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단독취재(O), 제보(O)
이 취재는 한 통의 제보 전화에서 시작됐습니다. “공지천에 물고기 수천 마리가 죽어있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서울에 ‘청계천’이 있다면, 강원도 춘천엔 ‘공지천’이 있습니다. 어린이들은 물장난을 하고, 어른들은 낚시를 하는 30만 춘천시민들의 휴식처입니다. 바로 이곳에서 물고기 수천 마리가 한날한시에 떼죽음을 당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즉시, 2개 조로 된 취재팀을 꾸려 현장에 나갔습니다. 또, 강원대학교 어류 전문 연구진에 동행 취재를 의뢰했습니다. 그리고 폐사 현장에서 현장 영상과 폐사체, 오염수를 확보했습니다. 대학 연구진은 독극물 유입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방치할 경우,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는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취재진은 대학 연구진과 함께 폐사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하는 심층보도를 기획했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 물고기 집단 폐사가 일어난 현장은 장장 1Km 구간에 걸쳐 이어져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폐사한 물고기는 어림잡아도 수천 마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오염원은 단순 오폐수가 아니라 유독물질이 유력하다는 1차 감식 결과도 확보했습니다. 유출처로는 하천 상류의 농공단지가 유력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섣불리 모든 내용을 보도할 수는 없었습니다. 오보일 경우, 지역의 산업과 관광에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 결국, 1보를 내보내고, 보름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대학 연구진이 물고기 폐사체와 오염수를 정밀 감식하는데 그만큼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검사 결과는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1리터의 물에 단 한 방울만 섞여도 무지개송어를 몰살시킬 수 있을 정도의 맹독성 물질이 2가지가 검출된 것이었습니다. 뒤이어, 당시 현장에서 채취한 하천수가 실제로 얼마나 강한 독성이 있는지도 실험해 봤습니다. 이 실험에서도 물고기가 전략 폐사했고, 증상도 사고 현장의 폐사체에서 나타난 것과 동일했습니다.
▶ 이후엔 오염원이 어디였는지, 행정기관의 대응은 적절했는지 규명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우선, 춘천시의 오폐수 관리 자체가 허술했습니다. 춘천시의 배수관로 도면을 확보해 확인한 결과, 오염수가 흘러나온 배수관은 상류의 농공단지와 연결돼 있었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화학약품을 다량으로 취급하는 사업체가 최소 10개가 넘는데도, 해당 공단에 대한 유독물질 대응 체계는 허술하기만 했습니다. 농공단지에서 하수처리장으로 이어지는 배수관은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하천으로 연결돼 있었습니다. 춘천시가 애당초 유독물질의 유출 가능성을 무시한 결과였습니다. 그러다보니, 물고기 수천 마리가 폐사했는데도 유독물질 성분 분석과 폐사체 부검을 누락시키는 오류를 범했습니다.
▶ 마지막 단계는 유독물질로 인한 하천 오염에 대한 대책 모색이었습니다. 원주지방환경청이 뒤늦게나마 산하 기관들에게 수질오염사고 대응체제 일제 정비를 지시했습니다. 환경부는 유독물질 유출에 대한 제도 정비를 약속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취재 대상은 단순 오폐수 유출 사고가 아니라 유독물질에 의한 물고기 집단 폐사였습니다. 그것도 도심 한복판의 하천에서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원인 규명부터 대책 마련까지 철저한 검증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관할 행정기관은 모르쇠로 일관했습니다. 취재진은 대학 연구진과의 공동 작업을 택했습니다. 기사 하나 내보내는데 다른 기사보다 두 배, 세 배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었습니다.
