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단독기획
#태풍 미탁에 강원 동해안 “또 쑥대밭”
10월 2일부터 3일까지 이틀간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미탁’으로 강원 동해안은 쑥대밭이 됐습니다.
강원도에 400mm에 가까운 물폭탄이 쏟아져 2명이 숨지고 천 681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강릉과 동해, 삼척 등 8개 시군에서 집계된 재산 피해액만 400억원이 넘습니다.
주택 천 98채가 침수되거나 파손되는 피해를 입어, 수많은 이웃들의 보금자리가 사라졌습니다.
마을 뿐 아니라, 도로와 상하수도 등 공공시설과 농경지에도 큰 생채기를 남겼습니다.
특히 삼척 지역의 해안가와 인접한 마을에서 유독 피해가 컸습니다.
신남, 초곡, 궁촌, 원덕 등 마을 전체가 거대한 흙더미 속에 파묻혔던 당시 모습은 ‘처참함’ 그 자체였습니다.
정부에서도 피해가 심각하다고 판단해, 태풍 발생 일주일 만인 10월 10일 삼척시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기도 했습니다.
#반복되는 수해..“피해 줄일 수는 없었나?”
강원 동해안이 태풍으로 이렇게 큰 물난리를 겪은 건, 지난 2002년 태풍 ‘루사’와 2003년 태풍 ‘매미’ 이후 16년 만 입니다.
이번 태풍 ‘미탁’으로 강원도에 내린 비는 400mm 가량.
하루에만 870mm를 쏟아낸 태풍 ‘루사’ 때보다, 훨씬 적은 양의 비에도 속수무책으로 또 당한 겁니다.
재난당국은 시간당 100mm가 넘는 국지성 폭우로 인해 피해가 클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럼 우리는 앞으로도 또 다시 이런 상황이 온다면 그저 자연 탓만 해야 할까요.
인간이 충분히 대비하지 못해 피해를 더 키웠던 건 아니었을지 궁금했습니다.
사회에 만연해 있는 안전 불감증 역시 재앙의 불씨를 더 지폈던 건 아니었을지 말입니다.
취재팀은 이같은 물음표를 던지며 기획 취재를 준비했습니다.
그동안 자연이 보내는 준엄한 경고 앞에 우리가 얼마나 철저히 대비해 왔는지, 재난을 통해 얻은 교훈을 얼마나 잊지 않고 있었는지 꼼꼼히 들여다보자는 취지였습니다.
수해를 입은 마을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내는 것을 시작으로 자료 분석과 철저한 현장 검증까지 거쳐 이번 기획 보도물을 제작했습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심각한 안전 불감증..마을 곳곳이 ‘인재’
1) 둑 관리 부실이 결국 마을 침수로..
취재팀이 태풍 ‘미탁’ 피해를 입은 삼척 지역의 마을 중 가장 먼저 인재 의혹을 제기한 곳은 오분동 마을이었습니다.
동해중부선 철도 공사가 진행 중인 마을인데, 하천을 따라 교량을 놓기 위한 공사가 한창인 곳이었습니다.
취재팀이 현장을 방문했을 때 하천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교각 사이로 양쪽 둑이 완전히 무너져 있었습니다.
취재 결과, 철도공사 시공사 측이 교량 건설을 위해 1년 가까이 임시로 철거해 놓은 것이었습니다.
주민들은 태풍이 오기 한참 전부터 집중호우가 내리면, 무너진 둑 사이로 물이 범람할 수 있으니 시공사 측에 임시 복구 등 대책을 요구해 왔지만, 관철되지 않았던 겁니다.
결국 이번 태풍 ‘미탁’ 때 무너진 둑 사이로 하천 물이 범람했고, 마을은 하루아침에 쑥대밭이 됐습니다.
이에 대해 시공사 측은 사전에 둑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점에 일부 공감하며, 사고 보험을 접수해 놓은 상태입니다.
2) 유례없던 물난리..철도공사로 지반 ‘약화’
삼척시 초곡1리 마을은 태풍 피해로 인해 7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마을에 처음 방문했을 때 주택 대부분이 거대한 토사에 파묻혀 있었습니다.
취재팀이 토사가 쓸려 내려 온 흔적을 따라 상류로 올라가자 산사태가 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곳은 주민들이 그동안 수 십 년이 넘도록 그 어떤 집중호우에도 이 같은 물난리가 난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했던 곳 이었습니다.
