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ㅇ),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ㅇ) 중 선택 후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지난 3월 영국 매체 가디언이 <‘Do you ever think about me?’: the children sex tourists leave behind>라는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필리핀에 온 ‘섹스 투어리스트(성매매 관광객)’로 인해 태어난 아이들이 남겨져 있다는 내용입니다. 가디언은 특히 한국 관광객을 콕 집었습니다. 제가 이 기사를 번역해 보도하자 생각보다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회사 자체 클릭 수가 약 20만건에 달할 정도로 독자들은 코피노 문제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이후 한 미디어봉사단체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자신들이 이번 봉사활동 주제로 필리핀계 혼외자 ‘코피노’를 택했는데, 관련 기사를 쓴 제가 동행해줬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코피노 문제가 대두된 지 10여년이 지났음에도 코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최근 페미니즘 재부상으로 여성 인권 문제가 부각된 분위기 속에 코피노 문제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됐습니다. 필리핀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만 보고 책임지지 않는, 한국 남성들과 한국 정부의 책임 부재를 지적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해당 단체와 함께 8월 초 약 5일간 필리핀 마닐라를 중심으로 코피노 가정 6곳을 방문했습니다. 모든 가정이 필리핀 특유의 빈부격차 속에 한부모 가정으로 살아가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한 가정은 세계 3대 빈민가 중 하나인 마닐라 나보타스 판자촌에서 무허가로 집을 짓고 살았고, 또 다른 사정은 비가 새는 두평 짜리 시멘트 바닥 위에서 두 아이를 키웠습니다. 이중 큰 아이는 살아 있는 거미를 친구들에게 팔아 학교 교통비를 마련할 정도로 학교를 다니기 조차 힘들었습니다. 한국 시민단체로부터 사기를 당해 더욱 곤궁한 처지에 놓인 코피노 가정도 있었습니다. 결국 한국 친부의 책임과 양국 정부의 지원이 중요하다는 점을 기사에서 짚었습니다.
보도 이후 법무부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코피노와 관련한 대책을 내놓기 위해 조사 중이라고 했고, 제게 자문을 구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저는 법무부에 자문을 하는 동시에 코피노 관련 단체를 연결해줬습니다. 이런 과정 끝에 법무부는 코피노 등 외국계 혼외자에 대한 입국 심사 기준을 완화하는 정책을 내놓았습니다. 아버지가 한국인이라는 것만 확인되면 코피노에게 한국 비자를 발급해주는 게 골자입니다. 한국 국적 취득 과정을 원활히 하려는 목적입니다. 또 코피노가 국적 취득 시 요구되는 친부의 가족관계증명서 등 친부 관련 서류를 친부 협조 없이 재외공관을 통해 발급하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정부 차원에서 코피노 정책이 나온 것은 수십년 전 문제제기가 된 이후 이번이 처음입니다. 일본의 필리핀계 혼혈아 ‘자피노’ 등 해외 사례처럼 한국도 코피노 등 외국계 혼외자를 지원하는 첫발을 내딛게 됐습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일부 있음. 한국 보육단체에서 대안학교를 다니는 한 코피노 아이에 대해서는 아이가 학업에 지장을 받을 우려가 있어 익명으로 적었습니다. 또 한국 시민단체로부터 피해를 입은 가정 역시 단체로부터의 보복 우려가 있어 익명으로 보도했습니다.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없음.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취재 기자인 제 바이라인을 명시했습니다.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없음.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선행보도 또는 타 보도에 관한 표절여부도 체크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러 매체들이 지난 10여년간 코피노 문제를 다룬 바 있습니다. 하지만 4개 이상 가정 현장을 방문해 이들의 삶의 개별성을 다루고 이들이 겪는 문제를 다각도로 짚은 기사는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후속적인 제도개선 등이 이루어진 사정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보도 이후 정부가 수십년 만에 처음으로 코피노 정책을 내놓았습니다. 코피노 등 외국계 혼외자에 대한 입국 심사 기준을 완화하고, 이들의 한국 국적 취득 과정을 원활히 하는 내용입니다. 저는 법무부에 자문과 동시에 관련 코피노 단체를 연결해줬습니다. 그 결과 코피노의 현실적인 바람이 반영된 대책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필리핀 교민들이 영문으로 해당 기사를 번역해달라고 요청해 영문 기사를 유통했습니다.
기사에 링크한 모금함으로 모금도 진행됐습니다. 한 아이의 모금함은 목표액을 전부 채웠습니다. 총 모금액 수는 약 수천만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5명 이상의 독자들이 제 메일로 연락해 기사에 나온 코피노를 후원해주고 싶다고 전해왔습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의 준수여부까지 포함시켜 자체평가해주시기 바랍니다)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준수했습니다.
