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O ), ② 단독기획( O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O ), ⑤ 기타( )
“이런 사기사건도 뉴스가 되나요?”… 한 시청자의 제보에서 취재는 시작됐습니다. 부동산 앱에 싸고 좋은 집이 매물로 나왔다기에, 하루 연차를 내고 지방에서 서울까지 올라왔는데, 정작 그 집은 이미 팔렸다며 구경조차 못 하고 엉뚱한 집으로만 끌려다녔다는 푸념이었습니다. 과거 제보서류를 훑어보니 이미 여러 차례 비슷한 제보가 들어와 있었습니다. 허나 그때마다 제보는 확인조차 하지 않고 ‘킬’ 됐던, 쉽게 말하자면 ‘얘기 안 되는’ 제보였습니다.
그렇게 이번 제보 또한 캐비닛에 넣어두려는 찰나, 과거 대여섯 개 제보에서 공통되는 내용이 눈에 띄었습니다. 부동산 앱 시장이 최근 급성장하다 보니 업체들 사이의 경쟁도 치열한 상황인데, 낚시성 매물에 당했다는 제보가 유난히 플랫폼 한 곳에만 집중된 겁니다.
과거 제보자들과 온라인상에서 발굴한 추가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수소문해보니, 이들은 경기 부천시 송내역 인근의 한 부동산에서 올린 매물을 보고 찾아갔다가 헛걸음을 했다는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해당 플랫폼에서 문제의 부동산 이름을 검색해보니, 파주와 포천은 물론 경기도 광주와 이천까지, 그야말로 수도권 전 지역의 매물을 중개하고 있었습니다. 공인중개사 사무소 주소지는 부천인데도 말입니다. 게다가 서울시내 역세권 빌라를 1억 원대에 판매한다는 둥, 부동산 시세를 알고 보면 도무지 정상적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매물이 적지 않았습니다.
있지도 않은 집을 올려놓고 일단 연락이 오게 만든 뒤, 어떻게든 자신들이 팔고 싶은 매물을 대신 팔아치우는 행위, 요컨대 ‘허위매물’ 사기가 강하게 의심됐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① [바로간다] '싼 집' 믿고 가면?‥기자가 당한 '부동산 앱 낚시' https://youtu.be/e9Y-S1NuhkU
② [바로간다] 업자들이 '예쁜 집' 검색하는 이유‥낚시꾼들 실체는? https://youtu.be/bh4mU-La-Qc
③ [바로간다] "대본대로 세뇌" 드러난 영업비밀‥'부동산 낚시' 대가는? https://youtu.be/aq5jjdJmuig
④ '허위매물' 판치는 부동산 앱‥플랫폼 책임은? https://youtu.be/4yO360sJxIc
⑤ [출연] '리베이트' 노리는 고객 낚시‥안 당하려면 https://youtu.be/x82txjK105U
⑥ [뉴스.zip] "예쁘고 싼 집 팔아요"‥'이 멘트' 나오면 미끼 매물? https://youtu.be/vPiOOE8vn-g
⑦ [친절한 기자들] 싼집 믿었다간 '미끼 매물'에 당한다‥피하는 법은? https://youtu.be/Cgst2krrghM
빙빙 돌아갈 게 아니라 곧장 검증해보기로 했습니다. 문제의 부동산에 직접 전화를 걸었습니다. 부동산 앱에 올려놓은 서울 가산동 매물을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잔뜩 긴장하고 전화를 했는데, 오히려 상대방이 너무 능청스럽게 받아 황당했습니다. 업자를 만났습니다. 업자는 앱에 올렸던 그 매물은 입주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래도 입주하겠다고 버티니, 이번에는 “집주인이 변심해 매물을 거둬들였다”고 변명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 업자는 취재진을 차에 태우고 경기도 부천을 거쳐 인천 부평까지 향했습니다. 서너 시간째 업자의 현란한 언변을 들으며 끌려다니던 중, 업자가 경계심이 풀렸는지 “사실은 허위 매물”임을 실토했습니다. “이 바닥은 다들 이렇게 영업한다”고 큰소리치던 업자는 “나는 정직한 편이고 다른 직원들은 ‘융자금은 별도’라는 말을 조그맣게 써 놓기도 한다”며 새로운 수법까지 말해줬습니다.
