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② 단독기획(√)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시작은 사소한 제보였습니다. 서울 북촌 한옥마을 주민인 김은미씨는 지난 7월 초 한국일보 기자들과 만나 “올 봄부터 마을에 외국인 관광객이 몰려들어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시끄러워졌다”고 호소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인 2021년 이 마을의 고즈넉함에 반해 이사 왔는데 엔데믹 이후 전혀 다른 동네가 됐다는 겁니다. 김씨는 “북촌이 관광 명소라는 사실은 알았지만 소음, 사생활 침해 등 관광공해가 이 정도로 심각할 줄 몰랐다”고 털어놨습니다.
한국일보 엑설런스랩은 기초 취재에 착수했습니다. 7월 11일부터 일주일 간 북촌의 낮과 밤을 관찰했습니다. 이미 많은 주민이 마을을 이탈해 한옥 상당수가 빈집 상태임을 확인했습니다. 관광지가 되면서 정주 여건이 크게 악화된 탓입니다. 또, 마을 주민과 지자체 공무원, 관광학자 등으로부터 ‘오버투어리즘’(감당할 수 없는 관광 인파가 몰려 주민 삶을 침범하는 현상)의 심각성을 들었습니다. 이들은 마을형 관광지의 공동화 현상이 북촌만 겪는 문제가 아닐 수 있다고 했습니다. 취재 범위를 전국으로 넓혀야 한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엔데믹 이후 ‘보복 관광’ 탓에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일본 교토 등 유명 도시들이 오버투어리즘으로 골머리를 썩는다는 외신 보도도 잇달았습니다. 때마침 유커(중국 단체관광객)가 6년여 만에 돌아온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연성 기사의 소재로 다뤄졌던 ‘관광’의 문제점과 나아갈 길을 심층 취재한 기획보도가 필요한 시점이었습니다. 팬데믹 이후 한국관광이 새판 짜기에 들어간 터라 언론의 관심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한국일보 액설런스랩이 지난 8월 28일부터 9월 1일까지 5회에 걸쳐 보도한 ‘사라진 마을 : 오버투어리즘의 습격’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시작했습니다. 23편의 기사(후속 반응 기사 2편 포함)로 구성된 시리즈의 취재와 기사 작성에는 약 2개월이 걸렸습니다. 엑설런스랩 취재 기자 4명과 영상 인력 6명, 전담 사진 기자 1명, 인터랙티브 콘텐츠 제작자 3명, 데이터 분석가 1명 등 총 15명(2명은 기자협회 비회원)이 콘텐츠 제작에 투입됐습니다. 관광·지역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전국 주요 마을형 관광지 11곳을 추려 7~8월 내 현장 취재했습니다. △서울 북촌 한옥마을·서촌 세종마을·익선동 한옥거리·이화동 벽화마을 △부산 감천문화마을, 흰여울문화마을 △인천 동화마을 △강원도 양양군 양리단길(현남면) △전북 전주 한옥마을 △경남 통영 동피랑벽화마을 △제주 우도읍 등입니다. 관광지화한지 10년 이상 됐고, 한국관광공사 등이 가볼만한 곳으로 선정한 마을들입니다.
다음은 회차별 보도 내용 요약입니다.
<<1회 : 마을형 관광지의 흥망사>>에서는 조용했던 마을이 관광지로 급변하는 과정에서 정주 여건이 크게 훼손돼 원주민이 마을을 빠져나가는 현상(투어리스티피케이션)을 다뤘습니다. <10년 새 인구 반토막…관광객 침투에 마을 사라진다>(이하 온라인 기사 제목) 기사에서는 △마을형 관광지 11곳 인구가 지난 10년 새 평균 23% 줄었고, 동피랑벽화마을과 전주 한옥마을 등은 주민 10명 중 4명 이상이 마을을 이탈했다는 점 △지역소멸위험지수 계산 결과 동피랑벽화마을과 감천문화마을, 양리단길(양양군 현남리) 등 3곳은 ‘소멸고위험지역’이었다는 점 △북촌 주요 골목이 밀집한 종로구 가회동 5통에 올해 6월 3일 한때 순간 최대 596명이 동시 방문해 지자체가 산정한 적정 최대방문자 수(357명)를 크게 넘어서 안전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점 등을 보도했습니다. 모두 새롭게 확인된 팩트들입니다. 또, <유커 몰리자 잡화점 된 병원…돈은 외지인 건물주 주머니에 꽂혔다>에는 마을형 관광지가 쇠락해가는 패턴을 풍부한 현장 취재와 데이터 분석을 통해 확인해 담았습니다.
