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 ④ 제보(○)
울산 재개발 16년의 의혹... 결정적 제보 등장과 탐사보도
“재개발 조합장하면 3대가 먹고 산다지만, 이건 완전히 역대급 비리입니다”
지난 9월, 울산의 한 재개발 조합에서 십여 년간 일했다는 제보자는 이렇게 말했다.
재개발로 한 몫 잡으려 그동안 수많은 불법을 저질렀다는 그는, 최근 조합장에게 토사구팽을 당했다고 했다. 그가 가져온 조합 내부 문건들은 우리의 눈을 의심할 만한 것들이었다.
울산 원도심 재개발 과정에서 작성된 1천 페이지가 넘는 서류들은 기반공사 입찰 비리, 가짜 조합원 만들기, 협력업체 선정 물밑거래 등 온갖 불법이 자행된 토대였다.
울산 중구 복산과 교동, 북정동 일대 50만 제곱미터에 총 사업비 1조8천억 원을 들여 7천 세대 아파트를 짓는 원도심 재개발 사업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13년 시작됐다.
그 후 16년 간 울산MBC를 비롯한 많은 언론사가 최근까지도 각종 의혹을 수없이 제기했지만 구체적인 물증으로 비리가 입증된 것은 이번 제보가 결정적이었다.
취재팀은 제보 내용이 상당한 근거가 있다고 보고 해당 지방의회인 울산 중구의회와 지역 교수 등과 함께 검증팀을 꾸려 1달에 걸쳐 취재에 들어갔다. 검증팀은 방대한 양의 제보 서류를 사안 별로 분류하고, 각 사안마다 일의 흐름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었는지 정리하였다.
또 서류에 등장한 재개발 조합 관계자들이 어떤 역할을 했고, 관련 법령에 어떤 항목을 위배했는지 구분하였다. 마지막으로 해당 사안별로 관계자들이 사는 곳을 직접 방문해 반론권 제공을 통해 입장을 들어보았다.
그 결과 재개발 조합이 재개발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내쫓기 위해 가짜 조합원들을 만들어 사업을 일방적으로 추진했고, 조합장 사돈업체 등 협력업체들과 짜고 공사비 부풀리기, 조합원 물건 빼돌려 웃돈 받고 팔아먹기 등 각종 비리가 저질러진 사실들을 확인하였다.
이렇게 완성한 물증들 앞에 조합 관계자들도 비리 혐의가 있었음을 실토하였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조합장 사돈이 기반공사, 짜고 치는 입찰 비리
울산 원 도심 재개발 조합은 조합 설립 직후인 2016년, 도로와 상하수도 등을 만들어 지자체에 기부 채납할 기반공사 업체를 서둘러 선정한다. 당시 공사 공고일은 금요일, 토·일요일을 거쳐 월요일 오후 1시에 현장 설명회를 열었다. 현장설명회에 참석해야만 입찰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주말 동안 관련 서류를 준비해 현장설명회에 참석한 업체는 울산도 아닌 경남업체 단 3곳.
그런데 조합은 최저가 대신 자신들이 정한 공사금액에 근접한 업체를 뽑는 이상한 입찰을 한다.
선정된 업체는 재개발 조합장의 사돈업체, 이 업체는 입찰 날짜와 공사금액을 어떻게 알았을까?
그리고 조합은 조합장 사돈업체와 계약을 하면서 거의 모든 공사비 항목에 조합장이 비용을 올려 줄 수 있도록 특약사항을 내걸었다.
비리는 계속된다.
재개발 조합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정비업체는 석면철거와 방범 등의 협력업체들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수법을 되풀이 한다. 입찰 과정은 겉보기엔 공정하다.
B-05에 이어 B-04조합에서 벌인 입찰서류를 보면, 당시 선정된 협력업체는 최저가도 아니고 도급순위가 높은 우량업체도 아니었다. 정비업체 대표와 같은 아파트에 사는 지인들이었다.
협력업체 5곳 모두 인근 재개발 조합에 모두 동시에 선정되는 건 확률 상으로도 희박했다.
조합 내부에 담합이 없으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가짜 조합원 분양권 거래와 행정기관의 방치
취재진이 분석한 자료에는 재개발 조합이 주민들의 집을 특정 몇 명의 이름으로 수십 차례 사고판 내용이 확인된다. 명의를 빌려준 사람은 재개발 조합 직원이거나 친인척이다.
20대 중반 여직원 이름으로 조합원 주택 수십 채씩, 수십억 원이 거래됐다.
우리는 해당 여성과 통화를 했다. 돌아온 답은 “조합에서 시켜서 이름을 빌려준 것 뿐이다”였다.
명백한 부동산 실명제법 위반이다. 우리는 조합장의 말을 들어 봤다.
조합장은 “재개발을 반대하는 사람이 많아 협력업체에서 돈을 빌려 직원 명의로 샀다”며 “재개발을 하려면 법을 다 지키고는 안된다, 불법이라도 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게 무슨 말인가?
