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단독기획(○)
재정분권은 문재인 정부가 국정과제로 강조하는 “연방제 수준의 분권국가”를 구성하는 핵심 정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국세와 지방세 비중을 8대2, 즉 ‘2할 자치’에서 7대3으로, 장기적으론 6대4까지 바꾸는 정책을 추진중입니다. 기왕에 재정분권이라는 주제를 비판적으로 접근한 입장을 찾는 것 자체가 힘들 정도로 재정분권은 일반적으로 ‘좋은 정책’이자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소비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8회에 걸쳐 전체 분량만 원고지 200장에 이르는 <다시 생각하는 재정분권>이라는 별도 기획을 준비한 것은 재정분권의 정확한 목표와 그걸 통해 얻고자 하는 편익, 현재 중앙-지방 재정관계의 문제점은 무엇이며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등 명확한 진단과 처방을 생략한 채 진행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문제의식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이 기획은 정책의 ‘철학적 기초’에 관한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많은 경우 한국 사회는 신속한 정책집행을 미덕으로 삼습니다. 졸속이라는 비판보다는 복지부동과 늑장 행정을 더 부정적으로 평가합니다. 그러다보니 특정한 정책을 추진할 때 ‘왜 추진하는지’와 ‘국가전략과 연관성이 무엇인지’와 같은 철학적 토론을 건너뛰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됩니다. 정책의 기초에 대한 철학적 논쟁은 자칫 지루하고 쓸데없는 공리공담 취급을 받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철학적 기초를 건너뛰면 제대로 된 정책을 위한 토론과 숙의도 빠트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재정분권이야말로 전형적인 사례라고 판단했습니다. 당장 대통령도 언급한 “연방제”라는 언급을 보더라도 그 연방제가 독일식인지 미국식인지조차 제대로 토론이 된 적이 없습니다. 지방분권에서 말하는 ‘지방’이 지방선거나 지방법원을 말할 때 쓰는 중앙정부와 수직적 관계를 맺는 243개 지방자치단체를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지방도시나 공공기관 지방이전이라는 표현에서 쓰는 비수도권을 가리키는 것인지도 혼란스럽습니다.
이 기획은 재정분권이라는 정책이 과연 바람직한, 우리가 꼭 추진해야 하는지부터 출발해, 재정분권이라는 정책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추적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어떤 재정분권이어야 하는지 제시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므로 <다시 생각하는 재정분권>은 재정분권이라는 구체적인 예산문제에 대한 추적인 동시에, 국정과제에 대한 심층 검증이고, 한국의 정책결정과정에 대한 철학적 고찰입니다.
다음은 회차별 보도 내용 요약입니다.
1회에선 재정분권이라는 장밋빛 수사 속에 감춰진 불편한 진실에 주목했습니다. 재정분권 정책을 대표하는 핵심으로 언급되는 지방세 인상이 초래할 수 있는 역설적인 결과를 전문가 도움을 받아 분석했습니다. 이를 통해 재정분권 정책의 기본 전제에 심각한 하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드러냈습니다.
2회에선 재정분권 정책이 제시한 처방 가운데 ‘고향사랑기부금’ 사례를 통해 재정분권이 ‘어긋난 처방’에 기초하고 있음을 폭로했습니다. 고향사랑기부금, 속칭 고향세는 일본 아베 정부가 선거용으로 내놓은 뒤 일본에서도 심각한 논란의 대상입니다만 한국에선 재정분권을 위한 훌륭한 처방전인양 추진되고 있다는 걸 꼬집었습니다.
3회에선 재정분권과 균형발전을 구분하지 못하고, 재정분권을 무조건 좋은 것으로 보고, 선진국일수록 재정분권을 더 이루고 있다고 오도하는 3차원의 ‘인식 혼란’을 재정분권 정책의 허약한 철학적 토대를 보여주는 핵심 원인으로 지적하고 분석했습니다.
4회에선 재정분권 정책의 핵심 전제인 “열악한 지방재정”이 잘못된 진단이라는 점, 그리고 지방재정의 책임성 문제를 등한시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함으로써 재정분권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동상이몽을 지적했습니다. 특히 2016년부터 국세에서 초과세수가 발생해 이로 인해 지자체·교육청 3년간 20조 추가 교부를 했다는 점을 처음 밝힘으로써 최근의 지방재정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습니다.
