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요즘 친구들 다 그렇게, 그 정도는 해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자녀와 일가의 스펙공동체 의혹을 취재하던 중 가장 많이 들었던 말입니다. 한 장관 측 관계자부터 입시학원 강사, 학부모까지 모두 이런 말을 했습니다. 청문회가 끝난 뒤에도 그 말이 맴돌았습니다. 대학 입시를 위해 이렇게 스펙을 쌓는 게 만연해있다는 걸까, 무엇을 어느 정도로 한다는 걸까, ‘요즘 친구들’은 누구를 지칭하는 걸까.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국제학교부터 살폈습니다. 국제학교 학생들 사이에서 돈으로 편법 스펙을 사고, 스펙 공동체를 꾸리는 것이 흔한 일인지 확인하기 위해 인천 송도와 제주 국제도시를 찾았습니다. 충격적이게도 과제뿐 아니라 논문을 돈 주고 사는 일은 이미 만연해 있었습니다. 자녀를 아이비리그에 보내기 위해 돈과 지위로 뭐든지 해결해버리는 ‘압구정식 사교육’이 제주에 이미 퍼진 것은 물론 미국 현지까지 진출해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한국일보는 입시 비리 논란이 불거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와 ‘미국 사교육 1번지’로 꼽히는 어바인, 국제학교가 모여 있는 제주도와 인천 송도, 유학원과 미국 대입 컨설팅 학원이 몰려 있는 서울 압구정동을 한 달 동안 집중 취재했습니다. 한 장관 일가를 둘러싼 무성한 의혹의 실체를 확인하고, 미국에 진출한 ‘압구정식 사교육’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그 결과, 수면 아래 있던 해외 대학 입시용 ‘편법 스펙 쌓기’ 실태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해외 명문대 타이틀은 부와 특권의 대물림이 이뤄지는 ‘그들만의 리그’였습니다. 여기에 동원되는 각종 컨설팅은 ‘스카이 캐슬’을 넘어 ‘아이비 캐슬’이라 불릴 만했습니다. 불법 여부와 관계없이 입시용 스펙을 쌓고야 말겠다는, 비뚤어진 욕망이 투영된 해외 대학입시 준비 실태는 한국 사회의 씁쓸한 자화상이었습니다. 누군가는 아무 죄책감 없이 돈 주고 표절 투성이 논문을 사며 허위 스펙을 쌓는 동안, 다른 이들은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아 좌절하고 있었습니다. 쉽게 바뀌기 어렵더라도 공론화가 필요한 문제였습니다. 한국일보가 5월부터 꾸준히 보도했던 이유입니다.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비뚤어진 욕망 ‘아이비 캐슬’
<1> 미국 상륙한 ‘한국식’ 사교육 (6월 23일자 1·4·5면)
▦ 2억이면 아이비리그 스펙 완벽 설계 'VVIP 컨설팅'
▦ "2년치 인생 통째 설계"... 도피 유학생들 학력 세탁법
▦ "스펙 속이고 학교 쑥대밭으로" 교포사회 '미운털' 유학생들
‘학생 이름과 몸만 있으면 된다’는 말은 사실이었습니다. 수업 설계, 진로 선택, 학교 과제 첨삭, 봉사활동 코치, 원서 작성 및 지원, F1(미국 학생 비자) 신청, 기숙사 및 장학금 신청까지. 생활 곳곳에 입시 컨설팅 회사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었습니다. 관리 항목만 50여개. '설계(Planning)'만 해줘야 했지만, 실상은 ‘다 해주는’ 수준이었습니다.
한국일보는 유명 글로벌 입시 컨설팅 회사의 견적서를 단독 입수해 보도했습니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컨설팅 회사의 구체적 컨설팅 항목과 비용이 자세히 공개되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온라인에 가격표 공개) 이 회사의 VVIP 컨설팅은 4년 간 전(前) 아이비리그 입학사정관의 특별 컨설팅이 이뤄지며, 고교 4년간 대회준비 5개, 리서치 페이퍼 2개, 유료 인턴십 1개를 해준다고 했습니다. 컨설팅 가격은 최소 1억 4,000만 원(세금 미포함)에서 시작했습니다. SAT 시험 준비, 토플 준비 등 별도 강의료가 들어가는 수업을 포함하면 어림잡아 2억 원이 들었습니다.
