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 O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48일 만에 늑장 개원한 21대 국회는 몇몇 의원들이 재산을 누락하거나 자녀에게 편법 증여한 의혹을 사며 개원 초부터 논란을 빚었습니다. 특히, 가족 건설사가 피감기관 공사를 대거 수주한 박덕흠 의원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잇따르면서, 국회의원의 이해충돌 문제가 사회적 관심사로 떠올랐습니다. 공익과 사익이 충돌했을 때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이미 15년 전 주식백지신탁제도가 도입됐습니다. KBS 탐사보도부는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지,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구조적 문제는 없는지 주목했습니다. 국회의원 보유 주식과 이해충돌 문제에 대한 취재에 착수했습니다.
취재진은 먼저 21대 의원 신규 재산등록 신고 내역(8월 말)과 4.15 총선 당시 선관위 재산등록 자료를 토대로 300명 전체 의원의 주식 보유현황을 검증했습니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본인과 이해관계자(배우자, 직계존비속)의 주식 가액이 3천만 원을 초과하는 경우만 추려낸 결과, 의원 65명이 주식백지신탁 대상이었습니다. 보유 주식의 성격과 특성, 가족회사 여부 등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기업신용평가정보, 법인 등기부등본 등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더불어 9월 중순부터 인사혁신처와 국회 사무처에 정보공개청구를 해 국회의원들의 직무 관련성 심사 결과를 추적했습니다. 하지만 ‘역대 최악’의 늑장 개원으로 의원들의 상임위 배정이 늦어진 탓에, 직무 관련성 심사는 10월 말까지 계속됐습니다. 또한 거듭된 정보공개청구에 인사혁신처는 비공개로 일관했습니다. 그나마 뒤늦게 국회 사무처를 통해 현황만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21대 의원 가운데 모두 41명이 심사를 청구했고, 그 가운데 27명이 ‘직무 관련성 있음’ 판정을 받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누가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다는 판정을 받았는지는 파악이 불가능했습니다. 논의 끝에 3천만 원 초과 주식 보유 의원 65명의 직무 관련성 심사 결과를 전수조사하기로 했습니다. 의원과 의원실을 상대로 심사 신청 여부와 심사 결과, 주식의 처분·백지신탁 여부 등을 직접 검증했습니다. 정확한 답변을 얻어내는 데 한 달 가까운 시간이 소요됐습니다.
이와 함께 의원별로 보유 주식의 특이사항을 확인해 소속 상임위 피감기관의 사업을 수주했는지, 국고 보조금을 받은 적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과방위와 산자위 등 주요 상임위 피감기관에 대한 정보공개청구와 함께 직접 현장을 발로 뛰는 탐문 취재도 병행했습니다. 상임위에서 보유 주식 기업과 이해 충돌 여지가 있는 발언을 했는지, 관련 법안을 발의했는지 등도 주요 검증 항목이었습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이 규정하고 있는 주식백지신탁제도를 살펴보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국회의원들이 의정 활동을 하며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이해충돌 상황 전반에 대해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구조적인 문제점을 파헤친 취재였습니다.
취재를 종합한 결과,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한 사례는 물론 여러 제도적 허점이 확인됐습니다.
먼저 ‘직무 관련성 있음’ 판정을 받은 의원 27명 가운데 2명(국민의힘 조명희,이영 의원)은 주식을 매각하거나 신탁하지 않은 채 한 달 반 넘게 ‘이해충돌’ 상임위에서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그 사이 국정감사와 예산 심의 등을 진행한 것은 물론, 보유 주식 기업과 관련한 이해충돌 발언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국회 사무처도 KBS를 통해 이를 뒤늦게 알고선 “불법 상태로 상임위에 있는 것”이라고 답변했습니다.
이스타항공을 둘러싼 임금 체불과 편법 증여 의혹을 받았던 무소속 이상직 의원의 경우도 ‘이해충돌’ 문제에 해당됐습니다. 헌납하겠다고 약속한 자녀 명의 지주회사 지분을 처리하지 않고 있다가 인사혁신처로부터 ‘직무 관련성 있음’ 판정을 받은 사실을 KBS 취재로 드러냈습니다.