재개발 사업을 하면 원래 살던 주민이 다시 정착할 확률은 10% 안팎에 불과하다.
대다수 주민이 얼마간의 돈을 받고 살던 집을 떠나야만 하는 것이다.
우리는 해당 구역 관리감독권이 있는 울산 중구청을 찾아 갔다.
구청은 조합이 제출한 서류만 보고 재개발 일정을 승인하지 현장 확인은 하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
법에서 그 정도만 관리감독 의무만 하도록 정해두었다고 했다.
재개발을 하면 좋아하는 사람은 “일부 조합관계자와 사회기반시설을 기부채납 받는 지자체뿐이다”라는
말이 있다. 재개발 조합은 관할 행정기관의 사실상 묵인 속에 가짜 조합원 물건 거래를 통해 거액의 이주비와 그동안 폭등한 웃돈, 재개발 반대 주민 청산 등을 챙겼다.
이들이 어긴 법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부동산거래실명제법, 정보공개청구법, 입찰방해죄 등등 일일이 나열할 수 없도록 많은데도 말이다.
연속보도 후 증거인멸 시도.. 경찰 수사 착수
재개발 조합은 연속보도 이후 나라장터와 재개발조합 홈페이지 등에서 협력업체 선정과 관련된 자료를 모두 삭제했다. 이미 해당 업체에 선정 공문까지 모두 보낸 뒤인데도 말이다.
이들이 갑자기 수사 증거가 될 수도 있는 자료들을 왜 없앴을까?
우리는 재개발 조합장의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찾아갔다.
조합장은 “더 이상 사업을 못 하겠다”는 이해할 수 없는 말만 되풀이했다.
비리가 없었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취재팀이 물증을 제시하니 반박을 하지 못한 것이다.
울산지방경찰청은 울산MBC 보도 직후 사건을 배정해 재개발 조합과 관련된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 검찰도 보도 내용과 내부 고발을 토대로 수사를 준비하고 있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선행보도 또는 타 보도에 관한 표절여부도 체크해 주시기 바랍니다)
울산 재개발 사업에 대해 울산MBC를 비롯한 많은 언론사의 비리 의혹 보도가 있었습니다.
본 보도는 조합 내부 관계자가 당사에 제공한 1천여 페이지에 달하는 고발 자료를 바탕으로 울산 원 도심 재개발 조합의 가짜 조합원, 기반공사와 협력업체 선정 입찰 비리, 조합 내부 명의도용과 웃돈 거래, 보도 후 증거 인멸 시도 등 전 과정에서 벌어진 일련의 비리 과정을 단독으로 연속보도하였습니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후속적인 제도개선 등이 이루어진 사정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보도 직후 울산의 한 SNS 인터넷 카페에서만 조회 수가 1만 회를 넘었고, 블로그 등 인터넷과 유튜브 다시보기 등에서 구독자들 간의 게시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 울산MBC 홈페이지와 전화를 통해 격려와 항의 전화가 잇따랐습니다. 대부분 철저히 조합 비리를 밝혀달라는 내용이 많았고, 항의성 전화는 “비리가 있더라도 재개발을 해야지 십 수 년을 기다렸는데 또 기다려달라는 말이냐?”는 걱정 섞인 표현이었습니다. 검찰과 경찰은 전담 수사팀을 꾸려 저희 취재팀에 관련 자료제공을 요청해왔고, 재개발 조합 비리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약속했습니다.
이명박 정부 때 본격적으로 시작된 재개발 사업이 전국적으로 본격적으로 착공에 들어가는 곳이 많습니다. 이러한 비리는 단순히 울산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지 전국적인 공통 사항이며, 지역 언론이 감시해야할 지역 토착비리라고 판단됩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의 준수여부까지 포함시켜 자체평가해주시기 바랍니다)
울산 원 도심에서 진행 중인 1조8천억 초대형 재개발 사업에 대해 내부 고발 제보를 바탕으로 지방의회, 관련 학계와 검증팀을 만들어 1천여 페이지에 달하는 자료를 재가공, 분석, 현장 취재를 하였고,
이를 통해 재개발 조합의 각종 비리를 단독으로 연속 보도하여 지역사회에 재개발의 문제점을 공론화시켜 큰 파장을 불러왔으며, 사법당국의 수사 착수로 이어져 비리를 바로잡는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6.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여부,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울산MBC의 재개발 비리 연속보도가 2회 정도 방송되자 재개발 조합장 등이 당사를 찾아왔습니다.
“울산MBC가 전 시공사와 짜고 자신들을 죽이려고 한다.”는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면서 “공사가 이제 막바지인데 비리 때문에 재개발을 하지 말자는거냐”고 항변했습니다.
일부 인터넷에는 “울산MBC가 광고를 받기로 하고 뉴스를 보도한다”는 음해성 댓글까지 돌아다닙니다.
취재팀은 재개발 조합장에게 “울산MBC가 보도한 내용이 사실이 아니냐?”고 묻자 조합측은 “불법인 건 맞지만 재개발 일정에 차질이 우려되니까 보도를 중단해주면 좋겠다”는 말만 되풀이 합니다.