<<2회 : 비극은 캐리어 소리부터>>에서는 △양리단길 △흰여울문화마을 △북촌 한옥마을 등 3곳의 소음, 주차난, 사생활 침해 등 관광공해를 심층 분석했습니다. 이를 위해 기자들이 한 마을에 3, 4일씩 머물며 주민 일상을 밀착 취재했습니다. <클럽이 된 어촌, 쓰레기장이 된 마을…관광객이 몰고 온 지옥> 기사에서는 소음 문제 등을 전문가와 함께 분석해 심각성을 알렸습니다. 또, 지자체와 지역 경찰이 상인 눈치를 보며 불법주차 등을 해결하는데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음을 단속 통계와 주민 증언 등을 통해 꼬집었습니다. <속옷 가게 된 오징어게임 체험관…'상우 엄마' 살림살이는 나아지지 않았다>에서는 정부가 홍보하고 있는 ‘K 콘텐츠 연계 투어’ 코스가 지역사회에 경제적 파급 효과를 거의 만들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3회 : 저가 관광과 손잡은 시장님>>에서는 베트남 단체 관광객의 4박 5일 일정을 추적했습니다. 이를 통해 북촌이나 부산 흰여울문화마을 등 마을형 관광지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점령당하는 원인을 파헤쳤습니다. 취재 결과 외국인 관광객도 ‘저가 덤핑 관광 상품’의 피해자였습니다. 이 같은 내용은 <건어물 한 봉지 6배 폭리 "관광객엔 그렇게 팔지 않나요"> 기사에 담았습니다. 또, 여행사와 가이드 간 오고간 문자 메시지, 공문 등을 입수해 불합리한 업무 관행을 고발했습니다. 예컨대 여행사는 가이드에게 쇼핑 할당액을 통보하고 ‘채우지 못하면 벌금이 있다’고 엄포 놓거나 관광객 수에 따라 ‘Op비’(여행사 직원에게 상납하는 돈)를 거뒀습니다. 취재 내용을 전해들은 서울시는 “2019년도에 있었던 일인데 지금도 그런 사례가 있느냐”고 되묻기도 했습니다.
또 <관광 담당 김 주임 평가표에 ‘주민 행복’은 없었다> 기사에서는 국회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17개 광역자치단체의 관광 정책 핵심성과지표를 분석해 지역민의 삶의 질을 지표로 삼는 광역 지자체가 한곳도 없음을 비판했습니다. 관광객 탓에 지역 주민의 생활 여건이 악화해도 관광 담당 부서 직원들은 좋은 성적표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4회 : 다가오는 관광의 종말>에는 덴마크 코펜하겐과 스페인 바르셀로나, 일본 교토 등 해외 현지 취재 내용을 담았습니다. <"인어공주 대신 덴마크인을 만나라"…'관광의 종말' 선언한 코펜하겐
>에서는 코펜하겐 당국이 2017년 관광정책을 대전환한 배경과 이후 운영한 주요 관광 프로그램 등을 소개했습니다. 관광객 수를 늘리는 전략을 포기하는 대신 여행객 한 명이 오더라도 현지인의 삶과 문화를 보여줘 이들을 매료시키는데 집중한 코펜하겐의 아이디어는 우리 당국도 눈여겨볼만한 내용이었습니다. 또, 오버투어리즘 피해가 극심한 일본 교토와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주민 등을 현지 취재해 이들의 고통을 전했고, 교토시 당국이 시행 중인 지역·시간별 혼잡도 제공 서비스 등을 소개해 우리 지자체들에 힌트를 줬습니다.
<5회 : 숫자보다 중요한 것들>에서는 전문가와 주민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주민, 관광객, 상인이 ‘윈윈’하고, 관광 자원을 보존할 수 있는 5대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저희가 생각하는 이번 시리즈의 특징은 아래와 같습니다.