VVIP 컨설팅을 받는 학생들만을 준비시켜주는 유명 대회가 있다는 점도 드러냈습니다. 대회에서 ‘상을 받을 때까지’ 컨설팅해준다는 게 계약 조건이었습니다. 사실상 돈을 내면, 유명 대회 수상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뜻이었습니다. 아무 것도 모른 채 도전하는 학생들은 상을 받기 어려운 구조인 셈입니다. 심지어 컨설팅 받는 학생들의 수상 실적을 만들기 위한 ‘가짜’대회도 존재했습니다. 이렇듯 이들의 ‘스펙 쌓기’는 불법과 편법을 넘나들고 있었습니다.
도대체 누가 이 비싼 컨설팅을 받고 있을까. 놀랍게도 한국인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심지어 해외에 본사를 둔 입시 컨설팅 회사들은 ‘한국 특화’ 서비스를 운영 중이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미국에 있으면서 이 회사의 한국지부로 역선택을 하는 학부모들도 많았습니다. 1:1 밀착 관리가 가능하고, 논문 작성을 위해 마련된 국내 교수진 라인업 등 특별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였습니다. 컨설팅 회사 관계자는 “비밀유지 서약을 해 실명을 거론할 수는 없지만, 장관, 국회의원, 대학교수, 국회의원, 검사장, 은행장, 대기업 임원 자녀들이 다수”라며 “이름만 대면 다 아는 분들 자녀들은 이미 다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상류층 학부모들은 아이비리그 입학을 ‘돈을 넣은 만큼 돈을 낳는 것’이라고 부릅니다. 미국 대학 입시는 돈만 뒷받침된다면 얼마든지 부모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고, 미국 명문대 졸업장은 한국에서 높은 사회적 지위를 얻을 수 있는 발판이 되기 때문입니다. 국내 대학 입시에서 부모의 경제력과 인적 네트워크, 이른바 ‘부모 찬스’를 사용해 쌓은 스펙을 활용할 수 있는 통로가 막히자, 이들은 외부로 시선을 돌려 해외대학 입시를 자신들의 학벌과 사회적 지위를 세습하기 위한 ‘그들만의 리그’로 만들고 있던 것입니다.
한국일보는 허위 스펙을 사는 일이 ‘한국식 사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도 상륙했다는 점을 포착했습니다. ‘사교육 1번지’로 불리는 어바인에는 미국에서 유일하게 학원 단지가 형성돼있는데, 90% 이상이 한국 학원입니다. 이곳에선 학원을 매개로 부정한 방법으로 스펙을 쌓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한국 학원 문을 두드렸지만 돌아온 답은 “수업뿐 아니라 대외활동(EC)을 함께 하고 있어, 신분이 보장된 사람이 아니면 수강이 곤란하다”는 말이었습니다. 근처 중국계 학원에 논문 대필을 의뢰하자 "한국 학원이 잘 해줄 텐데 왜 여기로 왔냐"며 착수금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식 사교육을 통해 ‘도피 유학생’들의 삶이 어떻게 설계되는지 미국 현지에서 구체적으로 확인했습니다. 어바인 지역에서 한인 도피 유학 편입생 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학원 관계자를 어렵게 설득했고, 내부자 폭로를 담아냈습니다. 학원 자료를 통해 확인한 컨설팅 프로그램은 커뮤니티 칼리지(CC) 선택에서 그치지 않고 시간표, 학점 관리, 허위 스펙, 에세이 대필 등에 이르기까지 2년간의 인생을 거의 통으로 설계 받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었습니다. CC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대학 간판 욕심’이 커질수록, 정작 학생들의 주체성은 더욱 갉아 먹는 모순된 구조였습니다.