그 순간 저희는 취재 도중 만난 한 할머니가 생각났습니다. 할머니는 평생을 일궈 자식들에게 물려줄 전 재산인 재개발 입주만 기다리며 밤잠도 못 주무신다고 말했습니다.
재개발에 비리가 있으면 가장 피해를 입는 사람은 조합원입니다. 재개발 사업은 불법이 있더라도 무조건 해야 될 것이 아니라, 더디더라도 불법 대신 바르게 가야 지역사회가 건강해지는 길일 것입니다.
그것이 지역방송이 감시해야할 사회적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차 심사평
제350회 전체 총평
제350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에서 5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많은 심사위원의 눈길을 끌었던 부분은 지금까지 많이 알려졌지만 국민의 관점에서 현장을 취재하고 자료를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여 해당 사안을 새로운 어젠다로 만들려고 노력한 보도가 많았다는 점이다.
국민일보의 <엄마·아빠, 저는 왜 같이 죽어야 하나요> 기획은 일가족 사망사건의 특성에 주목한 기사였다. 부모와 자녀의 단순한 동반자살이 아니라 자녀를 살해하고 부모가 자살하는 사례를 피해자 전수조사, 수사자료 및 판결문 분석을 통해 의미있는 자료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돋보였다. 사건 자체는 개별 사례로, 또 단편적으로 계속 보도됐는데 취재팀은 부모의 자녀살해라는 불편한 문제를 드러내고 대안을 제시해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은 KBS의 <죽음 부른 통증 주사>가 수상했다. 일상적 의료행위 속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사고인데도 보건당국의 역학조사 보고서는 공개되지 않았다. 취재팀은 제보자를 통해 자료를 입수하고, 피해자와 의료진을 인터뷰하면서 실상과 원인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주사와 관련한 의료과실 역시 언론이 스트레이트 위주로 계속 보도했던 문제인데, 당국이 소극적이고 의료기관과 의료진이 발뺌하는 부분까지 파고드는 추적 정신을 수상작이 보여줬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의 수상작은 <아프리카돼지열병, 가까운 시설 놓고 수백km ‘원정 검사’ 이뤄진 배경>이다. 기사는 경기도의 방역 실무자들이 확진 판정을 받기 위해 차로 4시간 이상 떨어진 경북 김천의 농림축산검역본부를 오가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ASF 발병중심지역에도 정밀검사 시설이 있지만 정부가 확진권한을 주지 않았으며, 이런 문제점을 전에도 논의했다가 지금까지 넘겼다는 점을 연속보도로 드러내 정부와 지방의 방역 협력체계를 개선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국제신문의 <다시 쓰는 부마항쟁 보고서 2>가 선정됐다. 부마민주항쟁의 원인과 진행과정, 그리고 역사적 의미는 관심을 많이 끌지 못했던 사안이다. 항쟁 이후에 일어난 박정희 대통령 암살, 12·12군사쿠데타, 광주민주화운동에 가려진 측면이 있다. 취재팀은 항쟁 참여자를 심층 인터뷰해서 역사의 현장을 재구성하고 진상규명 및 보상이 지지부진한 이유를 설명하는 한편 국군기무사령부의 기밀문서를 입수해 보도했다.
지역에서 일어난 일을 지역지가 항쟁 40주년을 맞아 입체적으로 다뤘지만 아쉬운 부분에 대한 의견이 심사과정에서 나왔다. 예를 들어 항쟁과정에서 사망자가 더 있었을지 모른다는 내용을 확인하지 못해 사실이 아니라 ‘설(說)’을 다시 소개하는 데 그쳤다는 지적이다. 사망 및 실종자가 있다면 가족을 찾아가서 확인하는 식으로, 다시 말해 사관의 눈으로 진실을 드러내는 수준에 미치지 못했으므로 후속취재가 필요하다고 일부 심사위원은 제언했다. 반면 가해자들의 양심선언이나 고백이 없이 부인으로 일관하는 상황에서 피해자 중심의 보도를 이어가면서 역사적 진실을 찾아가는 노력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의미있는 보도라는 평가도 나왔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의 <장기요양기관…폐업의 비밀>은 요양기관이 법망을 어떻게 피하며 편법으로 운영되는지를 정밀하게 보여줘서 인상적이었다. KBS광주 취재팀은 사업자가 3년마다 받는 평가를 회피하기 위해 폐업을 하고 가족 등 다른 사람을 내세워 문을 열었다가 평가기간이 다가오면 다시 폐업하는 실태를 드러냈다. 이런 과정에서 요양보호사 등 직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퇴직 처리가 되어 퇴직금이나 장기근속수당, 연차수당이 줄어드는 피해를 봤다. 우리 사회가 고령화 시대에 들어선 지 오래됐다는 점에서 복지시설 실태를 점검하여 제도개선을 유도하는 일은 언론의 당연한 책무에 속한다. 상당수 요양기관이 중소도시에 있으므로 이번과 같은 사례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지역 언론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기를 기대한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