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친일파 무덤 관리 가옥이 문화재로…“친일 관련 기록은 어디에도 없다“
시작은 지난 2017년입니다. 강원도 춘천, 지은 지 100년이나 돼 문화재로 지정된 춘천 민성기 가옥을 우연히 지나쳤습니다. 어디에나 있을 법한 지방 문화재였습니다. 그리고 문화재 뒤로 왕릉 같은 거대한 무덤이 보였습니다. 무덤만큼이나 거대한 비석에 한자로 쓰인 이름, 민영휘. 무덤의 주인은 친일파 민영휘였습니다. 문화재로 지정된 춘천 민성기 가옥은 민영휘의 무덤을 관리하기 위한 집이었습니다. 문화재 안내판을 살펴봤습니다. 어디에도 민영휘 이름 세 글자는 적혀있지 않았습니다. 친일파의 무덤을 관리하는 가옥을 문화재로 지정했고, 어디에도 그와 관련된 설명은 없었습니다. 해당 가옥이 문화재로 지정된 건 지난 1985년, 이후로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 제기가 없었습니다. 시민들은 문화재로 지정된 해당 가옥과 안내판을 보며 설명대로 강원도 전통 가옥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건축물이며 건축적 가치가 인정되는 문화재로 여겼습니다. 최소한, 백번 양보하더라도 해당 문화재가 가지고 있는 친일 관련 역사를 함께 기록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문화재로 지정된 친일파 무덤 관리 가옥’의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안내판이 새로 설치됐습니다. 5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습니다. 춘천시가 또다시 세금을 들여 새로 설치된 안내판. 그런데 여전히 친일 관련 기록은 없었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 '친일파' 민영휘 무덤 관리 가옥이 지방문화재로…….
친일파 무덤 관리 가옥을 문화재로 지정한 강원도, 그리고 30년간 세금을 들여 관리한 춘천시 모두 해당 문화재가 가지고 있는 친일 관련 역사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습니다. 비슷한 사례를 찾았습니다. 지난 2013년 문화재청이 백선엽 장군의 군복을 문화재로 올리려다 항일독립운동가 단체의 반발로 무산됐다는 것을 예로 들었습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매국 행위의 대가성이 이뤄졌던 역사성이 같이 설명될 때 오롯이 하나의 역사가 재현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친일 행적 함께 기록합시다."
문화재 지정 취소는 개인 소유의 문화재의 경우, 소유주가 취소를 요구하고, 문화재의 가치가 사라질 정도로 훼손될 때에만 가능합니다. 현실적으로 문화재 지정 취소는 어려웠습니다. 이 때문에 친일 행적을 함께 기록해야합니다. 친일 행적을 기록한 문화재를 찾았습니다. 민성기 가옥과 불과 수km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 고을 수령이 이룬 공적을 기록해둔 춘천시 향토문화재 소양로 비석군에는 친일파 이범익의 단죄문이 설치돼있었습니다. 민족문제연구소와 민간 주도로 설치한 단죄문을 조명해, 친일 역사 기록의 당위성을 설명했습니다.
# 문화재로 둔갑한 친일파의 집…….세금 들여 보존
민성기 가옥과 마찬가지로 친일파와 관련된 역사를 숨기고 있는 다른 건물들을 찾았습니다.
서울 북촌 백인제 가옥. 을사오적 이완용의 외조카로 창씨개명에 앞장선 친일파 한상룡이 집을 짓고 거주했지만 어디에도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서울시 민속문화재 12호, 윤웅렬 별장. 남작 작위까지 받으며 앞장선 그의 행적도 마찬가지로 어디에도 기록하지 않았습니다. 국가 민속문화재인 전북 부안 김상만 고택. 친일파 김성수가 어린 시절을 보냈고, 김성수의 동상까지 설치했지만, 설명 없이 그의 아들 이름을 붙여 놓은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 '흥청망청' 친일파 무덤 관리…가옥 보수에 혈세 4억여 원
# 문화재로 지정된 친일파 무덤 관리 가옥...친일 관련 기록은 언제쯤?
원점으로 돌아와 다시 기사를 썼습니다. 춘천 민성기 가옥이 훼손되지 않도록 유지 보수하는 춘천시. 정보공개 청구로 지금까지 들어간 세금을 확인했습니다. 문화재 지정 이후 들어간 유지보수 비용은 4억 4천만 원. 다시 문제를 제기했고, 춘천시가 마침내 움직였습니다. 전문가 자문을 받아 친일관련 문구를 넣겠다고 답했습니다.