해당 연구진은 2주 동안의 분석을 통해 오염수에 들어있던 유독물질 성분을 규명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특히, 뷰틸페놀’과 ‘아지리디닐 에틸아민’이 문제였습니다. 그 유해성에 대한 선행 연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성분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현장에서 채취한 오염수와 비오염수를 가지고 독성 비교 실험을 했습니다. 대상은‘시궁창’이라고 불리는 4~5급수에서도 사는 붕어를 택했습니다. 유해성을 명확하게 검증하기 위해 실험의 난이도를 높이기로 한 것이었습니다. 실험 결과, 이 물에 들어간 지 4시간 만에 붕어는 모두 죽었습니다. 그만큼 독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마지막 고비는 전문가들의 해석이었습니다. 연구 결과 나온 물질은 대부분의 전문가들조차 고개를 저을 정도로 생소한 물질이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취재진은 화학, 어류, 산업, 식품 전문가 수십 명을 접촉한 끝에 부분적으로나마 해당 물질의 유해성에 대해 의미 있는 해석을 받아낼 수 있었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타 매체 반향 리스트 참고)
KBS의 단독 보도 이튿날, 전국과 지역의 주요 일간지들이 일제히 춘천 물고기 집단 폐사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그리고, 일부는 춘천시의 검사 결과를 토대로 속보를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KBS 보도처럼 사안의 본질을 파고드는 심층적이고 지속적인 보도는 없었습니다. 물론, 춘천시가 폐사체 수거와 폐기 처리를 워낙 빨리 진행했기 때문에, 취재에 어려움이 컸으리라는 점은 충분히 이해가 되는 부분입니다. 다만, 더 많은 언론이 신속하게 보도를 했다면, 대책도 그만큼 더 빨리 나올 수 있었고, 시민들의 경각심도 더 고취시킬 수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 일단 시청자들에게 환경오염의 심각성에 대한 경종을 울렸습니다. 본 보도를 본 많은 시청자들이 이 사태와 행정기관의 허술한 대응에 대해 우려와 질타를 표했습니다. 일부는 취재진의 용기와 끈기 있는 보도에 대해 격려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 춘천시는 즉각 오염수 유출 배수관을 폐쇄시키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습니다.
▶ 원주지방환경청은 춘천시의 늑장 부실 대응에 경고를 보냈습니다. 또, 산하기관에 수질오염 대응체계 일제 정비를 지시했습니다.
▶ 환경부는 유독물질 관리 체제를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KBS와 대학 연구진이 밝혀낸 유독물질에 대해선 배출금지 물질로 신규 지정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 대형 환경오염사고 단독 보도: 발빠른 대응으로 집단 폐사 현장 영상과 시료를 단독으로 확보했습니다. 사고 현장에 도착한 춘천시는 폐사체를 제대로 검사도 하지 않고 즉각 폐기 처분했습니다. 이 때문에 타 언론사들은 현장 화면 확보 자체를 못했습니다.
▶ 행정기관의 사건 축소·은폐 시도 고발: 현장 훼손과 초기 대응 부실, 사고 원인 규명 외면 등 춘천시의 사건 축소 및 은폐 시도를 철저한 사건 기록 검증을 통해 폭로했습니다.
▶ 전문가 협업을 통한 진상 규명: 춘천시의 은폐 시도에도 불구하고, 전문가 집단과의 협업을 통해 오염원이 독극물이었다는 점, 그 성분의 유독성까지 규명해 냈습니다. 결국, 춘천시도 뒤늦게 오류와 부실 대응을 시인하게 만들었습니다.
▶ 정부 차원의 수질오염사고 대책 일제 정비: KBS의 보도가 아니었다면, 이번 사건은 자칫 단순 오폐수 유출 사고로 끝날 뻔했던 사건이었습니다. 지속적이고 깊이 있는 보도가 정부 차원의 재발 방지 대책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82회 전체 총평
이달의 기자상은 모두 10개 부문에 총 71편이 출품됐으며 이 중 7개 부문에서 8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모두 16편이 출품된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CBS 사회부 정영철·김재완·이은지 기자, 정치부 김광일 기자의 <김승희 복지부 장관 후보자 렌터카 매입 등 정치자금 유용 의혹>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CBS는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관용차로 사용하던 렌터카를 정치자금으로 매입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정치자금의 사용 목적과 금액을 확인하며 꼼꼼하게 검토하고 문제점을 포착하여 정황을 드러낼 때까지 끈질기게 취재한 노력의 결과로 보이며, 후보자의 도덕성을 판단하는데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는 점에서 우수한 보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경제보도 부문은 10개 출품작 모두가 우수했기에 특히 심사에 어려움이 있었다. 