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V ), ⑤ 기타( )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취재는 대한민국 체조계에 속한 인물의 제보에서 시작됐습니다. 대한민국 엘리트 체육의 중심인 한국체육대학교 체조부에서 “실업팀으로 입단한 졸업생은 계약금의 10%를 교수에게 상납해야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선수들까지 포함해 오랜 기간 이어진 악습이라는 제보였지만, 과연 이런 악습이 세간에 알려지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게 가능했는가라는 의문 속에서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이 문제가 구조적인 것인지, 단순히 일부 졸업생의 문제인지 확인하기 위해 저희 ‘끝까지판다팀’은 최근 10년간 한체대 체조부를 졸업한 학생을 전수조사해보기로 결정했습니다. 취재 보안을 유지해 가며 조심스럽게 졸업생 명단과 연락처를 수소문 해갔습니다.
졸업생들과 연락하는 본격적인 취재 단계, 단순히 피해 내용을 듣고 증거물을 확보하면 끝날 것 같던 취재는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했습니다. 바로 체육계의 ‘폐쇄성’ 때문이었습니다. 당사자들은 피해 내용을 말해줄 듯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전언은 수없이 많았지만, 직접적인 피해 내용은 허공에서 맴돌았습니다.
저희가 졸업생들에게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무섭다”와 “바뀔 것 같지 않다”였습니다. 졸업생 대다수가 현재도 선수이거나 체조계에 발을 담구고 있어, A교수의 힘을 두려워했습니다. “계약금 10% 상납”을 주도했다는 한체대 체조부 A교수가 한국체조협회에서도 임원이다 보니 대한민국 체조계 어디에도 A교수의 입김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었습니다. 피해자들은 A교수의 힘이 워낙 막강해 기사가 나가더라도, 바뀌는 건 없다고 지레짐작했습니다. 폐쇄성 등 체육계의 구조적인 문제가 드러나는 순간이었습니다.
한 달 간 저희 취재기자들이 피해자들을 설득하는 긴 작업이 이어졌습니다. 전화와 문자로 설득하고, 필요하면 지방에 있는 피해자를 찾아가는 걸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한 명을 간신히 설득하면, 그 피해자와 함께 다른 피해자를 설득했습니다. ‘끝까지판다팀’이 썼던 과거 기사를 통해 피해자들에게 ‘끝까지 판다’는 신뢰를 심어주는 게 가장 주효한 유인책이었습니다. 이런 취재 노력에 피해자 상당수가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고,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인터뷰하겠다는 졸업생들이 증언은 물론 각종 증거자료까지 제공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취재 중간에 피해자들에 대한 압력이 들어왔습니다. SBS가 취재한다는 내용은 물론 “누가 인터뷰를 했다더라” 식의 이야기가 체조계에서 돌았습니다. 심지어 선수들이 초인적인 집중력을 발휘해야하는 실전 대회에서 A교수는 조교를 시켜 “자발적인 기부금”이었다는 동의서를 받게 했습니다. 주변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10년 치 졸업생 대다수를 접촉한 방대한 취재 덕분에 피해자들이 노출되는 걸 막을 수 있었고, 세세한 피해 내역까지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10년 넘게 한체대 체조부에서는 졸업생이 실업팀에 들어가면 계약금의 10%를 반강제적으로 학교 측에 내야했습니다. 입금은 재학생 계좌로 들어갔지만, 해당 재학생은 계좌 운용과정을 전혀 몰랐습니다. 수년 치 계좌를 직접 입수해 확인해 보니 회계처리는 불투명했고, A교수의 사적 유용까지 의심되는 증거까지 확보해 보도할 수 있었습니다. 학교 측 등의 해명과 달리 ‘단체복’ ‘회식비’ 등으로 사용됐을 만한 근거는 턱없이 적었고, 추적이 불가능한 현금 뭉텅이 출금과 개인적 친분에 의한 사적거래 등만 수두룩했습니다. A교수도 처음엔 ‘전통’ ‘자발적 기부’ 등으로 발뺌했지만, 각종 증거자료를 들이밀었더니 “당시엔 불법인지 몰랐다”는 답변까지 이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제보자와 SBS 끝까지판다팀과는 어떤 관계도 없습니다. 단순히 언론계 중 저희 팀을 신뢰해 제보한 거였습니다. 상신한 기자 5명 모두 취재는 물론 방송 리포트도 작성했습니다.