코피노 문제가 수십년간 제기돼 왔고 보도 또한 많았습니다. 하지만 코피노 현지 가정을 네 가정이나 방문해 개별적 상황을 다각도로 짚었던 기사는 없었다고 봅니다. 또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데까지 영향력을 미친 보도는 없었습니다. 그만큼 이번 보도는 국제적, 사회적으로 큰 의미가 있을 뿐더러 코피노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었던 보도라고 생각됩니다. 경향신문은 영문으로도 해당 기사를 번역해 필리핀 사회에도 관심을 촉구했습니다.
6.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여부,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미디어봉사단체 겸 시민단체 ‘리듬오브호프’로부터 자문료를 지원받았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50회 전체 총평
제350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에서 5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많은 심사위원의 눈길을 끌었던 부분은 지금까지 많이 알려졌지만 국민의 관점에서 현장을 취재하고 자료를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여 해당 사안을 새로운 어젠다로 만들려고 노력한 보도가 많았다는 점이다.
국민일보의 <엄마·아빠, 저는 왜 같이 죽어야 하나요> 기획은 일가족 사망사건의 특성에 주목한 기사였다. 부모와 자녀의 단순한 동반자살이 아니라 자녀를 살해하고 부모가 자살하는 사례를 피해자 전수조사, 수사자료 및 판결문 분석을 통해 의미있는 자료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돋보였다. 사건 자체는 개별 사례로, 또 단편적으로 계속 보도됐는데 취재팀은 부모의 자녀살해라는 불편한 문제를 드러내고 대안을 제시해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은 KBS의 <죽음 부른 통증 주사>가 수상했다. 일상적 의료행위 속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사고인데도 보건당국의 역학조사 보고서는 공개되지 않았다. 취재팀은 제보자를 통해 자료를 입수하고, 피해자와 의료진을 인터뷰하면서 실상과 원인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주사와 관련한 의료과실 역시 언론이 스트레이트 위주로 계속 보도했던 문제인데, 당국이 소극적이고 의료기관과 의료진이 발뺌하는 부분까지 파고드는 추적 정신을 수상작이 보여줬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의 수상작은 <아프리카돼지열병, 가까운 시설 놓고 수백km ‘원정 검사’ 이뤄진 배경>이다. 기사는 경기도의 방역 실무자들이 확진 판정을 받기 위해 차로 4시간 이상 떨어진 경북 김천의 농림축산검역본부를 오가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ASF 발병중심지역에도 정밀검사 시설이 있지만 정부가 확진권한을 주지 않았으며, 이런 문제점을 전에도 논의했다가 지금까지 넘겼다는 점을 연속보도로 드러내 정부와 지방의 방역 협력체계를 개선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국제신문의 <다시 쓰는 부마항쟁 보고서 2>가 선정됐다. 부마민주항쟁의 원인과 진행과정, 그리고 역사적 의미는 관심을 많이 끌지 못했던 사안이다. 항쟁 이후에 일어난 박정희 대통령 암살, 12·12군사쿠데타, 광주민주화운동에 가려진 측면이 있다. 취재팀은 항쟁 참여자를 심층 인터뷰해서 역사의 현장을 재구성하고 진상규명 및 보상이 지지부진한 이유를 설명하는 한편 국군기무사령부의 기밀문서를 입수해 보도했다.
지역에서 일어난 일을 지역지가 항쟁 40주년을 맞아 입체적으로 다뤘지만 아쉬운 부분에 대한 의견이 심사과정에서 나왔다. 예를 들어 항쟁과정에서 사망자가 더 있었을지 모른다는 내용을 확인하지 못해 사실이 아니라 ‘설(說)’을 다시 소개하는 데 그쳤다는 지적이다. 사망 및 실종자가 있다면 가족을 찾아가서 확인하는 식으로, 다시 말해 사관의 눈으로 진실을 드러내는 수준에 미치지 못했으므로 후속취재가 필요하다고 일부 심사위원은 제언했다. 반면 가해자들의 양심선언이나 고백이 없이 부인으로 일관하는 상황에서 피해자 중심의 보도를 이어가면서 역사적 진실을 찾아가는 노력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의미있는 보도라는 평가도 나왔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의 <장기요양기관…폐업의 비밀>은 요양기관이 법망을 어떻게 피하며 편법으로 운영되는지를 정밀하게 보여줘서 인상적이었다. KBS광주 취재팀은 사업자가 3년마다 받는 평가를 회피하기 위해 폐업을 하고 가족 등 다른 사람을 내세워 문을 열었다가 평가기간이 다가오면 다시 폐업하는 실태를 드러냈다. 이런 과정에서 요양보호사 등 직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퇴직 처리가 되어 퇴직금이나 장기근속수당, 연차수당이 줄어드는 피해를 봤다. 우리 사회가 고령화 시대에 들어선 지 오래됐다는 점에서 복지시설 실태를 점검하여 제도개선을 유도하는 일은 언론의 당연한 책무에 속한다. 상당수 요양기관이 중소도시에 있으므로 이번과 같은 사례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지역 언론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기를 기대한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