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 v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중 선택 후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쌤이 무섭고, 친구들과 엄청 친한 느낌이 안 든다. 짝꿍도 없다”
지난 10월 추석 연휴 때 만난 초등학교 1학년 사촌 동생의 이야기였습니다. 동생은 “학원에 가는 게 더 재밌다”고 했습니다. 그런 동생에게 학교 친구는 몇 명이나 사귀었느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이 충격적이었습니다. 동생은 5명을 꼽았습니다. 학원 친구는 10명이나 안다고 하면서 말입니다. 동생이 12년 학교생활의 첫 걸음을 잘못 떼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됐습니다.
다른 1학년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일까. 기사를 검색해봤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달라진 학생들의 생활상과 학교의 의미, 학습격차 확대에 대한 우려 등을 다룬 기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친구들과 선생님이 모두 바뀐 환경에서 학교생활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초중고교 1학년과 대학교 1학년만 따로 조명한 기사는 없었습니다. 올해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으면 내년1학년 학생들도 비슷한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통계부터 찾았습니다. 올해 초중고교와 대학교 1학년 학생들은 몇 명이나 될까. 교육통계서비스 사이트에 들어가니 전체 학생(830만 2606명)의 23.5%인 194만 7009명. 작지 않은 숫자입니다. 코로나19 시대에 가장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는 1학년 학생들만 대표로 취재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안을 모색해보기로 했습니다. 10월 7일 기획안 초안을 마련하고 초중고교 및 대학교 1학년, 올해 입사한 신입사원까지 각 학년별 담당자를 배정해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구글 설문조사는 공통으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설문조사 설계부터 기획 전반에 대한 조언을 얻을 수 있는 전문가 물색에도 나섰습니다. 올해 5월 20일~6월 16일까지 교사 815명과 학부모 249명을 상대로 ‘코로나 19 이후 뉴노멀 시대의 교사, 학부모, 학교의 역할 변화’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엄문영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가 관심을 보였습니다. 엄 교수의 의견 등을 참고해 지난 10월 14일~11월 5일까지 실시한 구글 설문조사에는 초중고교 1학년생 227명과 대학교 1학년생 121명 등 348명이 응답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각 학년 담당자들은 학생, 학부모, 교사 등과 차례로 접촉해 생활상을 파악해나갔습니다. 취재 결과 한글도 떼기 전 방역수칙부터 먼저 배운 초등학교 1학년은 놀이 문화 또한 현저히 달라진 모습이 관찰됐습니다. 사춘기까지 겹친 중학교 1학년은 좀처럼 방안에서 나오지 않아 학부모들의 걱정이 커져만 가고 있었습니다. 본격 입시출발선상에 놓인 고등학교 1학년은 중위권이 사라지고 상하위권 간에 학력 격차가 심화되는 양상을 보여줬습니다. 캠퍼스 생활이 실종된 대학교 1학년은 반수나 입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올해 신입사원들은 OT나 회식 등이 사라져 소속감이 옅어지고 있었습니다.
설문조사를 통해서는 1학년 학생들은 일주일 평균 2.2일 학교에 가고, 온라인 수업은 하루 평균 4.3시간 듣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학생들은 학교 반 친구와는 주로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등 ‘모바일 메신저’(204명, 58.8%)로 소통하고, 친구와 연락을 안 한다는 응답(25.9%·90명)도 두 번째로 높았습니다. 초중고교 1학년 학생들은 반 평균 27.5명 가운데 18.3명(66.6%)의 이름을 안다고 답했습니다. 대학교 1학년 학생은 학과 동기 평균 147.4명 중에 이름을 아는 동기는 14.1명(9.6%)라고 답해, 비율이 초중고교 1학년 학생보다 적었습니다. 이렇듯 취재팀이 마주한 올해 1학년 학생들의 달라진 학교생활 모습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습니다.
본격적으로 기사를 작성하는 단계에 들어서는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다방면의 전문가와 접촉했습니다. 설문조사에 도움을 준 엄문영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뿐만 아니라 『코로나 시대, 학교의 재탄생』저자 김경애 한국교육개발연구원 연구위원, tvN ‘미래수업’ 출연자 송해덕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미래 교육을 멘토링 하다』의 저자 김지영 TLP 교육디자인 대표, 『코로나 시대의 교육』을 집필한 교원단체인 실천교육교사모임 등에서 기획 취지에 공감하고 흔쾌히 조언에 나섰습니다. 이들로부터 교사, 학부모, 교육당국의 입장에서 대비가 필요한 부분 등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학교에서 짝꿍을 못 만들어 불편하다는 학생들의 고민을 해소하기 위해 건축공학 박사 학위 출신의 박성철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에게 연락해 교실 리모델링 방안을 묻기도 했습니다. 회사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신입사원들을 위한 가장 최고의 전문가는 선배 직장인들이었습니다.
