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 O ),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중 선택 후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경찰이자, 한 가정의 아버지였던 그의 죽음은 자칫하면 조용히 묻힐 뻔했다.
올해 10월17일, 평택경찰서에 근무하던 30대 간부가 출근길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자신의 근무지에서 3km쯤 떨어진 한 아파트의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죽음은 애초 ‘단순 변사사건’으로 처리됐다. 사건을 조사한 경찰은 내부적으로 원인을 ‘신병비관’으로 결정했으며, 유가족과 취재 언론에게 “평소 건강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아왔다. 이것이 목숨을 끊은 원인같다”는 취지로 해명도 했다.
유가족은 기사를 삭제하는 언론으로 인해 언론에 대한 불신만 쌓였다.
하지만 인천일보 기자는 <30대 간부를 죽음으로 내몬 상관들의 갑질 의혹> 등 기사를 연이어 보도했으며, 각종 문제가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보도 이후 지방청 차원에서 직접 감찰에 나섰고, 직장 내 괴롭힘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억울한 경찰의 죽음은 ‘순직 처리’에도 가까이 가고 있다. 기사는 경찰이 추가 사고 방지를 위해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리는 등 이례적인 조치도 시작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구체적인 경위는 이렇다. 본 기자는 제보를 받았다. 경찰이 숨진 다음날 아침이었다. 다만 제보가 “유가족이 억울하다”는 다소 짤막한 내용으로 끊겼다.
해당 경찰은 조직 내부에서 동료들에게 다정다감하고, 일을 열심히 해 장래를 촉망받는 경찰이었다. 가족 관계도 화목했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기자도 건강문제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말을 쉽게 납득하지 못했었다. 문제는 제보자가 극도로 말을 아껴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는 건 오로지 기자의 손에 달렸다.
당연히 먼저 평택경찰서에 자초지종을 물었다. 그러나 “평소 지병으로 스트레스를 받다가 목숨을 끊은 것 같다. 유가족이 기사화하길 원치 않는다”는 답만 되돌아왔다. 경찰서장도 “유가족에게 들으라”며 전화를 끊었다.
장례식장을 찾아갔다. 처음 장례식장에서 만난 유가족은 기자를 불신했다. 관련 기사가 타 언론사에서 단신으로 보도됐었는데, 기사가 삭제된 상황이었다.
유가족은 “당신을 믿고 어렵게 속마음을 말해도, 기사화가 안 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기자는 유가족에게 ‘정론보도’와 진실을 밝혀낼 것을 약속했다.
아니나 다를까. “큰 지병이 있던 것도 아닌데 누가 건강문제로 목숨을 끊나요?” 그날 만난 모든 사람들이 이 같은 대답을 내놨다.
유가족은 평소 이 경찰이 과도한 업무에 시달려왔다고 했다. 심지어 '세평이 안 좋다', '직원들이 너와 함께 일하기 싫어한다'는 상관의 모욕적인 언행으로 마음고생까지 심했다며 원통해 했다.
힘들어하는 30대 간부를 보고 유가족이 휴직을 권유했으나, “휴직했다 복귀하면 문책당할 것 같다”며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고 한다. 그가 죽기 이틀 전에 한 말이다.
앞서 평택서를 취재할 때, 취재창구를 맡은 그의 상관은 휴직 권유를 했었다고 답한 바 있다.
경찰의 모순이 발견된 건 이때부터다.
기자는 추가로 30대 간부가 지난 10월 9~11일 처가의 벼 베기 일손을 돕기 위해 휴가를 내고 가족과 경상북도 예천으로 내려갔다가, 하루 만에 직장이었던 평택서가 불러서 조기 복귀한 사실을 확인했다.
30대 간부는 휴가를 떠난 다음날인 10일 낮 12시 40분쯤 직장에서 걸려온 전화에 매달려 4시40분까지 4시간이나 업무를 봤다. 점심도 못 먹었다고 한다. 통화 직후 가족에게 “평택으로 올라가야 할 것 같아”라는 말을 남기고 홀로 짐을 챙겼다.