또한 ‘가족 보유 주식’ 문제도 드러냈습니다.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은 보유 주식이 상임위와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을 받고 신탁했는데, 한 의원 아들은 같은 주식을 갖고도 아무런 처분을 받지 않았습니다. 취재해보니, ‘재산등록 고지 거부’만 하면 주식 이해충돌 심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구멍’이 있었습니다. 민주당 문진석 의원의 경우에도, 본인 주식은 신탁했지만 형제들이 같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 이해충돌 여지는 계속 남아있는 상태였습니다. 박덕흠 의원 사례와 같이, 가족이 보유한 주식에 대해선 지분 매각이나 신탁 의무가 없어 직무 관련성이 있는 주식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처분 의무를 피해갈 수 있었습니다.
이밖에 ‘상임위’로만 직무관련성 여부를 심사해, 국회의원이 보유 주식에 이익을 줄 수 있는 법안을 발의하는 경우를 방지하지도 제재하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을 보도했습니다. 실제로 무소속 윤상현 의원 등이 본인이나 가족이 건설사를 운영하고 그 주식을 가지고 있으면서, 민영주택 분양가 상한제 폐지 법안을 냈다는 점을 밝혀 보도했습니다. 국민의힘 정운천 의원은 농해수위 소속이면서 영농법인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법인’형태 때문에 백지신탁 심사조차 안 받은 허점도 있었습니다.
주식을 백지신탁하더라도 실제 매각이 될 때까지는 관련 업무를 할 수 없도록 하고, 관련 업무를 하면 자진신고 하도록 법이 규정하고 있는데도, 의원들이 이를 전혀 지키지 않았다는 점도 밝혀냈습니다. 대부분 의원들이 백지신탁만 한 채 관련 상임위에서 활동을 하는데, 이 활동 내역을 ‘자진신고’한 의원은 역대 0명이었습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 취재원의 상당성 여하 :
결정적 증언을 제공한 익명 취재원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다만, 현직 의원이 보유한 주식 관련 업체 관계자의 경우 일부 익명 처리했습니다.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
정보공개 청구를 통한 자료 수집과 현장 취재로 진행했습니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타 매체 선행 보도는 없습니다.
보유 주식과 상임위 직무 간의 이해충돌 가능성이 제기된 국민의힘 조명희·이영 의원의 경우 기존 상임위에서 계속 활동하다 뒤늦게 상임위를 변경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YTN 등 6개 매체가 KBS 보도 내용을 인용 보도했습니다. 이스타항공 지주회사 지분 헌납을 미룬 이상직 의원이 ‘이해충돌’ 판정을 받았다는 KBS의 단독 보도에 대해서도 11월 17일과 18일 양일에 걸쳐 경향신문과 중앙일보 등 7개 매체가 인용 및 후속 보도를 했습니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21대 국회 개원 6개월차인데도 이미 이해충돌이 진행되고 있는 국회의원 주식 보유 실태를 보도해 일찍이 바로잡았고, 또 향후 남은 21대 국회 기간 동안 ‘제2의 박덕흠’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고자 했습니다.
국민의힘 조명희·이영 의원은 보유 주식이 상임위와 직무관련성이 있다는 판정을 받고, 9월 28일에 사보임을 신청했지만 교체되지 않은 채 국감까지 치렀습니다. 조 의원은 특히, 국감에서 본인이 보유한 주식(가족회사 주식)과 깊은 관련이 있는 내용을 국감에서 수차례 질의했습니다. 국회의원 보유 주식과 이해충돌에 대한 취재가 시작되자, 국민의힘은 11월 16일 이들의 상임위를 교체했습니다. KBS가 뉴스9를 통해 이들의 이해충돌 문제를 지적한 당일이었습니다.
무소속 이상직 의원의 경우 KBS 보도 직후, 타 매체를 통해 ‘예결위 사임 의사’를 밝혔습니다. 정의당은 논평을 통해 이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아들과 형제가 각각 회사 대주주인 국민의힘 한무경·민주당 문진석 의원의 경우 법적 테두리 내에서 백지신탁 의무를 이행했다고 해명하면서도, 이해충돌 소지가 없도록 의정 활동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KBS가 법적 미비점과 함께 국회의원 스스로 이를 개정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한 지 2주 뒤인 12월 1일, 국회는 ‘문제된 주식을 처분하지 않으면 관련 직무를 정지한다’는 내용을 담은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습니다.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는 KBS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21대 의원 주식 백지신탁 전수조사 결과를 공유 받아, 향후 국회의원 이해충돌 문제에 대한 정책·입법 요구 활동 등에 이를 활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취재 과정에 언론윤리강령기준을 모두 준수했습니다.
