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하루 아침 계획이 바뀐 수상한 훈련?
처음 입수한 자료는 2019년 7월 5일 ‘해경 항공기 운항 계획’과 당일 ‘상황일지’였습니다. 해양경찰에서도 특수부대로 분류되는 항공대는 매일 새벽 6시, 해양경찰청에 항공기 운항 계획을 보고합니다. 2019년 7월 5일, 당일 새벽 해양경찰 무안항공대가 운용하는 ‘작전용 수송기’의 이륙 계획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날 오후에 작성된 ‘상황일지’는 갑자기 없었던 훈련이 생겨났습니다. 무안에서 김포까지 작전용 수송기를 타고 ‘타 기지 접근훈련’을 했다고 적혀있었습니다. 심지어 훈련에 참가한 인원에는 ‘비번’ 근무자까지 포함됐습니다. 당시 훈련을 지휘한 건 해경 무안 항공대 대장. 수상하기 짝이 없는 훈련이었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 관용차 운행일지를 입수해보니...
2019년 7월 5일, 해경 항공대에서 운영한 관용차 운행일지 자료를 입수해 분석했습니다. 해경 무안 항공대가 무안 공항에서 이륙해서 김포 공항에 도착한 시각은 정오쯤. 해당 시간에 해경 항공대가 운영한 관용차는 한 대밖에 없었습니다. 해당 관용차 운행 일지를 꼼꼼히 따져봤습니다. 운행일지에 적힌 행선지는 ‘인천 숭의동의 장례식장’ 운행 목적은 ‘직원 조문’. 동료 직원 상갓집을 가기 위해 수송기와 관용차를 사용했던 겁니다. 이들은 무안으로 돌아올 때도 같은 방식으로 수송기를 타고 돌아왔습니다.
이들이 직원 조문을 가기 위해 띄운 수송기는 270억 원이 넘는 CN-235. 해경 전체에도 4대밖에 없는 주요 자산 중 하나로, 먼 해상에서 재난과 참사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24시간 대기해야 하는 수송기입니다. 이 같은 핵심 전력을 당시 무안 항공대는 직원 동료 조문을 가기 위해 사적으로 사용했던 겁니다. 심지어 이 같은 사실을 숨기고자 일일 상황보고서에는 ‘훈련’을 했다고 적었습니다. 그렇게 동료 장례식 ‘조문’은 ‘타 기지 접근훈련’으로 둔갑했고, 상갓집을 다녀온 10명은 비행 실적까지 추가로 인정받았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 명백한 자료에 “할 말 없다”…그러나 ‘솜방망이 징계’
항공대 대원 10명이 수송기를 마치 택시처럼 이용해 단체 상갓집을 간 어이없는 사건. 취재진이 해경청에 자료를 들이대자, 해경청은 “사실이 맞고, 할 말이 없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취재진이 확보한 자료대로 상갓집을 가기 위해 당일 운항 계획을 변경해 수송기를 띄웠고, 조문을 다녀온 뒤 ‘타 기지 훈련’을 했다고 적었다는 겁니다. 해경청은 지난 2월 진상조사에 착수했고, 감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5월에 나온 해경청 감사 결과는 사건 못지않게 황당했습니다. 해경청은 당시 사건을 주도한 항공대장에게만 감봉 2개월, 수송기에 탑승한 나머지 대원 9명에게는 주의만 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감봉은 징계 가운데에서도 경징계에 해당하며, 주의는 징계 위원회에 회부되지 않은 구두 경고 수준입니다. 해경청은 목적이야 어떻든 작전용 수송기를 타고, 무안기지에서 김포기지로 이동한 건 맞으니 훈련으로 볼 수 있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을 덧붙였습니다. 낯 뜨거운 ‘제 식구 감싸기’ 식의 행정처분을 기사에 고스란히 담아냈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타 매체 선행보도는 없었습니다. KBS 보도 이후 일부 매체도 사실을 확인해 기사화했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기사 조회 수 150만 회. 기사 댓글만 5천여 개. 270억 원 수송기 사적 이용 기사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사건도 사건이지만, 해경의 이해하기 어려운 ‘솜방망이 처분’을 비판하는 댓글도 적지 않았습니다. 보도 이후 해경청은 감사 과정에서 문제가 된 점은 없었는지 다시 한번 살펴보겠다고 답했습니다. 아울러 해양경찰 관련 국회 상임위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일부 의원실에서도 취재기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이 와서, 이 밖에도 추가 사적 이용이 있었는지를 살펴보겠다고 답했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 기준의 준수를 철저히 지켰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보도 당사자의 반론 신청 및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 신청사항은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82회 전체 총평