# 친일파라 부르지도 못하고...슬그머니 교체한 안내판
지난해 12월 드디어 춘천시는 안내판을 교체했습니다. 하지만 외부 알림은 없었습니다. 새로 설치한 문화재 소개 안내판을 확인했습니다. <춘천 민성기 가옥은 '조선 후기 관료이자 정치인인 민영휘의 묘'를 관리하기 위해 세워진 묘막(墓幕)이다.> 전문가 자문까지 받았지만, 친일 관련 역사를 기록하겠다고 답한 설명과는 달랐습니다. 친일파를 친일파라고 끝내 기록하지 못한 겁니다. 해당 부서 담당자는 친일파의 단죄는 꼭 필요한 일이지만 이미 때 늦은 일이라고 속내를 털어놨습니다. 이 같은 내용을 다시 보도했습니다. 새로 설치한 안내판도 세금 430만원이 들어갔습니다. 민영휘의 자손들의 바람대로 다시 아무도 모르게 친일 관련 역사가 숨겨지고 잊히는 것을 막았습니다. 자치단체가 할 수 없다면, 전북 전주 친일파 이두황의 묘 인근에 단죄문을 설치한 것처럼, 민족문제연구소 등 민간단체와 함께 대안을 찾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기록이 이뤄질 때까지 후속 보도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춘천시청 담당 공무원, 무덤관리인 등 개인정보 보호에 따라 익명 보도했습니다.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제보자 없이 기자가 일상에서 발견한 문제를 취재했습니다.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기자가 직접 관련 자료와 현장 취재를 진행했습니다.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없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선행보도 또는 타 보도에 관한 표절여부도 체크해 주시기 바랍니다)
첫 보도가 나간 2017년 6월 항일문동가단체가 춘천시와 강원도에 문화재 지정 해지를 요청했고, 연합뉴스, 뉴스1, 춘천MBC 등이 기사화 했습니다. 지난 3월 최근 보도 후에는 오마이뉴스가 새로 설치된 안내판 문제를 후속 보도했습니다. 민성기 가옥과 관련해 문화재 지정, 친일 역사 관련 기록 문제에 대한 선행 보도는 없었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후속적인 제도개선 등이 이루어진 사정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친일파 자손들이 바라는 건 '조용히 잊히는 것'
해당 기획보도는 5년에 걸쳐 이뤄졌습니다.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면, 춘천 민성기 가옥은 조선시대 관료이자 정치인의 무덤을 관리하기 위해 지어진, 건축적 가치가 인정되는 문화재로만 기억됐을 것입니다. 친일파 무덤 관리 가옥이 문화재로 지정돼 수억 원 세금으로 유지보수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 많은 이들의 공분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항일독립운동가 단체는 문화재 지정 취소를 촉구했습니다. 이후 계속된 후속 보도에 춘천시가 안내판을 새로 설치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친일 관련 역사의 기록은 빠져 있다는 것을 다시 지적했습니다.
친일파와 반민족 행위자들의 자손이 바라는 건 아마 조용히 잊히는 것일 겁니다.
어두운 과거가 더는 입에 오르는 걸 싫어합니다. 친일 행적이 모두 잊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5년 가까이 이어진 문제 제기에도 춘천시의 안내판 교체 작업은 이들의 바람대로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잊히지 않도록 취재하고 기록해 공론화 시켰습니다.