지난 태풍 ‘루사’와 ‘매미’ 때에도 큰 피해가 없었다고 했습니다.
때문에 주민들은 산사태가 난 인근 야산을 중심으로 진행된 동해중부선 철도공사에 주목했습니다.
산사태 인근 야산에서는 현재 철도 시설인 터널과 교량을 세우기 위한 공사가 한창인 상황입니다.
이 같은 이유로 주민들은 각종 공사로 인해 약해진 지반이 이번 집중호우로 무너지며 산사태로까지 이어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3) 채석장 토사 유입..마을 ‘초토화’
삼척시 원덕읍 노경1리 마을도 이번 태풍 ‘미탁’으로 유례없이 큰 물난리를 겪었습니다.
주택 18가구가 침수 돼 36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특히 많은 양의 토사가 마을을 덮치면서 피해가 컸습니다.
취재팀은 주민들과 함께 마을 상류까지 직접 올라가 확인해 봤습니다.
마을과 불과 1km도 떨어지지 않은 야산에서 대규모 토석 채취가 진행 중인 채석장이 목격됐습니다.
채석장을 둘러보니 한 눈에 봐도 많은 양의 토사와 나무, 돌들이 집중호우로 쓸려내려 간 흔적을 볼 수 있었습니다.
군데군데 큰 물줄기가 지나간 자리가 발견됐고, 사면마다 깊게 패인 자국이 선명했습니다.
그런데 주변 어디에서도 토사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시설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주민들이 마을로 유입된 대규모의 토사가 나온 발원지로 채석장을 지목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였습니다.
채석장 대표와 통화해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도 일정 부분 토사가 마을로 유입된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했습니다.
주민들이 결국 기자회견까지 자처하며 강력 반발하자, 삼척시에서도 수차례 현장 방문을 했고, 채석장의 토사 유출 방지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삼척시는 현재 해당 채석장에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린 상태입니다.
결국, 사전에 철저한 대비가 있었다면 채석장의 토사 유출을 조금이라도 막을 수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4) 공사장 토사 마을로..배수 펌프장도 ‘먹통’
삼척시 원덕읍 호산2리에서 만난 주민들은 한국남부발전에서 진행한 진입도로 공사장을 물난리가 클 수 밖에 없었던 이유로 꼽았습니다.
1km 가까이 급경사로 이어진 비포장 도로에서 나온 거대한 토사들이 밤새 내린 집중호우에 마을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는 것 이었습니다.
실제로 취재팀이 방문한 도로 공사장은 아직 아스팔트를 깔기 전, 흙들로만 채워져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취재팀이 방문했을 때 이미 남부발전에서 복구공사를 꽤 진행한 시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곳곳에 거대한 물길이 지나간 자리가 선명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주민들이 더욱 분통해 했던 건, 공사장에서 태풍이 오기 전, 토사 유출 방지 시설을 제대로 설치하지 않았다는 것 때문 이었습니다.
공사장 내 안전 불감증이 여전히 심각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이기도 합니다.
이와 함께 주민들은 잠시 작동을 하다 멈춰 버린 배수 펌프장의 기능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취재팀이 삼척시를 상대로 취재한 결과, 펌프장은 집중호우가 내린 지난 10월 3일 새벽, 정확히 2시간 40분 가량 작동을 한 뒤 멈춰버린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배수펌프장이 시간당 60mm 강수로 설계됐는데, 이번 태풍 때 80mm가 내리면서 펌프장 시설이 아예 침수 됐기 때문입니다.
이 펌프장은 수년 전, 한국가스공사가 마을 인근에 들어서면서 수해를 우려한 주민들을 위해 가스공사가 56억 원을 들여 설치한 시설입니다.
주민들은 설치 당시만 해도, 그 어떤 태풍이 와도 끄떡없을 것이라고 했던 펌프장이 2시간여 만에 먹통이 되자,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시설 이대로 괜찮은 걸까요?
앞으로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강력한 태풍 앞에 과연 제 기능을 할 수 있을지 주민들의 불안과 걱정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허술한 행정..재해 대책은 ‘말’ 뿐
1) 산사태 대비 ‘엉망’
태풍 ‘미탁’ 때 각 마을에서 불거진 ‘인재’ 의혹 외 행정 부문에서도 여러 문제점들이 불거졌습니다.
