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단독기획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초대형 산불이 남긴 흔적을 살펴보다.
5월30일 경남 밀양시 부북면의 한 야산에서 불이 났다. 불은 나흘 동안 계속됐다. 피해면적 762ha, 축구장 1천90개 규모. 유례없는 초대형 산불이었다. 언론들은 하나 같이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을 원인으로 들었다. 그렇구나 하고 넘기기에는 무책임한 취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밀양 산불 현장으로 갔다. 불길이 시작된 정상부 바로 옆에 푸른 잎이 무성한 군락이 보였다. 누군가 벽이라도 친 듯 탄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상록활엽수림 군락이었다.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활엽수는 기름기가 없고 물만 머금고 있어서 아무리 불에 태워도 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조금 더 내려가자 앙상하게 재만 남은 곳들이 보였다. 소나무 군락이었다. 소나무가 불에 잘 탄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자연적으로 군락이 어우러진 형태가 아니라 누군가 잘 다듬어 놓은 흔적이 보였다. 밀양시청에 문의를 하니 해당 구역은 지난해 ‘숲 가꾸기 사업’을 실시한 곳이라 설명했다. 60여 헥타르 가량 숲 가꾸기 사업이 진행됐는데 숲 가꾸기를 한 곳은 예외 없이 불에 탄 것을 확인했다. 문제가 있는 사업이라 판단됐다.
숲 가꾸기 사업의 엉터리 산불예방을 지적하다.
외환위기 이후 산림청이 발주하는 공공근로 일자리의 일환으로 생겨난 숲 가꾸기 사업. 큰 나무 주변의 하층식생들을 베어 내 나무들의 경쟁을 줄여줘서 큰 나무들이 잘 자라도록 해주는 사업이다. 매년 지자체로 돈을 내려 보내 사업이 이뤄진다. 산림청은 해당 사업이 임야의 밀도를 줄여 산불을 예방하고 있다고 홍보했다. 현장은 정 반대의 말을 하고 있었다. 나무들을 베어 내자 바람 길이 생겼고 이 바람을 타고 불은 더욱 멀리 번져나갔다. 잘 타는 소나무만을 살려 놓으니 불은 더욱 빨리 붙었다. 산림청은 그간의 모의실험 결과로 반박했지만 현실에 근거한 자료는 찾아볼 수 없었다. 모든 나무가 불에 탄다는 조건으로 모의실험을 했기 때문에 숲 가꾸기 사업을 실시한 곳이 산불예방의 효과가 좋다는 결론으로 귀결됐다. 엉터리 결과였다.
홍수와 산사태를 키우는 숲 가꾸기 사업을 지적하다.
숲 가꾸기 사업의 피해는 산불만이 아니었다. 산림청은 숲 가꾸기 사업을 통해 산불을 예방하고 녹색댐 기능을 활성화시킨다고 설명했다. 산이 물을 적절하게 머금다가 하천으로 꾸준한 물을 내려 보낸다는 설명. 이는 대규모 홍수를 유발한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실제 대규모 벌목이 이뤄졌던 포항시의 한 임야 아랫마을에 홍수가 났던 사례를 찾았다. 인근 마을은 홍수가 아니었는데 해당 마을만 물에 잠겼었다. 그 위에는 벌목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벌목에 따른 홍수위험을 지적하는 학계의 논문들이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해줬다. 상황이 이런데도 숲 가꾸기 사업에 따른 홍수 피해를 지적한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지자체는 집중호우에 따라 주변 하천이 범람해 홍수가 났다고만 파악했지 하천이 왜 급속도로 범람했는지 그에 대한 대책은 내놓지 않았다. 그저 자연재해라는 말 속에 숨었다. 숲 가꾸기 사업이 하천으로의 유출량을 급속도로 늘린다는 지적은 없었다.
숲 가꾸기 사업 모든 게 역효과
산림청과 지자체가 홍보하는 숲 가꾸기 사업의 순기능을 모두 파헤칠 필요가 있어졌다.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부산 금정구의 숲 가꾸기 현장을 갔다. 사업의 정식 명칭은 미세먼지 저감 공익 숲 가꾸기 사업이었다. 2억이 넘는 돈을 들여 나무를 베고 미세먼지를 저감한다는 내용이었다. 식물은 잎을 통해 미세먼지를 흡착한 뒤 토양 아래로 먼지를 내려 보낸다. 큰 나무만 남겨 놓고 하층부 식생들을 벨 경우 미세먼지를 흡착할 잎은 자연히 줄게 된다. 휑한 산을 만들어 놓고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내세우는 현장이었다. 해운대구의 또 다른 숲 가꾸기 사업지를 들렀다. 구청은 건강한 숲을 만들어 탄소저감 등의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금의 과학적 근거도 없는 설명이었다. 한국학술정보 KISS에 실린 간벌과 탄소저감의 상관관계를 모두 찾아봤다. 나무를 벨수록 탄소저감 능력은 더욱 떨어진다는 결과뿐이었다. 결국 숲 가꾸기 사업은 임야의 생태학적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었던 것이다. 식생을 임의로 골라내서 다양한 식생 균형을 떨어뜨렸던 것이다.
