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 ㅇ ),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쪼그려 뛰기를 시키는 거야. 소아마비인 내가 그걸 어떻게 하겠어. 못 한다고 경찰이 발로 걷어찬 기억이 나요. 돌아가면서 때리고. 너는 죽어나가도 상관없다… 한두명 죽어도 눈 하나 깜짝 안 한다는 거지.”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20년 가까이 복역한 윤모 씨가 10월 9일 채널A와의 단독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1988년 9월 발생한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 범행현장에서 발견된 음모의 형태와 방사성 동위원소 분석 결과를 토대로 범인으로 특정된 윤모 씨는 19년 6개월 동안 감옥살이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가 채널A 취재팀에 털어놓은 30년 전 기억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윤 씨의 말에 따르면 경찰은 당시 왼쪽 다리를 쓰지 못하는 소아마비 환자에게 쪼그려 뛰기를 시키고, 제대로 하지 못한다며 발길질을 이어갔습니다. 체포영장 없이 취조실로 끌고 간 윤 씨를 3일 동안 먹이지도 재우지도 않은 채 취조했습니다.
“장 형사, 최 형사, 심 형사….” 윤 씨는 자신을 폭행한 당시 형사들의 성도 또렷하게 기억했습니다.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부여된 공권력이 개인에게 잔혹한 방식으로 쓰였던 겁니다.
1986년 9월부터 1991년 4월까지, 5년의 세월동안 10명의 부녀자가 살해당한 화성연쇄살인사건. 윤 씨의 말이 사실이라면 유일하게 해결된 것처럼 보였던 8차 사건도 경찰 강압수사의 결과물이었다는 얘기였습니다. 단순히 부실 수사의 문제가 아니라 무고한 개인에 대한 국가 권력의 오작동이었습니다.
윤 씨와의 단독 인터뷰는 당시 국가 권력의 폭력을 알리는 계기가 됐습니다.
[단독]‘8차 사건’ 윤 씨 심경 토로…“죽어도 상관없다며 고문”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449&aid=0000179079
[단독]윤 씨 “최 형사, 장 형사가 고문”…지목 수사관 조사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449&aid=0000179080
[단독]20년 옥살이 윤 씨 “이춘재에 확실한 답 듣고 싶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449&aid=0000179081
(출연)재심 청구하는 8차 사건 범인…무죄 결론 시 ‘국가 보상’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449&aid=0000179083
“그 땐 아무도 나를 도와줄 사람이 없었잖아. 내 말을 믿어주는 사람도 없었고. 내 인생, 왜 이렇게 기구한지…. 이제는 고개 들고 살 수 있을까요?”
채널A 보도가 나간 뒤 윤 씨가 취재팀에 건넨 말입니다. 2019년 10월 9일, 이날은 그가 경찰에 검거된 지 1만 1060일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1989년 1심 재판 이후 윤 씨는 줄곧 외쳐왔습니다. 나는 범인이 아니라고, 나는 억울하다고. 하지만 그 외침에 누구도 귀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30년의 세월이 지난 뒤 윤 씨는 취재팀 앞에서 당시 강압수사를 털어놓았고, 보도가 나간 뒤 세상은 윤 씨의 목소리에 반응하기 시작했습니다.
경찰의 강압수사 의혹이 제기된 것은 화성연쇄살인사건 피의자 이춘재의 자백 때문이었습니다.
채널A는 10월 1일 이춘재가 화성연쇄살인사건을 포함해 총 14건의 살인 범행을 자백했다는 사실을 단독 보도했습니다.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가 특정됐다는 9월 18일 단독보도 이후 끈질긴 취재 끝에 이춘재가 자백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춘재가 윤 씨가 옥살이를 한 8차 사건도 자신의 범행이라고 털어놓은 것이었습니다.
[단독]“14건 범행” 이춘재 드디어 자백…화성 사건보다 많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449&aid=0000178618
[단독]자백한 이춘재, 대면조사 9번…무너진 심리 방어막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449&aid=0000178619
이춘재, 화성 외에 살인 5건 더 있다…미제사건 재조명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449&aid=0000178699
채널A의 최초보도 이후 국내 대부분 언론들이 추종 보도를 쏟아냈습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제가 잡혀들어가던 30년 전, 언론은 저를 위해 무엇을 해줬습니까? 언론이 제 역할을 했다면 감옥까지는 안 갔을 겁니다. 언론은 사람을 살린 게 아니라 죽였습니다.”
윤 씨가 인터뷰 말미에 한 말입니다. 윤 씨 말과 이춘재의 자백이 사실이라면, 죄 없는 사람이 20년 간 옥살이를 한 것입니다. 윤 씨와의 만남이 쉽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10월 4일 이춘재가 8차 사건도 자신의 범행이라고 자백한 사실이 알려진 뒤 취재팀은 다음날 새벽 화성으로 향했습니다. 윤 씨가 화성에 살았고, 검거되기 전까지 화성 농기계 수리공장에서 일했다는 게 유일한 단서였습니다. 윤 씨를 찾기 위해 여러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화성과 평택, 안성을 거쳐 윤 씨의 청주 집 앞에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윤 씨는 취재팀을 극도로 경계했습니다. “나는 범인이 아니다”라고 외쳐왔던 윤 씨. 자신의 외침을 외면했던 언론에 대한 불신도 컸던 것입니다.