부유층 유학생들을 향한 미국 한인 교포사회의 괴리감도 조명했습니다. 현지에서 만난 교포 사회 학부모들은 같은 한인이지만 유학생들에게 뿌리 깊은 박탈감과 이질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이는 유학 문화가 비교적 보편화되기 시작한 2000년대 중후반부터 누적된 앙금이었습니다. 오랜 시간 유학생 현지 관리를 맡아온 업계 전문가들과 학부모들의 증언을 토대로 잘못된 유학 문화가 미주 한인 사회의 갈등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2> 쿠퍼티노서 벌어진 '입시 비리'(6월 24일자 4·5면)
▦ 한동훈 처형의 '압구정식 컨설팅'이 낳은 쿠퍼티노 입시비리 스캔들
▦ 졸업식 빠진 한동훈 처조카... 관할 교육청 "스펙 의혹 조사 못해"
▦ 미주맘 "한동훈 딸 논문, 대필 가능성 커... 끝까지 파헤칠 것"
▦ 셰리 왕 원장 "한동훈 처형에 쿠퍼티노 학원 주소 도용 당해"
실리콘밸리 인근 쿠퍼티노 지역을 찾아, 이곳에서 벌어진 입시비리의 실체를 취재했습니다. 이 사건은 미국에 상륙한 ‘한국식 사교육’의 단면을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처형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던 ‘스펙 공동체’와 관련한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학부모와 학생뿐 아니라 해당 지역 교육청, 고등학교 진학 담당 교사, 지역에서 오래 일했던 입시 컨설턴트 등을 접촉했습니다. 그에게 주소를 도용당했던 학원과 ‘스펙 공동체’의 온상이 된 실리콘밸리 한글학교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조카들이 다녔던 고등학교 졸업식도 찾아갔습니다.
한국일보 탐사팀은 한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처음으로 ‘스펙 공동체’를 도식화해 보도했고, 이후 이 스펙 공동체를 계속해서 추적했습니다. 그러나 스펙 공동체 당사자를 만나 인터뷰하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한 장관 처형 진모(49)씨가 제안한 내용이 사람마다 달라, 그가 벌인 일의 전모를 그리는 일도 녹록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관계자들을 어렵게 설득해 조각조각 정보를 얻었고, 이 내용들을 크로스 체크하고 증거를 확보한 뒤 ‘스펙 공동체의 공범이자 피해자’라는 관점에서 균형감 있게 보도하려 했습니다.
현지에서 ‘미주맘’ 단체 관계자를 인터뷰해 한동훈 장관 자녀가 쓴 글과 관련해 제기된 의혹들을 처음으로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청문회 당시에는 IEEE에 게재된 학술지를 위주로 의혹이 제기됐는데, 미주맘은 자녀가 쓴 모든 글을 분석해 미국식 영어와 영국식 영어가 혼재하며, 글들의 문법 수준이 판이하고, 참고문헌 인용이 허위라는 점을 찾는 등 활동을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3> 지금 압구정에선 무슨 일이(6월 27일자 8면)
▦ 압구정의 은밀한 거래 "SAT 고득점 2000만원" "美 의대 족보도 구해줘"
▦ 美 명문대 제적 당한 '리터니'... "한국 학벌주의의 비극"
‘아이비 캐슬’의 문제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 ‘폐쇄성’에 있었습니다. 대학 입시 컨설팅은 철저히 비공개로, 그것도 음지나 다름없는 조건에서 이뤄집니다. 때문에 확보할 수 있는 데이터가 사실상 없었습니다. 학생 개개인의 상황에 맞춘 ‘맞춤형’ 컨설팅을 이유로 가격 또한 천차만별이었습니다. 첫 상담조차 시간당 20만 원을 내야 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한국일보는 미국 현지에서 접촉한 유학생 동의를 얻어 실제 그 학생 상황에 맞게 상담을 진행했습니다. 이 유학생은 “돈만 있으면 방학 때 한국 들어가서 ‘무장’하고 싶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주변 친구들이 받는 컨설팅 정보를 알음알음 구하며 홀로 입시를 준비하고 있던 학생이었습니다.
