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제보, 단독취재)
여성의 제보 전화 한 통이 취재의 시작이었습니다.
원주의 한 유흥업소에서 업주에게 감금과 폭행, 협박에 가혹행위까지 당해 노예처럼 살다가 탈출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습니다.
전라도에서 만난 이 여성은 업주로부터 잦은 폭행을 당해 일명 ‘만두귀’가 됐다며 귀를 보여줬습니다.
양쪽 귀에 선명하게 새겨진 만두귀 상처를 보는 순간, 소름이 돋았습니다.
소설이 아닐까 생각했던 여성의 이야기가 모두 사실이란 직감이 들었습니다.
또 다른 피해 여성과도 연락이 닿았고, 두 여성의 입을 통해 충격적인 사실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여성들과 인터뷰 한 이후 실제로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뒤 보도를 기획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촬영 과정이 순탄치 만은 않았습니다.
해당 업소 문이 닫혀있고 이미 영업도 중단한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업소 문을 관리하는 관계자와 건물주까지 어렵게 찾아낸 뒤 만나 수 차례 설득한 끝에 내부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현장 확인을 통해 여성들이 감금됐던 흔적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 보도의 초점은 왜 여성들이 오랜 시간 감금 돼 있어야 했는지, 왜 어느 누구도 알아채지 못 했는지 밝혀내는 것이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감금, 폭행, 협박, 가혹행위까지..업주의 만행
원주의 한 유흥업소에서 여성 업주 2명이 여성 5명을 1년 넘게 감금하고 상습 폭행했습니다.
협박도 일삼았으며 몸에 뜨거운 물을 붓고, 쇠사슬과 개 목줄을 감아 방치하는 등 잔인한 가혹행위도 벌였습니다.
한 여성은 심각한 구타로 격투기 선수들처럼 귀에 지속적인 자극을 받아 생기는 질병인 이개혈종, 일명 ‘만두귀’가 됐을 정도입니다.
#인권 유린 심각
이번 사건 피해자들은 무엇보다 심각한 인권 유린을 당했습니다.
여성들이 감금 돼 있던 방은 2평 정도에 불과한 빛도 들어오지 않는 곳이었습니다.
업주는 여성들에게 하루에 밥 한 끼만을 제공했고, 그 마저도 먹다 남은 밥과 반찬을 줬습니다.
심지어 인분과 개똥을 먹게 하는가 하면, 방에는 CCTV를, 방 문에는 경보장치까지 달아 감시하며 감금했습니다.
여성들은 제대로 된 보수도 받지 못 했고, 휴대폰도 빼앗겨 사생활마저 박탈 당한 채 1년여를 버텼습니다.
#가스라이팅과 협박
경찰은 여성들이 업주로부터 심한 가스라이팅을 당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업주는 "거짓말 한다", "돈을 훔쳐갔다"고 몰아붙이며 여성들의 심리를 교묘하게 지배했습니다.
여성들의 성착취 영상을 촬영하고 가족에게 보내겠다며 협박해 탈출 의지를 무력화 시켰습니다.
여성들은 가족을 들먹이는 협박과 보복이 너무 두려워 탈출할 수 없었다고 취재진에게 털어놨습니다.
#인권 사각지대 점검 시스템 허술
원주시가 이번 사건이 발생한 시기, 유흥업소를 수 차례 방문해, 방역 수칙과 위생 점검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여성들의 피해 사실은 알아채지 못 했습니다.
