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6편
장제원 성폭력 의혹 JTBC
장제원 성폭력 의혹
JTBC 이호진 기자
권력형 성범죄 가해자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가해자와 친했던 정치인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애도 메시지를 냈습니다. 모두 내로라하는 권력자들이었습니다. 피해자의 목소리와 정의 실현에는 외면하던 이들이 비로소 입을 연 겁니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지자체장이 당당히 자신의 SNS에, 만취한 자신의 비서를 성폭행한 유력 정치인이 모욕을 견디다 못해 죽었다고 글을 쓰고, 탄핵 선고를 앞두고 있는 대통령은 버젓이 애도의 뜻을 표했습니다.
피해자가 견뎌야 했던 고통이나, 가해자의 범죄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가해자에 대한 애도와 추모 기사도 무차별적으로 쏟아졌습니다. 이런 기사 하나하나가 피해자에게는 비수로 꽂히지 않았을까, 감히 짐작해 봅니다.
이렇게 정치인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사이 정작 피해자는 말할 기회를 갖지 못했습니다. 변호인을 통해, 이같은 정치인들의 행동이 피해자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가는지 생각을 해주었으면 하고 말하는 게 고작이었습니다. 누구보다 화가 나고 분노했겠지만 침묵을 강요당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이 같은 일은 처음이 아닙니다. 가해자의 죽음으로 모든 잘못이 덮이고, 없었던 일로 되고, 정치인들은 애도하고, 덩그러니 남겨진 피해자만 죄책감과 2차 가해에 시달려야 한다면 앞으로 어떤 피해자가 다시 용기를 낼 수 있을까요.
지금도 침묵하고 있을 수많은 권력형 성범죄의 피해자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수상작으로 선정해, 이런 글을 쓸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미국 에너지부의 한국 민감국가 지정 한겨레
미국 에너지부의 한국 민감국가 지정
한겨레 박민희 기자
미국내 국책 연구소들에 ‘한국이 민감국가로 지정되니 준비하라’는 공문이 내려오고 있다는 소식을 우연히 접하고, 설마 그런 일이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한 취재가 큰 관심과 반향을 얻었습니다.
끝내 한국이 포함된 미국 에너지부의 ‘민감국가’ 리스트가 바뀌지 않은 채 4월15일 시행된 직후,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받았습니다. 너무나 감사하고 기쁜 동시에, 마음이 무겁기도 합니다. 보도가 나간 뒤 여론의 관심 속에 정부도 해결 의지를 보였지만, ‘핵비확산’의 문지기 역할을 해온 미국 에너지부의 벽은 예상보다 강고합니다. 여전히 한국이 민감국가에 지정된 정확한 원인조차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채, 정부는 ‘연구소 보안 관련 때문이라는 이야기만 미국으로부터 들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국제질서 급변과 안보 불안 속에서 정치인들이 앞장서 불을 지핀 핵무장론의 현실성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고, 초당파적으로 새로운 안보 정책을 다듬어 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중요한 이 과제에 대해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차분하게 계속 취재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기자 생활 30년 만에 처음으로 받는 한국기자협회의 기자상입니다. 오랜만에 다시 현장에 나와 취재를 하고 있는 저에게, 나이와 관계 없이 더 열심히 취재하고 쓰라는 큰 격려의 의미로 주시는 상으로 감사하게 받겠습니다. 현장은 저에게 끊임없이 많은 것을 가르쳐주고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게 해줍니다. 그곳에서 함께 하고 있는 동료, 선후배와 다른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합니다.
최상목 "미국채 팔겠다"더니 환율 위기에 '강달러 베팅…
최상목 "미국채 팔겠다"더니 환율 위기에 '강달러 베팅' 논란
한국일보 김정현 기자
‘대한민국 경제부총리가 미국 국채를 샀다고?’ 지난 3월 공직자 재산 내역이 공개된 날, 우연히 최상목 부총리 관련 기사를 접하고 든 생각이다. 관보를 확인해 보니 사실이었다. 그는 지난해 특정 시점에 약 2억원어치의 미국채를 매수했다.
가뜩이나 최악의 환율 상황이 이어졌던 지난해였기에 ‘경제 사령탑’의 행동으로는 쉽게 납득되지 않았다. 금융 전문가도 “회사 CFO(최고재무관리자)가 자기 회사를 공매도 친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최 부총리는 인사청문회 당시에도 대통령실 경제수석 시절 미국채 매수가 도마에 올랐다. 야권 의원들은 “후보자가 이 상품으로 돈을 벌려면 환율도 올라가야 되고…(중략)… 우리 경제가 나빠질수록 이득이 나는 상품”이라 지적했고, 그는 ‘전액 매도’를 약속했다. 그러나 그 약속은 1년도 채 되지 않아 깨졌다.
기사를 통해 최 부총리의 미국채 매수에 대해 △이해충돌 가능성 △해당 행위가 환율 시장에 줄 수 있는 부정적 메시지 △고위 공직자의 도덕성 △회피형 해명 등 네 가지 핵심 쟁점을 짚었다.
최 부총리는 최근 ‘국회 탄핵 청문회’에서 “금융기관 담당자의 추천을 받아 샀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공직의 무게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그가 왜 국회와의 약속을 스스로 깼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을 듣지 못했다.
