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0) + 제보
새벽에 걸려온 한 통의 전화.
지인이 영문도 모른 채 괴한에게 맞아 응급실로 급히 옮겨졌다는 한 취재원의 취재 요청이었습니다.
처음엔 취중에 벌어진 단순 폭행사건일 거란 생각에 일단 현장 주변 CCTV 확보를 당부하고 이틀 뒤
다시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사이 취재원은 폭행 장소였던 술집 CCTV와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한
상태였고,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
예상을 뛰어넘는 무차별 폭행.
1시간 분량의 영상을 돌려보니 술집에 홀로 있던 60대 여성의 목을 힘껏 조르고 발로 차는 등 가해자의 폭행은 살해 의도가 엿보일 정도로 잔혹했습니다. 신고도 못할 정도의 무자비한 폭력이 가게 안팎에서
지속되다 다행히 근처를 지나던 학생과 청년들이 합세해 가해자를 제압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까지는 여성을 향한 잔인한 폭행과 더 큰 화를 막은 용감한 청년들의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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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가족보다 늦게 도착한 경찰.
그런데 영상을 더 자세히 살펴보는 과정에서 이상한 장면이 눈에 띄었습니다.
도움을 준 학생이 112에 다급히 신고하는 모습이 포착됐고, 합세한 청년들이 가해자를 제압해
붙잡을 때쯤 피해자의 가족도 현장에 도착했는데 정작 경찰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겁니다.
5분이 더 지나 순찰차 두 대가 도착했는데, 사건 현장이 지구대와 불과 차로 2분 거리였고 야간인데다
신고 자체가 많지 않은 농촌 지역임을 고려할 때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영상에 찍혀있는 시간을 역산해보니 최초 신고로부터 무려 9분이나 걸린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상해 현행범을 풀어준 이상한 대응.
이상한 장면은 이후에도 이어졌습니다. 몇 가지 묻는가 싶더니 청년들이 기껏 잡아 둔
현행범을 그 자리에서 그냥 풀어준 겁니다. 이 과정에서 가해자가 경찰관 두 명을 껴안고 다독이는
황당한 모습도 담겨있었습니다. 경찰이 있는데도 피해 여성을 또 폭행하려고 시도한 가해자였기에
보복 우려가 컸지만 경찰은 체포는커녕 지구대 임의 동행조차 하지 않은 겁니다.
여성 범죄에 대해 강력 대응하겠다고 공언했던 경찰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심각한 문제가 있다’. 집중 취재를 결심했습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1)‘112 종합상황실 상황보고서’ 단독 입수
초점은 ‘늑장 출동 입증’과 ‘현행범 귀가조치의 적절성 여부’였습니다.
먼저 경찰은 늑장 출동이 아니라 지연 출동이라며 “충북경찰청과 옥천경찰서를 거치다 보니 출동 지령 자체가 늦었고, 가정폭력 사건 등 다른 출동이 겹쳐 도착이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 고 공식 해명했습니다.
이 해명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정말 지령에 시간이 많이 걸렸는지, 실제 다른 출동이 같은 시간에 있었던 게 맞는지, 신고는 몇 시에 접수됐고 정확히 언제 도착했는지 등이 기록된 112 종합상황실의
보고서가 필요했습니다. 경찰 내부 정보원을 총동원해 충북지방경찰청에 거듭 요청한 끝에 신고 접수
내역과 시간이 담긴 112 상황보고서를 일부나마 확보할 수 있었고 추가 취재를 통해 세세한 정보를
입수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경찰의 해명과 달리 지구대 경찰관 전원이 출동했다는 가정폭력 신고는 1시간 25분 전에
들어온 것이었고 훈방으로 끝났을 정도로 경미한 사안이었음이 드러났습니다. 출동 지령 역시
112 상황실을 통해 지구대에 내려지기까지 걸린 시간이 단 11초에 불과했다는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예상대로 거짓 해명이었던 겁니다.
게다가 급박한 상황임을 반증하는 긴급 지령(즉시 출동)이었는데도 현장 도착까지 걸린 시간은
지령 이후만 따져도 7분 18초나 소요됐다는 사실도 명확히 알 수 있었습니다.
2) ‘사라진 4분’ 행적 추적과 허위 보고
현장 도착까지 최초 신고 기준 약 9분, 지령 이후 7분 18초.