아직 계약서를 작성하기도 전, 1시간 남짓한 상담에서 드러난 압구정의 사교육 실태는 충격적이었습니다. 학원들은 후불제로 2,000만 원을 내면 미국 대학입학 자격시험(SAT) 고득점을 ‘만들어줄테니’ 한국에서 시험을 보라고 했고, 1,000만 원이면 공신력 있는 청소년 리더십 단체 한국본부가 주최하는 대회의 장관상도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800만~1,000만 원이면 브로커를 통해 논문 작성도 가능한 게 현실이었습니다. 미국 대학 학부 기출문제뿐 아니라 대학원 교수의 성향까지 파악해 학점을 대비해주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이를 막을 수 있는 정부 단속은 한계가 뚜렷했습니다. 2019년 교육부·경찰청·국세청은 전국 입시 컨설팅 학원 258곳을 전수조사하며 입시 관련 위법행위가 적발되면 퇴출시키는 '원스트라이크아웃제'을 선언했지만, 학원들은 이를 비웃듯 버젓이 불법·편법 컨설팅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SAT 시험문제 유출로 실형을 선고받은 강사가 나왔지만, 압구정에선 ‘운이 안 좋아 걸린 것’으로 치부했습니다.
급조된 스펙으로 명문대에 합격했다 한들 그 유학 생활이 순탄할 리 없습니다, ‘예고된 비극’인 셈입니다. 한인 유학생들의 중도탈락 비율은 다른 국가 출신 유학생들보다 유독 높은 편이었습니다. 더욱 충격적인 건 제적 후 정신적 압박을 호소하는 자녀에게마저 ‘유학 성공이 우선’이라며 귀국을 막는 부모들의 욕심이었습니다. 이에 한국일보는 이른바 ‘리터니 문제’를 오랜 시간 지켜봐온 전문가들을 찾았습니다. 전문가들은 “대학 간판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부디 자녀 인생을 망치지 말라”며 거듭 안타까워했습니다.
<4> '흙수저' 유학생의 한탄과 분노(6월 28일자 6면)
▦ "부모 원망해야 하나" 한동훈 처조카 논란에... 흙수저 유학생들의 한탄
▦ '미국의 대치동' 쿠퍼티노 교육자 부부 "논문 표절 학생, 입학 취소해야"
더 넓은 세상을 누비겠다는 일념으로 어려운 유학길에 오른 학생들에게 ‘아이비 캐슬’은 단순한 불공정 이슈를 넘어 스스로의 존재를 의심케 하는 키워드였습니다. 특히 비싼 4년제 대학 학비를 감당할 수 없어 CC 입학을 택한 유학생, 석박사 과정을 준비하며 누구보다 학계 논문 작성의 무거움을 체감해온 유학생들이 느낀 박탈감은 너무나 깊었습니다. 한국일보가 미국에서 만난 이들의 목소리를 담아야겠다고 생각한 이유입니다. 정직하게 노력하는 이들 앞에선 ‘유학은 어차피 부자들끼리의 일’이라거나 ‘논문이 아직 입시에 사용되지 않아 도덕적 문제도 없다’는 등의 논리가 무색해졌습니다.
국내에서 이슈가 사그라들고 있었지만, 미국 현지 교육자들의 입장은 오히려 단호했습니다. 한국일보는 덴버대 전 입학처장을 비롯해 다수의 현지 교육 전문가들에게 한국식 사교육의 폐단과 대학이 내릴 수 있는 올바른 조치에 대해 의견을 구했습니다. 이들은 하나같이 논문 표절은 심각한 학문적 범죄이며, 그 행위만으로도 대학에선 입학 취소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일보 탐사팀은 ‘비뚤어지 욕망, 아이비 캐슬’ 기획 이전에도 보도를 지속해왔습니다.
<본보 선행 보도>
◆국제학교의 ‘수상한 스펙’ (5월 16, 17일자 1·4·5면)
▦ 국제학교 드리운 '스펙' 상술... "부실·급조 알아도 혹해“
▦ "불법이지만 대입이 우선"… 논문 대필 사교육 판치는 국제학교
▦ 99% 표절까지… 고교생이 쓴 논문 72편 부실 학술지에 실렸다
▦ "자녀 등록비 안 받을테니..." 입시업체, 교수 학부모에 '은밀한 제안’
한국일보는 해외 대학 입시용 ‘편법 스펙 쌓기’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국제학교가 모여 있는 제주 국제도시와 인천 송도를 찾았습니다. 국제학교 인근에서 만난 학부모들은 ”이번 논란을 보자마자 논문은 A학원 수상실적은 B학원에서 했겠구나 싶었다“며 학원 이름들을 읊었습니다. 한국일보는 이 학원들을 찾아갔고, 직접 논문 대필 컨설턴트에게 에세이 작성을 의뢰해보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한 장에 50~100달러를 내면 IEEE 학회에 실을 수 있는 논문을 만들어준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나아가 국제학교 인근에는 해외 대학 입시를 위해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하는 비정상적인 사교육이 판치고 있다는 점을 다뤘습니다.