지면 게재와는 별개로 디지털 친화적으로 독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도 고민했습니다. 코로나19 시대 1학년 학생들의 적나라한 생활상을 보여주기 위해 브이로그 형식의 동영상을 제작했습니다. 초중고교 및 대학교 1학년 학생들 1명씩만 모아 단체 채팅방에서 나눈 대화를 실제 채팅방 화면처럼 만들어 그래픽 기사로 출고하는 시도도 해봤습니다. 당시 본인을 ‘미개봉 중고’로 지칭하면서 “신입생 생활도 제대로 못 누렸는데, 1학년으로서 가치만 떨어졌다”고 하소연하는 대학교 1학년 학생의 멘트가 기억에 남습니다.
기사 작성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이후 11월 24일부터 수도권 등에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전격 시행된다는 뉴스가 전해졌습니다. 2단계 시행과 맞물려 위 취재 내용은 24~26일까지 총 3회에 걸쳐 중앙일보 지면에 게재됐습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각 기자들은 1학년 학생들의 생활상을 최대한 여과 없이 보여주는 것이 목적인만큼 학생 취재원 섭외에 가장 신경을 썼습니다. 학생들을 상대로 한 구글 설문조사에서 추가 취재에 동의하면 연락처를 남겨달라는 항목을 활용해 학생 취재원을 상당수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를 허락한 취재원들 가운데 실명 노출을 허락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학교생활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할 수밖에 없는 경우에는 개인정보 노출을 꺼리기도 했습니다. 이 경우 익명으로 처리하더라도 최대한 자세하게 생활상을 취재해서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실명과 익명을 구분하지 않고 각 학년별 생활상을 다룬 기사에 등장하는 취재원을 따지면 적게는 6명에서 많게는 12명에 이릅니다. 실명 취재원은 반드시 2명 이상 포함하도록 했습니다. 또한 각 기사에는 취재원으로부터 게재 동의를 얻은 사진 파일을 반드시 첨부하는 등 취재 내용에 대한 신뢰도를 다각도로 높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선행보도 또는 타 보도에 관한 표절여부도 체크해 주시기 바랍니다)
코로나19가 1년 가까이 지속되는 동안 학교 생활상의 변화를 가장 극심하게 체험하는 1학년 학생들만 따로 기획으로 다뤄 내보낸 기사는 없었습니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후속적인 제도개선 등이 이루어진 사정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독자들이 가장 뜨겁게 반응했습니다. 3회에 걸친 기획 시리즈의 합산 페이지뷰(PV)는 263만 6000회에 달했습니다. “술래잡기하다 몸 스치자 소리쳤다...아이들 모습에 놀란 교사”라는 제목의 초등학교 1학년을 다룬 기사 한 건이 185만 7000회를 기록했습니다. 성별 및 연령별로 살펴보니 30~40대 여성 독자들의 유입이 두드러졌습니다.
기획 취지에 공감하는 댓글이 줄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이렇게까지 조심하는지 몰랐다. 어른들은 이제 할거 다 하고 놀 거 다 노는 사람들 많아졌는데”“안타깝지만 지금 아이들은 미술학원 영어학원 줄넘기학원 피아노학원에서 사회성도 배웁니다”“어린 아이들이 벌써부터 생활리듬이 망가져 간다는 게 참 안타깝습니다. 아이들과 부모의 자기관리 뿐만 아니라 이에 대응할 정부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내용 등이었습니다.
맘카페에서도 “학교에 대한 환상이 깨진 것 아닌지, 미안하고 안타깝습니다”라며 대안 마련을 촉구하는 게시글과 댓글이 이어졌습니다.
교육부 역시 비슷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습니다. 교육부 학교혁신지원실 측은 중앙일보에 “초1, 중1, 고1처럼 학교 급이 달라지는 아이들에 대한 여러 지원이 필요하다는 걸 인식하고 있다. 시·도교육청 및 학교와 협의해 지원을 확대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는 학습꾸러미를 널리 보급하고, 중학교 1학년의 경우 자유학기제 동안 기초학력 신장을 위한 방안 모색, 고등학교 1학년은 2학년 진학에 대비해 선택 과목 안내나 진로 상담을 강화하겠다고 했습니다. 무엇보다 교사와 학부모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쌍방향 수업이 가능한 온라인 학습 플랫폼 고도화 작업을 12월 말에서 1월초까지는 마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의 준수여부까지 포함시켜 자체평가해주시기 바랍니다)
외부인사로 꾸려진 중앙일보 독자위원회에서 “1학년 학생들의 문제를 가볍게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매우 중요한 문제로 보고 잘 다뤘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앞으로 신입생들의 생활상이 어떻게 보완될지, 미리 대비하자는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후속 보도를 해달라는 요구가 있었습니다.
