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O),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저는 기사에 달린 댓글 보는 걸 좋아하는 기자입니다. 제가 쓴 기사는 물론, 다른 기사의 댓글들도 꼼꼼하게 봅니다. 물론 인신공격성 댓글엔 상처도 받지만 기사를 쓴 기자도 미처 생각치 못한 부분을 언급해 발상의 전환을 하게 하는 신선한 댓글도 있습니다. 이번 취재의 시작도 댓글이었습니다. 최근 대기업과 공기업 내부 직원들이 거액을 횡령했다는 기사가 연이어 나왔고, 댓글은 온통 “몇 년 교도소에서 살다 나와서 떵떵거리면서 살겠지”라는 반응이었습니다. 그래서 과거 ‘시대의’ 횡령범들이 실제로 그렇게 사는지 궁금해졌고, 몇 가지 사례를 추려 추적에 들어갔습니다.
당시 전국을 뒤흔든 규모였고, 최근까지도 자주 언급되는 사건들을 중심으로 추리다보니, 동아건설에서 1800억 여 원을 횡령한 박 과장, 여수시청에서 80억 원을 횡령한 공무원과 그 부인, 삼성전자에서 165억 원을 빼돌린 박 대리로 좁혀졌습니다.
먼저 사건 정리를 위해 판결문부터 확보했습니다. 동아건설 박 과장은 아직 교도소에 수감 중이었고, 나머지 두 사람은 형기를 채우고 1,2년 전 출소했습니다. 눈에 띄는 공통점이 하나 있었는데, 이들은 재판이 진행될 때까지도 횡령한 돈을 거의 못 갚았다는 점입니다. 그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횡령을 당한 피해자들입니다. 기업들과 구청에 재판 이후엔 횡령범들에게 돈을 받아냈는지 물었지만 한사코 말하길 꺼려했습니다. 수 십 차례 설득하고 찾아간 끝에 들은 사실은 충격적이었습니다. 피해자 입장이긴 해도 기업들에겐 숨기고 싶은 사건이었기 때문에, 또 사채업자처럼 쫓아다니면서 받아낼 수도 없기 때문에 민사소송까지 승소한 뒤에도 돈을 받아내지 않거나 못했다는 겁니다. 여수시청의 경우만 현재까지도 적극적으로 환수 노력을 하고 있었는데, 그래도 횡령범 앞으로 된 재산이 아예 없다보니 받아낼 수도 없는 건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렇다면 횡령범들은 횡령금을 환수하지 못할 만큼, 불행하고 비참한 삶을 살고 있었을까? 횡령범들의 근황 취재에 들어갔습니다. 동아건설 횡령범은 교도소에 수감 중이기 때문에 면회 신청을 했고, 나머지 출소한 이들은 그 뒤의 행적을 추적했습니다. 이 부분 취재가 가장 큰 난관이었습니다. 면회는 하루 전 거절당했고, 출소한 2명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살았기 때문에 현재 행적이 묘연했습니다. 등기부등본 등 고적전인 자료 조사부터, SNS 추적, 과거에 살던 집, 사무실, 주변 이웃들까지 만나는 등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했습니다. 매일 밤늦게까지 회의가 이어졌고, 수집한 자료만 수 천 장이 넘습니다. 그 결과 여수시청 공무원은 부인과 “일용직을 전전하며 힘겹게 살고 있다”는 주변 이웃의 이야기를, 삼성전자 횡령범은 남들과 비슷한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삼성전자 횡령범은 출소한 뒤 결혼해, 서울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적어도 겉으로 보기엔, 아내와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그와 그 아내의 SNS를 통해 사는 집과 취미활동, 자주 다니는 곳이나 주변 친구들까지 속속들이 확인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휴대전화 번호까진 확보하지 못한 상황. 해명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하거나 만나야했지만, 그의 주변인을 접촉하거나 자택 앞에서 기다리는 건 또 다른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고민이 들었습니다. 