취재팀은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사흘 뒤 윤 씨에게서 다급한 전화가 왔습니다. 기자들이 집 앞까지 몰려와 밖으로 나왔다는 겁니다. 제3의 장소에서 만난 윤 씨는 자신의 억울함을 털어놓기 시작했습니다. 묵묵히 기다려준 취재팀에 마음을 열고, 인터뷰에 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윤 씨가 가장 걱정한 것은 자신의 인터뷰가 나간 뒤 겪게 될 가족들의 고통이었습니다.
채널A 취재팀은 윤 씨의 주장을 있는 그대로 보도하되, 가족의 신상을 철저히 보호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윤 씨 주변인물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가족과 친지들을 노출하지 않았습니다. 또 윤 씨의 소재지나 직장 등 개인 신상이 드러날 수 있는 내용은 보도하지 않는 방식으로 윤 씨의 사생활을 보호했습니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채널A는 10월 1일 취재팀의 취재결과를 바탕으로 화성연쇄살인사건 피의자 이춘재가 총 14건의 살인사건을 자백했다는 사실을 최초 보도했습니다. 선행보도는 물론, 표절도 없었습니다.
보도 직후 수사본부가 있는 경기남부경찰청은 출입기자단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대상자(이춘재)가 자백 진술을 하기 시작했다”며 보도 내용이 사실임을 확인했습니다. 다음날 오전 10시 관련 브리핑을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14건의 살인과 30건의 성폭행 범죄를 자백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국내 주요 매체는 물론, CNN을 비롯한 외신에서도 이춘재의 자백에 대한 추종보도를 내놓았습니다.
(동아일보)이춘재 드디어 자백…“14건 범행” 화성 사건보다 많아
(중앙일보)경찰 “이춘재, 화성사건 포함 14건 범행 자백”
(조선일보)이춘재 결국 자백 "화성살인 등 14건"
(경향신문)화성 살인범 “이런 날 올 줄 알아”…그림까지 그려가며 ‘술술’
(JTBC)경찰 "이춘재, 화성살인 9건 포함 14건 범행 자백"
(연합뉴스)경찰 "이춘재, 화성사건 9건 모두 저질렀다 자백"…총 14건 관여
(CNN)South Korean man confesses to a series of murders that stumped police for decades
채널A는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 복역자 윤 씨의 인터뷰도 최초 보도했습니다. 보도 이후 8차 사건에 대한 강압수사 의혹이 불거졌고, 이에 경찰 수사도 본격화됐습니다. 타 매체의 선행보도는 없습니다. 주요 매체들의 기사 제목들을 일부 발췌했습니다.
(YTN)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화성 8차사건 재심 맡아
(KBS)경찰 “이춘재 8차사건 자백 유의미”…박준영 재심 준비
(JTBC)"자백 보강할 증거…8차 사건 판결, 뒤집을 확신 있어"
(서울신문)화성 8차 사건 때 윤모씨 체모만 분석…‘자백’ 이춘재는 제외
(세계일보)"사형 면하려 범행 시인... 검사에 재수사 요청했지만 묵살당해"
(한국일보)화성 8차 범인으로 20년 옥살이 한 윤씨 “명예 찾고 싶다”
(서울신문)화성 8차 범인으로 지목됐던 윤모씨 “명예 되찾고 싶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채널A가 윤 씨와의 인터뷰를 보도한 뒤 윤 씨를 향한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습니다.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의 재심을 맡아 무죄를 이끌어낸 박준영 변호사는 윤 씨 무료변론을 자청하며 채널A에 연락을 해왔습니다. 박 변호사를 포함한 변호인단은 30년 만에 재심을 준비 중입니다.
경찰 수사에도 속도가 붙었습니다. 8차 사건 재조사에 착수한 경찰은 30년 동안 경찰서 문서고에 잠들어 있던 당시 수사기록에서 유의미한 증거를 찾아냈습니다. 수사기록에 포함된 현장검증 사진에 피해자 집과 방의 구조가 찍혀 있었는데, 이춘재가 이 구조를 정확히 진술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당시 피해자의 방 앞엔 책상과 책꽂이가 있었습니다. 경찰은 윤 씨를 상대로 재연조사를 진행한 끝에 소아마비인 윤 씨는 그 방에 넘어 들어갈 수 없다는 점을 파악했습니다. 채널A 보도 이후 8차 사건 강압수사 의혹을 집중 수사한 경찰은 윤 씨가 아닌, 이춘재가 진범이라고 잠정 결론내렸습니다.
[단독]“이춘재, 화성 8차 범행 장소 바뀐 구조도 기억”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449&aid=0000180250
[단독]컬러사진이 결정적…“8차 범인은 이춘재” 잠정 결론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449&aid=0000180475
“두 눈 부릅뜨고 해야 할 변호가 시작됐다.”