정말 그런지를 또다시 검증하기 위해, 이번에는 서울 북가좌동의 매물을 보고 싶다고 연락해 다른 업자를 만났습니다. 취재팀은 당초 검증에 성공할 때까지 계속해서 업자들과 약속을 잡을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허무하게도 이 업자는 앞선 업자가 알려줬던 그 수법을 그대로 활용하고 있었습니다. 부동산 앱 시장에 허위매물이 얼마나 판치는지, 이 업자들이 얼마나 손쉽고 당당하게 무주택자들을 속이는 것인지를 여실히 목도하는 순간이었습니다.
해명을 듣기 위해 취재 사실을 알리면 허위매물 업자들이 증거를 인멸할 것에 대비해, 이들이 올려놓은 매물 250여 개의 화면을 일일이 채증했고, 매물의 주소와 면적, 가격 정보를 전부 크롤링해 데이터로 정리했습니다. 또 국토부 실거래가 등록시스템에서 해당 매물의 실제 시세를 일일이 확인해 이들이 올려놓은 가격과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허위매물 업자들은 시세보다 평균 8천845만 원(26%) 저렴한 가격으로 부동산 앱에 매물을 올려 시민들을 유혹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시세보다 2억 원 이상 저렴하게 올린 ‘미끼 매물’도 10곳 중 1곳에 달했습니다.
취재 내용을 토대로 문제의 부동산을 찾아가 해명을 들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부동산을 찾아내는 것부터가 또 다른 추적 취재의 시작이었습니다. 부동산 앱에 올려놓은 주소지에는 엉뚱한 인터넷 쇼핑몰이 입점해 있었습니다. 국세청에 공인중개사 이름으로 검색해서 찾아가 봐도 부동산이 아니라 주거용 오피스텔이 나왔습니다. 점심때 시작한 취재가 어느덧 저녁이 되고, 온 동네를 수소문하며 이들의 행방을 쫓던 찰나, 취재진을 끌고 다녔던 바로 그 벤츠 차량이 눈앞을 지나갔습니다. 벤츠에서 내린 업자가 들어간 곳은 공인중개사 사무소가 아니라, ‘건설주택’이라는 간판이 붙은 부동산 컨설팅 업체였습니다. 애초에 공인중개사 자격도 없으면서, 무허가 업자들이 부동산 명의만 빌려 허위매물 장사를 하고 있었던 겁니다.
취재진은 단순히 허위매물 생태계의 윤곽을 확인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업계 내부의 자세한 사정을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또 이들이 왜 허위매물을 정성껏 올려가면서까지 특정 빌라로 고객들을 유인하려 하는 것인지도 속 시원하게 밝혀보기로 했습니다. 이 작업을 위해 과거 허위매물 업자들에게 속아 넘어갔던 고객들을 수소문해 허위매물 업자들의 연락처 여러 개를 확보했습니다. 이들 중 누군가는 진실을 밝히는 작업을 도와줄지도 모른다는 다소 무모한 희망을 붙잡고, 취재 의도와 내용을 명확하게 밝히면서 이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했습니다. 그 결과 사기행각에 가담했던 업자 가운데 총 3명이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며 내부 사정을 설명해줬고, 이 가운데 2명은 신변보호를 전제로 방송 인터뷰 활용에 동의해 줬습니다.