5회에선 인구고령화로 인한 지방소멸 속에서 재정분권과 균형발전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다뤘습니다. 인구감소가 현실화하는 상황에서 세입확대만 추구하는 재정분권 정책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지목하면서 광역화와 거점개발 등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6회와 7회에선 각각 스웨덴과 핀란드 르포를 통해 재정분권을 위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습니다. 스웨덴과 핀란드는 공통적으로 ‘강한 국가와 강한 지방’의 조합으로서 국가와 지방이 선순환관계를 통해 국가 차원의 복지 강화와 지자체 차원의 자율성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스웨덴과 핀란드 사례를 통해 균형발전과 재정분권의 상생의 길을 모색했습니다.
8회는 결론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중앙과 지방의 재정관계를 새롭게 모색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특히 철학적 토론이 필요하다는 점과 ‘강한 국가와 강한 지방의 조합’을 추구해야 한다는 점을 드러냈습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다시 생각하는 재정분권> 기획은 장기간에 걸친 심층인터뷰, 심도깊은 예산분석과 자료분석을 통해 완성했습니다.
먼저 이 기획은 재정분권 정책에 관한 최고 전문가 30명을 6개월에 걸쳐 심층 인터뷰했습니다. 특히 재정분권TF를 이끄는 자리에서 직접 참여했던 인사들은 물론 청와대가 발표했던 개헌안 작성 과정에 참여했던 인사들의 실명 인터뷰를 최초로 담아냈습니다. 단순히 재정전문가들 뿐 아니라 전직 청와대 관계자, 정부부처 고위공직자를 비롯해 사회학자, 정치학자, 법학자, 시민운동가 등을 인터뷰했습니다.
전문가들과 협업을 통한 심층적인 예산분석을 수행했습니다. 이를 통해 최근 3년간 추가교부된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20조원에 이른다는 것, 지방소비세 인상으로 인한 재정효과가 지역별로 매우 상이하게 나타난다는 점을 밝혀냈습니다. 아울러 최근 수십년에 걸친 재정분권에 관한 각종 논문과 보고서를 자료분석함으로써 재정분권에 대한 담론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추적했습니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기사 내용은 기본적으로 직접 취재한 새로운 분석이며, 선행보도는 없었습니다.
거시적인 국가정책을 다뤘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생각하는 재정분권>은 상당한 여론의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가령 5회의 경우 현재 댓글 175개와 공감 82개(다음뉴스 기준)를 받았습니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재정분권 정책을 비판적으로 접근하다 보니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에서 1회와 4회에 대해 장문의 ‘설명자료’를 내는 등 매우 직접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행안부 역사상 가장 장문의 설명자료”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구구절절한 설명자료는 정부에서 이번 기획을 얼마나 부담스러워했는지 역설적으로 보여준다고 하겠습니다. 아울러 다양한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비공식적으로 “재정분권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고 싶다”며 별도 만남을 가졌습니다.
정치권에서도 반응이 많았습니다. 여러 국회의원들이 재정분권 기획에 직간접으로 관심을 보이며 배경설명과 추가자료를 요청했습니다. 특히 권은희 의원실에선 재정분권 정책 추진 과정의 문제점을 직접 지적하는 정책자료를 발간했습니다.
출판사에서 출간제의를 받기도 했습니다. 한 출판사에서는 “서울신문에 썼던 내용을 바탕으로 해서, 중앙·지방 재정관계와 문재인 정부 정책과정을 비판적으로 조망하는 단행본을 출간해보자”는 연락을 해왔으며, 현재 출간기획을 협의하고 있습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사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한국기자협회의 윤리강령 및 실천요강을 숙지하고 충실히 따랐습니다.
6. 기타 고려사항
해당 보도와 관련해, 언론중재위원회의 피신청 사항은 현재까지 없습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주관하는 기획취재지원사업에 선정돼 해외 취재 비용 일부를 지원받았습니다. 다만 보도 과정에서 외부의 개입 등은 전혀 없었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50회 전체 총평
제350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에서 5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많은 심사위원의 눈길을 끌었던 부분은 지금까지 많이 알려졌지만 국민의 관점에서 현장을 취재하고 자료를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여 해당 사안을 새로운 어젠다로 만들려고 노력한 보도가 많았다는 점이다.
