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보도자료 심층기획)
"강원도 고성의 무더위쉼터가 북한에 있다고 나와요!"
여름의 문턱이었던 올해 7월, 강원특별자치도의회의 한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강원 고성)의 ‘무더위쉼터’가 정부의 ‘안전디딤돌 앱’에 잘못 표시돼 있다는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강원 고성의 ‘야외쉼터’가 북한 땅에 표시돼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처음엔 너무 황당해 실소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내 웃고 넘길 일은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폭염이 힘없고, 돈 없는 사람들에겐 치명적인 재난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안전디딤돌’의 오류는 국가의 기본적인 재난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판단했습니다.
취재진은 이번 기회에 강원도의 쉼터 관리 현황만이라도 제대로 짚어보기로 했습니다. 6만 개가 넘는 전국의 쉼터를 다 살펴보기에는 무리였기 때문입니다. 대신, 정부 전산망(안전디딤돌) 상의 쉼터 관리와 실제 현장의 관리 실태를 꼼꼼히 따져보기로 했습니다. 강원도만 정확히 살펴봐도 대한민국 전체의 제도 개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도 있었습니다.
문제는 막대한 시간과 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으로 이 문제를 제기한 도의원과 한국기후변화연구원의 박사들, KBS 취재진 등 모두 10명으로 특별취재팀을 꾸렸습니다. 그리고, 한 달 동안 전산망의 오류부터 현장의 문제점, 제도 개선방안까지 종합 취재해 보도했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먼저, 기초 자료를 수집했습니다. 쉼터의 도입 취지부터 지정 현황, 세부운영기준을 조사해 독자적인 ‘쉼터 점검 지표’를 만들었습니다. 또, 강원도 내 18개 시군의 무더위쉼터 1,529곳의 세부 주소도 확보했습니다. 이후, 취재팀을 둘로 나눠, 기후변화연구원은 폭염 피해 현황과 쉼터 운영기준, 쉼터의 인구통계학적 적절성 등 제도적 측면을 조사하고, KBS와 도의회는 ‘안전디딤돌’의 쉼터 표시 오류 여부와 현장 상황 등 실태 조사를 담당하기로 했습니다.
실태조사팀 7명은 ‘쉼터’를 1인당 200여 곳씩 분담해 ‘안전디딤돌’의 오류를 하나씩 확인했습니다. 일단 행정서류상의 쉼터 주소와 ‘디딤돌’에 나온 지도 표시 일치 여부를 확인하는 데에만 꼬박 보름이 걸렸습니다. 1차 개인 조사, 2차 취재팀원간 교차 검증, 3차 취재팀 집단 검증 등 3단계의 검증 과정을 거쳤습니다. 과정에서 스마트폰의 ‘디딤돌’ 지도, 포털의 지적도와 현장 영상, 정부 행정망상의 주소 등 가용 자원을 총동원했습니다. 그 결과, 강원 ‘쉼터’ 1,529곳 가운데 228곳에 오류가 있음을 최종 확인했습니다.
다음으로, 취재진은 열흘 동안 강원도 각지로 흩어져 현장 확인에 나섰습니다. 안내판부터 쉼터 폐쇄 여부, 시설물 관리 상태까지 점검리스트를 만들어 하나씩 짚어봤습니다. 당초 강원도 내 쉼터의 10%, 150여 곳을 표본조사하려고 했지만, 최종 조사 지점은 200여 곳으로 늘었습니다. 쉼터가 밀집해 있는 곳이 많았고, 두세 곳이 뒤엉켜 문제가 발생한 곳도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를, 중복 지정, 접근성, 시설물 취약 등 유형별로 분류하고 문제의 근본 원인과 대안을 분석했습니다. 이를 총 6편의 리포트로 나눠 보도했습니다.
1편. 폭염도 재난…강원 온열질환자 10년간 750여 명
: 폭염의 위험성과 폭염도 재난이라는 사회적 인식 전환을 촉구했습니다. 강원도의 연평균 기온 상승 속도가 세계 평균의 2배에 달할 정도로 급격하게 진행되면서, 매년 60~70명씩 온열질환자가 쏟아지고 있는데도, 무더위쉼터 등 행정의 대응은 부족하다는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2편. 무더위쉼터가 북한? 동해 바다?…'안전디딤돌' 안내 부실
: 강원 고성 무더위쉼터는 북한에, 양양의 쉼터는 동해바다 한가운데 표시되는 등 정부의 ‘안전디딤돌’ 상에 나온 강원도 내 무더위쉼터의 15%가 잘못돼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앱 관리비만 매년 1억 원 넘게 쓰면서도 오류가 있는지조차 모른다는 실상을 고발했습니다.