피해자 인터뷰는 모두 익명으로 보도했습니다. 한 다리만 건너면 서로 다 아는 비좁은 체육계의 현실, 학교는 물론 체조협회까지 권력을 쥔 A교수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현역 선수들은 A교수 등에 대한 ‘대표 선발권’ ‘심판진에 대한 영향’ 등을 두려워했고, 은퇴한 선수들도 “체조계에서 살아남아 있으려면 A교수의 영향력을 무시해선 안 된다”고 반복해 답했습니다. 이런 일련의 이유로 피해자들에 대한 인터뷰는 모두 익명으로 진행했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타 매체 선행 보도는 없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SBS ‘끝까지판다팀’의 ‘계약금 10% 강제납부’ 보도 이후, 한체대의 자체조사는 물론 서울 송파경찰서의 수사가 진행 중에 있습니다. 스포츠윤리센터 역시 ‘한체대 체조부’의 비위 의혹을 조사함과 동시에 스포츠 전 종목에 대한 “계약금 상납” 실태조사에 나선 상태입니다.
‘끝까지판다팀’ 취재 결과 한체대를 떠나 타 대학교나 실업팀의 타 종목에서도 “계약금 상납” 악습이 오랜 기간 이어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선수 계약금은 물론 훈련비나 상금 상납도 일상이었습니다. 하지만 SBS 취재 이후 일부 종목에서 이런 악습이 근절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끝까지판다팀’은 타종목에 대한 취재 역시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이번 취재 과정에서 언론 윤리를 위반한 사항은 없습니다. SBS 자체 규정도 위반한 사실이 없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기타 특이사항 없습니다.
취재후기
(396회)전통이라는 이름의 악습...한체대 체조부 계약금 강제…
전통이라는 이름의 악습...한체대 체조부 계약금 강제송금
SBS 유수환 기자
4년 전 쇼트트랙 조재범 코치 성폭행 사건 이후 인권위가 체육계 인권침해에 대해 직권조사를 벌였습니다. 당시 고질적인 체육계 문제로 △폐쇄성 △2차 피해 우려 △절대적인 지도자 영향력 등이 지적됐습니다. 4년 전에 드러난 문제는 적어도 한체대 체조부에선 세월이 무색할 만큼 판박이처럼 남아 있었습니다. 선수들은 ‘지도자의 힘이 절대적이다’, ‘보복당할까 두렵다’ 말했습니다. 우려하는 선수들을 설득하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10년이 넘도록 이뤄진 일인 만큼 피해자도 많았습니다. 주저하는 이들에게 수차례 전화하고, 지역을 돌며 수십 명을 취재했습니다. 선수들이 용기를 내줬기에 이번 보도가 가능했습니다. 무려 한 달에 걸친 일이었습니다. 하루하루 발생이 쏟아지는 데일리 부서였다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을 겁니다. 그런 면에서 탐사보도부의 존재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조금 걸려도 기다려주는 보도국 동료들, 취재 난관에도 묵묵히 믿어주고 응원해준 팀 부장과 데스크. 그분들 덕에 취재만 할 수 있었습니다.
첫 보도 후 관계기관의 조사를 형해화하는 한체대의 행태, 입막음 시도하는 체조부 지도부 등에 대해 후속 보도도 할 수 있었습니다. 수사기관에서 수사하고 있고, 스포츠윤리센터 조사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수사와 조사를 통해 지은 죄가 드러난 만큼 처벌도 수반돼야 하지만, 그것만으로 사건이 종결될 순 없습니다. 체육계 구조적 문제의 종합판인 이번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계속 취재하고 보도하겠습니다.