1. 현장에 답을 묻다…발품팔이 저널리즘
저희 기사에 담긴 촘촘한 스토리텔링은 발품팔이 취재 덕에 가능했습니다. 이번 시리즈를 취재하며 만난 취재원은 모두 121명입니다. 마을형 관광지의 주민과 소상공인, 공무원, 관광·지역 전문가 등 지역 관광의 현실을 입체적으로 파악하는데 도움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찾아가 만났습니다. 취재기자들과 영상·인터랙티브 제작 인력은 7~8월 휴가철동안 강원도 양양, 전주 한옥마을, 부산 흰여울마을, 인천 동화마을, 서울 북촌 한옥마을·서촌 세종마을·익선동 한옥거리, 수원 행리단길, 서울 쌍문동(‘오징어게임’ 촬영지)과 아현동(‘기생충’ 촬영지), 덴마크 코펜하겐과 스페인 바르셀로나, 일본 교토 등 국내외 오버투어리즘 현장을 누볐습니다.
당일치기 취재는 피하려 했습니다. 최소 사흘 이상씩 지역에 머물며 문화인류학자가 현지 조사하듯 투어리스티피케이션과 관광공해 등 현상을 기록했고, 주민과 상인 등과 ‘라포’(신뢰관계)를 쌓아 그들의 속마음을 들었습니다. 인천 동화마을의 김안순(78) 할머니와 양양군 양리단길의 최동숙(86) 할머니, 부산 흰여울문화마을과 북촌 한옥마을의 주민 등 지역 변천사를 깊이 있게 들려준 취재원 중에는 사전 약속없이 현장에서 만난 이들이 많습니다. 또, 정주민과 상인 등 이해관계가 다른 주민들의 입장을 폭넓게 취재해 오버투어리즘 문제를 최대한 입체적으로 다루려 했습니다.
3회 기사 <건어물 한 봉지 6배 폭리 "관광객엔 그렇게 팔지 않나요">는 발품팔이 저널리즘(legwork journalism)의 정수였다고 자부합니다. 기자 1명(송주용 기자)이 7월 25일 북촌에서 만난 베트남 단체 관광객 30명을 4박 5일간 추적해 취재한 것으로 정부와 지자체는 사라졌다고 믿는 ‘저가 덤핑 관광’이 여전히 판치고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정확한 관광 일정을 알기 어려워 무작정 관광버스를 따라가거나 베트남 관광객에게 다음 일정을 물어 쫓아가기도 했습니다. 이를 통해 베트남 현지 여행사-국내 여행사-기념품 매장 등이 얽힌 검은 공생 관계를 파악했습니다.
북촌의 투어리스피케이션 현상 등을 다룬 <16채 중 정주 한옥은 2채만 남아…'고스트타운' 북촌 한옥마을> 역시 한달 넘게 현장 취재해 발굴해낸 팩트와 사연을 중심으로 쓴 기사입니다. 북촌의 핵심거리인 ‘북촌로 11길’의 한옥 16채 중 사람이 정주하는 한옥은 2채만 남게 됐다는 내용도 한집씩 초인종을 누르거나 이웃 주민의 증언 등을 취재해 확인한 새로운 팩트입니다.
코펜하겐과 바르셀로나, 교토 등 해외 취재는 우리 관광당국에 큰 팁을 줄 수 있는 내용이라 생각해 비용 부담을 무릅쓰고 진행했습니다.
2. 스토리텔링의 여백 채운 데이터의 힘
저희는 크롤링 기법 등을 통해 방대한 데이터를 모은 뒤 이를 다듬어 기사에서 활용했습니다. 특히, 데이터를 토대로 주민 증언을 검증하거나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던 오버투어리즘의 부작용을 잡아냈습니다.
1회 기사에는 취재기자와 데이터 분석가가 직접 분석해 처음 공개한 데이터가 많이 담겼습니다. 예컨대 마을이 관광지가 되면 주민편의시설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검증하고자 최근 10년 치 지방행정 인허가 데이터를 입수, 분석했습니다. 11개 마을형 관광지에서 병·의원, 약국, 미용업, 이용업, 세탁업 등 5개 업종이 지난 10년간 41.4%나 감소했음을 확인했습니다. 특히, 약국(-76.5%), 병·의원(-24.9%)이 급감하는 등 관광지화하면서 동네 보건의료 시스템부터 무너지고 있음을 취재했습니다. 대신 한옥체험업, 휴게음식점 등 15개 관광·상업시설이 83.2% 증가했음을 확인했습니다.