3편. 건물은 하난데 쉼터는 2개?…개수 늘리기 급급
: 실효성 검증 한번 없이 개수 늘리기에만 급급한 ‘무더위 쉼터’의 문제점을 폭로했습니다. ‘안전디딤돌’에 각 지점별로 따로 나와 있는 쉼터를 지도 한 장에 모아서 표시해 보니, 도농격차가 벌어져 있었고, 같은 시설에 옥상과 실내, 옆 건물 등 이중삼중으로 지정해 놓기도 했습니다.
4편. 무더위쉼터 지정만 해놓고...제 기능 못해
: 현장 취재를 통해 부실한 ‘쉼터’ 운영의 실상를 꼬집었습니다. 문이 잠겨있거나 안내판 없는 쉼터 등 기본적인 지침을 어긴 곳이 허다했습니다. 특히, 야외쉼터의 경우, 온도가 섭씨 60도까지 치솟는 곳도 발견돼 애당초 지정이 부적절한 곳도 있었습니다.
5편. 무더위쉼터 "홍보는 다양하게, 지정은 꼭 필요한 곳에"
: 냉수를 나눠주거나 문화시설을 갖춘 쉼터, 이동식 쉼터 도입 등 대안을 모색했습니다. 또, 스마트폰 ‘안전디딤돌’ 앱에 의존하는 쉼터 안내 방식은 쉼터가 필요한 노인층에게는 무용지물이라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6편. 부실한 '무더위 쉼터' 일제 점검…''안전디딤돌 앱'도 정비
: KBS 보도로 인한 제도 변화를 소개했습니다. 강원도 내 쉼터 1,500여 곳 전체에 대해 디딤돌 지도부터 안내 간판, 시설 운영 방식까지 정비가 이뤄졌습니다. 정부도 KBS 보도에서 제기한 다양한 문제점에 대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폭염의 위험성과 무더위 쉼터의 부실 관리 실태를 보다 쉽고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고민했습니다. Google My Maps와 Google Earth 등을 활용해 쉼터 정보를 시각화하고, ‘안전디딤돌’에 지점마다 따로 표시돼 있던 쉼터 현황을 지도 한 장에 모았습니다. 이를 통해 도농 격차와 동일 장소 쉼터 중복 지정 등의 문제를 한눈에 볼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또, 스마트폰에서만 작동하는 ‘디딤돌’ 앱을 TV의 대형 화면 영상으로 보여주기 위해 스마트폰과 TV 미러링과 터치스크린을 도입해 시청자들의 이해를 도왔습니다. 이밖에, 열화상카메라를 이용해 쉼터로는 부적절한 야외쉼터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냈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강원도의원의 최초 보도자료는 강원도 내 거의 모든 언론이 전달했고, 전국적으로도 폭염 시작에 맞춰, 시설 폐쇄 등 쉼터의 문제점을 지적한 기사도 여럿 뒤따랐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쉼터가 지닌 여러 가지 문제의 단편만을 부각시키는데 그쳤습니다.
이에 반해, 본 보도는 특정 광역자치단체 전체를 대상으로 무더위쉼터 현황을 전수 조사한 최초의 방송보도였습니다. 또, 보도 시점이 기록적인 폭염과 세계잼버리대회 부실 운영과 맞물리면서, 정부와 지자체의 후속조치는 이례적으로 빠르게 이뤄졌습니다. 이는 다수의 언론에 소개됐습니다.
<타 매체 반향 사례>
[한겨레] 사상 첫 폭염 ‘중대본 2단계’…무더위쉼터 개선 등 방안 마련 (8.4)
[아주경제] 폭염 중대본 2단계 최초 가동, 이상민 장관 ‘적극적인 폭염 대책 논의’ (8.4)
[MBC] ‘폭염 중대본 2단계’…정부, 경로당 냉방비‧무더위쉼터 늘린다 (8.4)
[연합뉴스] 무더위쉼터 늘린다…“잼버리 현장 폭염대책비 조속 집행” (8.4)
5. 사회에 끼친 영향
강원도는 본 보도가 나가자마자 바로 문제를 인정하고, 취재진의 취내 내용을 넘겨받아 곧바로 시정 작업에 나섰습니다. ‘디딤돌’ 오류 228곳 전체가 수정됐고, 폐쇄됐던 쉼터는 개방됐습니다. 또, 쉼터의 개수를 늘리고, 주말에도 개방하기로 했습니다.