◆5월 24일자 8면
▦ "이게 한동훈식 공정인가" ‘연습용 논문 문제 없다’ 인식에 잇단 질타
▦ 한동훈 조카들이 베낀 논문 원저자 美 교수 "표절 넘어 연구 조작 의심“
▦ "한국식이냐 조롱까지" 한동훈 조카 논문 표절 의혹에 美 한인 사회 '발칵'
취재 도중, 한동훈 법무부 장관 처조카들이 썼던 논문 7건 중 4건이 표절 논란으로 학술지에서 철회됐습니다. 한 장관 자녀 역시 이 표절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았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이라 아직 입시에 지원하지 않았더라도, 함께 '약탈적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했고, 이 논문들은 단어와 문장 구조만 바꾼 '교활한 표절(Sneaky Plagiarism)'이란 지적을 받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일보는 학계 전반을 취재해 이번 논란의 핵심이 표절과 대필 자체보다는 그에 대한 몰인식과 무감각이란 점을 짚었고, 논문 표절 피해 당사자인 이상원 뉴멕시코주립대 교수를 최초로 인터뷰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취재 중 만났던 유학생과 학부모들은 모두 익명 처리했습니다. 아직 입시과정 중인 학생들이 많아 불이익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입시 컨설팅 회사와 비밀유지 서명을 한 학부모들 역시 익명 처리했습니다. 내부 폭로를 한 컨설팅 회사 종사자도 취재원 보호를 위해 익명 처리했습니다. 기사에 증거를 제시하는 등 취재과정을 모두 투명하게 공개하려 노력했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자녀의 스펙 논란이 불거진 5월부터 다수 언론들이 관련 보도에 나섰습니다. 이른바 ‘스펙 공동체’의 중심으로 지목된 한 장관 처조카들에 대해서도 뉴스타파, MBC, 한겨레 등의 집중 취재가 이어졌습니다. 한국일보뿐 아니라 많은 언론들이 다양한 관점으로 이 사안을 다뤘습니다.
한국일보는 상류층 자녀들의 해외대학 입시 준비 실태를 ‘한국식 사교육의 확장’으로 규정하고 접근했습니다. 5월부터 보도한 1)국제학교 일대 2)학계 3)미국 현지 4)압구정으로 이어진 보도는 이러한 주제의식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언론계에서도 이번 기획의 완성도를 호평했고,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은 “미국 현지와 국내 상황을 연결해 매우 꼼꼼하게 취재가 된 시리즈”라며 한국일보 기획을 특정해 소개했습니다. 이외 다수의 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섭외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한동훈 장관 처조카들에게 표절 피해를 당했다고 밝힌 미국 대학 교수는 본보 인터뷰 이후 여러 차례 언론 인터뷰에 응했지만, ‘표절을 넘어선 데이터 조작’ 문제를 구체적으로 내세운 한국일보 인터뷰를 가장 상세한 보도로 꼽아 공유했습니다. 뉴스타파도 ‘스펙 공동체’ 학생들이 남긴 논문을 집중적으로 분석하며, 단순 표절을 넘어선 데이터 조작 문제를 심각한 학문적 부정행위로 보고 이에 초점을 맞춘 보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돈으로 편법 스펙 쌓아 명문대에 직행하는’ 문제는 단번에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수면위로 드러나지 않는 편이고, 법적 해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끊겨 학벌이 하나의 계급이 되어버린, 근본적 문제와 맞닿아 있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렇게 해외대학을 졸업한 이들이 한국사회에 돌아와 손쉽게 더 높은 자리에 취직하고, 부와 권력을 재생산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본보 기획 이후 많은 독자들은 “평범하고 성실한 아이들의 기회를 가로채는, 국제학교의 명문대 직행 카르텔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달라” “계란으로 바위치기일지라도 경각심을 가질 수 있게 도와달라”는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미주 한인사회 교민들과 유학 교육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기점으로 20년 넘게 논의 대상이기만 했던 ‘재외동포청 신설’ 문제를 재환기 시켜야한다고 했습니다. 해외 대학 입시와 관련된 유학생 문제를 국내에서 관리하기엔 원천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재외동포청의 역할에 이같은 교육 문제를 핵심적으로 포함시켜야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특히 교민들은 오랫동안 누적된 교포들과 유학생들 사이 괴리감 역시 현지 기관 주도로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한국일보 보도 후 재외동포연구원장과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 재외동포청 신설논의에 적극적이었던 관계자들이 관심을 보내왔습니다. 국회에서 여러 차례 관련 세미나를 열었던 임채완 재외동포연구원장은 “그간 동포청 신설 논의는 교포 사회 내 문제에 머물러 있었지만, 미주 한인 사회의 실질적인 요청에 따라 이를 유학생 등 교육 영역으로까지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고 전했고, 정 전 총리는 “유학생 문제를 동포청 논의에 포함시키는 데에 지금이 가장 적기”라며 꾸준한 관심과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준수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보도 당사자의 반론 신청이나 언론중재위원회 피신청 사항이 없습니다.