다른 출동은 동시간대에 이뤄진 게 아니라 한참 전에 먼저 들어와 있었고, 장소 역시 폭행 현장과
1분 거리였음이 드러난 만큼 의도적으로 뭔가 감추고 있다는 의심이 들었고, 그렇다면 왜 출동이
왜 그렇게 늦었는지 입증하기 위해 당시 순찰차의 이동에 얼마의 시간이 투입됐는지를 취재했습니다.
순찰차가 출발 직전 지령 확인 기록을 남긴다는 점에 착안해 도착까지의 소요시간을 분석했더니
걸린 시간은 고작 3분여에 불과했습니다. 출동 자체에는 3분 정도만 소요됐으니 나머지 4분,
즉 경찰이 긴급 지령을 확인하기까지 커다란 공백이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입니다.
경찰에 이 사실을 추궁했고, 해당 지구대가 이런 사실을 숨긴 채 상부에 허위 보고를 했음이
드러났습니다.
3) “그런 사건 몰라요” 한심한 뒷북 수사
늑장 출동한 것도 모자라 거주지가 확인됐다는 이유만으로 무차별 상해 현행범을 조사도 없이 집으로
돌려보낸 경찰. 경찰이 돌아간 뒤 가해자가 다시 피해자를 찾아가는 걸 봤다는 목격자의 증언을 토대로 실제 보복 범죄가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사건을 넘겨받은 옥천경찰서 강력팀에 취재를 시도했는데
또 황당한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사건 발생 닷새가 되도록 담당 팀장이 사건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었던 겁니다.
당연히 잔혹한 폭행 장면이 고스란히 담긴 CCTV와 블랙박스 영상도 확보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블랙박스 영상은 이미 지워졌고, 가게 CCTV 역시 보존기한이 끝나기 하루 전이었는데 경찰은
취재 사실을 안 뒤에야 피해자가 미리 빼둔 영상을 급히 확보했습니다.
취재가 없었다면 사라졌을 증거였던 것입니다. 실제 이 영상들은 추후 경찰과 검찰이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 핵심 증거로 쓰였습니다.
더 나아가 취재진은 담당 수사관이 사건 발생 3일이 넘도록 피해자에게 사건 접수 사실을 알리지 않아
경찰청 범죄수사규칙 240조를 위반하는 등 안일한 대처를 한 사실 역시 폭로했습니다.
4)“화장실 기다리다 늑장” 전방위 감찰로 드러난 그날의 진실
MBC충북의 단독 보도가 끊임없이 이어지자 경찰은 해당 지구대와 옥천경찰서 강력팀에 대한
전방위 감찰을 벌였습니다. 그 결과 기사를 통해 폭로한대로 늑장 출동에 대한 경찰의 공식 해명은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고, 사라진 4분의 공백은 경찰관이 화장실을 갔기 때문에 발생했다는 어이없는 진실이
밝혀졌습니다. 5명의 경찰관이 순찰차 2대에 나눠 타고 출동할 예정이었는데 1명이 용변을 보러 가자
모두가 그 경찰관을 천천히 기다렸다 뒤늦게 출동한 겁니다. 나머지 4명은 순찰차 1대에 먼저 탑승해
출발했어야 하는데도 여유를 부렸고 감찰 조사가 있을 때까지 이 사실을 철저히 숨겼습니다.
한 여성의 생명이 걸린 위급한 상황에 황당한 이유로 긴급 출동 지령을 철저히 묵살하고,
강력 사건을 입맛대로 처리한 지역 경찰의 현실이 취재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5)진흙탕서 발견한 진주 ‘용감한 청년들’
지역 경찰의 한심한 대응에도 피해 여성이 더 큰 화를 면할 수 있었던 건 불의를 그냥 지나치지 않은
고등학생과 20살 동갑내기인 용감한 청년들 덕분이었습니다. MBC충북은 사건 초기부터 이들의 선행을 조명하고자 했지만 연락처를 확보할 길이 없었습니다. 최초 신고자인 고등학생의 연락처를 갖고 있었던
경찰은 비판 보도 탓인지 개인정보를 이유로 접촉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취재과정에서 우연히 학생의 소속 학교를 알 수 있었고, 학교에 수소문한 끝에 사건 발생 12일째
어렵게 만남이 이뤄졌습니다. 다행히 해당 학생과 20살 청년 일행 가운데 한 명이 아는 사이였고 결국
이틀에 걸친 야간취재로 용감한 6명을 모두 만나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고스란히 시청자에게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취재원의 제보를 통해 사건을 접한 뒤 한 달 간의 끈질긴 취재로 밝혀낸 단독 보도입니다.