열띤 논의 끝에 발굴 특종이라는 측면이 돋보인 시사저널 디지털취재본부 송응철 기자의 <‘황제노역’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 1400억원대 채권 횡령 의혹> 보도와 한국일보 경제부 이대혁·김정현·강유빈 기자의 <‘동학개미운동’ 존리 불법투자 조사>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시사저널은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은닉재산 조성을 둘러싼 의혹을 취재했다. 특히 부실채권을 차명회사에 헐값에 넘긴 뒤 이를 현금화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실체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취재력이 뛰어난 우수한 보도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일보는 ‘동학개미운동의 멘토’로 유명했던 금융인 존리 대표의 불법투자 의혹을 제기했다. 최초 보도 이후 들어온 익명의 짧은 제보를 바탕으로 얼개를 맞춰 팩트를 확인하고 추가 보도를 이어가 유명 금융인의 민낯을 드러내고 사의 표명이라는 결과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서는 11개의 출품작 중에서 한국일보 사회부 조소진·이정원 기자의 <비뚤어진 욕망, 아이비 캐슬>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한국 학생의 미국 우수대학 입시를 둘러싼 이른바 ‘스펙공동체’ 관련 보도는 여럿 있었지만, 그중 한국일보의 보도는 그야말로 발로 뛰는 보도였으며, 구체성이 돋보이는 보도였다. 입시 비리 논란이 불거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와 어바인, 제주와 송도의 국제학교, 압구정의 유학원과 미국 대입 컨설팅 학원을 한 달 동안 집중 취재해 미국에 진출한 ‘압구정식 사교육’의 실체를 보여줬다. 특히 유명 글로벌 입시 컨설팅 회사의 구체적 컨설팅 항목과 비용을 자세히 공개하는 등 보도 내용의 구체성 역시 돋보였다.
기획보도 방송 부문에서는 8개 출품작 중에서 뉴스타파 탐사1팀 임선응 기자, 영상취재팀 신영철 기자의 <‘무법지대’ 법원> 보도가 선정됐다.
뉴스타파는 전국 81개 법원과 법원 부속기관의 가구 구매 내역을 전수 조사하여 법원의 위법 및 탈법, 편법 행위를 고발했다. 작은 문제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일상적이며 구조적인 탈법 위법 행위에 천착한 문제의식이 돋보였다. 무엇보다 심사위원들은 취재의 치열성과 더불어 부적절한 관행을 집요한 취재로 밝혀내는 등 완성도 높은 보도물을 내놓았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6편이 출품된 지역 취재보도 부문에서는 포항MBC 보도부 박성아 기자, 영상미디어부 박주원 기자의 <포스코 성폭력 및 2차 피해>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포항MBC는 포스코 포항제철소 20대 직원이 직장 내 성폭력 피해를 당하고, 이전에도 계속 성희롱과 성추행에 시달렸으나 사측이 제대로 된 조치를 하지 않았음을 보도했다. 또한 최초 보도 이후에도 계속 이어진 2차 피해 방치 및 부적절한 대응에 대해서 집요한 취재를 이어 나갔다. 사안의 중요성과 보도 이후 파급력을 감안할 때, 포항MBC의 최초 보도의 가치는 매우 높으며, 이 사안이 묻히지 않게 함께 보도한 여러 언론사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총 8편이 출품된 지역 기획보도 방송 부문에서는 KNN 경남본부 김민욱·정기형·황보람·안명환·정창욱 기자의 <영업비밀에 가려진 화학물질 독성> 보도가 선정되었다. 지난 2월, 경남 창원 소재 에어컨 부품 제조업체인 두성산업에서 노동자 16명이 급성 간 중독에 걸렸고, 며칠 뒤 김해 자동차 부품업체인 대흥알앤티에서도 13명이 급성 중독에 걸렸다. 중독사고 발생 직후에는 여러 언론이 ‘중대재해법 첫 직업성 질병’이라며 주목했으나, 단발성 기사들이 대부분이었다. 심사위원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 사안을 기획보도로 확장해 기업의 화학물질 정보에 대한 비공개 문제, 업체와 고용노동부의 미흡한 후속 조치 등을 지적한 KNN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사진보도 부문에서는 누리호가 도약하는 순간을 담은 서울경제신문 사진부 오승현 기자의 <우주 독립의 날>이 선정되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사진 취재를 허가한 장소가 발사대에서 직선거리로 2km 떨어진 곳이었음을 감안하면, 이 사진이 주는 생생함과 감동은 더욱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