곧장 평택으로 향한 그는 밤 8시쯤 경찰서에 도착했다.
건강문제로 힘들어하는 부하 직원이 걱정돼 휴직을 권고했다면서, 휴가를 떠난 그를 다시 불러 일을 시킨 것이다. 평택서 여러 직원들은 휴가를 떠난 30대 간부가 꼭 와야 할 정도의 업무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는 의견을 보였다.
첫 1보를 냈다. <극단 선택한 평택경찰서 간부 유족 “휴가 때도 출근, 평소 업무 스트레스 많았다>는 제목으로, 일반적인 죽음이 아니라는 사실이 처음 세상에 드러난다.
기사 보도 이후 제보가 쏟아졌다. 한 기사에만 기사 조회 수가 수십만 건에 달했고, 댓글도 380개 이상 달렸다. 90% 이상이 상관들이 30대 간부를 괴롭혔다는 내용, 이로 인해 그가 힘들어했다는 이야기 들이었다.
지역언론의 포털 기사에 이만큼 반향이 일어난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 문제를 단순히 안타까운 사고 수준을 넘어, 더 깊게 파고들어 들여다보기로 했다.
다음날 평택경찰서를 중심으로 취재를 시작했다. 흡연실, 카페에 머무르면서 귀동냥을 했고 한명 한명을 설득하면서 사실관계를 물었다. '조각'이 하나씩 튀어나왔다.
그렇게 하루 내내 수집한 조각을 맞춰봤다. 윤곽이 나왔다. 일부 직원은 30대 간부의 상관이 하급자 앞에서 폭언과 모욕적인 언행을 써가며 나무랐고, 긴급하지 않은 업무까지 채근하는 등 부당한 업무지시가 있었다고 했다.
직원들의 공통된 주장은 이런 괴롭힘이 끊이지 않으면서 평소 밝았던 30대 간부의 모습이 점점 어두워졌다는 것이다.
상명하복이라는 그릇된 조직 문화로 인해 ‘남을 지키다 정작 자신을 지키지 못한 경찰관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 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이 사람, 저 사람을 다 찾아다니며 ‘말에서 말’을 거듭하는 취재 방식으로 후속보도를 이어갔다.
결과적으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이 평택서 지휘부를 수사라인에서 모두 배제했다. 또 30대 간부의 사망 원인을 직접 밝히기로 했다. 또 평택서 내부에 부조리 등이 있었는지 감찰도 함께 나섰다.
현재 30대 간부를 괴롭힌 상관으로 지목된 2명은 업무에서 배제됐고, 다른 지역으로 보내며 각각 인사 조치됐다. 경찰은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결과에 상응하는 징계 등 추가 조치를 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경기남부청은 30대 간부의 ‘순직 인정’을 돕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묻힐 뻔 한 억울한 죽음을 조금이나마 위로할 수 있는 시작점에 도달한 것이다.
본보의 첫 보도와 10건이 넘는 기사들은 항상 엄청난 조회수와 댓글이 달렸다. 댓글은 “인천일보로 사건이 알려지고 있다”, “꼭 진실을 밝혀달라”는 등 응원부터 “억울한 죽음에 왜 한 언론만 관심을 보이느냐”는 하소연도 있다.
뿐만 아니라 기자에게 전화와 메일을 통한 익명의 제보가 끊이지 않는다. 기자는 경찰 조직에서 발생한 부적절한 사건을 파헤치고, 30대 간부의 순직이 인정되도록 끝까지 펜을 놓지 않을 것이다.