숲을 병들게 하는 사업, 누구 배만 불려왔나
산림청이 홍보해온 숲 가꾸기 사업의 여러 순기능들은 취재 결과 역기능으로 드러났다. 누구를 위한 숲 가꾸기 사업인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연간 2천이 넘게 투입되는 숲 가꾸기 사업. 사업 선정자들은 정해져 있었다. 산림조합과 산림법인뿐이었다. 산림청 사업의 일감을 받아 온 지역의 산림조합, 그리고 산림 관련 경력과 자격을 취득한 뒤 설립하는 산림법인이 숲 가꾸기 사업을 20년 넘게 실시하고 있었다. 산림조합과 산림법인은 결국 산림청 퇴직 공무원들이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들 조합과 법인이 산 주인에게 일일이 숲 가꾸기 사업의 효과를 설명하고 동의를 얻어 나무를 베 왔던 것이다. 산림청 입장에선 숲 가꾸기 사업의 명목으로 매년 수천억의 예산을 편성할 수 있어 좋고 조합은 그 예산을 받을 수 있어 좋았던 것이다. 숲 가꾸기 사업의 순기능은 그뿐이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의 학계 관계자는 별도의 요구가 있어 익명과 변조로 보도를 했다. 그가 해온 학계 활동은 증명할 수 있다.
해당 기획보도는 모두 KNN이 직접 취재한 내용들이며 홍수가 났던 포항시 죽장면의 당시 영상은 SBS로부터 제공받았다. 그 외의 영상들은 직접 촬영을 통한 영상이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KNN의 기획보도 이전 이와 관련한 선행보도는 없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지자체, 숲 가꾸기 사업 신청 보류
해당 보도 이후 숲 가꾸기 사업 진행 중인 해운대구청과 금정구청은 추가 사업 신청을 보류한다고 발표했다. 사업의 타당성 여부를 검토한 뒤 내년도 사업 확장에 대해 결정한다고 밝혔다.
환경단체 공익감사 청구
해당 보도를 접한 부산*경남의 환경단체들은 KNN에 숲 가꾸기 사업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한다고 의견을 전달했다. 그 뒤, 환경단체 차원에서 할 수 있는 행동들을 해 나갈 계획이라 말했는데 우선적으로 막대한 예산이 쓰이는 사업이 공익적으로 타당한지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할 계획이라 밝혔다.
밀양산불*합천산불 기획재정부 예산 검토
결국 숲 가꾸기 예산도 기획재정부 승인에 따라 내려지는 것이다. 기획보도를 접한 기재부는
이미 편성된 울진산불에 대한 예산은 조정이 힘들다는 입장이지만 아직 예산이 편성되지 않은 밀양산불 현장과 합천산불 현장에 대해 예산을 보류한 상태다. 산불 복구 예산에도 숲 가꾸기 사업이 편성돼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기재부 관계자는 향후 숲 가꾸기 관련 예산에 대해 자체적인 심의를 거칠 예정이라 밝혔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을 철저히 준수했다.
이번 기획보도는 그간 당연시 여기던 조림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한 보도이다. 숲을 가꾼다는 이름으로 인간이 숲을 더욱 건강하게 만들어줬다고 믿었던 것들이 되레 숲을 망치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그동안 누구도 제기하지 않았던 지적을 기획보도를 통해 만들어냈다. 언론 또한 산불이 발생하면 산림청의 입을 빌려 숲 가꾸기 사업을 알려왔다. 이런 행태에 대한 역발상이며 그 비판의 지점들을 현장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입증했다. 조림사업이란 이름으로 국민의 세금을 당연히 써 온 사업들을 다시 돌아볼 기회를 만들었다.
7. 기타 고려사항
언론중재위원회의 피신청사항 등은 없다.