박준영 변호사가 윤 씨의 재심 변호인으로 선임된 날, 자신의 SNS에 남긴 말입니다.
화성 사건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채널A는 당시 경찰과 검찰, 법원이 자신들의 과오가 적나라하게 드러날 수 있는 이번 사건에 얼마나 공정한 잣대를 들이대는지 계속 취재할 것입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채널A의 모든 취재와 보도는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준수했습니다.
6. 기타 고려사항
외부의 지원이나 반론 신청, 언론중재위원회의 피신청사항은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50회 전체 총평
제350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에서 5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많은 심사위원의 눈길을 끌었던 부분은 지금까지 많이 알려졌지만 국민의 관점에서 현장을 취재하고 자료를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여 해당 사안을 새로운 어젠다로 만들려고 노력한 보도가 많았다는 점이다.
국민일보의 <엄마·아빠, 저는 왜 같이 죽어야 하나요> 기획은 일가족 사망사건의 특성에 주목한 기사였다. 부모와 자녀의 단순한 동반자살이 아니라 자녀를 살해하고 부모가 자살하는 사례를 피해자 전수조사, 수사자료 및 판결문 분석을 통해 의미있는 자료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돋보였다. 사건 자체는 개별 사례로, 또 단편적으로 계속 보도됐는데 취재팀은 부모의 자녀살해라는 불편한 문제를 드러내고 대안을 제시해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은 KBS의 <죽음 부른 통증 주사>가 수상했다. 일상적 의료행위 속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사고인데도 보건당국의 역학조사 보고서는 공개되지 않았다. 취재팀은 제보자를 통해 자료를 입수하고, 피해자와 의료진을 인터뷰하면서 실상과 원인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주사와 관련한 의료과실 역시 언론이 스트레이트 위주로 계속 보도했던 문제인데, 당국이 소극적이고 의료기관과 의료진이 발뺌하는 부분까지 파고드는 추적 정신을 수상작이 보여줬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의 수상작은 <아프리카돼지열병, 가까운 시설 놓고 수백km ‘원정 검사’ 이뤄진 배경>이다. 기사는 경기도의 방역 실무자들이 확진 판정을 받기 위해 차로 4시간 이상 떨어진 경북 김천의 농림축산검역본부를 오가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ASF 발병중심지역에도 정밀검사 시설이 있지만 정부가 확진권한을 주지 않았으며, 이런 문제점을 전에도 논의했다가 지금까지 넘겼다는 점을 연속보도로 드러내 정부와 지방의 방역 협력체계를 개선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국제신문의 <다시 쓰는 부마항쟁 보고서 2>가 선정됐다. 부마민주항쟁의 원인과 진행과정, 그리고 역사적 의미는 관심을 많이 끌지 못했던 사안이다. 항쟁 이후에 일어난 박정희 대통령 암살, 12·12군사쿠데타, 광주민주화운동에 가려진 측면이 있다. 취재팀은 항쟁 참여자를 심층 인터뷰해서 역사의 현장을 재구성하고 진상규명 및 보상이 지지부진한 이유를 설명하는 한편 국군기무사령부의 기밀문서를 입수해 보도했다.
지역에서 일어난 일을 지역지가 항쟁 40주년을 맞아 입체적으로 다뤘지만 아쉬운 부분에 대한 의견이 심사과정에서 나왔다. 예를 들어 항쟁과정에서 사망자가 더 있었을지 모른다는 내용을 확인하지 못해 사실이 아니라 ‘설(說)’을 다시 소개하는 데 그쳤다는 지적이다. 사망 및 실종자가 있다면 가족을 찾아가서 확인하는 식으로, 다시 말해 사관의 눈으로 진실을 드러내는 수준에 미치지 못했으므로 후속취재가 필요하다고 일부 심사위원은 제언했다. 반면 가해자들의 양심선언이나 고백이 없이 부인으로 일관하는 상황에서 피해자 중심의 보도를 이어가면서 역사적 진실을 찾아가는 노력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의미있는 보도라는 평가도 나왔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의 <장기요양기관…폐업의 비밀>은 요양기관이 법망을 어떻게 피하며 편법으로 운영되는지를 정밀하게 보여줘서 인상적이었다. KBS광주 취재팀은 사업자가 3년마다 받는 평가를 회피하기 위해 폐업을 하고 가족 등 다른 사람을 내세워 문을 열었다가 평가기간이 다가오면 다시 폐업하는 실태를 드러냈다. 이런 과정에서 요양보호사 등 직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퇴직 처리가 되어 퇴직금이나 장기근속수당, 연차수당이 줄어드는 피해를 봤다. 우리 사회가 고령화 시대에 들어선 지 오래됐다는 점에서 복지시설 실태를 점검하여 제도개선을 유도하는 일은 언론의 당연한 책무에 속한다. 상당수 요양기관이 중소도시에 있으므로 이번과 같은 사례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지역 언론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기를 기대한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