타 매체 반향은 별도 첨부하겠습니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1) 경찰관 10명 무더기 문책
최초 보도가 전국에 단독 보도된 뒤 후속 취재로 문제점이 계속 쏟아지자 결국 경찰은 해당 지구대와
수사팀, 지령실 등을 포괄하는 전방위 감찰을 벌였습니다. 단순한 사실 확인이 아니라 초반부터 관계
경찰관 전원을 소환 조사하는 초강수를 뒀습니다. 보름 정도 진행된 감찰로 늑장 출동과 부실 수사,
허위 보고가 모조리 사실로 확인됐고, 팀장 보직 박탈을 포함해 경고 2명, 주의 8명 등 10명의 경찰관이
MBC충북의 보도로 인해 인사 조치를 받았습니다.
2)수사 방식 대폭 개선 약속, 현장 대응 매뉴얼 수정 등 개선책 마련
문제가 불거지자 충북지방경찰청은 관내 모든 경찰서 수사과장 긴급회의를 열어 여성 등 사회적 약자
피해 사건에 대한 수사방식 개선을 지시했습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출동과 대응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질책하고 경찰 조직이 아닌 국민이 공감하는 수준의 강도 높은 수사를 약속했습니다.
옥천경찰서도 현행범 체포 요건 적용 완화 등 현장 경찰관들의 대응 매뉴얼을 수정해 관내 모든 지구대에
배포했으며, 수사팀 역시 야간 발생사건 이첩 즉시 현장 확인과 증거물 확보 등 개선책을 내놨습니다.
3)경찰서장, 단체장 등 잇단 표창 수여
경찰의 늑장 출동하는 사이 무차별 폭행을 제지하고 가해자를 제압해 60대 여성의 생명을 살린 학생과 청년들의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용감한 청년들에 대한 지역사회의 격려가 쏟아졌습니다.
옥천경찰서장은 이번 사건으로 여러 문제가 드러나 곤욕을 치르는 와중에도 해당자 6명 전원에 대해
표창장을 수여하고, 시민 경찰로 임명하는 등 공을 치하했습니다.
MBC충북의 보도를 본 옥천군수도 이들에게 자랑스런 군민 표창을 주기로 결정해 오는 8일 시상 날짜를 잡았습니다. 비록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어 취소되긴 했지만 옥천이 지역구인 박덕흠 국회의원도 이들의 노력에 감사하며 표창 수여를 추진하는 등 지금도 잊혀질 뻔 했던 용감한 청년들의 선행에 대한 찬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단순 폭행 사건으로 묻힐 수 있었던 사건에 합리적 의심을 갖고, 끊임없는 취재와 철저한 검증으로
감춰진 지역 경찰의 비위를 폭로해 제도 개선과 문책까지 이끌어낸 수작으로 평가합니다.
피해자가 현장 증거물을 미리 확보할 수 있게 조언해 수사에도 큰 도움을 준 것은 물론
피해자 보호를 위해 사건 발생 현장은 촬영조차 하지 않았으며, 도움을 준 청년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자 하는 피해자의 요청을 적극 반영해 6명 전원과 피해자의 만남을 주선하는 노력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6. 기타 고려사항
지역 사회를 기반으로 한 언론사이다보니 취재기자는 물론 보도국장을 상대로
경찰의 수사권 독립이나 승진 악영향 등을 이유로 한 경찰의 회유와 보도 자제를 요구하는 청탁이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MBC충북은 국민의 알 권리와 공익이 최우선인 공영방송의 책무를 철저히
준수하고자 단 한 자의 수정도 없이 꿋꿋이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또한 철저한 취재를 바탕으로 한 보도였기에 일체의 반론요청이나 언론중재위 피소된 사실도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50회 전체 총평
제350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에서 5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많은 심사위원의 눈길을 끌었던 부분은 지금까지 많이 알려졌지만 국민의 관점에서 현장을 취재하고 자료를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여 해당 사안을 새로운 어젠다로 만들려고 노력한 보도가 많았다는 점이다.
