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2022년 12월 부산 금정구서 만 4세 여아(생후 53개월)가 학대 끝에 몸무게 7㎏으로 숨졌다. 앙상하게 뼈만 남은 상태였다. 친모의 학대 행위 잔혹성, 아동복지 시스템의 허점 등이 2~3일에 걸쳐 보도됐을 뿐, 사건은 빠르게 잊혔다. 체포 직후 친모가 자신의 학대 행위 일체를 인정하면서, 사건은 잔혹했지만 단순해 보였다. 보도를 이어갈 여지가 없어 보였다.
당시 언론들은 동거인의 존재를 확인했지만, 기사로 부각하지는 않았다. 친모가 단독 범행이라고 인정했고, 법률적으로도 동거인들의 보호자 신분이 모호하다 보니, 이들의 존재를 거론하기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다만 취재진은 동거인에게 최소한의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는가를 고민했다. 주거 환경, 학대 형태 등을 볼 때 동거인들의 방조가 명백해 보였다. 친모가 상당한 성매매를 한 것으로 추정됐는데, 정작 자신의 생활이 궁핍했던 부분도 의문으로 남았다.
친모와의 접촉을 시도했지만, 어떤 답도 없었다. 경찰도 “자백받았다” 외엔 긴시간 침묵했다. 아동학대, 성매매 범죄는 언론 노출을 매우 꺼리는 게 수사기관의 경향성이다.
2. 보도제작경위
2달 가까이 흐르고 사건이 완전히 잊힌 시점에서도, 취재진은 동거인들에 대한 의문을 가진 채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 사건만큼은 지역 사회의 기자로서 어떤 의문도 남기지 않고 싶었다. 그래야 고통 속에서 생을 마감한 아이에게 미안하지 않을 것 같은 마음이었다.
수사 동향, 재판 진행 등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친모 진술 태도 등을 분석해, 동거인들과 친모의 관계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의심이 더 커졌다. 결정적으로 동거인의 구속 사실을 파악하면서 퍼즐을 완성했고, 검찰 송치에 맞춰 첫 단독보도를 실었다.
고립된 친모가 동거인에게 정서적 의존 상태, 일명 ‘가스라이팅’에서 장기간 성매매를 하고 대금을 모두 갈취당했으며, 결국 이런 비정상적인 관계가 아동에 대한 학대와 비극적인 죽음으로 이어졌다는 내용이었다. 이즈음 동거인들의 구체적인 행위를 유일하게 증언할 수 있는 친모가 꾸준히 접촉을 시도해 온 <부산일보>의 질문에 답하며, 처음으로 목소리를 냈다.
이어 친모 중심으로 보도됐던 ‘가을이(가명)’가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동거인들을 포함시켜 다시 구성해 보도했다. ▲정서적 의존 상태의 진술을 바탕으로 한 수사의 한계 ▲범죄 전문가의 분석 ▲가을이 모녀가 사회와 단절됐던 상황 ▲가을이가 다니던 어린이집 취재와 주거지 형태 등을 바탕으로 한 생활공동체 내 동거인들의 지배적 지위 정황 ▲제한적인 법률적 보호자 개념의 문제 등 사건의 다양한 면을 분석하고 보도했다. 이들 보도의 핵심은 가을이의 죽음과 관련된 동거인들의 책임이 수사 과정에서 간과됐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이었다.
구형이 끝난 친모 재판이 다시 연장되고 동거인들이 기소됐다. 공판이 이어졌고, 주도적으로 법정 취재를 이어 갔다. 단독 보도 이후 시민단체의 도움으로 친모가 변호사를 선임해 법률적 도움을 얻게 됐다. 이후 법정에서 입을 닫고 있던 친모는 동거인의 행적에 대해 증언하기 시작했고, 법정 취재가 더욱 중요해졌다.
이 밖에도 아동학대에 있어 방조 혐의만 받던 동거인들에 대한 검찰의 공소장 변경, 아동학대 처벌법 보호자 지위에 대한 법률 개정 움직임 등을 단독 보도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이 사건 피해자는 ‘가을이’로 알려졌는데, 4세 여아의 이름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취재진이 붙인 가명이다.