취재 및 보도 과정에서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위반한 사실은 없습니다.
6.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여부,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외부 지원을 받지 않고 중앙일보 사회2팀 기자들의 역량으로 기사를 취재하고 작성했습니다. 기사화된 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 피신청 사항은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63회 전체 총평
이번 제363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9개 부문에서 모두 66편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15편이 두 차례에 걸친 심사를 통과, 마지막 회의를 거쳐 7편이 최종 수상작으로 뽑혔다.
10편이 출품된 취재보도1부문에선 경향신문의 <추미애, 법무부 감찰규정 ‘기습’ 개정>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언론이 특정 진영에 서서 편향되지 않고 절제된 자세로 감찰 규정의 편법 개정을 끈질기게 추적해 보도했다는 점이 심사위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심사위원들은 이 기사가 수상작이 될 경우, 정치적으로 ‘어떤 해석’이 나올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고 토로하면서도 중심을 잡은 용기있는 보도라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경제보도부문에선 SBS의 <‘눈먼 돈’ 된 중소벤처기업부 비대면바우처플랫폼 예산> 보도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예산 관련 기사는 자칫 보도자료에 의존하기 쉬운데 이를 파고들어 낭비성 예산의 삭감까지 이끌어낸 ‘결과 있는 보도’였다고 심사위원들은 입을 모았다. 또한 중소벤처기업부의 전수조사라는 사후 대책까지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감시와 비판’이라는 언론보도 기능에 충실한 수작이라는 평가도 많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경향신문의 <검찰·법무부 ‘비공개 내규’를 공개합니다> 보도와 서울신문의 <소년범-죄의 기록> 보도가 공동 수상했다. <비공개 내규> 보도의 경우, 검찰의 각종 규정은 존재하지만, 내용에 대해서는 “모른다”는 함구가 더 많았던 것이 현실이었는데 이러한 검찰 비밀주의를 환기시키고 이에 대한 함의도 잘 짚어냈다고 심사위원들은 평했다. <소년범> 보도도 엄벌주의가 과연 능사인가라는 질문을 우리 사회에 다시 한번 던져준 것으로 심층성 높은 보도를 통해 현재의 문제와 향후 제도 개선 방향을 잘 짚어낸 작품으로 평가됐다.
이번 심사에서는 아깝게 탈락했지만, 동아일보의 <극과 극이 만나다> 보도 역시 좋은 평가를 얻었다. 상대의 얘기를 듣지 않는 한국적 풍토속에서 ‘서로 다른 입장의 얘기’를 흥미롭게 대비시키면서 많은 독자들에게 역지사지라는 울림을 만들어내게 한 작품이었다는 것이다.
기획보도 방송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된 YTN <국산둔갑 軍 CCTV 문제점> 보도는 기자가 의식을 갖고 집중적으로 탐구한 흔적이 돋보인다는 심사위원들의 평가가 나왔다. 단순히 군 장비가 중국산이기 때문에 문제라는 인식에 그치지 않고 사안을 끈질기게 추적, 중국산 사용으로 인해 야기될 충격적 내용의 군사보안문제까지 두루 살펴냄으로써 기자의 감시 정신을 보여줬다는 평가였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수상작으로 뽑힌 인천일보의 <근대건축물 수난사, 210동의 기록> 보도는 상업적 시설에만 집중돼 선택적이라는 비판이 많았던 근대 건축물 보도를 ‘전수조사’ 방식으로 접근, 전체에 대한 조망력이 돋보였다. 또 이를 통해 근대 건축물 재생 정책에 대한 제언도 제시함으로써 제대로 된 방향성을 일궈냈다는 평가도 나왔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은 KBS춘천이 출품한 <70년 비극의 씨앗…그리고 2880> 보도가 수상했다. 대한민국이 캄보디아 등 해외 지뢰 제거 사업에도 나서는 상황에서 여전히 국내에 지뢰 피해로 인한 고통이 남아있다는 점을 집중 조명한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 국가가 팔짱을 끼고 방치해온 영역을 집중 조명 형태로 잘 드러냈다고 심사위원들은 평했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