“손님이 몰리는 양리단길 술집과 음식점의 운영자나 건물주는 대부분 서울 등 외지인”이라는 주민의 인터뷰 내용도 데이터로 검증했습니다. 대체로 사실이었습니다. 양리단길과 맞닿은 핵심 상권 51개 건물주의 거주지를 등기부등본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45.1%가 서울 등에 사는 외지인(강원도 비거주자)이었습니다. 또, 북촌·전주 한옥마을에 외부 자본이 얼마나 유입됐는지 확인하고자 건축물대장 651개, 등기부등본 124개 등 모두 775개의 공적 문서를 떼어 분석했습니다.
전문가와 협업도 폭넓게 시도했습니다. 기사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입니다. 관광공해 문제를 다룬 2회는 소음 전문가인 류훈재 서울시립대 도시빅데이터융합학과 연구교수와 한 달간 협업해 썼습니다. 언론사가 흔히 쓰는 스마트폰앱 소음 측정기가 아닌 전문업체로부터 대여한 전문가용 소음계(클래스1)로 양리단길, 북촌 등의 소음도를 정밀 측정했습니다. 저희는 데시벨(㏈) A 값을 측정해 기사에 활용했는데 이는 사람에게 소음이 실제 얼마나 크게 들리는지 고려해 보정한 수치입니다. 주민이 체감하는 소음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더 정확히 알리려는 노력이었습니다.
또, 류 교수는 현장 측정 소음값을 토대로 주파대역별 소음도를 분석했습니다. 이를 통해 저주파대(63㎐) 소음이 최대 104㏈(A)를 기록했음을 확인했습니다. 술집과 클럽에서 저주파·저음역대에 특화된 우파 스피커를 사용한 탓입니다. 저주파음은 회절(꺾임)하는 특성이 있어 담벼락 등 방해물을 곧잘 피해갑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이 느끼는 고통은 가중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특정 데이터를 보유한 업체와 협업했습니다. 예컨대 BC카드의 도움을 받아 오징어게임 촬영지인 서울 쌍문동 백운시장 인근 상권의 최근 2년간 매출 변화를 추적했습니다. 그 결과 ‘오징어게임 효과 덕에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는 초기 언론보도와 달리 지역 사회에 경제적 파급효과는 거의 없었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또, 11개 마을형 관광지의 지가(실거래가) 변화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토지·건물 빅데이터 플랫폼인 ‘밸류맵’과 협업하기도 했습니다.
데이터로 외국인 관광객의 마음도 읽었습니다. 세계 최대 여행 사이트인 ‘트립어드바이저’에 2015년 이후 외국인이 국내 마을형 관광지 6곳에 대해 올린 불만 후기(평점 3점 이하) 997개를 분석했습니다. 프로그래밍 언어인 ‘파이썬’으로 댓글을 크롤링한 뒤 이를 분석해 빈출단어를 파악하는 방식을 썼습니다. 예컨대 후기에는 ‘사진’이라는 단어가 367회나 등장했는데 부정적인 맥락으로도 많이 쓰였습니다. 국내 마을형 관광지에는 ‘인스타감성’의 사진을 찍기엔 좋지만 기대했던 ‘로컬 감성’을 느끼기는 어려웠다는 것입니다.
3. 다양한 방법으로 독자에게 다가가기 : 영상·인터랙티브 콘텐츠 제작
저희는 취재 내용을 텍스트 기사의 틀 안에 가두지 않았습니다. 영상, 인터랙티브 등 독자가 최대한 몰입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형식으로 콘텐츠를 제작했습니다.
우선 양양의 오버투어리즘 현상과 이에 따른 소음 등 관광공해 문제를 다룬 <나는 양리단길에 삽니다 | 오버투어리즘 : 당신이 망가뜨린 일상> 영상을 제작했습니다.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약 15분 분량입니다. 9월 7일 현재 유튜브에서 4.7만뷰, 네이버에서 1.2만뷰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인스타그램 숏폼 영상은 200만뷰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한국일보 역대 숏폼 콘텐츠 중 최다 조회수입니다. 2.9만명이 공감 버튼을 눌렀고, 댓글이 1,798개 달렸으며 1.2만회 공유됐습니다.