특히 ‘일사부재리’의 원칙 상 이미 처벌을 받은 그에게 10년 뒤 주변에게 또다시 알려지는 사회적 처벌을 내리는 것이 정당하지 못할 수 있다고도 생각했습니다. 어떻게든 그의 개인 휴대번호를 확보하려고 노력한 끝에, 주변 사람들을 통하지 않고 확인할 수 있는 기발한 방법을 발견했고 그에게 전화를 걸 수 있게 됐습니다. 반응은 예상대로였습니다. “여기저기 묻는 것 자체가 치명적인 피해가 갈 수도 있다"면서 주변인들이 알게 되는 걸 제일 걱정했고, "잘못한 사람이자 약자이기에 할 말은 30년 뒤에나 하겠다”라며 인터뷰도 거부했습니다. 삼성전자에서 횡령한 돈은 거의 갚지 않은 채 평범하게 살고 있던 이 횡령범. 알권리를 위해 기사화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봤지만 그의 사생활을 어디까지 공개하는 게 맞는지 또다시 고민에 빠졌습니다. 내부 논의 끝에 그에 대한 보도는 꼭 필요한 부분만 기사에 반영하는 것으로 결론 내렸습니다. 취재가 잘 됐던 부분을 자세히 보도해 소위 ‘자랑’하고 싶은 기자적 본능을 최대한 누르고, 최소한의 내용만 담아 드라이하게 제작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거액을 횡령하고도, 대부분 낮은 형량을 받고 출소해, 횡령한 돈을 갚지 않고도 생활할 수 있는지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들을 찾았습니다. 단순 전문가가 아닌, 당시 사건을 직접 수사한 검사들의 생생한 인터뷰가 필요했습니다. 이 역시 설득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수차례 밤낮없이 설득한 끝에 현재는 변호사가 된 전직 검사들이 카메라 앞에 서게 됐습니다. 막상 인터뷰에 응한 그들은 거침이 없었습니다. 당시 형량이 낮아진 이유, 환수가 안 된 기막힌 이유를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보도가 나간 뒤에는 취재파일도 작성했습니다. 여기에선 엄격하게 처벌하는 해외와 비교해 우리나라 처벌 수위까지 덧붙여, 제도 개선에 대한 요구를 담았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특이사항 모두 없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선행보도 또는 타 보도에 관한 표절여부도 체크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기사는 한 달 간 취재 기자와 작가가 밤낮 없이 파고들어 완성된 뉴스입니다. 타사보다 선행 보도된 내용이고, 표절 의혹에 휘말린 적도 없습니다. 그렇기 떄문에 타사가 이 내용을 그대로 받아쓰기는 더더욱 쉽지 않았습니다. 다만, 디지털 시대를 맞아 한 가지 취재 내용으로 다양한 플랫폼에 내보내는 SBS 최초의 시도를 했습니다. ‘뉴스토리’라는 시사보도 프로그램에 20분 간 방영했고, 앞서 전 날 8시 뉴스 리포트와 기자 출연을 붙여 방송되기도 했습니다. 비슷한 시점에 SBS 유튜브 채널인 ‘비디오머그’에도 색다른 촬영과 편집 방식을 더해 송출됐습니다. 특히 뉴스토리 유튜브 영상은 긴 러닝 타임에도 불구하고, 조회수 100만회를 돌파하는 이례적인 기록을 세웠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후속적인 제도개선 등이 이루어진 사정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보도 영상이 나간 뒤, 횡령범에 대한 해외 처벌 사례와 국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의 취재파일도 완성해 출고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최근 검거된 횡령범들을 추가 취재해, 처벌 수위와 환수 액수 등이 달라졌는지, 달라지지 않았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또다시 보도하려고 합니다.