회차 심사평
제382회 전체 총평
이달의 기자상은 모두 10개 부문에 총 71편이 출품됐으며 이 중 7개 부문에서 8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모두 16편이 출품된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CBS 사회부 정영철·김재완·이은지 기자, 정치부 김광일 기자의 <김승희 복지부 장관 후보자 렌터카 매입 등 정치자금 유용 의혹>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CBS는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관용차로 사용하던 렌터카를 정치자금으로 매입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정치자금의 사용 목적과 금액을 확인하며 꼼꼼하게 검토하고 문제점을 포착하여 정황을 드러낼 때까지 끈질기게 취재한 노력의 결과로 보이며, 후보자의 도덕성을 판단하는데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는 점에서 우수한 보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경제보도 부문은 10개 출품작 모두가 우수했기에 특히 심사에 어려움이 있었다. 열띤 논의 끝에 발굴 특종이라는 측면이 돋보인 시사저널 디지털취재본부 송응철 기자의 <‘황제노역’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 1400억원대 채권 횡령 의혹> 보도와 한국일보 경제부 이대혁·김정현·강유빈 기자의 <‘동학개미운동’ 존리 불법투자 조사>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시사저널은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은닉재산 조성을 둘러싼 의혹을 취재했다. 특히 부실채권을 차명회사에 헐값에 넘긴 뒤 이를 현금화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실체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취재력이 뛰어난 우수한 보도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일보는 ‘동학개미운동의 멘토’로 유명했던 금융인 존리 대표의 불법투자 의혹을 제기했다. 최초 보도 이후 들어온 익명의 짧은 제보를 바탕으로 얼개를 맞춰 팩트를 확인하고 추가 보도를 이어가 유명 금융인의 민낯을 드러내고 사의 표명이라는 결과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서는 11개의 출품작 중에서 한국일보 사회부 조소진·이정원 기자의 <비뚤어진 욕망, 아이비 캐슬>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한국 학생의 미국 우수대학 입시를 둘러싼 이른바 ‘스펙공동체’ 관련 보도는 여럿 있었지만, 그중 한국일보의 보도는 그야말로 발로 뛰는 보도였으며, 구체성이 돋보이는 보도였다. 입시 비리 논란이 불거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와 어바인, 제주와 송도의 국제학교, 압구정의 유학원과 미국 대입 컨설팅 학원을 한 달 동안 집중 취재해 미국에 진출한 ‘압구정식 사교육’의 실체를 보여줬다. 특히 유명 글로벌 입시 컨설팅 회사의 구체적 컨설팅 항목과 비용을 자세히 공개하는 등 보도 내용의 구체성 역시 돋보였다.
기획보도 방송 부문에서는 8개 출품작 중에서 뉴스타파 탐사1팀 임선응 기자, 영상취재팀 신영철 기자의 <‘무법지대’ 법원> 보도가 선정됐다.
뉴스타파는 전국 81개 법원과 법원 부속기관의 가구 구매 내역을 전수 조사하여 법원의 위법 및 탈법, 편법 행위를 고발했다. 작은 문제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일상적이며 구조적인 탈법 위법 행위에 천착한 문제의식이 돋보였다. 무엇보다 심사위원들은 취재의 치열성과 더불어 부적절한 관행을 집요한 취재로 밝혀내는 등 완성도 높은 보도물을 내놓았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6편이 출품된 지역 취재보도 부문에서는 포항MBC 보도부 박성아 기자, 영상미디어부 박주원 기자의 <포스코 성폭력 및 2차 피해>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포항MBC는 포스코 포항제철소 20대 직원이 직장 내 성폭력 피해를 당하고, 이전에도 계속 성희롱과 성추행에 시달렸으나 사측이 제대로 된 조치를 하지 않았음을 보도했다. 또한 최초 보도 이후에도 계속 이어진 2차 피해 방치 및 부적절한 대응에 대해서 집요한 취재를 이어 나갔다. 사안의 중요성과 보도 이후 파급력을 감안할 때, 포항MBC의 최초 보도의 가치는 매우 높으며, 이 사안이 묻히지 않게 함께 보도한 여러 언론사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총 8편이 출품된 지역 기획보도 방송 부문에서는 KNN 경남본부 김민욱·정기형·황보람·안명환·정창욱 기자의 <영업비밀에 가려진 화학물질 독성> 보도가 선정되었다. 지난 2월, 경남 창원 소재 에어컨 부품 제조업체인 두성산업에서 노동자 16명이 급성 간 중독에 걸렸고, 며칠 뒤 김해 자동차 부품업체인 대흥알앤티에서도 13명이 급성 중독에 걸렸다. 중독사고 발생 직후에는 여러 언론이 ‘중대재해법 첫 직업성 질병’이라며 주목했으나, 단발성 기사들이 대부분이었다. 심사위원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 사안을 기획보도로 확장해 기업의 화학물질 정보에 대한 비공개 문제, 업체와 고용노동부의 미흡한 후속 조치 등을 지적한 KNN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사진보도 부문에서는 누리호가 도약하는 순간을 담은 서울경제신문 사진부 오승현 기자의 <우주 독립의 날>이 선정되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사진 취재를 허가한 장소가 발사대에서 직선거리로 2km 떨어진 곳이었음을 감안하면, 이 사진이 주는 생생함과 감동은 더욱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