취재후기
(382회)비뚤어진 욕망, 아이비 캐슬 / 한국일보
비뚤어진 욕망, 아이비 캐슬
한국일보 이정원 기자
“한국식으로 매일 책상 앞에서 달달 외우게 하느니, 논문 쓰고 외부 활동 시키는 게 훨씬 창의적인 교육 아닌가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자녀와 처조카들의 ‘스펙’ 논란이 처음 불거진 5월. 한 장관 자녀가 재학 중인 인천 송도의 국제학교를 찾았습니다. 교문 앞에서 만난 학부모는 “대체 뭐가 문제냐”며 기자를 당황케 했습니다. 의혹투성이인 각종 논문과 외부활동은 ‘선진 교육’의 산물일 뿐이라는 확신. 취재 자체가 한심하다는 듯한 눈빛. 논란의 본질을 교묘히 비껴간 답변이었지만, 반박할 말을 곧장 찾지 못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편법 스펙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미국행 항공편을 결제하고 있었습니다. 논란의 진원지인 미국 외에도 국제학교가 모여 있는 제주도와 송도, 유학원이 밀집된 압구정을 찾아 ‘선진 교육’이라 불리는 입시의 실상을 마주했습니다. 결론은 명확했습니다. 해외 명문대 입학을 위해 타인의 저작물을 짜깁기하고, 약탈적 학술지에 수준 미달 논문을 올리는 등의 행태는 결코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니었습니다. 미국까지 소문이 자자한 ‘K-사교육 확장판’에 불과했습니다.
우리 사회가 편법과 위법으로 얼룩진 욕망을 정당화해선 안 된다는 마음으로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같은 마음으로 용기를 내 취재에 협조해주신 모든 분들께 이 후기를 빌려 감사 말씀을 전합니다.
매일 아침 헤어져 밤 12시 상봉하기를 반복했던 현지취재 일정은 같은 팀 조소진 선배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저연차 기자 둘을 믿고 긴 취재를 이끌어주신 강철원 사회부장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회차 심사평
제382회 전체 총평
이달의 기자상은 모두 10개 부문에 총 71편이 출품됐으며 이 중 7개 부문에서 8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모두 16편이 출품된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CBS 사회부 정영철·김재완·이은지 기자, 정치부 김광일 기자의 <김승희 복지부 장관 후보자 렌터카 매입 등 정치자금 유용 의혹>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CBS는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관용차로 사용하던 렌터카를 정치자금으로 매입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정치자금의 사용 목적과 금액을 확인하며 꼼꼼하게 검토하고 문제점을 포착하여 정황을 드러낼 때까지 끈질기게 취재한 노력의 결과로 보이며, 후보자의 도덕성을 판단하는데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는 점에서 우수한 보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경제보도 부문은 10개 출품작 모두가 우수했기에 특히 심사에 어려움이 있었다. 열띤 논의 끝에 발굴 특종이라는 측면이 돋보인 시사저널 디지털취재본부 송응철 기자의 <‘황제노역’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 1400억원대 채권 횡령 의혹> 보도와 한국일보 경제부 이대혁·김정현·강유빈 기자의 <‘동학개미운동’ 존리 불법투자 조사>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시사저널은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은닉재산 조성을 둘러싼 의혹을 취재했다. 