<인천일보 보도>
(2020년 10월19일) 평택경찰서 간부, 출근길 숨진채 발견
(2020년 10월20일) 극단 선택한 평택경찰서 간부 유족 “휴가 때도 출근, 평소 업무스트레스 많았다”
(2020년 10월21일) “평택경찰서 간부, 아파서 목숨 끊을 사람 아냐”…동료들 진상규명 목소리
(2020년 10월22일) 극단선택한 평택서 간부사건, 경기남부청이 직접 조사
(2020년 10월22일) 5년간 경기경찰 21명 목숨 끊었다…최다 원인은 '업무과중·상사 괴롭힘'
(2020년 10월23일) 평택 경찰간부 극단 선택 내부증언 “부하직원 앞 상관 모욕 시달렸다”
(2020년 10월27일) 경찰 간부 죽음…“업무 스트레스와 상관이 힘들게 했다” 동료 진술
(2020년 10월28일) “경찰 악습 용기내야 근절” 경기남부청 직장협 직접 확인
(2020년 10월30일) 간부경찰 극단적 선택 사건 “휴가중 급한 상황 아닌데 불려와 사건처리”
(2020년 11월4일) 평택경찰 상관 2명 업무배제·인사이동 선조치
(2020년 11월10일) 평택서 간부 사망 '괴롭힘' 진술 확보…전 과장·계장 곧 조사
(2020년 11월27일) 경찰, 간부 사망 사건 평택서 전반 감찰
(2020년 11월30일) “평택경찰 간부 순직 인정” 동료들 나섰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결정적 증거를 제시한 익명 취재원 있음.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 특별한 이해관계 없음.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직접 현장취재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 특이사항 없음
취재 과정에서 가장 관건은 30대 간부의 동료와 평택서 직원들의 ‘용기’였다. 그들은 자신의 인사상 불이익 등을 걱정하기 때문에 내부의 일을 직접 말하기 꺼려했다. 특히 꽉 닫힌 경찰의 조직문화가 있어 더욱 내용 확보가 쉽지 않았다.
기자는 이에 ‘신뢰’를 얻어야 했다. 경찰이란 경찰은 모두 만나 설득과 설명을 반복했다.
현장에서 사실관계가 모호하거나 출처가 불명확한 정보에 대해 당사자와 동료, 직원들을 수차례 만나 증언을 확보했다.
하나씩 하나씩 자그마한 ‘퍼즐’을 찾아냈고, 숨진 30대 경찰이 겪은 억울한 일들을 조명할 수 있었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인천일보가 처음부터 끝까지 심층적으로 유일하게 지속 보도했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인천일보 보도 이후 관계자의 업무배제 등 인사조치가 이뤄졌으며, 아직도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차원의 철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경기남부청은 30대 간부를 상관들이 괴롭혔다는 보도 내용을 접한 뒤, 정식 감찰을 통해 사실관계를 명명백백히 밝혀낸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관련자 징계까지 나선다는 입장이다.
이례적인 대책도 생겼다. 경기남부청은 11월10일 이례적으로 ‘경찰관 자살 예방 TF팀’을 꾸렸으며, 지방청 담당 부서뿐 아니라 관할 경찰서 직원 15명이 함께 포함됐다. 12월 안으로 대책을 마련해 시행할 계획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30대 간부의 ‘순직 인정’ 움직임이다. 기사를 접한 동료들의 순직 인정 요구가 빗발치자,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은 지방청에서 각별히 힘써야 한다는 의견을 관련 부서로 전달했다.
남부청은 유가족과 함께 30대 간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까지의 근무내용과 같은 서류를 함께 수집하는 등 순직 인정 절차를 도울 방침이다.
해당 사건은 발생 뒤 경찰의 폐쇄적인 행위와 일부 언론의 기사 삭제 등 일련의 과정을 거쳤다.
이 때문에 인천일보의 이번 연속 보도를 놓고 유가족과 동료들이 고마워하며, 후속 보도를 응원하고 있다. 이례적으로 지역 언론 포털에 달린 수많은 댓글만 봐도, 이 내용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지역 언론으로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실현했다고 생각한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유가족과 평택경찰서 직원,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직원 등을 취재했으며,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준수했습니다.