출처: 한국기자협회(https://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54466)
회차 심사평
제396회 전체 총평
제396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모두 10개 부문에 69편이 출품됐다. 이중 6개 부문에서 8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가장 응모작이 많았던 부문은 취재보도 1부문으로, 사회적 파장이 큰 보도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그중 선정된 MBC <두 초임교사의 죽음> 보도는 2년 전 경기도 한 초등학교에서 6개월 간격으로 사망한 두 초임교사 사건을 깊이있게 파고들며 입증이 쉽지 않은 교사들의 업무성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 문제를 드러내고 교권 침해 문제를 이슈화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MBC <윤 대통령 해병대 수사 개입 의혹> 기사 역시 관련 보도가 적지 않은 가운데에도 사건의 흐름을 바꾸는데 큰 영향을 끼친 보도라는 점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집요한 취재 끝에 문건과 다양한 진술 정황을 통해 해병대 사망 사건의 쟁점이 윤 대통령의 개입 여부로 옮겨가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심사위원들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KBS의 <집단 마약 현장 경찰관 추락사> 보도는 충격적인 사안의 전모를 파헤친 모범적인 특종 보도라는 호평과 함께 선정되었다. 사건 하루 뒤에 보도한 신속함이 돋보이고, 경찰관의 마약 사용이라는 사건의 특성상 취재와 현장 접근이 극도로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범행 현장의 규모 등을 구체적으로 밝혀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제보도 부문에는 총 6편이 출품됐다. 수상작은 KBS의 보도가 선정됐다. 해당 기사는 공정거래법 등 고도의 법률, 금융 지식이 요구되는 까다롭고 복잡한 사안을 사회부 사건기자들이 전문가 자문을 받으며 정확히 취재해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이끌어내고, 이후 CJ 외 다른 기업 사례까지 확장한 근래 보기 드물게 세련된 경제분야 탐사보도 취재라는 호평을 받았다.
모두 8편이 출품된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는 한국일보의 <사라진 마을 : 오버투어리즘의 습격> 보도가 선정됐다. 과거 관광객의 홍수로 고통받는 지역사회의 보도는 적지 않았으나, 이 보도의 경우 등기부 등본과 과거 부동산 관련 통계와 200여명이 넘는 관계자 인터뷰, 해외 현지 취재와 국내 전문가를 대동한 현장 소음 측정 등 다각적인 심층 데이터를 축적하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총 7편이 출품됐다. 이중 뽑힌 SBS의 <전통이라는 이름의 악습…한체대 체조부 계약금 강제송금> 보도는 국내 체육계의 정점에 있는 학교에서 알면서도 쉬쉬하던 관행을 수면에 드러낸 탁월성이 인정됐다. 교수가 피해자인 선수들의 생사여탈권을 쥔 상황에서도 피해자들을 설득해 문제를 공론화했고, 일부 취재원만 노출되면 당사자들에게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 피해자 전수조사에 성공해 취재원 보호에도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지역 취재보도 부문에는 전주MBC의 <“무시된 야마구치의 경고”…거짓이 부른 ‘반쪽 잼버리’> 보도는 일본 현지 취재를 통해 새만금 잼버리의 문제를 정확하게 경고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수상작에 선정됐다. 특히 다양한 이익 관계가 얽혀있는 지역사회에서 지역 정치권과 조직위, 연맹 등 성역을 파헤친 적극적인 보도라는 점이 돋보였다.
사진보도 부문에는 경기일보의 <사랑은 비를 타고…아직 살만한 세상> 보도가 전국적으로 화제가 되며 큰 감동을 준 사진이라는 호평과 함께 선정되었다. 비가 내리는 날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상황, 한 여성이 리어카 끄는 노인에게 비를 맞으며 우산을 씌워주는 광경을 포착하고 가까이 가지 않고 망원렌즈로 잡아 긴 거리를 같이 걸으며 사진을 찍은 기자의 예리하면서 따뜻한 시선이 돋보였다.
출처: 한국기자협회(https://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544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