또, 인터랙티브 콘텐츠 ‘관광의 역습, 참을 수 없는 고통 : 소음’도 제작했습니다. 대표적 관광 공해인 소음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피해 주민들은 “소음의 고통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고 증언했지만, 텍스트 기사만으로는 그 심각성을 온전히 전달하기 어려웠습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자 인터랙티브 콘텐츠에서는 독자(시청자)가 양리단길과 북촌 한옥마을 등의 소음을 직접 듣고 이를 체감해볼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엑설런스랩이 취재 및 기사 작성 과정에서 세운 대원칙 중 하나가 ‘익명 취재원의 등장을 최소화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기사의 투명성을 높여 신뢰도를 끌어올리려면 현장 이야기를 실명으로 전달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신원 노출에 따른 피해 가능성이 커 본인이 익명을 요구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실명을 썼습니다. 결과적으로 저희 시리즈에 등장한 취재원 중 실명 비율은 68.4%이었습니다. 한국 보도물의 평균적 익명 취재원 비율을 분석한 선행 연구가 없어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저희 보도는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고 자부합니다.
-제보자와 특별한 이해관계는 없습니다. 또, 직접·현장 취재를 원칙으로 했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오버투어리즘 문제를 다룬 타매체의 선행 보도는 있었으나 대부분 단발성이었습니다. 오버투어리즘 및 투어리피케이션은 물론 관광 문제를 이만큼 깊게 취재한 보도물은 드물었다고 자평합니다.
-보도 내용 대부분은 저희가 현장 취재를 통해 건져 올린 팩트와 사연들이기에 타 매체에서 받아쓰기 어려웠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1)지방 정부 및 정치권
보도 이후 기사에서 다뤄진 유명 마을형 관광지의 지방자치단체장들은 보도 내용을 대부분 수긍하며 정주 여건 개선 등을 약속했습니다. 광역지자체의 관광 관련 회의 때 저희 시리즈가 자료로 쓰였다는 이야기도 여럿 들었습니다.
감천문화마을이 있는 부산 사하구의 이갑준 구청장은 “핫플레이스가 되면 임대료가 비싸져 마을을 일군 사람들이 떠나고, 원주민은 경제적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고 느꼈는데 보도에서 이 문제를 세세히 지적해줘 고마웠다”면서 “임기 안에 고쳐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하구는 구체적으로 이 마을의 빈집을 매입해 관광객을 위한 휴식공간 또는 숙박시설로 꾸미고 여기서 번 돈이 주민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수익구조를 짤 계획입니다.
흰여울문화마을이 있는 영도구의 김기재 구청장도 “마을에 매번 가볼 수 없는데 기사로 꼼꼼히 조언해줘서 고맙다”며 “마을공동체협의회와 논의해 정주 환경을 개선할 것”이라고 약속했습니다.
또, 정문헌 서울 종로구청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북촌과 서촌 등 반경 1㎞ 구간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특별관리지역이 되면 정주권 보호를 위한 다양한 행정조치를 할 수 있습니다. 종로구는 북촌, 서촌 인근의 버스 진입을 막고, 북촌 골목에 관광객이 들어갈 수 있는 시간도 제한할 방침입니다. 또, 동화마을이 있는 인천 중구의 김정헌 구청장은 “마을에 질서 요원을 배치해 쓰레기 투기, 사생활 침해 등 관광공해를 막겠다”고 밝혔습니다.
국내 외국인 관광객의 76%가 몰리는 서울시도 보도 내용에 공감하며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조성호 서울시 관광정책과장은 “공부를 정말 많이 하고 쓴 기사”라고 호평하며 △서울형 관광표준계약서 도입 △관광 옴부즈맨 설치 △지역 관광 안테나숍 운영 등 대책을 내놓기로 했습니다.
국회에서도 기사 내용을 토대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했습니다. 행정안전위원회에서는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중심으로 10월 국정감사 때 관광 정책 평가 때 주민 권익 지표를 신설하는 내용을 행정안전부와 지자체 등에 건의할 계획입니다.
(2)학계 및 관광업계
학계와 관광업계에서도 ‘오버투어리즘의 습격’ 시리즈를 호평했습니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겸임교수는 페이스북에 “관광 분야에 대해 이만큼 심층적이면서 생각해볼 내용을 담은 기사는 처음인 것 같다”며 시리즈 전체를 공유했습니다. 정 교수 외에도 많은 관광학계 연구자들이 저희 기사를 공유하며 공감을 표했습니다.