춘천에 친일파 민영휘의 무덤이 존재하고, 이 무덤을 관리하는 가옥이 문화재로 지정돼 수억 원 혈세로 유지보수 되고 있다는 사실을 낱낱이 기록하고 알렸습니다. 민성기 가옥이 가진 친일 관련 역사는 이제 지울 수 없습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춘천의 사례를 주의 깊게 보고 취재팀과 함께 대안을 찾고 있습니다. 민성기 가옥 외에도 친일 역사를 기록하지 못한 전국의 문화재를 찾아 바로잡아 나갈 계획입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의 준수여부까지 포함시켜 자체평가해주시기 바랍니다)
사내 모니터와 심의에서 지속적 관심과 끈질긴 취재로 친일파 무덤 관리에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론화해 의미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친일파를 친일파로 부르지 못하고 있는 춘천시의 행정에 공분을 불러왔으며 특히 인터뷰 등을 통해 이해하기 어려운 공무원들의 태도를 지적했다고 평가받았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외부지원 없이 단독으로 취재한 내용입니다. 문화재를 소유한 민영휘 자손들에 대한 반론 신청은 없었으며, 해당 문화재를 관리하는 춘천시도 반론은 없었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79회 전체 총평
제379회(2022년 3월) 이달의 기자상은 모두 11개 부문에 59편이 출품됐으며 이 중 5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2022년 3월 심사는 그 어느 때 보다 우수한 작품들이 대거 출품돼 선정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우선 8편이 출품된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아동양육시설(보육원)에 지내는 보호아동대상이 생애주기별로 겪는 어려움을 심층적으로 조명한 서울신문의 <남겨진 아이들, 그 후> 보도가 수상작으로 뽑혔다.
서울신문 보도는 전국 곳곳의 보육원 현장을 직접 방문해 보육보호사, 보호아동, 보호종료아동의 심층 인터뷰를 비롯해 전국 보육원 전수조사를 통해 보호아동이 마주하는 현실을 뒷받침할 데이터를 분석, 유의미한 통계를 도출하는 등 보육시설이 안고 있는 전반적인 문제를 생생하게 잘 다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려 10편의 작품이 출품된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는 치열한 경쟁 끝에 수협의 부실 경영 문제를 심층적으로 파헤쳐 조합원의 피해를 막기 위해 노력한 G1의 <동해안 수협 부실운영 실태 고발> 보도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G1 보도는 수협의 부실 경영 실태를 조목조목 짚어 조합장을 비롯한 직원들의 전횡을 고발함으로써 피해를 떠안게 된 어민들의 구체적인 지원책을 마련하도록 하는데 큰 역할을 했으며 이사회 진행의 절차상 문제도 지적해 퇴출 조합원의 구제 방안을 이끌어 내는 데 크게 기여한 점이 높이 평가됐다.
지역 경제보도부문에서는 은행 직원이 수십억원을 횡령한 발생 사건에서 저축은행의 부실한 내부 감시 시스템을 지적한 경인일보의 <모아저축은행, 58억 새는 동안 내부 감시 작동 안했다>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경인일보 보도는 직원의 단순 일탈 행위로 묻힐 수 있었던 사건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취재에 돌입, 저축은행 내부 감시 시스템의 부실을 지적하고 후속보도를 이끌어 냄으로써 이른바 제2금융권의 안전망을 강화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등 지역 언론이 해야 할 감시자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우열을 가리기 힘든 3편의 작품이 출품돼 그 중 100여년 넘게 잠들어 있던 제천 지역 국악단체의 존재를 수면 위로 끌어 올린 중도일보의 <128년 전 제천서 조직된 국악단체…국내최초 ‘국악관현악단’ 타이틀 관심>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되는 영광을 차지했다.
중도일보 보도는 1893년 제천시 청풍면에서 조직된 ‘청풍승계’라는 국악관현악단의 존재를 조명했다. 이는 1926년 창단된 국내 최초 서양식 오케스트라 ‘중앙악우회’보다 33년 앞선 것이며 국내 공식 최초 국악관현악단인 ‘서울시관현악단(1965년)’보다 72년이나 빠른 것이다. 특히 청풍승계의 실체가 수몰지역에 잠겨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후손들의 구술 증언을 토대로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50여명이 넘는 취재원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128년 전 국내 최초 국악단의 실체적 진실에 근접했다는 점이 호평을 받았다.
출중한 작품 3편이 출품된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시립박물관 없는 낙후된 문화 도시로 27년간 방치된 대구시의 현주소를 심도 깊게 조명한 TBC의 <역사에 손놓은 대구> 보도가 수상작으로 뽑혔다.
문화재 취재에는 왕도가 없다는 일념으로 대구시 정보공개 자료와 국가기록원 자료 등 A4 2000페이지 분량의 방대한 기록을 분석했으며 발품을 들여 학계 전문가를 찾아 조언을 구하는 등 다각적이고 치밀한 취재가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