국민일보의 <엄마·아빠, 저는 왜 같이 죽어야 하나요> 기획은 일가족 사망사건의 특성에 주목한 기사였다. 부모와 자녀의 단순한 동반자살이 아니라 자녀를 살해하고 부모가 자살하는 사례를 피해자 전수조사, 수사자료 및 판결문 분석을 통해 의미있는 자료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돋보였다. 사건 자체는 개별 사례로, 또 단편적으로 계속 보도됐는데 취재팀은 부모의 자녀살해라는 불편한 문제를 드러내고 대안을 제시해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은 KBS의 <죽음 부른 통증 주사>가 수상했다. 일상적 의료행위 속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사고인데도 보건당국의 역학조사 보고서는 공개되지 않았다. 취재팀은 제보자를 통해 자료를 입수하고, 피해자와 의료진을 인터뷰하면서 실상과 원인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주사와 관련한 의료과실 역시 언론이 스트레이트 위주로 계속 보도했던 문제인데, 당국이 소극적이고 의료기관과 의료진이 발뺌하는 부분까지 파고드는 추적 정신을 수상작이 보여줬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의 수상작은 <아프리카돼지열병, 가까운 시설 놓고 수백km ‘원정 검사’ 이뤄진 배경>이다. 기사는 경기도의 방역 실무자들이 확진 판정을 받기 위해 차로 4시간 이상 떨어진 경북 김천의 농림축산검역본부를 오가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ASF 발병중심지역에도 정밀검사 시설이 있지만 정부가 확진권한을 주지 않았으며, 이런 문제점을 전에도 논의했다가 지금까지 넘겼다는 점을 연속보도로 드러내 정부와 지방의 방역 협력체계를 개선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국제신문의 <다시 쓰는 부마항쟁 보고서 2>가 선정됐다. 부마민주항쟁의 원인과 진행과정, 그리고 역사적 의미는 관심을 많이 끌지 못했던 사안이다. 항쟁 이후에 일어난 박정희 대통령 암살, 12·12군사쿠데타, 광주민주화운동에 가려진 측면이 있다. 취재팀은 항쟁 참여자를 심층 인터뷰해서 역사의 현장을 재구성하고 진상규명 및 보상이 지지부진한 이유를 설명하는 한편 국군기무사령부의 기밀문서를 입수해 보도했다.
지역에서 일어난 일을 지역지가 항쟁 40주년을 맞아 입체적으로 다뤘지만 아쉬운 부분에 대한 의견이 심사과정에서 나왔다. 예를 들어 항쟁과정에서 사망자가 더 있었을지 모른다는 내용을 확인하지 못해 사실이 아니라 ‘설(說)’을 다시 소개하는 데 그쳤다는 지적이다. 사망 및 실종자가 있다면 가족을 찾아가서 확인하는 식으로, 다시 말해 사관의 눈으로 진실을 드러내는 수준에 미치지 못했으므로 후속취재가 필요하다고 일부 심사위원은 제언했다. 반면 가해자들의 양심선언이나 고백이 없이 부인으로 일관하는 상황에서 피해자 중심의 보도를 이어가면서 역사적 진실을 찾아가는 노력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의미있는 보도라는 평가도 나왔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의 <장기요양기관…폐업의 비밀>은 요양기관이 법망을 어떻게 피하며 편법으로 운영되는지를 정밀하게 보여줘서 인상적이었다. KBS광주 취재팀은 사업자가 3년마다 받는 평가를 회피하기 위해 폐업을 하고 가족 등 다른 사람을 내세워 문을 열었다가 평가기간이 다가오면 다시 폐업하는 실태를 드러냈다. 이런 과정에서 요양보호사 등 직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퇴직 처리가 되어 퇴직금이나 장기근속수당, 연차수당이 줄어드는 피해를 봤다. 우리 사회가 고령화 시대에 들어선 지 오래됐다는 점에서 복지시설 실태를 점검하여 제도개선을 유도하는 일은 언론의 당연한 책무에 속한다. 상당수 요양기관이 중소도시에 있으므로 이번과 같은 사례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지역 언론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기를 기대한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