지자체 유흥주점 점검이 현재 방역 수칙과 위생 점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도내 한 여성 단체도 사건 발생 시기 수 차례 해당 업소를 방문해 탈성매매를 위한 구호 활동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이 때도 피해 사실은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단체가 구호 활동을 나갔을 때 업주가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지 않는 이상 점검에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여성가족부가 3년에 한 번씩 실시하는 성매매 실태조사도 유흥업소 종사자 인원 파악과 면담이 어려워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런 이유로 여성가족부는 올해부터는 성매매 집결지나 유흥업소에 대한 실태조사는 중단한 상태여서 개선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용기낸 여성들..피해 증거 보내와
G1 방송 보도 이후 피해 여성들이 지난해 4월 업소에서 직접 촬영한 영상과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사건 발생 직후 증거로 남겨 놓기 위해 촬영한 자료였는데, 실상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여성들마다 멍자국과 화상 자국이 선명했고, 한 여성은 심한 가혹행위로 몸무게가 30㎏으로 빠져 뼈만 앙상한 모습이었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단독보도>
SBS와 저희 G1 방송의 보도가 나가기 10분전 쯤 노컷뉴스에서 인터넷 기사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노컷뉴스 기사에는 검찰로부터 들은 피해 사실만 일부 나열했을 뿐 피해자와 접촉해 인터뷰하거나 현장을 방문한 사실도 없고, 그 어떤 후속 보도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번 사건은 저희 취재진이 오랜 시간 준비한 끝에 기획한 단독 보도물이라는 것에 변함이 없다고 자부합니다.
<타 매체 반향>
G1 방송 보도 이후 유흥업소 여종원들에 대한 인권 문제가 사회적으로 크게 대두됐습니다.
또한 전국 방송사와 신문사, 통신사 등 수많은 언론사에서 저희 뉴스를 인용해 보도를 쏟아냈습니다.
G1 방송과 네트워크를 맺고 있는 SBS는 첫 보도부터 5일 연속 8시 뉴스를 통해 전국에 저희 뉴스를 있는 그대로 전했고, 수많은 댓글과 조회수를 기록하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타매체 반향 보도는 별도 첨부합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G1 뉴스 보도 이후 강원도와 원주시, 경찰, 여성 단체가 7월 중으로 원주 유흥업소 합동 점검을 벌여 불법 성매매와 종사자들의 인권 실태를 집중 조사하기로 했습니다.
춘천길잡이의 집을 비롯한 성매매피해자지원 단체와 여성, 시민 단체 등 100여 곳은 지난 5일 옛 원주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해자 엄벌과 정부 차원의 대책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또 춘천 길잡이의 집은 보도 이후 피해 여성들을 위한 심리 상담과 치료비 등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본 보도는 코로나19 시대 원주 유흥업소에서 발생한 참혹한 인권 유린 실태를 깊이 있게 취재해 대중에 알림으로써 우리 사회가 놓치고 있던 인권 사각지대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됐습니다.
본 보도를 통해 지자체의 현장 점검과 여성 단체의 구호 활동마저 허술하고 피해 예방에 한계가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했으며,
대안으로 여성가족부의 실효성 떨어지는 성매매 실태조사에 대한 개선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또 전국 여성 단체의 기자회견과 지자체, 경찰 등 유관 기관의 유흥업소 합동 점검과 단속을 이끌어 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취재, 보도 과정에서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준수했습니다.
보도 당사자의 반론 신청이나 언론중재위원회의 피신청 사항도 없었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82회 전체 총평