특히 부실채권을 차명회사에 헐값에 넘긴 뒤 이를 현금화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실체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취재력이 뛰어난 우수한 보도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일보는 ‘동학개미운동의 멘토’로 유명했던 금융인 존리 대표의 불법투자 의혹을 제기했다. 최초 보도 이후 들어온 익명의 짧은 제보를 바탕으로 얼개를 맞춰 팩트를 확인하고 추가 보도를 이어가 유명 금융인의 민낯을 드러내고 사의 표명이라는 결과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서는 11개의 출품작 중에서 한국일보 사회부 조소진·이정원 기자의 <비뚤어진 욕망, 아이비 캐슬>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한국 학생의 미국 우수대학 입시를 둘러싼 이른바 ‘스펙공동체’ 관련 보도는 여럿 있었지만, 그중 한국일보의 보도는 그야말로 발로 뛰는 보도였으며, 구체성이 돋보이는 보도였다. 입시 비리 논란이 불거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와 어바인, 제주와 송도의 국제학교, 압구정의 유학원과 미국 대입 컨설팅 학원을 한 달 동안 집중 취재해 미국에 진출한 ‘압구정식 사교육’의 실체를 보여줬다. 특히 유명 글로벌 입시 컨설팅 회사의 구체적 컨설팅 항목과 비용을 자세히 공개하는 등 보도 내용의 구체성 역시 돋보였다.
기획보도 방송 부문에서는 8개 출품작 중에서 뉴스타파 탐사1팀 임선응 기자, 영상취재팀 신영철 기자의 <‘무법지대’ 법원> 보도가 선정됐다.
뉴스타파는 전국 81개 법원과 법원 부속기관의 가구 구매 내역을 전수 조사하여 법원의 위법 및 탈법, 편법 행위를 고발했다. 작은 문제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일상적이며 구조적인 탈법 위법 행위에 천착한 문제의식이 돋보였다. 무엇보다 심사위원들은 취재의 치열성과 더불어 부적절한 관행을 집요한 취재로 밝혀내는 등 완성도 높은 보도물을 내놓았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6편이 출품된 지역 취재보도 부문에서는 포항MBC 보도부 박성아 기자, 영상미디어부 박주원 기자의 <포스코 성폭력 및 2차 피해>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포항MBC는 포스코 포항제철소 20대 직원이 직장 내 성폭력 피해를 당하고, 이전에도 계속 성희롱과 성추행에 시달렸으나 사측이 제대로 된 조치를 하지 않았음을 보도했다. 또한 최초 보도 이후에도 계속 이어진 2차 피해 방치 및 부적절한 대응에 대해서 집요한 취재를 이어 나갔다. 사안의 중요성과 보도 이후 파급력을 감안할 때, 포항MBC의 최초 보도의 가치는 매우 높으며, 이 사안이 묻히지 않게 함께 보도한 여러 언론사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총 8편이 출품된 지역 기획보도 방송 부문에서는 KNN 경남본부 김민욱·정기형·황보람·안명환·정창욱 기자의 <영업비밀에 가려진 화학물질 독성> 보도가 선정되었다. 지난 2월, 경남 창원 소재 에어컨 부품 제조업체인 두성산업에서 노동자 16명이 급성 간 중독에 걸렸고, 며칠 뒤 김해 자동차 부품업체인 대흥알앤티에서도 13명이 급성 중독에 걸렸다. 중독사고 발생 직후에는 여러 언론이 ‘중대재해법 첫 직업성 질병’이라며 주목했으나, 단발성 기사들이 대부분이었다. 심사위원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 사안을 기획보도로 확장해 기업의 화학물질 정보에 대한 비공개 문제, 업체와 고용노동부의 미흡한 후속 조치 등을 지적한 KNN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사진보도 부문에서는 누리호가 도약하는 순간을 담은 서울경제신문 사진부 오승현 기자의 <우주 독립의 날>이 선정되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사진 취재를 허가한 장소가 발사대에서 직선거리로 2km 떨어진 곳이었음을 감안하면, 이 사진이 주는 생생함과 감동은 더욱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