행정안전부도 본 보도 시작 이후 일주일 사이에 두 차례나 보도자료를 내고, 쉼터를 대대적으로 정비했습니다. 대한노인회와 협력해 ‘디딤돌’의 위치 정보 오류를 시정하고 자율방재단과 무더위쉼터의 1:1 담당제를 도입해 수시로 운영상의 문제를 점검하기로 했습니다. 또, 지자체의 재난대응상황평가에 무더위쉼터를 포함시켜 상시 관리 체계를 수립했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본 보도는 취재의 충실성과 방송의 시의성, 이를 토대로 한 제도개선까지 3박자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탐사보도의 전형입니다. 관·학·언 3개 전문가 집단이 협업을 통해 1,500개가 넘는 쉼터의 현황과 문제점을 불과 한 달 만에 심층적이고 다각적으로 분석해 냈습니다. 여기에, 정부와 지자체의 개혁 의지가 맞물리면서 가시적인 제도개선으로 이어졌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반론신청이나 언론중재위원회에서의 피신청사항은 없었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96회 전체 총평
제396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모두 10개 부문에 69편이 출품됐다. 이중 6개 부문에서 8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가장 응모작이 많았던 부문은 취재보도 1부문으로, 사회적 파장이 큰 보도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그중 선정된 MBC <두 초임교사의 죽음> 보도는 2년 전 경기도 한 초등학교에서 6개월 간격으로 사망한 두 초임교사 사건을 깊이있게 파고들며 입증이 쉽지 않은 교사들의 업무성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 문제를 드러내고 교권 침해 문제를 이슈화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MBC <윤 대통령 해병대 수사 개입 의혹> 기사 역시 관련 보도가 적지 않은 가운데에도 사건의 흐름을 바꾸는데 큰 영향을 끼친 보도라는 점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집요한 취재 끝에 문건과 다양한 진술 정황을 통해 해병대 사망 사건의 쟁점이 윤 대통령의 개입 여부로 옮겨가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심사위원들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KBS의 <집단 마약 현장 경찰관 추락사> 보도는 충격적인 사안의 전모를 파헤친 모범적인 특종 보도라는 호평과 함께 선정되었다. 사건 하루 뒤에 보도한 신속함이 돋보이고, 경찰관의 마약 사용이라는 사건의 특성상 취재와 현장 접근이 극도로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범행 현장의 규모 등을 구체적으로 밝혀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제보도 부문에는 총 6편이 출품됐다. 수상작은 KBS의 보도가 선정됐다. 해당 기사는 공정거래법 등 고도의 법률, 금융 지식이 요구되는 까다롭고 복잡한 사안을 사회부 사건기자들이 전문가 자문을 받으며 정확히 취재해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이끌어내고, 이후 CJ 외 다른 기업 사례까지 확장한 근래 보기 드물게 세련된 경제분야 탐사보도 취재라는 호평을 받았다.
모두 8편이 출품된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는 한국일보의 <사라진 마을 : 오버투어리즘의 습격> 보도가 선정됐다. 과거 관광객의 홍수로 고통받는 지역사회의 보도는 적지 않았으나, 이 보도의 경우 등기부 등본과 과거 부동산 관련 통계와 200여명이 넘는 관계자 인터뷰, 해외 현지 취재와 국내 전문가를 대동한 현장 소음 측정 등 다각적인 심층 데이터를 축적하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총 7편이 출품됐다. 이중 뽑힌 SBS의 <전통이라는 이름의 악습…한체대 체조부 계약금 강제송금> 보도는 국내 체육계의 정점에 있는 학교에서 알면서도 쉬쉬하던 관행을 수면에 드러낸 탁월성이 인정됐다. 교수가 피해자인 선수들의 생사여탈권을 쥔 상황에서도 피해자들을 설득해 문제를 공론화했고, 일부 취재원만 노출되면 당사자들에게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 피해자 전수조사에 성공해 취재원 보호에도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지역 취재보도 부문에는 전주MBC의 <“무시된 야마구치의 경고”…거짓이 부른 ‘반쪽 잼버리’> 보도는 일본 현지 취재를 통해 새만금 잼버리의 문제를 정확하게 경고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수상작에 선정됐다. 특히 다양한 이익 관계가 얽혀있는 지역사회에서 지역 정치권과 조직위, 연맹 등 성역을 파헤친 적극적인 보도라는 점이 돋보였다.
사진보도 부문에는 경기일보의 <사랑은 비를 타고…아직 살만한 세상> 보도가 전국적으로 화제가 되며 큰 감동을 준 사진이라는 호평과 함께 선정되었다. 비가 내리는 날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상황, 한 여성이 리어카 끄는 노인에게 비를 맞으며 우산을 씌워주는 광경을 포착하고 가까이 가지 않고 망원렌즈로 잡아 긴 거리를 같이 걸으며 사진을 찍은 기자의 예리하면서 따뜻한 시선이 돋보였다.
출처: 한국기자협회(https://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544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