이들을 통해 입수한 업체 내부 교육자료는 충격적이다 못해 경이로웠습니다. 고객과의 가상 대화 형식으로 구성된 수십 장의 시나리오는 물론이고, 개별 고객의 성향까지 분석해 일부러 고압적으로 대하라거나 저자세를 취하라는 등 이들은 치밀하고 정교했습니다. 10시간이 넘는 취재 영상을 분석해 업자들이 이 교육자료를 실제로 현장에서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취재진은 또, 부동산 업계 관계자의 도움을 받아 업자들이 쓰는 내부 전산망을 취재했습니다. 업자들이 건축주에게서 받는 ‘리베이트’가 그들만의 암호로 적혀있었습니다. 취재진이 끌려다녔던 동선을 이 전산망에 입력해보니, 업자들은 리베이트가 적은 곳(1천만 원 이하)에서 시작해 점차 많은 곳(3천만 원 이상)으로 고객을 유도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취재진은 업자들의 사기행각을 지적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를 철저히 관리해야 하는 부동산 플랫폼 업체가 허위매물 신고를 받고도 묵살하는 등, 문제를 알았음에도 방기했다는 점을 추가 취재해 보도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5. 사회에 끼친 영향
보도 직후 국토교통부는 부동산 허위매물 실태를 점검하고 정식 기획조사도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원희룡 국토장관은 “신축빌라를 대상으로 허위매물을 부동산 앱이나 포털사이트에 올리는 업자들에 대해 경찰과 협력해 집중적인 수사와 단속을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유튜브 조회수만 1백만 회를 넘긴 이번 추적보도에 시청자들은 호응했습니다. 칭찬 민원과 함께 허위매물 업계 내부자의 추가 제보가 십여 건 들어와, 현재 관련 취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레거시 미디어의 시청층이 급격히 얇아지는 가운데, 유튜브에서도 휘발성 높은 아이템들이 분절적으로 소비되면서 ‘발굴’ 기사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공영방송사는 사회적 약자의 삶과 밀접한 아이템을 긴 호흡으로 발굴해야 할 공적인 책무가 있습니다.
MBC는 사회팀 막내급 기자 3명으로 구성된 ‘허위매물 추적팀’이 이른바 ‘낚시성 매물’에 당했다는 시청자들의 제보를 양질의 기획으로 발전시킨 대목을 높게 평가해, 총 5일에 걸쳐 매일 7분씩 뉴스 시간을 할애해 리포트를 편성했습니다. 특히 기자들이 몇날 며칠을 부동산 업자들에게 끌려다니며 직접 이들의 영업 사기를 실증하고, 내부 영업비밀 및 교육자료를 입수해 고발했으며, 수백 개의 허위매물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한편 건축주와 부동산업자 간 리베이트 구조까지 드러내는 등 갈수록 진화하는 ‘허위매물’ 문제의 자초지종을 충실히 파헤쳤다고 자체 평가했습니다. 또 20~30대 디지털 시청자들에게 소구하는 다양한 제작 기법을 활용하면서도 끈질긴 반론 청취와 절제된 화면 편집 등 취재윤리에도 충실했다고 평가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취재팀은 허위매물 업계 전현직 관계자를 설득해 자백을 끌어낸 것은 물론 업체 내부 자료를 입수해 보도했으며, 장시간 추적과 뻗치기를 통해 해명 기회를 제공하는 등 반론 반영에도 충실했습니다. 관련하여 언론중재위원회 등 피신청사항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82회 전체 총평
이달의 기자상은 모두 10개 부문에 총 71편이 출품됐으며 이 중 7개 부문에서 8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모두 16편이 출품된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CBS 사회부 정영철·김재완·이은지 기자, 정치부 김광일 기자의 <김승희 복지부 장관 후보자 렌터카 매입 등 정치자금 유용 의혹>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CBS는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관용차로 사용하던 렌터카를 정치자금으로 매입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정치자금의 사용 목적과 금액을 확인하며 꼼꼼하게 검토하고 문제점을 포착하여 정황을 드러낼 때까지 끈질기게 취재한 노력의 결과로 보이며, 후보자의 도덕성을 판단하는데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는 점에서 우수한 보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경제보도 부문은 10개 출품작 모두가 우수했기에 특히 심사에 어려움이 있었다. 