6. 기타 고려사항
시민단체 ‘세금도둑 잡아라’와 함께 공동 기획해 보도했습니다. 초기 기획단계는 물론 일부 정보공개청구와 취재 진행 과정에서 전반적인 자문을 받았습니다.
보도 당사자 반론 신청이나 언론중재 신청 사항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63회 전체 총평
이번 제363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9개 부문에서 모두 66편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15편이 두 차례에 걸친 심사를 통과, 마지막 회의를 거쳐 7편이 최종 수상작으로 뽑혔다.
10편이 출품된 취재보도1부문에선 경향신문의 <추미애, 법무부 감찰규정 ‘기습’ 개정>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언론이 특정 진영에 서서 편향되지 않고 절제된 자세로 감찰 규정의 편법 개정을 끈질기게 추적해 보도했다는 점이 심사위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심사위원들은 이 기사가 수상작이 될 경우, 정치적으로 ‘어떤 해석’이 나올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고 토로하면서도 중심을 잡은 용기있는 보도라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경제보도부문에선 SBS의 <‘눈먼 돈’ 된 중소벤처기업부 비대면바우처플랫폼 예산> 보도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예산 관련 기사는 자칫 보도자료에 의존하기 쉬운데 이를 파고들어 낭비성 예산의 삭감까지 이끌어낸 ‘결과 있는 보도’였다고 심사위원들은 입을 모았다. 또한 중소벤처기업부의 전수조사라는 사후 대책까지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감시와 비판’이라는 언론보도 기능에 충실한 수작이라는 평가도 많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경향신문의 <검찰·법무부 ‘비공개 내규’를 공개합니다> 보도와 서울신문의 <소년범-죄의 기록> 보도가 공동 수상했다. <비공개 내규> 보도의 경우, 검찰의 각종 규정은 존재하지만, 내용에 대해서는 “모른다”는 함구가 더 많았던 것이 현실이었는데 이러한 검찰 비밀주의를 환기시키고 이에 대한 함의도 잘 짚어냈다고 심사위원들은 평했다. <소년범> 보도도 엄벌주의가 과연 능사인가라는 질문을 우리 사회에 다시 한번 던져준 것으로 심층성 높은 보도를 통해 현재의 문제와 향후 제도 개선 방향을 잘 짚어낸 작품으로 평가됐다.
이번 심사에서는 아깝게 탈락했지만, 동아일보의 <극과 극이 만나다> 보도 역시 좋은 평가를 얻었다. 상대의 얘기를 듣지 않는 한국적 풍토속에서 ‘서로 다른 입장의 얘기’를 흥미롭게 대비시키면서 많은 독자들에게 역지사지라는 울림을 만들어내게 한 작품이었다는 것이다.
기획보도 방송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된 YTN <국산둔갑 軍 CCTV 문제점> 보도는 기자가 의식을 갖고 집중적으로 탐구한 흔적이 돋보인다는 심사위원들의 평가가 나왔다. 단순히 군 장비가 중국산이기 때문에 문제라는 인식에 그치지 않고 사안을 끈질기게 추적, 중국산 사용으로 인해 야기될 충격적 내용의 군사보안문제까지 두루 살펴냄으로써 기자의 감시 정신을 보여줬다는 평가였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수상작으로 뽑힌 인천일보의 <근대건축물 수난사, 210동의 기록> 보도는 상업적 시설에만 집중돼 선택적이라는 비판이 많았던 근대 건축물 보도를 ‘전수조사’ 방식으로 접근, 전체에 대한 조망력이 돋보였다. 또 이를 통해 근대 건축물 재생 정책에 대한 제언도 제시함으로써 제대로 된 방향성을 일궈냈다는 평가도 나왔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은 KBS춘천이 출품한 <70년 비극의 씨앗…그리고 2880> 보도가 수상했다. 대한민국이 캄보디아 등 해외 지뢰 제거 사업에도 나서는 상황에서 여전히 국내에 지뢰 피해로 인한 고통이 남아있다는 점을 집중 조명한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 국가가 팔짱을 끼고 방치해온 영역을 집중 조명 형태로 잘 드러냈다고 심사위원들은 평했다.
기자상 심사위원회