이번 태풍의 피해가 유독 컸던 건,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와 토사 유출 피해가 심했기 때문입니다.
그럼 과연, 지자체의 산사태 위험지역 관리와 대비는 충분 했을까요.
취재팀이 현장 취재한 결과, 산사태 대비와 관리에 대한 평가는 단연 ‘낙제점’이었습니다.
산림청이 관리하는 산사태 위험지구 가운데 매우 안전한 곳으로 평가된 곳에서 산사태가 발생한 곳이 취재팀이 확인한 것만 두 곳이나 됐습니다.
또 산림청에서 산사태 위험지구로 지정한 야산이 지자체의 산사태 위험지구 목록에는 누락 돼 있는 경우도 취재 결과 드러났습니다.
산사태를 예방하고 대비하기 위해 산림청과 지자체가 관리하는 행정 시스템이 여전히 겉돌고 있다는 얘깁니다.
2) 용역비만 30억원..하천 종합치수대책 ‘유야무야’
강릉시 남대천은 영동지역의 대표적인 상습 침수구역입니다.
2002년 태풍 ‘루사’와 2003년 ‘매미’ 때 하천이 범람해 강릉시 전체가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래서 2007년 정부 차원에서 마련된 대책이 남대천 수계 종합 치수 계획이었습니다.
용역에만 30억원이 넘게 투입됐고, 200년에 한 번 일어날 법한 극한의 홍수에 대비하도록 짜여 졌습니다.
2014년 완성을 목표로 했는데, 흐지부지 됐습니다.
지금은 농어촌공사에서 맡아 오봉저수지 개량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예산 부족을 이유로 사업은 더디기만 합니다.
결국 정부가 나서 수해 예방 대책까지 세웠지만, 달라진 건 하나도 없었습니다.
때문에 강릉 지역 시민들은 또 다시 태풍 트라우마를 겪으며 불안에 떨어야 했고, 어김없이 비슷한 피해를 겪어야 했습니다.
3) 방재성능목표 시스템 ‘속 빈 강정’
취재팀은 이번 태풍 ‘미탁’을 통해 방재성능목표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강릉시의 경우 시간당 강수량 80mm로 방재성능목표가 설정됐는데, 이 보다도 못 미치는 강수량(77mm)에도 결국 수해를 입었습니다.
방재성능목표가 정해지면 지자체의 방재 시설마다 그 목표치까지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는데도 똑같은 수해가 반복되고 있는 겁니다.
강릉시는 특히 지난해 10월, 방재성능목표치를 상향 조정한 지 1년 만에 또 물난리를 겪었습니다.
이 같은 원인은 목표만 높게 잡고, 실제 대대적인 정비 작업은 제대로 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 당초 방재성능목표를 너무 낮게 설정했을 때도 이 같은 수해가 반복될 수 있습니다.
삼척시 원덕읍 호산 배수 펌프장의 경우 이번 태풍 때 2시간 40여분 만에 작동을 멈췄습니다.
삼척시는 방재성능목표치를 초과한 집중호우로 펌프장의 침수 피해가 불가피했다는 입장입니다.
때문에 현재 설정 돼 있는 방재성능목표치를 더욱 높게 설정해야 한다는 여론도 거세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이번 보도는 타 언론 매체에서 먼저 보도된 바 없는 기획 보도물 입니다.
특히 G1 취재팀이 단독으로 인재 의혹을 제기한 삼척시 오분동 마을 침수 피해(철도공사 시공사의 부실한 둑 관리로 인한 하천 범람)의 경우, G1 보도 이후 강원영동 MBC와 CJ 강원영동 헬로비전, 지역 일간지(강원일보, 강원도민일보) 등 타 언론매체에서 관련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또 삼척시 원덕읍 노경1리 마을에서 제기한 채석장 토사 유출에 따른 인재 의혹 또한 G1 보도와 함께 타 언론 매체의 관련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인재 의혹..철저한 원인 규명과 현장 조사로 이어져
G1 기획 보도 이후, 언론에서 언급된 삼척시 태풍 피해 마을의 인재 의혹을 파헤치기 위한 현장 조사가 진행됐습니다.