국민일보의 <엄마·아빠, 저는 왜 같이 죽어야 하나요> 기획은 일가족 사망사건의 특성에 주목한 기사였다. 부모와 자녀의 단순한 동반자살이 아니라 자녀를 살해하고 부모가 자살하는 사례를 피해자 전수조사, 수사자료 및 판결문 분석을 통해 의미있는 자료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돋보였다. 사건 자체는 개별 사례로, 또 단편적으로 계속 보도됐는데 취재팀은 부모의 자녀살해라는 불편한 문제를 드러내고 대안을 제시해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은 KBS의 <죽음 부른 통증 주사>가 수상했다. 일상적 의료행위 속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사고인데도 보건당국의 역학조사 보고서는 공개되지 않았다. 취재팀은 제보자를 통해 자료를 입수하고, 피해자와 의료진을 인터뷰하면서 실상과 원인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주사와 관련한 의료과실 역시 언론이 스트레이트 위주로 계속 보도했던 문제인데, 당국이 소극적이고 의료기관과 의료진이 발뺌하는 부분까지 파고드는 추적 정신을 수상작이 보여줬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의 수상작은 <아프리카돼지열병, 가까운 시설 놓고 수백km ‘원정 검사’ 이뤄진 배경>이다. 기사는 경기도의 방역 실무자들이 확진 판정을 받기 위해 차로 4시간 이상 떨어진 경북 김천의 농림축산검역본부를 오가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ASF 발병중심지역에도 정밀검사 시설이 있지만 정부가 확진권한을 주지 않았으며, 이런 문제점을 전에도 논의했다가 지금까지 넘겼다는 점을 연속보도로 드러내 정부와 지방의 방역 협력체계를 개선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국제신문의 <다시 쓰는 부마항쟁 보고서 2>가 선정됐다. 부마민주항쟁의 원인과 진행과정, 그리고 역사적 의미는 관심을 많이 끌지 못했던 사안이다. 항쟁 이후에 일어난 박정희 대통령 암살, 12·12군사쿠데타, 광주민주화운동에 가려진 측면이 있다. 취재팀은 항쟁 참여자를 심층 인터뷰해서 역사의 현장을 재구성하고 진상규명 및 보상이 지지부진한 이유를 설명하는 한편 국군기무사령부의 기밀문서를 입수해 보도했다.
지역에서 일어난 일을 지역지가 항쟁 40주년을 맞아 입체적으로 다뤘지만 아쉬운 부분에 대한 의견이 심사과정에서 나왔다. 예를 들어 항쟁과정에서 사망자가 더 있었을지 모른다는 내용을 확인하지 못해 사실이 아니라 ‘설(說)’을 다시 소개하는 데 그쳤다는 지적이다. 사망 및 실종자가 있다면 가족을 찾아가서 확인하는 식으로, 다시 말해 사관의 눈으로 진실을 드러내는 수준에 미치지 못했으므로 후속취재가 필요하다고 일부 심사위원은 제언했다. 반면 가해자들의 양심선언이나 고백이 없이 부인으로 일관하는 상황에서 피해자 중심의 보도를 이어가면서 역사적 진실을 찾아가는 노력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의미있는 보도라는 평가도 나왔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의 <장기요양기관…폐업의 비밀>은 요양기관이 법망을 어떻게 피하며 편법으로 운영되는지를 정밀하게 보여줘서 인상적이었다. KBS광주 취재팀은 사업자가 3년마다 받는 평가를 회피하기 위해 폐업을 하고 가족 등 다른 사람을 내세워 문을 열었다가 평가기간이 다가오면 다시 폐업하는 실태를 드러냈다. 이런 과정에서 요양보호사 등 직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퇴직 처리가 되어 퇴직금이나 장기근속수당, 연차수당이 줄어드는 피해를 봤다. 우리 사회가 고령화 시대에 들어선 지 오래됐다는 점에서 복지시설 실태를 점검하여 제도개선을 유도하는 일은 언론의 당연한 책무에 속한다. 상당수 요양기관이 중소도시에 있으므로 이번과 같은 사례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지역 언론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기를 기대한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