열띤 논의 끝에 발굴 특종이라는 측면이 돋보인 시사저널 디지털취재본부 송응철 기자의 <‘황제노역’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 1400억원대 채권 횡령 의혹> 보도와 한국일보 경제부 이대혁·김정현·강유빈 기자의 <‘동학개미운동’ 존리 불법투자 조사>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시사저널은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은닉재산 조성을 둘러싼 의혹을 취재했다. 특히 부실채권을 차명회사에 헐값에 넘긴 뒤 이를 현금화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실체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취재력이 뛰어난 우수한 보도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일보는 ‘동학개미운동의 멘토’로 유명했던 금융인 존리 대표의 불법투자 의혹을 제기했다. 최초 보도 이후 들어온 익명의 짧은 제보를 바탕으로 얼개를 맞춰 팩트를 확인하고 추가 보도를 이어가 유명 금융인의 민낯을 드러내고 사의 표명이라는 결과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서는 11개의 출품작 중에서 한국일보 사회부 조소진·이정원 기자의 <비뚤어진 욕망, 아이비 캐슬>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한국 학생의 미국 우수대학 입시를 둘러싼 이른바 ‘스펙공동체’ 관련 보도는 여럿 있었지만, 그중 한국일보의 보도는 그야말로 발로 뛰는 보도였으며, 구체성이 돋보이는 보도였다. 입시 비리 논란이 불거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와 어바인, 제주와 송도의 국제학교, 압구정의 유학원과 미국 대입 컨설팅 학원을 한 달 동안 집중 취재해 미국에 진출한 ‘압구정식 사교육’의 실체를 보여줬다. 특히 유명 글로벌 입시 컨설팅 회사의 구체적 컨설팅 항목과 비용을 자세히 공개하는 등 보도 내용의 구체성 역시 돋보였다.
기획보도 방송 부문에서는 8개 출품작 중에서 뉴스타파 탐사1팀 임선응 기자, 영상취재팀 신영철 기자의 <‘무법지대’ 법원> 보도가 선정됐다.
뉴스타파는 전국 81개 법원과 법원 부속기관의 가구 구매 내역을 전수 조사하여 법원의 위법 및 탈법, 편법 행위를 고발했다. 작은 문제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일상적이며 구조적인 탈법 위법 행위에 천착한 문제의식이 돋보였다. 무엇보다 심사위원들은 취재의 치열성과 더불어 부적절한 관행을 집요한 취재로 밝혀내는 등 완성도 높은 보도물을 내놓았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6편이 출품된 지역 취재보도 부문에서는 포항MBC 보도부 박성아 기자, 영상미디어부 박주원 기자의 <포스코 성폭력 및 2차 피해>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포항MBC는 포스코 포항제철소 20대 직원이 직장 내 성폭력 피해를 당하고, 이전에도 계속 성희롱과 성추행에 시달렸으나 사측이 제대로 된 조치를 하지 않았음을 보도했다. 또한 최초 보도 이후에도 계속 이어진 2차 피해 방치 및 부적절한 대응에 대해서 집요한 취재를 이어 나갔다. 사안의 중요성과 보도 이후 파급력을 감안할 때, 포항MBC의 최초 보도의 가치는 매우 높으며, 이 사안이 묻히지 않게 함께 보도한 여러 언론사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총 8편이 출품된 지역 기획보도 방송 부문에서는 KNN 경남본부 김민욱·정기형·황보람·안명환·정창욱 기자의 <영업비밀에 가려진 화학물질 독성> 보도가 선정되었다. 지난 2월, 경남 창원 소재 에어컨 부품 제조업체인 두성산업에서 노동자 16명이 급성 간 중독에 걸렸고, 며칠 뒤 김해 자동차 부품업체인 대흥알앤티에서도 13명이 급성 중독에 걸렸다. 중독사고 발생 직후에는 여러 언론이 ‘중대재해법 첫 직업성 질병’이라며 주목했으나, 단발성 기사들이 대부분이었다. 심사위원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 사안을 기획보도로 확장해 기업의 화학물질 정보에 대한 비공개 문제, 업체와 고용노동부의 미흡한 후속 조치 등을 지적한 KNN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사진보도 부문에서는 누리호가 도약하는 순간을 담은 서울경제신문 사진부 오승현 기자의 <우주 독립의 날>이 선정되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사진 취재를 허가한 장소가 발사대에서 직선거리로 2km 떨어진 곳이었음을 감안하면, 이 사진이 주는 생생함과 감동은 더욱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