이달의 기자상은 모두 10개 부문에 총 71편이 출품됐으며 이 중 7개 부문에서 8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모두 16편이 출품된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CBS 사회부 정영철·김재완·이은지 기자, 정치부 김광일 기자의 <김승희 복지부 장관 후보자 렌터카 매입 등 정치자금 유용 의혹>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CBS는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관용차로 사용하던 렌터카를 정치자금으로 매입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정치자금의 사용 목적과 금액을 확인하며 꼼꼼하게 검토하고 문제점을 포착하여 정황을 드러낼 때까지 끈질기게 취재한 노력의 결과로 보이며, 후보자의 도덕성을 판단하는데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는 점에서 우수한 보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경제보도 부문은 10개 출품작 모두가 우수했기에 특히 심사에 어려움이 있었다. 열띤 논의 끝에 발굴 특종이라는 측면이 돋보인 시사저널 디지털취재본부 송응철 기자의 <‘황제노역’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 1400억원대 채권 횡령 의혹> 보도와 한국일보 경제부 이대혁·김정현·강유빈 기자의 <‘동학개미운동’ 존리 불법투자 조사>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시사저널은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은닉재산 조성을 둘러싼 의혹을 취재했다. 특히 부실채권을 차명회사에 헐값에 넘긴 뒤 이를 현금화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실체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취재력이 뛰어난 우수한 보도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일보는 ‘동학개미운동의 멘토’로 유명했던 금융인 존리 대표의 불법투자 의혹을 제기했다. 최초 보도 이후 들어온 익명의 짧은 제보를 바탕으로 얼개를 맞춰 팩트를 확인하고 추가 보도를 이어가 유명 금융인의 민낯을 드러내고 사의 표명이라는 결과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서는 11개의 출품작 중에서 한국일보 사회부 조소진·이정원 기자의 <비뚤어진 욕망, 아이비 캐슬>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한국 학생의 미국 우수대학 입시를 둘러싼 이른바 ‘스펙공동체’ 관련 보도는 여럿 있었지만, 그중 한국일보의 보도는 그야말로 발로 뛰는 보도였으며, 구체성이 돋보이는 보도였다. 입시 비리 논란이 불거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와 어바인, 제주와 송도의 국제학교, 압구정의 유학원과 미국 대입 컨설팅 학원을 한 달 동안 집중 취재해 미국에 진출한 ‘압구정식 사교육’의 실체를 보여줬다. 특히 유명 글로벌 입시 컨설팅 회사의 구체적 컨설팅 항목과 비용을 자세히 공개하는 등 보도 내용의 구체성 역시 돋보였다.
기획보도 방송 부문에서는 8개 출품작 중에서 뉴스타파 탐사1팀 임선응 기자, 영상취재팀 신영철 기자의 <‘무법지대’ 법원> 보도가 선정됐다.
뉴스타파는 전국 81개 법원과 법원 부속기관의 가구 구매 내역을 전수 조사하여 법원의 위법 및 탈법, 편법 행위를 고발했다. 작은 문제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일상적이며 구조적인 탈법 위법 행위에 천착한 문제의식이 돋보였다. 무엇보다 심사위원들은 취재의 치열성과 더불어 부적절한 관행을 집요한 취재로 밝혀내는 등 완성도 높은 보도물을 내놓았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6편이 출품된 지역 취재보도 부문에서는 포항MBC 보도부 박성아 기자, 영상미디어부 박주원 기자의 <포스코 성폭력 및 2차 피해>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포항MBC는 포스코 포항제철소 20대 직원이 직장 내 성폭력 피해를 당하고, 이전에도 계속 성희롱과 성추행에 시달렸으나 사측이 제대로 된 조치를 하지 않았음을 보도했다. 또한 최초 보도 이후에도 계속 이어진 2차 피해 방치 및 부적절한 대응에 대해서 집요한 취재를 이어 나갔다. 사안의 중요성과 보도 이후 파급력을 감안할 때, 포항MBC의 최초 보도의 가치는 매우 높으며, 이 사안이 묻히지 않게 함께 보도한 여러 언론사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총 8편이 출품된 지역 기획보도 방송 부문에서는 KNN 경남본부 김민욱·정기형·황보람·안명환·정창욱 기자의 <영업비밀에 가려진 화학물질 독성> 보도가 선정되었다. 지난 2월, 경남 창원 소재 에어컨 부품 제조업체인 두성산업에서 노동자 16명이 급성 간 중독에 걸렸고, 며칠 뒤 김해 자동차 부품업체인 대흥알앤티에서도 13명이 급성 중독에 걸렸다. 중독사고 발생 직후에는 여러 언론이 ‘중대재해법 첫 직업성 질병’이라며 주목했으나, 단발성 기사들이 대부분이었다. 심사위원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 사안을 기획보도로 확장해 기업의 화학물질 정보에 대한 비공개 문제, 업체와 고용노동부의 미흡한 후속 조치 등을 지적한 KNN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사진보도 부문에서는 누리호가 도약하는 순간을 담은 서울경제신문 사진부 오승현 기자의 <우주 독립의 날>이 선정되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사진 취재를 허가한 장소가 발사대에서 직선거리로 2km 떨어진 곳이었음을 감안하면, 이 사진이 주는 생생함과 감동은 더욱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