② 단독 보도 이후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에서 취재진에게 법률적 서비스 제공 의사를 밝혀왔고 이후 친모와 연결돼 변호사 선임이 이뤄졌다. 하지만 친모의 변호사를 재판에 참여하는 취재원으로 접촉했을 뿐 특별한 이해관계가 없었고, 보도가 재판과 선고에 영향이 없도록 노력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친모와 동거인의 비정상적인 관계, 성매매 착취, 동거인들의 아동학대 책임 등은 모두 부산일보가 첫 보도였다. 이 보도 뒤 국내 대다수 언론에서 후속 보도를 했고, 이후 재판 과정이나 선고 등 주요 사안이 다수 매체에 보도됐다.
타 매체에서 가을이라는 예명을 쓴 것은 6월부터이다. “가을이 사건”으로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하면 기사가 120여 건에 달하며, 예명을 쓰지 않은 기사들도 못지않게 많다. 잊혔던 4세 여아 사망 사건은 언론을 통해 재조명된 것이다. 기사뿐만 아니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 JTBC <사건반장> 등 여러 시사 프로그램에서 다뤄지며, 이 사건은 국민적 공분을 사기도 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4세 여아의 참담한 죽음에 대한 온전한 진실을 밝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된다. 잊혔던 사건이었지만, 단독과 후속 보도로 동거인들의 행위들이 세상에 알려졌다. 보도가 없었다면 친모는 재판이 연장되지 않았고 법률적 도움도 받지 못해, 법정에서 동거인에 대해 증언할 기회가 사라졌을 수 있다.
경찰과 검찰이 동거인에 대한 수사와 기소 내용을 알리는 데 소극적이었다는 것도 보도의 가치를 높인다고 할 수 있다. 아동 관련 범죄나 성매매 범죄는 수사 내용을 외부에 알리기를 꺼리는 게 일반적이고, 법률적 어려움으로 동거인에 대한 처벌이 쉽지 않다 보니, 수사 기간은 동거인들의 사법 처리를 최대한 조용히 진행했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검찰 관계자도 사건 초기 “동거인들은 방조 이상 죄를 받기 어렵다”며 공론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진실 규명을 넘어 사법적 정의 실현에도 기여했다. 아동학대에서 동거인들의 책임을 지적하는 보도와 공동정범 요구 여론 등으로 검찰의 태도가 적극적으로 변했다. 1심 중 이례적으로 공소장 변경까지 이뤄졌고, 결국 동거녀는 아동학대살인과 방임이 인정돼 중형을 선고받았다.
아동학대의 보호자 지위에 대한 기준 확립에 기여했다. 혈육이나 교육기관 종사자가 아니면 아동학대처벌법 적용이 쉽지 않다. 하지만 이번 사건 재판부는 실질적 양육 형태와 책임 정도가 중요하다고 판결하며, 보호자 지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다. 이 판례로 향후 비슷한 사건에서 수사나 법률 적용의 혼선이 최소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관련 법률안이 발의되는 등 폭넓게 보호자 지위를 인정하자는 논의와 움직임이 있었다. 아동을 보호하는 건 주변 어른 모두의 몫이라는 상식을 확산시키는 데 보도가 도움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내부적으로 상당한 논란과 고민을 불러온 보도들이었다. 학대에 대한 상세한 묘사나 성매매 강요에 대한 강조가 자칫 선정적인 보도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무엇보다 친모에게 면죄부를 주자는 식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고민이었다. 동거인들의 선고가 이뤄질 때까지 취재기자, 데스크가 함께 고민했던 지점이다.
논의와 고민을 바탕으로, 가을이의 죽음에 연관된 어른들에게 합당한 책임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것을 보도 목표로 잡았다. 이를 위해 차분하게 사실을 담아내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동거인에 대한 친모의 많은 증언 중 취재진이 사실로 확인하거나 납득할 수 있는 부분만 기사화한 것도 이런 이유였다. 참담한 비극일수록 차분하게 사실 추구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게 취재진의 생각이었다. 내부적으로도 이런 보도 방향이 지역 안에서 발생한 비극을 장기간 촘촘히 기록하는 데 가장 적절했다고 평가한다.