6. 기타 고려사항
취재·보도는 일체 외부 지원 없이 인천일보 역량으로 진행했습니다. 보도 당사자 반론 신청이나 언론중재위원회 피 신청사항은 없었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63회 전체 총평
이번 제363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9개 부문에서 모두 66편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15편이 두 차례에 걸친 심사를 통과, 마지막 회의를 거쳐 7편이 최종 수상작으로 뽑혔다.
10편이 출품된 취재보도1부문에선 경향신문의 <추미애, 법무부 감찰규정 ‘기습’ 개정>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언론이 특정 진영에 서서 편향되지 않고 절제된 자세로 감찰 규정의 편법 개정을 끈질기게 추적해 보도했다는 점이 심사위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심사위원들은 이 기사가 수상작이 될 경우, 정치적으로 ‘어떤 해석’이 나올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고 토로하면서도 중심을 잡은 용기있는 보도라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경제보도부문에선 SBS의 <‘눈먼 돈’ 된 중소벤처기업부 비대면바우처플랫폼 예산> 보도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예산 관련 기사는 자칫 보도자료에 의존하기 쉬운데 이를 파고들어 낭비성 예산의 삭감까지 이끌어낸 ‘결과 있는 보도’였다고 심사위원들은 입을 모았다. 또한 중소벤처기업부의 전수조사라는 사후 대책까지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감시와 비판’이라는 언론보도 기능에 충실한 수작이라는 평가도 많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경향신문의 <검찰·법무부 ‘비공개 내규’를 공개합니다> 보도와 서울신문의 <소년범-죄의 기록> 보도가 공동 수상했다. <비공개 내규> 보도의 경우, 검찰의 각종 규정은 존재하지만, 내용에 대해서는 “모른다”는 함구가 더 많았던 것이 현실이었는데 이러한 검찰 비밀주의를 환기시키고 이에 대한 함의도 잘 짚어냈다고 심사위원들은 평했다. <소년범> 보도도 엄벌주의가 과연 능사인가라는 질문을 우리 사회에 다시 한번 던져준 것으로 심층성 높은 보도를 통해 현재의 문제와 향후 제도 개선 방향을 잘 짚어낸 작품으로 평가됐다.
이번 심사에서는 아깝게 탈락했지만, 동아일보의 <극과 극이 만나다> 보도 역시 좋은 평가를 얻었다. 상대의 얘기를 듣지 않는 한국적 풍토속에서 ‘서로 다른 입장의 얘기’를 흥미롭게 대비시키면서 많은 독자들에게 역지사지라는 울림을 만들어내게 한 작품이었다는 것이다.
기획보도 방송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된 YTN <국산둔갑 軍 CCTV 문제점> 보도는 기자가 의식을 갖고 집중적으로 탐구한 흔적이 돋보인다는 심사위원들의 평가가 나왔다. 단순히 군 장비가 중국산이기 때문에 문제라는 인식에 그치지 않고 사안을 끈질기게 추적, 중국산 사용으로 인해 야기될 충격적 내용의 군사보안문제까지 두루 살펴냄으로써 기자의 감시 정신을 보여줬다는 평가였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수상작으로 뽑힌 인천일보의 <근대건축물 수난사, 210동의 기록> 보도는 상업적 시설에만 집중돼 선택적이라는 비판이 많았던 근대 건축물 보도를 ‘전수조사’ 방식으로 접근, 전체에 대한 조망력이 돋보였다. 또 이를 통해 근대 건축물 재생 정책에 대한 제언도 제시함으로써 제대로 된 방향성을 일궈냈다는 평가도 나왔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은 KBS춘천이 출품한 <70년 비극의 씨앗…그리고 2880> 보도가 수상했다. 대한민국이 캄보디아 등 해외 지뢰 제거 사업에도 나서는 상황에서 여전히 국내에 지뢰 피해로 인한 고통이 남아있다는 점을 집중 조명한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 국가가 팔짱을 끼고 방치해온 영역을 집중 조명 형태로 잘 드러냈다고 심사위원들은 평했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