특히 삼척시의회가 G1에서 문제제기 한 피해 마을들을 직접 찾아 수해 원인을 찾고 대책을 모색했습니다.
의회 차원의 현장 답사는 사흘간 이어졌으며, 답사 결과 보고서까지 만들어 언론에 배포했습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사전 대비와 점검이 부족해 일부 피해를 키운 사실이 확인됐다”는 결론이 도출됐습니다.
이 가운데 삼척시 오분동 마을의 경우 철도공사 시공사 측이 둑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침수 피해를 키운 것으로 보고, 원인 규명을 촉구했습니다.
또 원인이 규명되기 전까지 공사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으며, 삼척시는 한국철도시설공단 측에 해당 구간에 대한 공사 중지 요청을 내렸습니다.
원덕읍 노경1리 마을과 관련해서도 채석장의 재해 방지 시설이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은 점을 확인했습니다.
이로 인해 토사가 마을로 유입됐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철저한 수해 원인 규명을 삼척시에 촉구했습니다.
2차 피해 예방을 위해 현재 공사를 중단한 채석장 사업자에게 응급복구를 서둘러 진행하라고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이밖에도 배수펌프장 기능이 멈춘 원덕읍 호산 2리와 철도공사 산사태 인재 의혹이 불거진 초곡1리 마을 등에도 삼척시의원들이 현장 방문해 철저한 원인 규명을 촉구했습니다.
#정치권 차원의 현실적인 자연재해 대책 마련 촉구
먼저 강원도의회가 G1 기획 보도를 계기로 태풍 등 자연재해 시 보다 현실적인 예방 대책을 마련할 것을 호소하고 나섰습니다.
G1이 집중 보도한 삼척 지역 마을별 인재 의혹을 비롯해 산사태 위험지역 관리 부실, 하천 종합치수계획 무산 등을 꼬집으며 강원 도정을 상대로 재해 예방과 관련한 개선책을 주문했습니다.
무엇보다 강원도가 추진 중인 ‘자연재해 저감종합계획’이 제대로 이행 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예산 반영과 의회 차원의 노력을 약속했습니다.
국회에서도 동참하고 나섰습니다.
신창현 국회의원은 ‘도시침수 방지대책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이번 태풍으로 강릉이 침수됐듯이, 도심 침수는 인재로 봐야 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도심 침수가 매번 반복되는 이유가 비효율적인 치수 대책에 있다는 건데, 삼원화 돼 있는 치수 관리 조직을 하나의 위원회로 만들어 선택과 집중을 하자는 겁니다.
이 같은 하나의 컨트롤 타워가 구축되면 어느 순간 흐지부지된 강릉 남대천 종합치수 계획의 문제점 등이 해결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이번 기획 보도는 ‘현장 취재’와 ‘분석 취재’ 두 분야로 적절하게 접근해 만들어 낸 보도물입니다.
대다수의 언론들이 자극적인 영상을 바탕으로 태풍 피해 보도에 연연하고 있을 때, G1 취재팀은 태풍 피해가 컸던 원인과 대책을 찾기 위해 현장을 누볐습니다.
삼척 지역 마을을 돌며 각종 인재 의혹을 제기, 사회에 만연해있는 안전 불감증이 태풍 피해를 키웠다는 결론을 이끌어 냈습니다.
또한 산림청과 지자체의 산사태 위험지구 관리 부실 문제와 국가 차원에서 진행된 강릉 남대천 하천 종합 치수계획 무산 문제도 집중 보도함으로써 재난 당국의 부끄러운 현 주소를 짚고 대안을 모색했습니다.
국회와 강원도의회, 삼척시의회도 이번 보도를 통해 재난 대응에서 드러난 각종 문제점들에 대해 깊은 공감과 함께 철저한 원인 조사,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 같은 점에서 볼 때 이번 보도는 지역 언론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목표를 함께 하는 성과물이라고 자평합니다.
또한 취재 과정에서도 언론 윤리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 사실이 없습니다.
6. 기타 고려사항
본사의 취재와 보도에 대해 관련자들은 어떤 이의도 제기하지 않았고, 반론신청이나 언론중재위원회에서의 피신청사항도 전혀 없었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50회 전체 총평
제350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에서 5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많은 심사위원의 눈길을 끌었던 부분은 지금까지 많이 알려졌지만 국민의 관점에서 현장을 취재하고 자료를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여 해당 사안을 새로운 어젠다로 만들려고 노력한 보도가 많았다는 점이다.