7. 기타 고려사항
없음.
회차 심사평
제396회 전체 총평
제396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모두 10개 부문에 69편이 출품됐다. 이중 6개 부문에서 8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가장 응모작이 많았던 부문은 취재보도 1부문으로, 사회적 파장이 큰 보도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그중 선정된 MBC <두 초임교사의 죽음> 보도는 2년 전 경기도 한 초등학교에서 6개월 간격으로 사망한 두 초임교사 사건을 깊이있게 파고들며 입증이 쉽지 않은 교사들의 업무성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 문제를 드러내고 교권 침해 문제를 이슈화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MBC <윤 대통령 해병대 수사 개입 의혹> 기사 역시 관련 보도가 적지 않은 가운데에도 사건의 흐름을 바꾸는데 큰 영향을 끼친 보도라는 점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집요한 취재 끝에 문건과 다양한 진술 정황을 통해 해병대 사망 사건의 쟁점이 윤 대통령의 개입 여부로 옮겨가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심사위원들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KBS의 <집단 마약 현장 경찰관 추락사> 보도는 충격적인 사안의 전모를 파헤친 모범적인 특종 보도라는 호평과 함께 선정되었다. 사건 하루 뒤에 보도한 신속함이 돋보이고, 경찰관의 마약 사용이라는 사건의 특성상 취재와 현장 접근이 극도로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범행 현장의 규모 등을 구체적으로 밝혀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제보도 부문에는 총 6편이 출품됐다. 수상작은 KBS의 보도가 선정됐다. 해당 기사는 공정거래법 등 고도의 법률, 금융 지식이 요구되는 까다롭고 복잡한 사안을 사회부 사건기자들이 전문가 자문을 받으며 정확히 취재해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이끌어내고, 이후 CJ 외 다른 기업 사례까지 확장한 근래 보기 드물게 세련된 경제분야 탐사보도 취재라는 호평을 받았다.
모두 8편이 출품된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는 한국일보의 <사라진 마을 : 오버투어리즘의 습격> 보도가 선정됐다. 과거 관광객의 홍수로 고통받는 지역사회의 보도는 적지 않았으나, 이 보도의 경우 등기부 등본과 과거 부동산 관련 통계와 200여명이 넘는 관계자 인터뷰, 해외 현지 취재와 국내 전문가를 대동한 현장 소음 측정 등 다각적인 심층 데이터를 축적하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총 7편이 출품됐다. 이중 뽑힌 SBS의 <전통이라는 이름의 악습…한체대 체조부 계약금 강제송금> 보도는 국내 체육계의 정점에 있는 학교에서 알면서도 쉬쉬하던 관행을 수면에 드러낸 탁월성이 인정됐다. 교수가 피해자인 선수들의 생사여탈권을 쥔 상황에서도 피해자들을 설득해 문제를 공론화했고, 일부 취재원만 노출되면 당사자들에게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 피해자 전수조사에 성공해 취재원 보호에도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지역 취재보도 부문에는 전주MBC의 <“무시된 야마구치의 경고”…거짓이 부른 ‘반쪽 잼버리’> 보도는 일본 현지 취재를 통해 새만금 잼버리의 문제를 정확하게 경고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수상작에 선정됐다. 특히 다양한 이익 관계가 얽혀있는 지역사회에서 지역 정치권과 조직위, 연맹 등 성역을 파헤친 적극적인 보도라는 점이 돋보였다.
사진보도 부문에는 경기일보의 <사랑은 비를 타고…아직 살만한 세상> 보도가 전국적으로 화제가 되며 큰 감동을 준 사진이라는 호평과 함께 선정되었다. 비가 내리는 날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상황, 한 여성이 리어카 끄는 노인에게 비를 맞으며 우산을 씌워주는 광경을 포착하고 가까이 가지 않고 망원렌즈로 잡아 긴 거리를 같이 걸으며 사진을 찍은 기자의 예리하면서 따뜻한 시선이 돋보였다.
출처: 한국기자협회(https://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544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