이달의 기자상은 모두 10개 부문에 총 71편이 출품됐으며 이 중 7개 부문에서 8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모두 16편이 출품된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CBS 사회부 정영철·김재완·이은지 기자, 정치부 김광일 기자의 <김승희 복지부 장관 후보자 렌터카 매입 등 정치자금 유용 의혹>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CBS는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관용차로 사용하던 렌터카를 정치자금으로 매입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정치자금의 사용 목적과 금액을 확인하며 꼼꼼하게 검토하고 문제점을 포착하여 정황을 드러낼 때까지 끈질기게 취재한 노력의 결과로 보이며, 후보자의 도덕성을 판단하는데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는 점에서 우수한 보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경제보도 부문은 10개 출품작 모두가 우수했기에 특히 심사에 어려움이 있었다. 열띤 논의 끝에 발굴 특종이라는 측면이 돋보인 시사저널 디지털취재본부 송응철 기자의 <‘황제노역’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 1400억원대 채권 횡령 의혹> 보도와 한국일보 경제부 이대혁·김정현·강유빈 기자의 <‘동학개미운동’ 존리 불법투자 조사>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시사저널은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은닉재산 조성을 둘러싼 의혹을 취재했다. 특히 부실채권을 차명회사에 헐값에 넘긴 뒤 이를 현금화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실체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취재력이 뛰어난 우수한 보도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일보는 ‘동학개미운동의 멘토’로 유명했던 금융인 존리 대표의 불법투자 의혹을 제기했다. 최초 보도 이후 들어온 익명의 짧은 제보를 바탕으로 얼개를 맞춰 팩트를 확인하고 추가 보도를 이어가 유명 금융인의 민낯을 드러내고 사의 표명이라는 결과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서는 11개의 출품작 중에서 한국일보 사회부 조소진·이정원 기자의 <비뚤어진 욕망, 아이비 캐슬>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한국 학생의 미국 우수대학 입시를 둘러싼 이른바 ‘스펙공동체’ 관련 보도는 여럿 있었지만, 그중 한국일보의 보도는 그야말로 발로 뛰는 보도였으며, 구체성이 돋보이는 보도였다. 입시 비리 논란이 불거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와 어바인, 제주와 송도의 국제학교, 압구정의 유학원과 미국 대입 컨설팅 학원을 한 달 동안 집중 취재해 미국에 진출한 ‘압구정식 사교육’의 실체를 보여줬다. 특히 유명 글로벌 입시 컨설팅 회사의 구체적 컨설팅 항목과 비용을 자세히 공개하는 등 보도 내용의 구체성 역시 돋보였다.
기획보도 방송 부문에서는 8개 출품작 중에서 뉴스타파 탐사1팀 임선응 기자, 영상취재팀 신영철 기자의 <‘무법지대’ 법원> 보도가 선정됐다.
뉴스타파는 전국 81개 법원과 법원 부속기관의 가구 구매 내역을 전수 조사하여 법원의 위법 및 탈법, 편법 행위를 고발했다. 작은 문제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일상적이며 구조적인 탈법 위법 행위에 천착한 문제의식이 돋보였다. 무엇보다 심사위원들은 취재의 치열성과 더불어 부적절한 관행을 집요한 취재로 밝혀내는 등 완성도 높은 보도물을 내놓았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6편이 출품된 지역 취재보도 부문에서는 포항MBC 보도부 박성아 기자, 영상미디어부 박주원 기자의 <포스코 성폭력 및 2차 피해>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포항MBC는 포스코 포항제철소 20대 직원이 직장 내 성폭력 피해를 당하고, 이전에도 계속 성희롱과 성추행에 시달렸으나 사측이 제대로 된 조치를 하지 않았음을 보도했다. 또한 최초 보도 이후에도 계속 이어진 2차 피해 방치 및 부적절한 대응에 대해서 집요한 취재를 이어 나갔다. 사안의 중요성과 보도 이후 파급력을 감안할 때, 포항MBC의 최초 보도의 가치는 매우 높으며, 이 사안이 묻히지 않게 함께 보도한 여러 언론사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총 8편이 출품된 지역 기획보도 방송 부문에서는 KNN 경남본부 김민욱·정기형·황보람·안명환·정창욱 기자의 <영업비밀에 가려진 화학물질 독성> 보도가 선정되었다. 지난 2월, 경남 창원 소재 에어컨 부품 제조업체인 두성산업에서 노동자 16명이 급성 간 중독에 걸렸고, 며칠 뒤 김해 자동차 부품업체인 대흥알앤티에서도 13명이 급성 중독에 걸렸다. 중독사고 발생 직후에는 여러 언론이 ‘중대재해법 첫 직업성 질병’이라며 주목했으나, 단발성 기사들이 대부분이었다. 심사위원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 사안을 기획보도로 확장해 기업의 화학물질 정보에 대한 비공개 문제, 업체와 고용노동부의 미흡한 후속 조치 등을 지적한 KNN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사진보도 부문에서는 누리호가 도약하는 순간을 담은 서울경제신문 사진부 오승현 기자의 <우주 독립의 날>이 선정되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사진 취재를 허가한 장소가 발사대에서 직선거리로 2km 떨어진 곳이었음을 감안하면, 이 사진이 주는 생생함과 감동은 더욱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