 지 오랜데 끄느름하게 비가 쏟아지는 날이었다. 다음 취재 일정까지 여유가 있어 ‘점심은 고등어구이가 좋겠다’는 생각으로 차를 몰았다. 보조석에는 카메라를 올려뒀다. 운수가 좋거나, 혹은 나쁘더라도 ‘뭐 하나’ 건질지 모른다는 기대감이었다.
생선구이집에 가는 길, 바깥을 바라보다 급히 창을 내렸다. 등이 굽은 노인은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 리어카를 끌었다. 그때 옆에 있던 여성이 우산을 내밀고 빗물을 가렸다. 기울어진 우산. 각도는 13도 남짓. 어깨는 다 젖었다. 영화에 나왔으면 진부하고 뻔했을 장면인데, 현실 속에서 마주치니 그 모습이 참 특별했다. 김시범 사진부 데스크에 전화를 걸었다. “방금 좋은 거 하나 찍은 것 같습니다.” 그대로 차 문도 닫지 않은 채 따라 달렸다. 이후 뒤늦게 여성에게 명함을 건네며 “참 아름다운 모습입니다”라고 말했다. 여성은 신원이 밝혀지길 원하지 않는다며 자리를 떴다. 이 사진은 경기일보 8월30일자 1면에 보도됐다. 이연우 선배의 글 덕에, 그리고 이용성 편집국장의 배려 깊은 선택 덕에 ‘좋은 자리’를 꿰찼다.
보통 사진기자는 참담한 현장과 가까이 머물기 때문에, 흉흉한 소식을 독자들에게 전할 때마다 가슴에 통증을 느끼곤 한다. 하지만 ‘우산 천사’와 같은 이들을 보면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고 배움을 얻기도 한다. 기자상 수상 하루 전날, 비가 내렸다. 또 다시 ‘우산 천사’가 떠올랐다. 서로를 배려하고 사랑하는 사회가 오면 좋겠다. 이번 수상의 영광은 우산 천사의 몫이다.
출처: 한국기자협회(https://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544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