이와 함께 국회 등에선 횡령범에 대한 처벌 수위 강화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고, 수사기관과 법원 등 법조인들에게도 횡령에 대한 처벌 수위가 낮다는데 공감대를 이끌어 냈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의 준수여부까지 포함시켜 자체평가해주시기 바랍니다)
언론윤리강령기준 준수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여부,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반론 신청, 언론중재위 피신청사항 모두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82회 전체 총평
이달의 기자상은 모두 10개 부문에 총 71편이 출품됐으며 이 중 7개 부문에서 8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모두 16편이 출품된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CBS 사회부 정영철·김재완·이은지 기자, 정치부 김광일 기자의 <김승희 복지부 장관 후보자 렌터카 매입 등 정치자금 유용 의혹>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CBS는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관용차로 사용하던 렌터카를 정치자금으로 매입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정치자금의 사용 목적과 금액을 확인하며 꼼꼼하게 검토하고 문제점을 포착하여 정황을 드러낼 때까지 끈질기게 취재한 노력의 결과로 보이며, 후보자의 도덕성을 판단하는데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는 점에서 우수한 보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경제보도 부문은 10개 출품작 모두가 우수했기에 특히 심사에 어려움이 있었다. 열띤 논의 끝에 발굴 특종이라는 측면이 돋보인 시사저널 디지털취재본부 송응철 기자의 <‘황제노역’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 1400억원대 채권 횡령 의혹> 보도와 한국일보 경제부 이대혁·김정현·강유빈 기자의 <‘동학개미운동’ 존리 불법투자 조사>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시사저널은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은닉재산 조성을 둘러싼 의혹을 취재했다. 특히 부실채권을 차명회사에 헐값에 넘긴 뒤 이를 현금화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실체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취재력이 뛰어난 우수한 보도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일보는 ‘동학개미운동의 멘토’로 유명했던 금융인 존리 대표의 불법투자 의혹을 제기했다. 최초 보도 이후 들어온 익명의 짧은 제보를 바탕으로 얼개를 맞춰 팩트를 확인하고 추가 보도를 이어가 유명 금융인의 민낯을 드러내고 사의 표명이라는 결과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서는 11개의 출품작 중에서 한국일보 사회부 조소진·이정원 기자의 <비뚤어진 욕망, 아이비 캐슬>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한국 학생의 미국 우수대학 입시를 둘러싼 이른바 ‘스펙공동체’ 관련 보도는 여럿 있었지만, 그중 한국일보의 보도는 그야말로 발로 뛰는 보도였으며, 구체성이 돋보이는 보도였다. 입시 비리 논란이 불거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와 어바인, 제주와 송도의 국제학교, 압구정의 유학원과 미국 대입 컨설팅 학원을 한 달 동안 집중 취재해 미국에 진출한 ‘압구정식 사교육’의 실체를 보여줬다. 특히 유명 글로벌 입시 컨설팅 회사의 구체적 컨설팅 항목과 비용을 자세히 공개하는 등 보도 내용의 구체성 역시 돋보였다.
기획보도 방송 부문에서는 8개 출품작 중에서 뉴스타파 탐사1팀 임선응 기자, 영상취재팀 신영철 기자의 <‘무법지대’ 법원> 보도가 선정됐다.
뉴스타파는 전국 81개 법원과 법원 부속기관의 가구 구매 내역을 전수 조사하여 법원의 위법 및 탈법, 편법 행위를 고발했다. 작은 문제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일상적이며 구조적인 탈법 위법 행위에 천착한 문제의식이 돋보였다. 무엇보다 심사위원들은 취재의 치열성과 더불어 부적절한 관행을 집요한 취재로 밝혀내는 등 완성도 높은 보도물을 내놓았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6편이 출품된 지역 취재보도 부문에서는 포항MBC 보도부 박성아 기자, 영상미디어부 박주원 기자의 <포스코 성폭력 및 2차 피해>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포항MBC는 포스코 포항제철소 20대 직원이 직장 내 성폭력 피해를 당하고, 이전에도 계속 성희롱과 성추행에 시달렸으나 사측이 제대로 된 조치를 하지 않았음을 보도했다. 또한 최초 보도 이후에도 계속 이어진 2차 피해 방치 및 부적절한 대응에 대해서 집요한 취재를 이어 나갔다. 사안의 중요성과 보도 이후 파급력을 감안할 때, 포항MBC의 최초 보도의 가치는 매우 높으며, 이 사안이 묻히지 않게 함께 보도한 여러 언론사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총 8편이 출품된 지역 기획보도 방송 부문에서는 KNN 경남본부 김민욱·정기형·황보람·안명환·정창욱 기자의 <영업비밀에 가려진 화학물질 독성> 보도가 선정되었다. 지난 2월, 경남 창원 소재 에어컨 부품 제조업체인 두성산업에서 노동자 16명이 급성 간 중독에 걸렸고, 며칠 뒤 김해 자동차 부품업체인 대흥알앤티에서도 13명이 급성 중독에 걸렸다. 중독사고 발생 직후에는 여러 언론이 ‘중대재해법 첫 직업성 질병’이라며 주목했으나, 단발성 기사들이 대부분이었다. 심사위원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 사안을 기획보도로 확장해 기업의 화학물질 정보에 대한 비공개 문제, 업체와 고용노동부의 미흡한 후속 조치 등을 지적한 KNN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사진보도 부문에서는 누리호가 도약하는 순간을 담은 서울경제신문 사진부 오승현 기자의 <우주 독립의 날>이 선정되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사진 취재를 허가한 장소가 발사대에서 직선거리로 2km 떨어진 곳이었음을 감안하면, 이 사진이 주는 생생함과 감동은 더욱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