기사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정당팀 동료 박세인, 우태경 기자 덕분이다. 기사의 가치를 단번에 알아준 정승임 반장과 출고 기회를 마련해 준 강윤주 차장, 김광수 부장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290억 공원 짓자마자 부수고…대전시의 이상한 행정…
290억 공원 짓자마자 부수고…대전시의 이상한 행정
KBS대전 정재훈 기자
시작은 한 장짜리 공약서로 출발했습니다. 대전시가 민선 8기 들어서며 공약사업으로 제2복합문화예술단지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사업에 대한 예산을 들여다보며 취재가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공약 단계에서 2500억원이던 클래식 공연장 조성 사업은 구체화 과정을 거치며 3300억원으로 늘어났습니다. 건축물 하나에 3000억원이 넘는 거대 예산이 들어간 점이 적정한지 검토하는 과정이 반복됐습니다.
예산을 살피던 중 이상한 점이 발견됐습니다. 사업 예정지로 확정된 곳이 지난해 12월 완공된 새 공원, 대전 중촌근린공원이었습니다. 18년에 걸쳐 긴 시간 동안 보상과 조성을 반복하며 790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갔습니다. 매입비를 빼더라도 공사비 290억원이 투입됐습니다. 지은 지 2년도 되지 않은 물놀이장과 야구장이 철거되는, 수백억 공원 조성비가 없던 일이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저희 취재팀은 한발 더 나아가 국내외 공연장 시설에 대한 조성 비용을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 부산콘서트홀이 규모와 크기는 유사했지만 유독 조성 비용만 달랐습니다. 대전은 3300억원, 부산은 1100억원 정확히 3배나 차이가 났는데, 대전시는 ‘명품 건축물’을 조성한다는 게 차이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대전시 지방 채무는 1조2000억원을 넘어섰습니다. 2년 뒤에는 2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추계마저 나왔습니다. 명품을 위해 수백억 세금을 들인 공원을 없애고, 수천억원의 지방 채무를 쌓아 올리며 공연장을 조성해도 괜찮은지, 취재하는 내내 들었던 의구심과 이상한 점은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한 달여 이어진 취재에 많은 도움을 준 보도국 선후배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전국 7만 명 수천억 다단계 사기 피해 제주MBC
전국 7만 명 수천억 다단계 사기 피해
제주MBC 이따끔 기자
새벽 3시, 텔레그램으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수첩을 꺼낼 틈도 없이 식탁 위에 놓인 냅킨에 그가 하는 이야기를 받아 적었습니다. 해외에 조직을 둔 사이트 운영진, 운영진의 지시에 따라 축구 경기에 돈을 거는 방식. 그리고 이 모든 게 결국 사기로 끝날 것이라는 그의 말은, 제주에서 은밀히 퍼지던 ‘스포츠 역베팅 게임’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했습니다. 제주뿐만 아니라 수도권과 강원도 등 전국에 10곳이 넘는 회원 모집 센터가 존재했고, 7만명이 넘는 회원이 베팅에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게임의 수익 구조와 회원 모집 방식을 보며 단순한 스포츠 도박을 넘어선 다단계 사기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보도 이후, 우려는 현실이 됐습니다. 하룻밤 사이 수천억원으로 추정되는 회원들의 투자금이 사라진 것입니다. 그동안 운영진의 말을 믿고 침묵하던 회원들은 제보를 시작했습니다. 제주경찰청은 해당 사건을 ‘사기’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스포츠 베팅 게임을 가장한 다단계 사기는 온라인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부업을 찾던 50대 이상 여성들을 파고들었습니다. 취재 초기, 피해 사례가 아직 명확하지 않다며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던 수사기관의 태도에도 보도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입니다.
현재 해당 게임 사이트의 차단 여부가 논의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새로운 텔레그램 방에서는 회원 모집이 이뤄지고 있고, 유사 사이트도 등장했습니다.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운영진이 검거될 때까지 계속해서 취재하겠습니다.
‘역대 최악’ 경북 산불, 현장에서 바라본 참혹상 연…
‘역대 최악’ 경북 산불, 현장에서 바라본 참혹상
연합뉴스 대구경북취재본부 윤관식 기자
산불에 출입이 통제된 마을은 그야말로 재앙이었다. 마을 곳곳이 불타고 있었고 뜨겁게 불어 닥치는 강풍은 온몸을 흔들었다. 카메라를 부여잡고, 그래도 소방차 옆에 있으면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셔터를 눌렀다. 도저히 갈 수 없는 곳에는 드론을 보냈다. 조금 더 가까이서 본 산불 현장은 마치 지옥도 같았다.
산불 연기의 매캐한 냄새와 뿌연 시야가 익숙해질 무렵 단비가 산불을 잠재웠다. 산불 현장에서 만난 선후배들은 다들 한 번쯤은 죽을 고비를 넘겼다고 했다. 누구보다 가까이서, 현장의 위험성을 알리려 한 모든 선후배의 고군분투에 경의를 표한다.
특히 류성무 본부장, 이덕기 취재국장을 필두로 정확한 취재지시와 지원을 아끼지 않은 연합뉴스 대구경북취재본부원 선배들과 사건팀원들을 끝까지 잘 이끌어준 최수호 캡, 현장을 휘어잡았던 김선형 선배, 묵묵히 제 능력을 다해준 박세진 기자, 막내임에도 주도적으로 취재에 나선 황수빈 기자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수상의 공을 돌린다.
마지막으로 산불로 피해를 본 모든 주민의 삶이 하루빨리 온전해지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