국민일보의 <엄마·아빠, 저는 왜 같이 죽어야 하나요> 기획은 일가족 사망사건의 특성에 주목한 기사였다. 부모와 자녀의 단순한 동반자살이 아니라 자녀를 살해하고 부모가 자살하는 사례를 피해자 전수조사, 수사자료 및 판결문 분석을 통해 의미있는 자료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돋보였다. 사건 자체는 개별 사례로, 또 단편적으로 계속 보도됐는데 취재팀은 부모의 자녀살해라는 불편한 문제를 드러내고 대안을 제시해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은 KBS의 <죽음 부른 통증 주사>가 수상했다. 일상적 의료행위 속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사고인데도 보건당국의 역학조사 보고서는 공개되지 않았다. 취재팀은 제보자를 통해 자료를 입수하고, 피해자와 의료진을 인터뷰하면서 실상과 원인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주사와 관련한 의료과실 역시 언론이 스트레이트 위주로 계속 보도했던 문제인데, 당국이 소극적이고 의료기관과 의료진이 발뺌하는 부분까지 파고드는 추적 정신을 수상작이 보여줬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의 수상작은 <아프리카돼지열병, 가까운 시설 놓고 수백km ‘원정 검사’ 이뤄진 배경>이다. 기사는 경기도의 방역 실무자들이 확진 판정을 받기 위해 차로 4시간 이상 떨어진 경북 김천의 농림축산검역본부를 오가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ASF 발병중심지역에도 정밀검사 시설이 있지만 정부가 확진권한을 주지 않았으며, 이런 문제점을 전에도 논의했다가 지금까지 넘겼다는 점을 연속보도로 드러내 정부와 지방의 방역 협력체계를 개선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국제신문의 <다시 쓰는 부마항쟁 보고서 2>가 선정됐다. 부마민주항쟁의 원인과 진행과정, 그리고 역사적 의미는 관심을 많이 끌지 못했던 사안이다. 항쟁 이후에 일어난 박정희 대통령 암살, 12·12군사쿠데타, 광주민주화운동에 가려진 측면이 있다. 취재팀은 항쟁 참여자를 심층 인터뷰해서 역사의 현장을 재구성하고 진상규명 및 보상이 지지부진한 이유를 설명하는 한편 국군기무사령부의 기밀문서를 입수해 보도했다.
지역에서 일어난 일을 지역지가 항쟁 40주년을 맞아 입체적으로 다뤘지만 아쉬운 부분에 대한 의견이 심사과정에서 나왔다. 예를 들어 항쟁과정에서 사망자가 더 있었을지 모른다는 내용을 확인하지 못해 사실이 아니라 ‘설(說)’을 다시 소개하는 데 그쳤다는 지적이다. 사망 및 실종자가 있다면 가족을 찾아가서 확인하는 식으로, 다시 말해 사관의 눈으로 진실을 드러내는 수준에 미치지 못했으므로 후속취재가 필요하다고 일부 심사위원은 제언했다. 반면 가해자들의 양심선언이나 고백이 없이 부인으로 일관하는 상황에서 피해자 중심의 보도를 이어가면서 역사적 진실을 찾아가는 노력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의미있는 보도라는 평가도 나왔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의 <장기요양기관…폐업의 비밀>은 요양기관이 법망을 어떻게 피하며 편법으로 운영되는지를 정밀하게 보여줘서 인상적이었다. KBS광주 취재팀은 사업자가 3년마다 받는 평가를 회피하기 위해 폐업을 하고 가족 등 다른 사람을 내세워 문을 열었다가 평가기간이 다가오면 다시 폐업하는 실태를 드러냈다. 이런 과정에서 요양보호사 등 직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퇴직 처리가 되어 퇴직금이나 장기근속수당, 연차수당이 줄어드는 피해를 봤다. 우리 사회가 고령화 시대에 들어선 지 오래됐다는 점에서 복지시설 실태를 점검하여 제도개선을 유도하는 일은 언론의 당연한 책무에 속한다. 상당수 요양기관이 중소도시에 있으므로 이번과 같은 사례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지역 언론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기를 기대한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