공정여행 상품을 기획, 개발하는 고두환 공감만세 대표 역시 “2009년 창업 이후 관광 관련한 수많은 기사를 봤지만 한국일보의 이번 연재는 사회적으로 매우 뜻깊은 내용이었다”라고 기자에게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관광업계도 공감했습니다. 박인숙 한국관광통역안내사 협회장은 "생생하고 현실적인 기사를 한줄한줄 읽으며 만감이 교차했다. 한국관광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중요한 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3)독자 반응
독자 반응도 뜨거웠습니다. 한국일보 홈페이지를 통해 기사를 읽은 페이지뷰(PV)만 56만 8,793건이었습니다.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 뉴스페이지에서 저희 시리즈를 읽은 독자수는 이보다 수배는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또, 포털에 송고된 기사에는 댓글과 공감도 많이 달렸습니다.
댓글들은 주민 고통에 공감하거나 관광 정책의 변화를 촉구하는 ‘선플’이 많았습니다. '문제가 심각하네요. 지역 원주민들이 삶의 터전에서 밀려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할 듯 싶습니다(네이버 아이디 sv_f****)', ‘시시점이 많은 기사네요. 정부 담당자들이 읽어보면 좋겠어요’(boss****), ‘좋은 기사입니다. 개선책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소음 고통은 안 당해본 사람은 모릅니다’(firs****) '잘 읽었습니다. 주민들의 불편함까지 미처 생각지 못했는데 조금이나마 주민들의 현실을 알게 된 것 같아요(네이버 아이디 my00****)’ 등이 대표적입니다. 또, 주요 인터넷 커뮤니티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서 기사들이 여러 차례 공유되며 화제성을 키웠습니다. 예컨대 8월 30일에 한국일보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린 <“한국 관광지엔 인스타 사진만 있고 문화가 없다” 외국인의 쓴소리> 기사는 285회 공유되고, 2166명이 공감을 표시하는 등 관심 받았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내부적인 호평도 이어졌습니다. 특히, 본지 언론학 교수 등으로 꾸려진 뉴스스탠다드실 자문위원들은 최근 한국일보를 평가하며 ‘굵직하고 좋은 기획기사가 많다’는 점을 강점으로 꼽았습니다. 그러면서 ‘오버투어리즘의 습격’을 좋은 기획의 대표적인 예로 언급했습니다. 뉴스스탠다드실은 한국일보가 뉴스 보도의 저널리즘 원칙과 기준을 강화하고 실천하기 위해 지난달 출범한 조직입니다.
-본 보도는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을 철저히 지키며 취재, 보도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보도 과정에서 외부 지원을 받은 바 없습니다. 9월 7일 현재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이나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을 받지 않았습니다.
취재후기
(396회)사라진 마을 : 오버투어리즘의 습격 / 한국일보
사라진 마을 : 오버투어리즘의 습격
한국일보 유대근 기자
작은 제보에서 시작한 취재였다. 북촌 한옥마을 한 주민은 지난 7월 초 기자를 만나 “올봄부터 마을에 외국인 관광객이 몰려들어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시끄러워졌다”고 호소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인 2021년 이 마을의 고즈넉함에 반해 이사를 왔는데 전혀 다른 동네가 됐다는 얘기다. 이탈리아 베니스나 스페인 바르셀로나처럼 해외 유명 관광지만 겪는 줄 알았던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 탓에 주민의 삶이 침범당하는 현상)이 우리 이웃의 마을까지 덮친 것이다.
취재 지역을 넓히기로 했다. 박준석·송주용 기자와 함께 북촌뿐 아니라 부산 흰여울문화마을과 인천 동화마을, 강원도 양양군 양리단길(현남면) 등 국내 마을형 관광지 11곳에서 여러 날을 머물며 문제를 살폈다. 소음, 사생활 침해 등 ‘관광 공해’와 삶이 불편해져 주민들이 떠밀리듯 이주해 마을이 텅 비는 과정 등을 기록했다. 꼬박 두 달을 취재한 내용은 활자와 영상, 인터랙티브 콘텐츠에 실렸다. 김영화 국장과 강철원 엑설런스랩장 등 뉴스룸 차원의 지원이 없었다면 깊이 있는 취재는 불가능했을 듯하다.
보도 후 지자체장들이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정문헌 종로구청장은 “북촌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해 마을 입구까지 버스가 진입하는 것을 막고 골목 내 관광 시간을 제한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걱정이 남는다. 주민 삶보다는 관광객 수 늘리기에 몰두하는 곳이 많아서다. 정부는 2027년까지 외국인 관광객 3000만명 달성, 서울시는 2026년까지 3000만명 유치를 목표로 던졌다. 숫자에 매몰된 정책 입안자에게 이미 포화 상태가 된 마을형 관광지들을 직접 둘러보길 권한다. 모든 정책이 그렇듯 관광 정책 역시 주민 행복이 궁극적인 목표여야 한다.
출처: 한국기자협회(https://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54463)
회차 심사평
제396회 전체 총평
제396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모두 10개 부문에 69편이 출품됐다. 이중 6개 부문에서 8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가장 응모작이 많았던 부문은 취재보도 1부문으로, 사회적 파장이 큰 보도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그중 선정된 MBC <두 초임교사의 죽음> 보도는 2년 전 경기도 한 초등학교에서 6개월 간격으로 사망한 두 초임교사 사건을 깊이있게 파고들며 입증이 쉽지 않은 교사들의 업무성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 문제를 드러내고 교권 침해 문제를 이슈화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MBC <윤 대통령 해병대 수사 개입 의혹> 기사 역시 관련 보도가 적지 않은 가운데에도 사건의 흐름을 바꾸는데 큰 영향을 끼친 보도라는 점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집요한 취재 끝에 문건과 다양한 진술 정황을 통해 해병대 사망 사건의 쟁점이 윤 대통령의 개입 여부로 옮겨가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심사위원들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KBS의 <집단 마약 현장 경찰관 추락사> 보도는 충격적인 사안의 전모를 파헤친 모범적인 특종 보도라는 호평과 함께 선정되었다. 사건 하루 뒤에 보도한 신속함이 돋보이고, 경찰관의 마약 사용이라는 사건의 특성상 취재와 현장 접근이 극도로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범행 현장의 규모 등을 구체적으로 밝혀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제보도 부문에는 총 6편이 출품됐다. 수상작은 KBS의 보도가 선정됐다. 해당 기사는 공정거래법 등 고도의 법률, 금융 지식이 요구되는 까다롭고 복잡한 사안을 사회부 사건기자들이 전문가 자문을 받으며 정확히 취재해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이끌어내고, 이후 CJ 외 다른 기업 사례까지 확장한 근래 보기 드물게 세련된 경제분야 탐사보도 취재라는 호평을 받았다.
모두 8편이 출품된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는 한국일보의 <사라진 마을 : 오버투어리즘의 습격> 보도가 선정됐다. 과거 관광객의 홍수로 고통받는 지역사회의 보도는 적지 않았으나, 이 보도의 경우 등기부 등본과 과거 부동산 관련 통계와 200여명이 넘는 관계자 인터뷰, 해외 현지 취재와 국내 전문가를 대동한 현장 소음 측정 등 다각적인 심층 데이터를 축적하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총 7편이 출품됐다. 이중 뽑힌 SBS의 <전통이라는 이름의 악습…한체대 체조부 계약금 강제송금> 보도는 국내 체육계의 정점에 있는 학교에서 알면서도 쉬쉬하던 관행을 수면에 드러낸 탁월성이 인정됐다. 교수가 피해자인 선수들의 생사여탈권을 쥔 상황에서도 피해자들을 설득해 문제를 공론화했고, 일부 취재원만 노출되면 당사자들에게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 피해자 전수조사에 성공해 취재원 보호에도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지역 취재보도 부문에는 전주MBC의 <“무시된 야마구치의 경고”…거짓이 부른 ‘반쪽 잼버리’> 보도는 일본 현지 취재를 통해 새만금 잼버리의 문제를 정확하게 경고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수상작에 선정됐다. 특히 다양한 이익 관계가 얽혀있는 지역사회에서 지역 정치권과 조직위, 연맹 등 성역을 파헤친 적극적인 보도라는 점이 돋보였다.
사진보도 부문에는 경기일보의 <사랑은 비를 타고…아직 살만한 세상> 보도가 전국적으로 화제가 되며 큰 감동을 준 사진이라는 호평과 함께 선정되었다. 비가 내리는 날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상황, 한 여성이 리어카 끄는 노인에게 비를 맞으며 우산을 씌워주는 광경을 포착하고 가까이 가지 않고 망원렌즈로 잡아 긴 거리를 같이 걸으며 사진을 찍은 기자의 예리하면서 따뜻한 시선이 돋보였다.
출처: 한국기자협회(https://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544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